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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 푸아티에(Poitiers)에서 '여정(Traversées)'

[김수자, 프랑스 푸아티에(Poitiers)에서 프로젝트 《여정(Traversées)》] 전시기간: 2019년 10월 12일(토) – 2020년 1월 19일(일) 전시장소: 프랑스 푸아티에(Poitiers) 시 전역 예술감독: 엠마 라비뉴(Emma Lavigne), 엠마뉴엘 드 몽가종(Emmanuelle de Montgazon) 웹사이트: https://www.traversees-poitier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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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가 김수자는 2019년 10월 12일부터 2020년 1월 19일까지 프랑스 푸아티에(Poitiers) 시가 주관하는 《여정(Traversées)》 프로젝트의 첫 번째 에디션에 참가한다. 프랑스 중부의 푸아티에는 정치종교적으로 ‘유럽’이라는 개념을 최초로 정립하는 계기가 되었던 아랍권과의 전쟁, 일명 ‘푸아티에 전쟁’으로 유명한 중세도시로, 현재는 중세미술의 현대성에 관한 심포지엄을 기획하는 등 도시의 현대화에 대한 고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현대 철학과 미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미셸 푸코의 탄생지이기도 한 교육도시로, 매해 푸코를 기념하여 심포지엄을 개최하기도 한다. 특히 올 11월에는 김수자의 작업에 중요한 핵심 중 하나이기도 한 ‘가족’이라는 주제를 통해 푸코를 독해하는 심포지엄이 예정돼있다.

《여정》은 푸아티에 시장과 전(前) 루브르 관장이자 지난 2015년 한불 50주년 예술축제를 총감독한 바 있는 앙리 루와렛(Henri Loirette)이 비엔날레의 형식으로 창설하고 엠마 라비뉴(Emma Lavigne, 전 퐁피두 메츠 관장, 현 팔레드 도쿄 프래지던트)와 엠마뉴엘 드 몽가종(Emmanuelle de Montgazon, 독립큐레이터)의 공동 예술감독 하에 꾸린 전시다. 푸아티에 시의 주요 랜드마크인 아끼뗀 공작 궁전(Palais des ducs d’Aquitaine)을 위시한 도시의 역사 및 문화유산과 긴밀히 소통하며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고자 고안된 본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통해 푸아티에 시는 “현대의 창조물이 도시 전역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며 비로소 외부 세상에 문을 열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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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티에 시의 첫 번째 《여정》을 책임질 작가로 선정된 김수자는 자신뿐 아니라 여타 다른 예술가들을 초대해 각자의 시선으로 푸아티에 시를 관찰하고 해석하게끔 했는데, 그 의도는 작가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90년대 이래로 줄곧 노마드로 지내온 나의 작가로서의 작업사와 깊게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한반도의 DMZ 근처에 거주하며 지속적으로 국경이라는 경계에 노출된 채 ‘노마드 가족원’으로 지낸 나의 유년기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정’이라는 개념을 보다 넓은 맥락에서 접근하여 그 진리와 미학을 고찰하는 본 전시의 맥락 하에, 나의 작업과 공명하는 작업을 하는 동료 작가들을 초대하는 일은 고무적이고 신나는 일이었다.” 특히 김수자가 초대하는 16명의 예술가 중 한국의 예술가로는, 독특한 창법의 여정으로 정가(正歌)의 지속성과 현대성을 구가하는 정마리가 있다.

푸아티에 시의 풍요로운 역사에 새로운 장을 추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본 행사 안에서 관람객은 일종의 방랑자가 되어 미술작품 사이의 미로 같은 길을 배회하고 방황하며 새로운 발견의 기회도 함께 맞이할 수 있다. 관람객을 인도에서 한국, 페루, 일본을 거쳐 모로코로 안내하는 김수자의 《여정》은 설치, 콘서트, 퍼포먼스가 선사하는 운율의 세계, 그 다채로운 여행길로의 초대다.

이번 《여정》에서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라는 새로운 환경에 이입된 김수자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이 도시의 유적지를 감각적 경험의 장으로 변모시킨다. 불투명한 굴절 필름으로 포장한 창문과 거울을 활용한 작업 <숨쉬기(To Breathe)>는 다양하게 변주된 모습으로써 그 주변 공간을 변모시키는데, 이로써 주위 환경은 이 세상의 고난과 시련에 의해 헤진 신체를 보호하는 일종의 섬세한 가죽으로 탈바꿈한다. 이에 따라 방문객은 새로운 관점, 즉 다름 아닌 작가들의 눈과 신체로 매개된 푸아티에 시를 다시 보게 된다.
한편 민 타나카(Min Tanaka)는 공간을 춤추게 하고(dance the place), 레니오 카클리(Lenio Kaklea)는 지역민들의 제스처와 의례를 안무로 연출하며, 토마스 페랑(Thomas Ferrand)은 야생 식물군을 관찰하는 산책 투어를 제안하는데, 특히 중간중간 음식이 제공되는 휴식과 함께 그 특색이 더해진다. 또한 출처를 알 수 없는 낯선 사운드가 등장하면서 본 탐험길에 청각적 배경을 설정하기도 한다. 스티븐 비티엘로(Stephen Vitiello), 토모코 소바지(Tomoko Sauvage), 미리암 보처(Myriam Boucher)의 작품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가 관람객을 더욱 친밀하고 성찰적인 경험으로 초대하는 와중에 새미 발로지(Sammy Baloji) 작품의 사운드트랙으로 기능하는 공장의 소음과 성가대 소년들의 노래소리는 콩고의 (탈)식민주의 역사를 고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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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세계 각지의 사회가 시민들의 이주 패턴에 점차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오늘날, 여행 및 강제 이동 등의 현상을 추동하는 요소들에 대해 고찰한다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김수자처럼 끊임없이 이동의 상태에 놓인 작가에게 푸아티에라는 도시는 잠시 보따리를 풀어놓을 수 있는 피신의 장소로 기능한다. 김수자의 세상이 담긴 이 보따리와 소통하기 위해 타다시 가와마타(Tadashi Kawamata) 등의 여타 작가들 역시 자신만의 고치(cocoon)를 제작했고, 특히 아킬리 소라(Achilleas Souras)는 구명조끼로 이글루를 만들기도 했다. 카메룬의 철학가 장-고프리 비디마(Jean-Godefroy Bidima)에 의하면, “여행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이 세상이 무결한 과정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철학에 대응하여 작가들은 잠시 멈춰 숨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정》 전시는 또한 집단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지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 전시로 선보인 바 있는 김수자의 <마음의 기하학(Archive of Mind)>의 중심에서는 관람객이 찰흙을 빚고, 리 밍웨이(Lee Mingwei)의 <수선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찢어진 옷을 수선하며, 수보드 굽타(Subodh Gupta)가 마련한 인도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다. 그런 점에서 《여정》은 참여 작가들에게 여행을 타자성과 환대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활동으로 바라보는 창의적인 워크샵을 제공하는 셈이다. 이는 김수자로 하여금 “나와 타자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도록 이끈 “경계, 그리고 그 이면에 사는 이들에 대한 생각들”과도 공명하는 지점이다.

김수자 프로젝트 《여정(Traversées)》 초대 작가(16인) Sammy Baloji (콩고민주공화국/벨기에), Myriam Boucher (캐나다), Compagnie l’Homme Debout (프랑스), Ensemble 0 (프랑스), Taylor Deupree (미국), Thomas Ferrand (프랑스), Subodh Gupta (인도), Jung Marie (한국), Lenio Kaklea, (프랑스/그리스), Tadashi Kawamata (일본/프랑스), Lee Mingwei (대만/프랑스), Min Tanaka (일본), Tomoko Sauvage (프랑스/일본), Achilleas Souras (영국/그리스), Stephen Vitiello (미국), Rirkrit Tiravanija (독일/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