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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이이남] 세계 미술계 이슈 던진 'DNA 전자 산수화'

<오마이뉴스기사> http://omn.kr/1ty45

 

작가 DNA로 그린 디지털 '산수화'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 사비나미술관에서 8월 31일까지

www.ohmynews.com

작가의 DNA 축출해 그린 디지털 산수화노마드 스키타이 2021. 6. 15. 14:22 수정 삭제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이 사비나미술관에서 8월 31일까지

사비나미술관 입구에 이이남 전시 안내 홍보물

<1>'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다(The breath of life)' 이이남 작가의 개인전이 사비나미술관에서 8월 31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 총 21점 모니터 영상 15점, 영상설치 6점이 소개된다. 이미 2년 전에 사비나미술관에서 기획된 전시인데 코로나 등으로 조금 늦어졌다.

이번 주제는 시로써 그림을 탐하는 동양미의 정수라는 사공도(司空圖 837-918)의 '이십사시품(二十四詩品)을 근간으로 작품의 세계를 펼쳐나간다. 이이남 작가는 이 시의 첫 구절 "형상 밖으로 훌쩍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손을 쥐다"를 특히 좋아한다. 아래 작품명이다.

이이남 작가는 이 시인을 주목한 것은 팬데믹 시대에 살고 있는 처지에서 그가 우주의 생명 정신을 파악하려고 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또 작가는 이 시인의 예술정신을 근간으로 유리 반사체가 들어간 디지털 산수화를 선보이고 있다.

<2>@ 이이남 I '형상을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 고서, 수조, 모터, 가변크기 2021. 뒤로 작품 '시가 된 폭포'가 보인다.

이이남 작가 팬데믹 시대에 중국 방문을 위해 공항에서 자가격리 12주를 꼬박 보내야 했다. 거의 백일 간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절로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해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성찰하고 사유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역설의 묘미 삶의 전화위복을 보여준다. 그는 이런 감금을 통해 새 작품을 구상하는 뉴아트를 잉태시키는 호기를 얻는다. 하긴 작가는 어떤 위기 속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새로운 걸 착안하는 일에 집중해야 하기에 그런 본능이 작동한 것이 아닌가.

그러면 나는 누구인가? 라는 정체성을 맹렬하게 묻다가 엉뚱하게도 자신의 생체적 DNA부터 알아보자는 호기심이 발동한다. 마침 서울대 '생명과학 연구소'에 친구가 있어 그의 협력으로 작가의 DNA 데이터 추출해 본인의 DNA 염기서열 정보를 알아내게 되었다. 그 연구소에 머리카락을 보내고 자신의 DNA를 축출해 그 데니터로 디지털 작품을 만들었다.

 영상이 반전 되면서 "곽희"의 "조춘도(早春圖)"도 보인다.

<3>@<사진>인간, 자연, 순환, 가족 65" LED TV, 싱글 채널 비디오 2021 작가는 10대, 20대, 40대, 80대 DNA 조사 그걸 시리즈로 작품화하다. 여기서 80대 것은 빠졌다. 작품에서 거울은 역시 자신을 돌아보는 도구라는 메타포가 담겨 있다.

그는 그런 DNA 데이터를 자료 자신의 혈통과 유전자, 예술적 취향을 찾아내고 자신이 고향에서 본 산수화의 고전미 심취하고 있음을 또 작가는 시가 모든 예술의 근원이 되고 '시는 회화와 하나(詩畵一律)'라는 전통을 공감함을 알아낸다. 서양회화에는 풍경화가 있지만, 한국인인 그는 역시 시의 정신이 담긴 산수화 형식을 취할 수밖에 없었단다.

작가는 과학자 말에 의하면 DNA 경이롭고 신비하고 복잡하지만 한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시각 예술가는 그걸 가시화할 수밖에. 작가의 DNA를 작품에 집어넣고 거기서 관객의 혼을 끌어내 작품과 관객을 하나로 묶는다. 거기서 과거 현재 미래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작가의 DNA 데이터가 하얀 눈처럼 쌓이면 그것이 모니터에 반영이 되면서 어느새 중국 북송(北宋) 화가 '곽희(郭熙)'가 완성한 '조춘도(早春圖)'가 그려진다. 경이로운 시각적 착시 현상이 일어난다.

이번 전시의 특징은 과시적이고 상업적이기보다는 세계 미술사에 새 이정표를 제시한 점이다. 작가는 이 점에 대해 “나라는 자아 존재의 연결성을 역추적하고 나는 어디에서 왔는지, 나의 뿌리와 본질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가며, 앞으로 우리의 공동체와 인류는 어떻게 어디로 가는지 상상하고자 한다”라고 고백한다.

이이남 작가가 최근 침체기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의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서 완전히 해갈되었다. 그동안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등 최첨단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두루 실험해 왔다.

영국 작가 중 '마크 퀸'은 자신의 피로 자화상을 그렸지만, 이이남은 작가의 DNA를 축출해낸 데이트를 가지고 디지털 산수화를 그린다. 이런 전자 페인팅 시도는 세계 최초가 아닌가 싶다. 서양 모더니즘의 창시자 '보들레르'는 "아름다운 건 항상 기괴하다(bizarre)"고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이이남(1969~) 간단 소개하면 그의 작품은 국내는 물론 2019년 영국 테이트 모던의 <백남준> 회고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Integrated Systems Europe', 2020년 벨기에 브뤼셀의 한국대사관의 '코리안 미디어 아트월(Korean Media Art Wall)1전시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아시아미술관(SF, 미국), UN본부 등에 소장하고 있다.

첨단아트도 결국 고전회화에서

<6>@중국 왕희맹(王希孟)이 그린 '천리강산도(千裏江山圖)' 이런 고전 작품은 포스트모던하다.

위를 보면 이미 수천 년 전에 디지털 아트를 그런 것 같다. 소스는 역시 고전에서 찾아야 한다. 이이남 작가의 상상력은 물론 한국의 고전회화에서도 겸재 정선 등으로 올라가지만 그 이전의 더 올라가서 역시 중국 고전의 원류와 만날 수밖에 없다는 고백이다.

이이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품의 소재로 선택해 왔던 고전회화가 작가 자신에게 갖는 의미를 되돌아간다. 전남 담양 출신인 작가에게 남도의 풍경과 어려서 본 회화(남종화)는 지금까지의 작품을 이어오게 한 근간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관객들이 거울에 비춘 자신의 모습을 통해 작품 일부가 되어 대상의 본질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 동양의 천지인 세계를 넓게 포용하는 시의 정신을 추구하여, 대상과 주체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가 되는 작품으로 자아를 성찰하도록 한다.

<7>@2층 이이남 I '반전된 빛' 스티로폼, 싱글채널 비디오, 2021/

위 작품에서 밝음은 빛으로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동시에 해(日)와 달(月)의 글자가 마주불 수 없는 상황에서도 서로 떨어질 수 없다는 공존의 의미를 풍긴다. 빛의 움직임과 방향은 실상과 허상을 넘어서야 그 대상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지금은 팬데믹 시대 '눈'의 시대가 아니고 '코'의 시대를 맞이했다. 모든 사람이 눈을 감고 사는 것이 아니라 코를 막고 산다. 이럴 때 예술가의 역할은 사람들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어야하리라. 이번 전시 제목도 바로 그런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앞에서 소개한 '시가 된 폭포'라는 작품이 있다. 고대 갑골문부터 추사의 세한도에 이르기까지 총 5300권에서 받은 문자 데이터로 제작된 것이다. 이 작품에 이이남 작가의 전반적 작품 경향이 보인다. 고전회화를 바탕으로 거기에 '소리(sound), 영상(image), 움직임(mobile)'을 융합한 총제적 '다원예술' 양식이다. 그의 특성이다.

이번 시리즈 물 전시는 중국 허난성에서도 전시되고 있다고 작가는 전한다. 그곳 밀밭 사이 테마파크 파사드에 가로 325m, 세로 16m 대규모 규격을 할당받아 지난 6월 6일 오픈했단다. 그리고 최근 중국 국영 방송 CCTV 뉴스에서도 소개되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