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전자굿, 뉴 샤머니즘] 백남준이 절친 1990년 '보이스추모굿'의 한 장면. 기존굿과 다른 점은 피아노와 TV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아래> 백남준이 쳘친 1990년 '보이스추모굿'의 한 장면. 기존굿과 다른 점은 피아노와 TV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 갤러리현대
백남준의 굿은 그냥 굿이 아니고 선사시대로 부터 내려오는 전통과 포스트모던, 첨단과학의 정신을 융합한 계보가 있는 '신문명 굿'이다. 선시시대와 첨단문명은 사실 거리는 멀지만 결국은 생명의 원천을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는 면에서 보면 같은 것이다.
21세기에 굿이 필요한 것은 바로 하이테크가 할 수 없는 굿이 가지고 있는 '원시적 생명력' 그리고 산 자와 죽은 자도 만나게 하는 미디어의 극치인 '신통'의 세계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신통이란 신(神)마저도 통한다는 뜻으로 영어로는 'meta communication'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이다.
백남준의 굿이 기존의 굿과 다른 점은 전자기술의 산물인 TV가 들어온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전자굿'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한 TV는 독불장군 같이 일방소통방식을 뜻할 수 있도 있다. 그런 방식을 해체시키겠다는 의도가 그 속에 담겨 있다.
그리고 서구 중산층 교양의 상징인 피아노도 들어와 있는데 그게 쓰려져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건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서구적 근대성 숭배를 파괴하는 속셈이리라.
백남준은 보이스 추모굿을 벌리기 전에 무지막지하게 생긴 관상수 커터기로 처마에 있는 뭔가를 자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백남준의 '단(斷)의 철학' 즉 익숙하고 낡은 것과의 이별이나 차단을 뜻한다. 이런 예로 백남준은 독일에서 이미 권위적인 구음악(Alte Musik)을 거부하고 몸으로 연주하는 신음악(Neue Musik)을 시도한 바 있다.
백남준의 굿은 이처럼 전통굿을 현대화하고 세계화한 '뉴 샤머니즘'이다. 백남준이 쓴 갓과 보이스가 쓴 중절모자, 동양의 요강과 서양의 피아노가 절묘하게 만나게 된다. 노이즈에 가까운 격렬한 사운드와 움직임으로 시공간을 압도한다. 카오스와 코스모스, 원시와 문명이 그 경계를 넘어 천지인이 하나 되는 세상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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