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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랩소디

[백남준]이영철 백남준센터 초대관장 인터뷰II


<질문 II> 흥미롭네요. 근데 백남준 자신 스스로를 무당이라고 칭한 적이 있나? <아래> 백남준의 굿판이 다른 점은 피아노와 TV와 로봇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굿의 현대화 전자화다. 과거 굿판에서 방울, 부채, 삼지창(칼)이 등장한다

<대답(이영철)> 백남준은 "나는 직업을 할 때 무의식의 상태인데,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바로 샤먼 즉 무당이다"라고 했어요. 무당은 빛을 다루는 사람이에요. 빛은 존재하는 모든 것의 리듬과 생의 약동을 빛내죠.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19세기 말에 그 빛이 곧 전자기파란 사실이 발견되었다는 점입니다. 전자파 혹은 전자기파는 엄청난 중력의 블랙홀에서도 빠져나 올 수 있는 우주를 구성하는 근원적 존재입니다. 어두운 세계에서 DNA가 빛을 발하고 돌덩어리의 혹성들이 폭발하면서 엄청난 빛을 토하는 별들을 생각해 보세요. 백남준 TV 작품은 태양광의 반사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암흑 속에서 빛이 터져 나오는 내부 섬광의 작품인 거죠. 이것은 유럽의 미술사가들이 기초해온 <시지각이론>의 정반대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시지각 이론의 맥락에서 태양 반사에 입각한 게슈탈트 이론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비디오 작업이 존재합니다. 백남준의 비디오는 이러한 맥락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놓여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백남준과 빌 비올라는 사유 구조에서 완전히 다른 것을 봅니다.

한 일본학자의 말로는 DNA에서 광자(프로톤)가 나온다고 합니다. 저는 이 주장을 아주 흥미롭게 생각합니다. 백남준의 생명 우주론이 바로 이런 주장과 맞닿아있기 때문이지요. TV발명가 필로 판즈워스(Philo Taylor Farnsworth)는 TV가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했는데, 전자기파가 하나의 신이 아닐까요. 진공 조차 초당 30만 킬로로 통과하며 감마선, X선 마이크로 파 등 다양한 전자기파가 우리 주위에 존재하니까 다신인 셈이지요. 거의 반세기 동안 인류는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들을 적당한 목적에 맞게 활용한 덕에 문명을 근본적으로 바꿨습니다. 그 반세기의 변화를 가장 잘 이해한 백남준은 자연적인 것이든 인위적인 것이든 모든 현상을 전자기파 혹은 빛의 운동에서 예술을 사고했던 예술가입니다. 그런 인물을 저는 네오 샤먼이라고 부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