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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랩소디

[백남준]이영철 백남준센터 초대관장 인터뷰I

백남준은 1963년 첫 전시를 열었는데 이 전시장을 자궁(Matrix)으로 봤다는 증거를 이영철 교수가 몇 가지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군요 하긴 인간은 자궁 속에 가장 행복함(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인가요?

<질문> 백남준의 예술이 샤머니즘과 관련이 깊다고 보는 주장에서부터 기술과학이나 현대 지식의 관점에서 그것은 단지 서구인의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부정적인 입장이 있는 것 같은데 교수님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대답> 이영철(백남준아트센터초대관장) 나는 백남준은 대샤먼이라고 전제합니다. 우리는 기술과학이 샤먼의 능력을 대신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대샤먼은 기술과학의 원리를 잘 이해하여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예지력을 갖고 있는 존재입니다. 백남준은 첫 전시에서부터 샤먼 굿을 했습니다. 첫 전시가 있었던 파르나스 갤러리는 그리스에 있는 성스런 산의 이름 파르나소스에서 따온 것입니다 그 산에 바로 델피의 신탁이 모셔진 아폴로 신전입니다. 또한 이곳은 서양 문예의 뮤즈들의 고향입니다.서양고전문화 인문학에 해박했던 백남준이 첫 전시를 하게 되는 갤러리의 이름에 담긴 의미에 관점을 두는 것은 자명합니다. 한마디로 파르니소스 산에 사는 신들을 불러내 굿판을 벌인 것입니다. 그는 전시장 입구에 거대한 소대가리를 걸고 전자음을 포함한 소리의 은하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전시에서 당시에는 아직 이름도 붙지 않았던 비디오 아트가 출발하지요.

나아가 나는 갤러리의 1층 로비공간을 자궁 혹은 알로 설정했다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소머리를 걸어놓은 갤러리 입구를 커다란 백색 풍선으로 약 70% 틀어막고 그 나머지 틈으로 관객들이 들어가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은 이 전시를 하기 전에 한 콘서트에서 살아있는 암고래의 질속으로 기어들어가라는 수행어(performative utterance)를 관객들을 향해 던진 것과 직결됩니다. 전시공간을 자궁으로 보게 되는 또 다른 공간은 파르나스 산에 모셔진 델피 신전은 구멍을 뜻하는 그리스어 delph에서 유래했다는 점입니다 백남준의 예술에서 알은 생명의 근원이자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계입니다. 그래서 자궁을 우리는 매트릭스라고 부리기도 합니다. 백남준은 휘트니미술관 유작전에서 태내 자궁 속의 자서전이라는 작품을 남긴 바가 있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해 추측해 보건대 알을 깨고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하는 것이다. 청년 백남준을 사로잡은 주제 중 하나임이 틀림없어요. 그가 프라이부르크 국립음악원을 다닐 때 복도의 벽을 향해 알을 던진 일화는 유명하죠. 그리고 첫 전시에서 역시 알을 던져 깨뜨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