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작가론미술사

[D. 뷔렌] 한중일, 공간활용에 특별한 매력 느껴

Q. 서양에서 ‘공(空, vide)’이나 ‘무(無, néant)’ 개념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당신의 ‘공’ 개념은 그렇지 않다. 동양정신에서 영향을 받았나? <작성중>

A. 나는(다니엘 뷔렌) 한국, 일본, 중국에서의 공간사용 방식에 특별한 매력을 느껴왔다. 그 가운데 일본이 가장 극적인 모델인 것 같다. 대부분의 생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인지 일본인의 공간활용은 놀랍다. 일본에서는 협소한 공간에서도 작은 마당이나 정원을 만들어 ‘공’을 향유한다. 이로 인해 실제적 공간은 더 줄어들지만, 사람들은 ‘공’을 향유하면서 좀 더 여유롭고 풍요로움을 느낀다. 이처럼, 작아 보이지만 거대함을 느끼게 하는 ‘정원’, ‘선(禪, zen)’, ‘공’ 등에 나는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다. 이러한 ‘충만한 비움(le vide plein)’은 한국 철학의 음양 이론과도 연결된다고 본다. 나에게 있어서도 ‘공’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전시에도 이러한 ‘공’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재현하느냐가 나의 주관심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