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선생 그림을 보면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나 믿어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천재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로 1940-1960년대 근현대사 속 서민들의 애환과 일상을 녹여낼 수 있다니 기적 같다. 회화의 위대한 힘을 유감 없이 보여주다 박수근 선생의 그림은 구상이지만 추상 같고, 회화이지만 조각 같고, 평면 같지만 입체 같고 소박하지만 그의 마티에르 실험은 포스트모던하다. 그는 우리에게 사람과 사물과 풍경을 보는 보다 따뜻한 눈길을 열어준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이 하나씩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찬 겨울을 인고하는 나목과 어린소녀가 더 어린 동생을 업고 끼우는 모습(아니면 엄마인가 잘 모르겠지만)은 성자의 모습이다. 자연과 인간이 혼연일체가 되는교감의 세계가 펼쳐진다. 거기서 나무의 인고와 사람의 인내가 빛난다. 사람들 이런 풍경을 보고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삶의 대한 힘과 용기가 얻게 된다. 생명의 약동(elan vital)을 느끼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처참한 한국전쟁 중 자살자가 거의 없었던 것을 바로 이런 엄마와 누이의 따뜻한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어느 미국 심리학자 논문의 결론이다.
외국인이 나에게 가장 한국적 작품을 보여 달라고 하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박수근은 외국인에게 이해되기 어려운 작가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한국적인 정'의 알맹이를 보여주고 있다. 할아버지의 손자에 대한 애틋한 사랑은 어떻게 그림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 그러나 천재적 화가인 박수근은 그걸 고스란히 화폭에 따뜻하고 절절하게 옮겨 놓았다. 그의 그림을 어둠에 처음 들어가면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뭔가 보이듯이 그의 그림은 처음에 잘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갈수록 더 잘 보인다. 이런 작품은 뜸 잘 들여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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