<국립중앙박물관의 30년 발굴, 몽골 흉노 무덤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끌다 / 한-몽 공동학술조사단이 밝혀낸 ‘도르릭 나르스 유적’인류의 유산으로>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유홍준)과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은 지난 30여 년간 공동으로 몽골 흉노 유적 학술조사를 실시하였다. 이중 ‘도르릭 나르스(Duurlig Nars) 흉노 무덤군’이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2026.7.19.~7.29.)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흉노 귀족 무덤군’으로 등재되었다. 이 무덤에서는 로마의 유리잔, 그리스 신을 새긴 은장식, 중국 한나라의 칠기 등이 함께 출토되어 2천 년 전 유라시아가 하나로 이어져 있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번에 등재된 6개 유적 중 ‘도르릭 나르스 유적’은 한-몽 공동학술조사단이 조사하여 알려진 대표적인 흉노 무덤군이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13차례에 걸쳐 현지 발굴조사를 실시하였으며, 그 조사 결과의 체계적인 축적이 세계유산 등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한국의 국립박물관이 국경 밖 인류의 문화유산을 조사한 성과가 세계유산 등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초원을 호령한 유목 제국, 흉노는 누구인가

중국 명칭으로 ‘흉노(匈奴, 기원전 3세기~기원후 2세기)’ 또는 ‘훈’이라 부르는 이 세력은 몽골 고원과 유라시아를 포함한 초원에 최초의 유목 제국을 세웠다. 흉노 제국은 전성기에 지금의 몽골을 중심으로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접경 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으며, 한때는 중국 한나라를 압박하며 맞서고 교류하면서 실크로드의 핵심 구간을 장악해 동서 세계를 연결했다. 문자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은 이들의 삶은 초원에 그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세계유산이 된 흉노 귀족 무덤군, 그 중심에 선 ‘도르릭 나르스’
몽골과 인접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 흉노 귀족 무덤군 가운데, 이번 세계유산에는 대표적인 흉노 귀족 무덤군 6개소*가 포함되었다. 몽골 헨티 아이막에 위치한 도르릭 나르스 유적은 몽골 동부 최대의 흉노 무덤군(약 300기의 흉노 무덤 분포)으로, 1974년에 발견된 이래 오랫동안 조사되지 못하다가 2006년에 시작된 국립중앙박물관의 조사로 비로소 그 실체가 드러났다.
* 치헤르틴 저(Chikhertiin Zoo), 도르릭 나르스(Duurlig Nars), 골 모드Ⅰ(Gol Mod I), 골 모드Ⅱ(Gol Mod II), 노용 올(Noyon Uul), 타힐팅 훗거르(Takhiltiin Khotgor)
30년의 뚝심, 한-몽 공동학술조사

국립중앙박물관은 1997년부터 몽골 과학아카데미 고고학연구소, 몽골 국립박물관과 ‘한-몽 공동학술조사단’을 꾸려 조사를 지속하고 있으며, 내년에 30주년을 앞두고 있다. 2006~2011년에 도르릭 나르스 1~5호 무덤과 배장묘를 조사하여 그 실체를 세상에 알렸고, 2018년부터는 최대급 규모인 160호 무덤(전체 길이 88m, 깊이 18m 추정)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 160호 무덤 배장묘 6기 발굴을 완료하였고, 코로나-19로 잠시 멈췄다가 2023년에 조사를 재개하였다. 현재 몽골 현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2026.7.6.~9.18.), 올해 매장주체부 조사까지 마무리할 예정으로 많은 성과가 기대된다.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흉노 사람들의 삶과 죽음, 대외 교류를 보여주는 중요한 유물이 잇달아 확인되었다. 160호 무덤 배장묘(160-E3)에서 출토된 사람 얼굴 모양의 은제 허리띠장식은 러시아 부랴티야 공화국 차람 고분군 등 몽골 동북부 흉노 무덤에서만 드물게 확인되는 것으로, 도르릭 나르스 유적이 속한 지역의 성격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목곽 위에 놓인 마차(1, 2호 무덤)와 온전한 형태로 순장된 말(1호 무덤 배장묘), 새와 말 모양의 동물 장식, 소의 등뼈가 담겨 있었던 청동 솥 등은 흉노의 매장 의례를 생생히 전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사 초기부터 체계적인 발굴조사와 철저한 발굴기록 작성 및 항공촬영의 도입 등 몽골의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는데 앞장서 왔다. 출토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의 보존처리 및 분석과 함께 인골 DNA·동물유체 분석 등 다각적인 연구를 거쳐, 흉노와 동시기 한반도를 비롯한 유라시아 연구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조사 성과는 발굴 보고서 등의 발간과 국제 학술대회 개최로 학술적 깊이를 더했고, ‘칸의 제국 몽골(2018)’등 여러 차례의 특별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전해졌다.* 지난 30년간 몽골과 신뢰를 쌓으며 축적한 조사·연구·출판·전시의 성과가 이번 세계유산 등재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었다.
* 1997년~현재: 몽골 현지 조사 24회, 도서 발간(조사보고서 등) 19권, 학술 심포지엄 개최 4회, 특별전시 개최 8회
국립중앙박물관은 왜 흉노를 연구하는가
흉노는 먼 이국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흉노의 청동솥인 동복(銅鍑)은 몽골 초원에서 중국 동북 지역과 서북한을 거쳐 한반도 남부 지역까지 이어지는 분포를 보인다. 마구와 동물 모양 장식과 같은 북방 초원 흉노의 문화는 한반도 고대 문화 곳곳에 스며 있어 초원과 한반도가 하나의 교류망 안에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래서 흉노 연구는 곧 고조선, 부여와 고구려, 삼한으로 이어지는 우리 고대사를 동아시아와 유라시아라는 넓은 무대 위에서 다시 읽는 일이기도 하다. 나아가 이번 등재에 국립중앙박물관이 함께한 것은 문화유산이 하나의 나라를 넘어 인류 모두의 유산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준다.
도르릭 나르스 유적을 비롯한 흉노 귀족 무덤군은 이번 등재로 몽골의 세계유산이자 국제적인 학술·관광 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으로도 한-몽 공동학술조사를 이어나가며 흉노와 한반도 고대 문화의 관계를 규명하고, 국제 학술 협력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다.
붙임 1. 도르릭 나르스 흉노 무덤 조사 사진 2. 도르릭 나르스 흉노 무덤 주요 출토품 3. 도르릭 나르스 현장 사진 적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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