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몽유 夢遊 2021년 6월 16일 - 8월 1일 <작성 중>
갤러리현대는 이강소의 개인전 《몽유(夢遊, From a Dream)》를 6월 16일부터 8월 1일까지 개최한다. 《몽유》는 작가가 1990년대 말부터 2021년까지 완성한 회화 30여 점을 엄선한 전시로, 신작을 중심으로 ‘화갗 이강소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해 마련됐다.
“꿈속에서 놀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는, 전시 제목 ‘몽유(夢遊)’는 이강소의 철학적 세계관을 함축한 키워드이자, 그가 작품에 담고 싶은 시대적 명제라 할 수 있다. 그는 무척 자명해 보이는 이 세계가, 실은 꿈과 같다고 해석한다. “나에게 이 세계는 엄청난 신비로 가득하다. 동시에 정신 차릴 수도 없이 복잡하고 가공스럽다. 만물은 생명을 다해도 그 원소들은 없어지지 않는다. 흩어지더라도 우주의 구조와 함께 알 수 없는 인과의 생멸을 거듭한다는 것이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생멸의 연기는 우주 저 멀리까지 펼쳐질 것이다.”(작가 노트) 어린 시절부터 학습한 동양철학과 양자역학 등에 기반을 둔 그의 이러한 통찰은 작품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일필휘지(一筆揮之)로 남긴 역동적인 붓질과 과감한 여백이 아름다운 대형 회화, 여러 층위로 칠한 거친 추상적 붓질과 새와 나룻배 등 1980년대 말부터 작가의 작품에 아이콘처럼 등장한 구체적 형상이 공존하는 회화, 회색이나 흑백의 모노톤 회화와 극적으로 대비되는 형형색색의 눈부신 컬러를 사용해 평면의 캔버스에 무한의 공간성을 구현한 실험적 신작 회화 등을 함께 선보인다. 관객은 이강소가 지난 20년 넘게 전개한 회화적 언어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획과 시서화일률의 문인화, 이강소의 <청명> 연작 -송 희 경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초빙교수/ <청명>, ‘획(劃)’으로 생성된 회화 / 이강소는 사진, 회화, 입체, 설치, 퍼포먼스의 전위 미술을 모두 실험한 작가다. 그가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중추적 인물로 평가받는 이유다. 이렇듯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한 이강소가 이번 갤러리현대의 개인전에서는 신작 회화를 전시한다. 바로 단 몇 번의 붓질만으로 응축된 에너지 와 무한한 상상력을 표출하고, 자율성과 일회성의 조화를 이룩한 <청명(淸明)> 연작이다.
이강소의 <청명> 연작은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치며 예측 불가능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획(劃)’의 회화다. 이는 한지에 수묵 필선으로 대상을 형상화 한 동양의 전통 서화를 연상시킨다. 동양 예술에서 필획은 서예의 기본이자, 회화 창작의 법칙이었다. 그런 까닭에 동양의 예술인은 각자 필획의 함의를 규정하며 이를 창작에서 활용하고자 노력했다. 예컨대 10세기에 활동한 형호(荊浩)1는 수묵산수화 창작에 필요한 여섯 가지 개념을 설명하면서 ‘필(筆)’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정의한 필은 “법칙을 따라야 하지만, 쓰임에 따라 변화하므로 바탕만 취하지도, 형태만 취하지도 않으며, 나는 듯, 움직이는 듯” 구사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형호는 필의 특성을 제대로 숙지해야 “마음이 붓에 따라 움직여 상을 취하는데 머뭇거림이 없는” 상태인 ‘기(氣)’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강소 작가가 최근에 다시 선보인 〈청명〉 연작 역시 의미심장한 서사로 가득하다. 거대한 화면은 여백의 빔(虛, emptiness)이 무한으로 지속되며, 그 간단(間斷) 없는 공간에서 몇 개의 강렬한 획(劃)의 선들이 우리에게 현전(Dasein)한다. 거기(da)에 나타난 선들은 존재(being)의 마음이다. 여백의 빔은 무(無, nothingness)를 상징한다. 무는 단순히 없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로 가득한 것(fullness)이다. 이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이름 지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어쩔 수 없이 현묘(玄妙)하다는 형용사로 표현했을 뿐이다." - 근본의 회화를 향하여 (이진명, 전 대구미술관 학예실장)
그는 행위예술, 환경미술, 설치, 영상, 회화, 판화, 조각 등 여러 장르의 미술을 두루 실험해왔다. 이번에도 뭔가 새로운 것을 찾다 미묘한 감동을 불러오는 사진을 비롯하여 세라믹과 회화도 선보인다.
그는 표현을 최대로 절제하는 작가로 그가 보여주는 전반적 분위기는 고요하고 신비하며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다. 근작에서는 더욱 한국적 감성으로 회귀하는 본능을 보인다. 그리고 인위적인 것은 가능한 배제하고 애써 꾸미지 않는 동양적 미학에 충실하고 있다.
그의 회화언어는 현실에서 어떤 의미를 찾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이미지의 흐름을 추적한다. 현실적 삶에 대해 초탈한 면모를 보이는데 이는 차마 말하기 힘든 개인적 고통에 대한 승화인지 모른다. 하여간 그는 40여 년 끊임없이 미술에 질문을 던지는 작가로 오리그림 등 그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특출한 세계를 구축해왔다.
마음을 비우고 붓을 물처럼 흘리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오리'가 보인다. 벼락 치듯 단숨에 그어 내린 힘찬 획이 파격적이다. 긴장감이 흐르나 물길처럼 자연스럽다. "붓을 마음에 맡겨 물 흐르듯 치면 절로 묘를 얻는다"는 선화(禪畵)를 많이 닮았다.
사물의 핵심을 뽑아서 농축 시킨 서양 추상과는 달리 이 작품은 직관적으로 단숨에 휘갈긴 문자 추상 같다. 따지거나 비교하지 않는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그릴 때 나올 만한 그림이다. 그는 이렇게 자신의 조형언어를 하나의 리드미컬한 선에 담았다.
여백이 많은 것은 역시 이우환이 말하는 '최소의 개입으로 최대의 공간창출'이라는 개념을 떠올린다. 필체도 어떤 틀에 얽매이지 않고 휘휘 날아다니듯 거침이 없다.
무아지경에서 맛보는 기운생동
작품은 글씨와 그림의 경계가 모호한 서예풍이다. 먹빛의 농담(濃淡) 또한 경쾌하다. 그는 어려서 한학자이고 서예에 조예가 깊었던 할아버지, 아버지의 영향인지 '단숨에 그은 획'에서 뿜어내는 힘, 그 기운생동이 참으로 멋지고 힘차다. 관객들은 쉽게 그런 무아지경에 빠질 것이다.
바탕에 쓰인 이런 회백색은 서양인이 내기는 힘든 색이다. 순백의 하얀 백자항아리나 뽀얀 사골 국물의 빛깔이나 새소리, 바람소리, 계곡물 흐르는 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전통산수화에서 보는 그런 색조다.
'섬으로부터'라는 제목이 왜 붙었는지 모르지만 어떤 이상향을 노래한 것 같다. 바다에 출렁이는 파도소리도 연상되고 아니면 구름, 바람, 하늘, 바다가 뒤섞인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의도하는 것을 넘어서 오랜 숙고와 시도 끝에 얻어낸 작품 같다. https://m.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61702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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