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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샌정III] 내면으로 침잠하는 사유의 축적물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작업하는 화가 샌정의 개인전/ 사물의 실상을 꿰뚫어보는 회화의 세계/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부유감 속에서 추상적 색과 선으로 빚어지는 긴장감/ 원시미술을 연상할 정도로 형상의 틀에서 벗어나 내면으로 들어가 건진 사유들의 축적물/ 샌정 특유의 노스탤지어와 멜랑콜리한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 회화의 본질에 깊이 탐색해온 작가의 고뇌가 담긴 대규모 전시

<오마이뉴스 기사> http://omn.kr/1nb05

 

유쾌한 무지갯빛으로 그린 기하학적 추상화

'샌정-VERY ART',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5월 16일까지

www.ohmynews.com

OCI미술관(관장: 이지현)은 오는 319일부터 516일까지 샌정(Sen Chung, 1963~, 전주 생)의 초대개인전 <VERY ART>를 개최한다회화의 심도 깊은 영역을 탐험하면서 만들어낸 생각의 궤적들을, 몽환적인 추상화로 그려내다. 노스텔지어와 멜랑콜리아의 가미된 분위기 속에서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다./세계는 회화다운 생각이 이르게 되고, 회화는 그 세계를 열어 보인다. 둘과 관계는 운명적이다” -작가 노트

전시 소개

독일 뒤셀도르프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샌정은 회화의 본질에 대하여 오래도록 천착해 왔다. 노스탤지어와 멜랑콜리한 감수성을 기반으로 낭만적인 회화를 보여준 그는 최근 몇 년 전부터 구상에서 반추상으로, 기하학적 추상 표현으로 작업 세계가 변모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변화의 경향이 더욱 심화되어 원시적(primitive)으로 여겨질 만큼 몇 가닥의 색과 선으로 자유롭게 작품을 채우며, 형상의 틀에서 벗어나 내밀함을 강조한다.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이자 그림과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감상자로서 관조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그에게 캔버스는 주관성과 보편성이 마주하고 충돌하는 장()인 동시에 중립을 지키는 중성적 공간이다. 캔버스 안에서 물질과 정신은 상호 교환되며, 그 과정에서 회화 고유의 호흡이 생겨난다.

샌정의 작업을 들여다 보면, 얼핏 모노 톤의 화면으로 균질하게 정돈되어 있는 듯하지만, 물감의 두께감, 선의 갈라짐, 색의 충돌 등 회화적 요소로 인해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작품마다 지닌 리듬감 안에서 색과 선은 뭉쳐지고, 흩어지고, 미끄러진다. 미세하지만 분명한 긴장과 균열은 그의 작품 속 대기감에 섬세하게 파문을 일으키는데, 이 잔잔한 운동 속에서 어느 쪽으로도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미묘함이야말로 샌정 작품에 주요한 분위기이다.

이러한 감각을 작가 본인은 부유감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달리 말하면, 창작 활동 중 끊임없이 감각과 사유의 상호 탐색과 침투가 벌어지며 그 지난한 과정이 마침내 가라앉을 때, 비물질적인 사유가 떠다니다가 캔버스 위에 침전하여, 그렇게 회화가 된다. 마치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듯 사유를 펼쳐내는 샌정의 작업을 통하여 이 전시가 회화가 펼쳐 보이는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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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정 <회화론>

우리가 사는 세계가 회화적인 방식으로 사유하면, 회화는 자신도 모르게 그 세계를 열어 보인다.

이러한 회화는 또한 생각의 흔적이 머물 수 있는 여러 형식 중의 하나이고, 작가의 심상에서 감지되는 아직 접하지 않은 다른 어떤 것을 담는 틀이다. 무엇인가 쉽게 잡히지 않지만 또한 한편으론 시간성 안에서 무한에 가까운 아주 오래 머무를 것처럼 와 닿는 것이 (something intangible, immortality of the soul) 회화라고 여긴다.

더 나아가 그림의 안과 밖 사이에는 상상 가능한 하나의 막이 형성되며, 그림의 안쪽의 시작인 평면의 사각을 응시하면 그 바로 뒤로 그림 밖의 세상과는 다른 대기의 공간이 기대되고 열린다. , 회화의 안과 밖의 관계를 나름대로는 어느 정도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으로 구분하며, 서로 다른 차원에서의 존재 형식을 가진다고 본다. 실존 본질의 이해를 향한 접근방식의 하나의 출구로서 페인팅이 거기에 있고, 화폭 위에서의 작가의 모색은 일정의 함축된 철학을 어느 정도는 시각화한다.

스튜디오에서 본인의 관조적 태도가 회화로 크리스탈화 되는 것을 염두하며, 형상들은 작가의 사유의 끝에서 서로 부딪히고 만나며, 내면 속에서의 이들의 전체적인 혼돈과 고립은 숙고 후에 화면 안으로 탈출하듯이 던져진다.(experience of the mysterious) 이 요소들은 그림 속에서 때로는 일정의 한 지점에 때로는 허공에 던져진 무상한 표상의 그 무엇으로 자리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용 되어지는 모든 회화적 형상은 화면 안에 어색함과 확신의 사이에서 완성될 시점까지 그 평면의 세계에서 특정 의미를 찾으며 부유한다. 구체적으로 최근 작품 속의 무채색의 모노크롬적인 대기감 안에 자리하는 추상 이미지는 물상과 실존의 편린에 가깝다.

파레트 위에서 시작되는 매번의 실습에서 색면과 붓터치, 그것들은 태고의 세계관과 존재론의 질문들과 희석되면서 회화의 형식을 갖춘다. 동시에 화면에서 중첩하며 펼쳐지는 모험에 가까운 미적 판단은 내면에 새로운 형상을 가져다주고, 미학적 접근을 심화시키기도 하면서 생각의 표출을 좀더 자연스럽게 만드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캔버스에 물감과 붓으로 실린다.

이를 토대로 동양적 감수성에 바탕을 둔 회화론 위에 동양과 서양회화의 접점을 모색하며,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페인팅 그 자체를 숙제로 안고 있는, 현대적 의미에서의 회화 미학또는 미적 판단의 해석과 재해석(somehow, pushed the boundaries of painting)에서 작품 제작의 가치를 두며, 미술사에서 보이듯, 한 작가의 큰 걸음 뒤로 회화는 어떤 의미에서 또는 어떤 범주에서 유한성과 무한성(Mortality and Immortality) 사이를 이어주는 거대한 다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