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퐁피두센터 서울 상륙… '큐비즘 혁명' 펼치다
[퐁피두센터 한화전] 피카소·브라크에서 김환기까지, 큐비즘 탄생과 조망, 2026년 10월 4일까지
<관련 오마이뉴스 >
63층짜리 미술관? 큐비즘은 왜 서울을 찾았을까
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해외 분관인 '퐁피두센터 한화'가 2026년 6월 4일 개관했다. 프랑스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가 설계한 미술관은 '빛의 상자'를 콘셉트로 63빌딩을 미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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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빌딩에 프랑스의 세계적인 현대미술관 퐁피두센터의 해외 분관인 '퐁피두센터(한화)'가 2026년 6월 4일 개관했다. 아시아의 첨단도시 서울과 유럽의 예술 도시 파리가 하나로 연결된 셈이다. 63빌딩 사옥이 글로벌 미술관을 품으면서, 단순한 전시 관람을 넘어 AI 기반 콘텐츠가 결합한 미래형 복합문화 플랫폼으로 탈바꿈했다.

이 미술관 설계는 프랑스 세계적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J. M. Wilmotte)가 맡았다. 그는 루브르박물관, 인천국제공항 등을 설계했다. 낮에는 반투명 유리를 통해 자연광이 미술관 내부 깊숙이 스며들도록 했고, 밤에는 내부 조명이 밖으로 흘러나와 건물 전체가 주변 도심을 밝히는 '빛의 상자'가 되도록 구현했다. 수평으로 이어진 빛의 흐름과 한국 전통 기와의 곡선이 조화를 이룬다.
"큐비즘, 20세기 미술의 출발점"










입구 로비에는 레몽 뒤샹-비용의 청동 조각 '대형 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관은 1층(프로그램 공간), 2~3층(전시실), 4층(옥상 및 레스토랑), 60층(피크닉 및 미디어아트 체험관)으로 구성되었다. 2층으로 가는 길목에는 자연과 어우러지는 사계절 정원 ‘63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도 만날 수 있다. 63빌딩 자체가 대형예술품처럼 압도하는 것 같다. 수평의 미술관과 수직의 빌딩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이번 개관전은 제1·2전시실에서 10월 4일까지 열린다. 제목은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The Cubists: Inventing Modern Vision)"다. 퐁피두센터 한화와 본사가 공동 주관했고, 기획은 '크리스티앙 브리앙' 퐁피두센터 컬렉션 총괄자와 '조주현' 한화 수석 큐레이터와 '서지은' 큐레이터가 맡았다. 예술과 건축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공간감 넘치는 전시를 경험할 수 있다.
이번에 서양 큐비즘 거장 43인(91점)과 한국에서 큐비즘을 구축한 작가 11인(21점)이 소개된다. 그리고 구성은 퐁피두센터 소장 작가 8개 섹션과 한국작가 1개 섹션으로 나뉜다.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이 왜 큐비즘일까
퐁피두센터 한화 개관전이 왜 큐비즘일까를 생각해 보면 큐비즘이 20세기를 대표적 미술 장르임에도 그동안 한국에서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 어떻게 큐비즘이라는 유파가 탄생했을까? 19세기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인상주의, 상징주의 사조 등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행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낼 획기적이고 모던한 시각 언어가 필요하게 되었다.
큐비즘은 사람들이 세계를 보고 생각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기존 회화가 단일 시점과 원근법, 사실주의적 재현이라면, 큐비즘은 과거의 규범을 해체하고 여러 시점을 한 화면에 동시에 보여주었다. 대상을 분해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사물의 구조와 본질을 들여다보게 했다. 또 큐비즘은 회화만 아니라 건축, 디자인 등 전방위로 확대해 20세기 미술의 출발점이 되었다.
'큐비즘' 하면 먼저 떠올리는 작품은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소장품이라 이번에 오진 않았지만, 대신 두상이 같은 피카소의 명작 '여인의 흉상'을 볼 수 있다. 서양 회화의 돌출구가 필요했던 피카소 1907년 파리 '트로카데로 민족지학 박물관'에서 아프리카 가면을 보고 영감을 받아 현대미술의 시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피카소와 브라크다. 큐비즘의 선각자로 초기 작품은 구별하기 힘들 정도다. 사실 이들에게 큰 스승이 있었다. 바로 폴 세잔이다. 피카소와 브라크는 1907년 파리에서 열린 세잔의 사후 회고전에서 큰 영감을 받았으며, 기존의 원근법적 환영을 버리고 사물의 형태를 원기둥, 원구, 원뿔 같은 기하학적 도형으로 환원하기 시작했다.
브라크 역시 세잔의 영향으로 사물을 기하학적 구조로 환원하는 실험에 몰두했다. 1908년 프랑스 비평가 '루이 보셀'이 브라크의 작품을 보고 "큐브(정육면체)의 연속"이라고 평한 데서 '큐비즘'이라는 이름이 유래했다.












이번 전시의 구성(전반부 섹션 1~4)
1. '큐비즘 탄생'(1907~08)에선, 피카소·브라크 등 작품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2. '분석적 큐비즘'(1909~11)에선, 다중 시점으로 형태가 사라진 회화를 선보인다. 3. '살롱 큐비즘'(1912~13)에선, 큐비즘이 어떻게 대중화되고, 건축·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는지 엿볼 수 있다. 4. '오르픽 큐비즘'(1914)에선, 색채의 진동과 음악적 리듬을 시각화한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인상파에도 전기와 후기가 있듯, 큐비즘 계열이지만 큐비즘과는 조금 다른 미술운동이 일어난다. 바로 '오르피즘(Orphism)'이다. 그리스 신화 속 음악가 '오르페우스'의 이름에서 왔다. 이 운동은 파리미술계 소용돌이를 일으킬 정도로 급진적이었다. 창시자 격인 로베르 들로네를 비롯해 소니아 들로네, 페르낭 레제, F. 피카비아 등이 이 흐름을 이끌었다.
로베르 들로네는 당시 첨단 도기 파리의 역동성을 살린 '에펠탑 연작'으로 유명하다. 거기에 화려한 색채와 음악적 리듬감을 더했다. 기하학적 형태를 갖추면서 화면에 생동감 넘치는 변화를 주어 빛의 굴절 효과를 살렸다. 색상이 겹칠 때 발생하는 시각적 진동과 에너지를 발산했다.
이번에 전시된 F. 피카비아는 이국적인 힌드 댄스 무용수를 대상으로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춤에서 받은 역동성에 이탈리아 기계주의 미학까지 결합해 음악적 울림마저 일어나게 했다, 그리고 색채감에 화면 밖으로 뻗어 나가는 율동감과 운동감까지 살렸다.
초기 큐비즘과 오르픽 큐비즘을 비교한다면 전자는 사물의 '뼈대'를 해부한 '눈으로 보는 미술'이었다면, 후자는 그 뼈대를 화려한 빛과 색으로 진동하게 만든 '눈으로 듣는 음악'인 셈이다.
전시구성(후반부 섹션 5~8)
5. '종합적 큐비즘'에선 물질을 콜라주 기법을 통해 다양한 재료와 이미지가 결합된 새로운 조형실험을 보여준다. 6. '국제적 큐비즘'에선, 이탈리아와 러시아과 결합한 화풍을 보인다. 7. '조각 큐비즘'(1914~1918)에선 로비에서 본 조각을 보면 감지할 수 있다. 8. '장식적 큐비즘'(1927)에선 큐비즘이 더 대중적이고 보편적 미술 양식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큐비즘은 그 밖에도 1920년대에는 아방가르드 영화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쳤다. 초기의 제한된 실험을 넘어 점차 대담하고 급진적인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조각의 가능성도 봤다. 대중적 미술 양식으로 공고히 자리를 잡아갔다
2층 특별관은 '한국과 큐비즘'(1930~1950) 섹션이다. 한국작가 중 큐비즘 영향을 받고, 이를 한국적 현실과 정서로 변용해 독자성을 구축한 작가를 소개한다. 독자성을 구축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기하학적 추상을 전개한 김환기와 유영국, 동양화 재료로 큐비즘을 시도한 박래현, 전쟁의 비극적 체험을 서사적 큐비즘으로 풀어낸 이수억, 파리 시절부터 치열한 실험을 보여준 함대정 등이 그들이다.
전시를 종합해 보면, 이 시각혁명은 단순히 회화를 넘어 현대 디자인, 건축, 영화, 광고 등으로 확장되면서 20세기 문명의 거대한 이정표를 세워나갔다. 이번 큐비즘전은 어떻게 이 사조가 유럽과 전 세계를 거쳐 한국 현대미술에까지 영향을 주면서 그 외연을 넓혀 우리에게까지 깊은 흔적을 남겼는지 한눈에 감상할 수 있어 '20세기 초 현대미술의 입문서'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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