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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랩소디

[백남준-이이남] 'TV코뮌'과 'TV밥상' 50년

백남준은 언제나 살아있어 우리에게 특히 후배작가들에게 늘 말을 건넨다. 백남준 작품은 그가 우리에게 하려고 하는 말을 대언해주는 하나의 미디어다. 이 말을 쉽게 풀면 '영매(靈媒)'다. 즉 죽은 자의 영혼과 살아있는 사람이 소통케 하는 매개자(meditator)인 셈이다. 그가 하는 목소리만 열심히 들어도 우리는 무궁무진한 영감과 예술적 상상력을 얻을 수 있다.

이번에 제2의 백남준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이남 작가가의 백남준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그것을 뉴미디어아트로 멋지게 연출하다 이이남 작가는 백남준 선생을 생전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제라도 백남준을 만나게 된 셈이다. 지금도 위성을 타고 장난 치고 있는 백남준이 이이남 작가에게 박수를 보내며 대견해 하며 흐뭇하게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백남준의 TV코뮌(1969년 작품)과 이이남의 전자아트인 TV밥상(2019년 작품)이 인터페이스(interface)라는 위성아트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50년(반세기)만에 다시 만나다>

이이남 작품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너무 좋다. 백남준의 많은 TV시리즈가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이남 작가가 TV 밥(상)을 연출한 것이다 .거기에다 퍼포먼스 요소까지 더해져 완벽하다. 

빛고을 광주에는 밥의 나눔이라는 오랜 전승이 있다. 복음서에도 밥상공동체가 나온다. 복음서 예수의 말 중 90%가 하느님 나라에 대한 것인데 그중 으뜸은 밥상공동체다. 최후의 만찬이 바로 마지막 밥상공동체의 원형이자 그 축소판이다.

1980년에 우리는 광주에서 하느님 나라의 원형인 밥상공동체를 봤다. 그게 바로 지상의 천국이다. 주먹밥을 만들어 무장군인과 맞서는 누구에게도 차별없이 나눠주는 이야기, 이것은 복음서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기적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광주는 그 기적이 고스란히 재현된 곳이다. 역시 빛고을 밥의 상상력이 풍부한 이이남 작가, 그는 한국인에게 밥은 모든 사랑과 정성이 농축된 상징기호인데 이 밥에 백남준의 '미래를 멀리 본다는 뜻'이 담긴 TV와 멋지게 융합해 명장면을 연출했다. 드디어 백남준의 TV코뮌이 광주의 TV 밥상이 예술적 상상력으로 다시 만났다.

백남준의 철학은 이렇게 후배작가들을 통해 무궁무진하게 확장될 수 있다 그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번에 그걸 너무나 잘 보여준 셈이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은 백남준의 미디어세계를 더욱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는 것만 남았다.

예술만이 아니라 생활에서도 응용하면 인터넷 처럼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게 많다. 이번 이이남 작가의 작품은 이런 것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이 작품은 백남준에게서 영감을 받았지만 참으로 독창적인 이이남만의 최고걸작 중 하나가 되리라. 좋은 아이디어는 예술로 남는다. 게다가 포퍼머의 한복도 너무 우아하고 아름답다. 한국여성의 품격이 잘 드러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