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우, 제미영전 'WITH SILK'] 2019. 03. 02 ~ 2019. 03. 12
한옥갤러리 https://www.facebook.com/galleryHANOK/
섬과 사람, 그리고 풀
여의도는 한강에 위치한 ‘섬’이다. 섬은 강 또는 바다 등의 수역으로 둘러싸인 육지의 일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다소 외로움의 정서가 묻어나는 단어이다. 한편으로는 번잡한 세속은 잠시 멀리한 채, 오롯이 한적함과 여유로움에 빠져들 수 있는 공간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심리적 차원이 아닌 실재적인 공간으로서의 여의도라는 섬은 한국 금융의 중심지이자 현대 도시 문화의 면모가 대표적으로 잘 드러나는 곳이다. 하루 종일 환하게 불을 밝히는 높은 빌딩 사이로,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앞만 보며 가는 사람들, 혹은 숫자에 고개를 묻은 채 이끌려가는 사람들... 다양한 군상들이 우리 주위를 흘러가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지 못한 채 빠르게 우연적으로 스쳐갈 뿐이다. 그 속에서 한적함이나 여유로움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것이 된다.
우리 주위를 둘러싼 환경을 바라보는 데는 우리의 수만큼이나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겠지만, 대부분의 시선은 더 높고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자신의 현 상태에 만족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고 더 높은 곳에 위치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인간 본성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현재 보다 더 나은 상태로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너무 빠른 템포를 재촉하기에 주위를 둘러보는 시각에 잦은 단절을 만들어내곤 한다. 사람들은 점차 섬이 되고 외로움은 일상이 되어 버린다.
성민우의 시선은 조금 더 느리게, 조금 더 아래로 향해있다. 때로는 너무나 낮게 깔려 있다. 그녀 또한 욕망을 가진 인간이겠지만, 그것에서 한 발 물러나 관조적으로 자신과 자신을 에워싼 환경을 둘러보고자 한다. 매우 세심하지만 까다롭지는 않고, 느슨하지만 헐겁지는 않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서 ‘풀’을 마주한다. 낮은 곳에 위치하기에 시선의 바깥에 머물렀던, 흔하디 흔하기에 관심 밖을 맴돌던 ‘풀’ 말이다. 그러한 풀에서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우연이 아닌 작가와 풀 사이의 필연 때문일 것이다.
가지각색의 풀들은 마치 한 덩이 같은 모습을 취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닿아있었다. 아무런 주의도 받지 못한 채, 척박한 땅에서 온전히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피를 나눈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엉켜있음은 관심에서 비롯한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피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핏줄처럼 뻗어 있는 잎맥으로부터 결국 사람으로 즉, 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게 만드는 것은 작가의 의지이다. 관계로부터 비롯한 관계로 서로가 서로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하려는 인연에의 의지이다.
조금 더 낮고 조금 더 느린 발걸음에서 만난 풀. 그것은 섬으로 변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단서로서 다가오고 있다. -KSD갤러리 자료 https://www.ksdgallery.kr/ksd/ko/exhibition/info.do?idx=123
<제미영 작가>
얼핏 보고는 물감으로 그린 줄 알았다. 그런데 독특한 질감이 눈에 밟혀 다시 들여다보니, 한복 천을 오리고 붙였다. 가늘게 잘린 천은 날렵한 지붕 선이 됐고, 둥글게 오린 천은 막 피어난 꽃봉오리가 됐다. 뭐지, 이 색다른 기법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는데, 회의가 들었어요. '이게 진짜 내 그림 맞나? 외국의 그림들을 흉내 내고 있는 건 아닌가?' 그래서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홍익대 동양화과에 편입해 다시 공부했죠. 그러자 비로소 길이 보이더군요. 서양화 기법을 가미한 작품을 그리면서 제법 재미나게 작업했어요."그러다 또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고향인 부산과 달리 서울에 오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 붓을 잡을 수 없는 답답한 시간이 계속됐다. 그러다 우연히 그림을 그리고 남은 자투리 광목천에 눈길이 갔고, 그것을 한 조각 한 조각 꿰매나가기 시작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했다. 그렇게 며칠을 작업했을까? 원형의 큰 조각보가 탄생했다. 의도치 않게 완성된 조각보를 한참 들여다보다 가위를 들고 싹둑싹둑 잘랐다. 마치 신들린 듯이. 정신을 차려보니 조각보는 산산조각 나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그런데 그 조각에서 지붕 선이 보이고 길이 보이고 나무가 보였다. 기다란 조각을 하나하나 선으로 이어 집을 만들고 길을 놓으니 동네가 완성됐다.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이 찌릿하면서 눈이 번쩍 뜨였어요. 바로 이거다, 바로 이게 내가 하고 싶은 거다!" 전통 조각보를 현대미술 영역으로 끌어들인 제미영 작가의 바느질 콜라주 작품은 이렇게 탄생했다. -서울 사랑 글 중에서
http://love.seoul.go.kr/asp/articleView.asp?intSeq=4262&tr_code=snews
한옥갤러리 전시장 풍경 [성민우, 제미영전 'WITH SILK'] 2019. 03. 02-2019.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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