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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랩소디

[백남준]이영철 백남준센터 초대관장 인터뷰IV

[아래, 백남준 현대판 퉁구스 샤먼모습 보여주다 뭔가 주렁주렁 단 게 많다 다만 1984년 위성아트를 연출할 정도로 그 스케일이 전 세계적이고 전 지구적이다]

<질문 IV>그런데 일반적으로 백남준 예술을 고대샤먼과 연결시켜 연구하고 있지만 구체적 샤먼으로서 아이콘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셉보이스의 경우는 타타르인의 도움을 받아 민간요법을 통해 부상을 치유한 구체적 경험미 있기에 샤먼적인 요인과 직결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백남준의 경우는 어떤 요인을 찾아볼 수 있을까요?

<대답(이영철)> 죽었다가 살아온 보이스는 의식적으로 하나의 전설을 만들어낸 거라 볼 수 있어요.애초부터 만들어지는 배경에 어떤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하나의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그 이전에 보이스는 직업이 아주 전통적이었거든요. 물론 우리에게는 더 설득력 있는 자료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백남준 연구는 이제 새 출발의 국면입니다.

나는 우리가 백남준이 깬 알에서 흩어져나온 개념들의 은하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봅니다.이는 마치 뒤샹이 산업혁명 이후 알을 깨서 온갖 전위적인 개념을 생산해낸 것과 비슷하죠. 백남준은 뒤샹과는 다른 새로운 은하계로 들어가는 입구를 발견해낸 인물입니다. 고대 세계에서 은하를 관찰하는 곳을 부도라고 불렸어요. 이는 전 세계에서 거의 공통적인 명칭이라고 해요. 만주 퉁그스적 샤먼은 보도를 파나프투(panap tu)라고 불러요.이때 <파나>는 영혼의 그림자들 뜻하고 <프투>는 그걸 담는 그릇을 뜻합니다. 이것을 등불, 촛불, 거울 등의 이미지와 연결됩니다. 저는 백남준 예술을 푸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기 쉽게 말하지면 어른거리는 춧불 영혼의 그림자를 틀어 놓은 텅빈 TV(그릇) 을 생각해 보세요. 백남준이 첫 번째 개인전에서 파르나스 갤러리 입구에 내건 소대가리라는 굿에서 사용되는 물건이지만, 동시에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대이자 외부세계와 통하는 파나프투입니다. 19세기말에 발견한 전자기파를 샤먼 백남준은 자연에 내재한 영혼(얼과 정신)으로 여겼고 CRT흑백 모니터TV가 그것을 담는 그릇으로 본 거예요. TV는 거울의 역할도 수행함으로 그것은 몽골 셔먼의 동거울(Toli)과 종교적 의미가 일치합니다. 이미지가 빠르게 변화하는 그의 TV화면은 마치 이미지가 액체안에서 휘저어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퉁구스어로 샤먼은 Sam즉 액체로 휘젖는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또한TV는 시베리안 몽골리안 샤먼의 의복에 여러 개가 부착되거나 기마 전사의 가슴에 부착된 동거울(Toli)의 기능적 종교적 의미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입니다. 이 거울은 비디오를 자기모습을 연마하다 물에 빠져 수선화가된 나르시스 신화와 결부시키는 관점 예컨대 로잘인 키라우스와 전혀 상관성이 없습니다. 북방 유목민 전통의 샤먼 거울은 그것으로 무엇을 보려는 것이 전혀 아닙니다. 전쟁 중에 강한 빛을 반사함으로써 적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 것입니다 또한 샤먼에게 거울은 영혼을 담고 있는 용기이었지요. 나아가 거울은 알, 자궁, 태내의 뜻을 지닌 매트릭스 장치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매트릭스는 모든 것이 연결된 네트워크 자체로 백남준은 <벽암록>에서 바로 그 이음새 없는 탑 즉 <무봉탑> 이야기를 가져와 족자 작품을 만들기도 했어요. 백남준의 소대가리, 잘려서 거꾸로 매달린 부처의 두상은 샤머니즘 시대의 천문대인 부도를 상징하는 것이지요. 지금에 와서는 하늘에 걸린 천문대, 바로 위성이 그 일을 수행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네오 샤머니즘 시대를 상징하는 걸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