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빅브라더 블록체인》
<백남준 공식: 전쟁=불통과 소외, / 평화=소통과 참여 / 1977년 2차대전 최대 격전지인 솔로몬 제도에서 있는 과달카날에 가서 '전쟁=불통 귀신을 쫓아내는 씻김굿(피의 능선 Bloody ridge 을 씻어내기)'을 백남준은 살렷 무어먼과 함께 퍼포먼스로 하다. 1977년은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굿이 지역적(2차 세계 대전 최고 격전지)이었다면, / 1984년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는 그 범위를 확장해 전 지구적(우주적) 세계 평화를 위해 혼자 하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살렷 무어먼은 물론이고 당시 최고 슈퍼급 아티스트(대중예술가와 고급예술가)를 다 초대하고, 자비 2억 5천억을 기부해 위성 오페라 기원굿 벌리다>
백남준, 〈과달카날 레퀴엠〉, 1977(1979) <백남준 조수 빌 비올라 촬영>
과달카날 섬은 서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섬 중 하나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로 미군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 지역이다. 백남준은 동료 살럿 무어먼과 함께 전쟁의 흔적이 남은 과달카날 섬을 찾아가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했다. 군복을 입고 등에 총 대신 첼로를 멘 무어먼은 해변을 기어다니면서 연주하고 시체 가방에 몸을 숨긴 채 퍼포먼스를 벌였다. 무어먼의 연주는 물론 요셉 보이스가 펠트로 감싼 첼로,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촬영, 백남준의 실험적인 합성 기법이 어우러진 〈과달카날 레퀴엠〉에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비디오의 역할과 전쟁 없는 사회를 향한 백남준의 바람이 담겨있다. 전쟁으로 죽은 이들의 안식을 바라는 '레퀴엠'은 상흔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과 비디오 예술가의 수행을 함축한다.
<1977년 과달카날 섬은 서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세계 2차대전 격전지)에서 무어먼과 반전 평화 퍼포먼스을 벌리고 그것의 우주적 확장이 목적> 1984년 백남준 위성아트의 변 “칼과 피, 고통과 증오, 살육과 침략으로 얼룩진 전쟁으로서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 마음과 가슴, 가슴과 기술을 한데 묶어 세계를 정복하는 나만의 칭기즈칸을 세상에 내놓겠다.”
[] 백남준의 위성 3부작의 시작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 40주년을 기념하며 2개의 특별전을 3월 21일 동시에 선보여 []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현재를 연결의 기술이 정점에 이른 인공위성 시대로 진단하고 40년 전 백남준의 위성 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 []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하며, 블록체인으로 상징되는 다가올 기술 미래를 전망
[전시개요] 1.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전시기간 : 2024.3.21~2025.2.23.◦전시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기획 : 김윤서(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참여작가 : 백남준, 바밍타이거 X 류성실 ◦주최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전시개요] 2.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전시기간 : 2024.3.21.~2024.8.18 ◦전시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제2전시실◦기획 : 이수영, 임채은(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참여작가 : 권희수, 삼손 영, 상희, 이양희, 장서영, 조승호, 홍민키, HWI(휘), 히토 슈타이얼◦ 주최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백남준, 〈과달카날 레퀴엠〉, 1977(1979) <백남준 조수 빌 비올라 촬영>
과달카날 섬은 서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섬 중 하나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로 미군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 지역이다. 백남준은 동료 살럿 무어먼과 함께 전쟁의 흔적이 남은 과달카날 섬을 찾아가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했다. 군복을 입고 등에 총 대신 첼로를 멘 무어먼은 해변을 기어다니면서 연주하고 시체 가방에 몸을 숨긴 채 퍼포먼스를 벌였다.
무어먼의 연주는 물론 요셉 보이스가 펠트로 감싼 첼로,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촬영, 백남준의 실험적인 합성 기법이 어우러진 〈과달카날 레퀴엠〉에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비디오의 역할과 전쟁 없는 사회를 향한 백남준의 바람이 담겨있다. 전쟁으로 죽은 이들의 안식을 바라는 '레퀴엠'은 상흔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과 비디오 예술가의 수행을 함축한다.
▢ 전시소개▢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는 박남희 관장 취임 이후 첫 전시로, 백남준의 위성 3부작의 시작을 알린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기념하는 2개의 특별전을 개최한다.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와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오는 3월 21일에 동시 개막한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은 미국 공영 방송 WNET과 각 도시의 방송국, 당대 손꼽히는 예술인과 대중음악 가수들의 협력으로 구현했다. 암울한 감시 사회를 예견했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에 대해 ‘조지 오웰, 당신은 반만 맞았다’는 백남준의 응답이 담겨 있다. 1984년 새해, 백남준은 전 세계 2천5백만 명의 시청자들과 함께 즐거운 소통을 도모하면서 당시 제한된 소수의 권력만이 접근할 수 있었던 TV 방송의 긍정적인 쓰임과 기술 전환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24년, 조지 오웰의 시선과 백남준의 답변이 동시대에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리고 감시와 통제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치가 무엇인지 두 특별전을 통해 사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하며 과거의 장면들을 통해 현재를 마주한다. 주요 전시작으로 백남준이 제2차 세계대전 격전지를 찾아 제작한 〈과달카날 레퀴엠〉(1977/1979)을 시작으로 〈굿모닝 미스터 오웰〉 뉴욕 라이브 방송, 마지막 위성 작품 〈세계와 손잡고〉(1988)를 통해 백남준이 기술을 통해 궁극적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만남과 공존의 가치를 조명한다.
백남준의 작품과 더불어 얼터너티브 케이팝 그룹 바밍타이거와 미술가 류성실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의 내용과 형식을 오마주한 신작 〈SARANGHAEYO 아트 라이브〉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동시대 아티스트의 새로운 쌍방향 소통 방식과 이들이 진단하는 평화와 예술의 현주소를 함께 제시한다.
<두 번째>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섭외했던 수많은 예술가들의 미래인 동시대 작가 아홉 명이 참여하는 전시로, 새롭게 제작된 커미션 작품들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작품들은 오늘날 만연한 기술과 정보 통제에 대항하여 대안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한다. 본 전시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기술의 용도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조지 오웰이 간과했던 나머지 “절반”을 증명한 백남준의 이상을 좇아간다. 이를 통해 동시대 예술가들과 함께 기술의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고, 또 다른 기술의 미래에 대해 상상해 보고자 한다.
<두 특별전> 대중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채로운 연계프로그램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일어나 2024년이야!》에서는 2022년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오페라 샬로트로니크》에 참여했던 배우 황석정이, 《빅브라더 블록체인》에서는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창작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신록이 오디오 가이드 녹음에 참여해 관람객들에게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특별한 전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또한 두 특별전 모두 아티스트 토크가 준비되어 있어 보다 가까이 참여 작가가 관람객을 찾아갈 예정이다. 한편 《일어나 2024년이야!》에서는 관객 참여형 〈비디오 부스〉가 신재영 작가의 협력으로 조성되어 전시 기간 중 방문한 관객 누구나 즐거운 비디오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전시의 개막식은 2024년 3월 21일 오후 4시에 동시에 진행된다. 백남준아트센터의 상징인 백남준의 〈TV 정원〉(1974/2022)에서 조승호, 권희수 작가의 퍼포먼스가 시작되며, 2부에서는 HWI(휘)와 김도언의 퍼포먼스가 카페 테라스에서 진행되어 화창한 봄날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일어나 2024년이야!》는 2025년 2월 23일까지 백남준아트센터 제1전시실에서 진행되며, 《빅브라더 블록체인》는 2024년 8월 18일까지 제2전시실에서 진행된다.
백남준, 〈TV 부처〉, 1974(2002) : 〈TV 부처〉는 부처 조각상이 카메라에 실시간 촬영중인 스스로의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설치 작품이다. 카메라와 촬영 대상, 모니터가 서로 순환하는 폐쇄회로 구조는 백남준이 자신의 작품에 즐겨 사용하던 요소로, 깨달음에 이른 부처와 텔레비전의 조합이 재미있는 대조를 만들어낸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을 통해 가상의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함께 살아가며 자아와 시공간을 초월하는 선적인 경험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텔레비전 안과 밖의 두 부처상은 같으면서도 다른 시공간 속에 있기 때문이다. 〈TV 부처〉는 관객에게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폐쇄회로의 기계 구조 안에서 카메라로부터 모니터까지 전송되는 미세한 시간의 차는 얼마만큼 유의미한가. 부처상이 화면에서 생방송으로 현재 자신의 이미지를 보는 것과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돌려 보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TV 부처〉는 서로 묻고 답하는 쌍방향 텔레비전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생방송에 대한 백남준의 구상을 함축한다
백남준, 〈칭기즈 칸의 복권〉, 1993 / 〈칭기즈 칸의 복권〉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 전시되었던 작품으로, 자전거를 탄 로봇이 텔레비전을 가득 싣고 있는 조각이다. 백남준이 형상화한 20세기의 칭기즈 칸은 잠수 헬멧을 쓴 머리, 철제 주유기로 된 몸체, 플라스틱 관으로 만든 팔로 구성되었으며, 말 대신 삼천리 자전거를 타고 있다. 자전거 짐받이에는 10대의 텔레비전 케이스를 가득 싣고 있으며 텔레비전 속 기호와 문자는 네온으로 빛난다. 과거 인류가 수레와 말, 자동차 따위의 운송 수단으로 물자를 이동하고 권력을 쟁취했다면, 21세기는 광역 통신망을 통한 정보 중심 사회가 될 것을 예견하며 “전자초고속도로”라는 개념으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가 인터넷으로 대체된 것을 시각화한다. "칼과 피, 고통과 증오, 살육과 침략으로 얼룩진 전쟁으로서가 아니라 마음과 마음, 가슴과 가슴 그리고 기술을 한데 묶어 세계를 연결하는 나만의 칭기즈 칸을 세상을 내놓겠다."는 백남준의 말은 그가 예술에 위성을 결합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 Wake Up! It’s 2024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는 오는 3월 21일부터 2025년 2월 23일까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일어나 2024년이야!》를 개최한다. 전시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1949)에서 착안한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1984)을 통해 백남준이 궁극적으로 지향했던 세계 평화의 가치에 주목한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백남준이 기획한 위성 쇼로, 미국 공영 방송 WNET과 각 도시의 방송국, 당대 손꼽히는 예술인과 대중음악 가수들의 협력으로 구현했다. 백남준은 전 세계 2천5백만 명의 시청자들과 함께 오웰이 예견한 통제의 기술을 즐거운 만남과 소통의 기술로 제시했다. 전시 제목 《일어나 2024년이야!》은 미국 밴드 오잉고 보잉고가 1984년 백남준의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참여하며 발표한 노래 제목 〈일어나 1984년이야!〉를 2024년으로 재설정한 것이다. 기술 감시 사회에서 빅브라더에 대응해 깨어있으라 주문하는 40년 전의 메시지는 지금도 낯설지 않다. 그리고 세계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미디어 감시와 전쟁이 끊이지 않는 미래 사회를 그린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해가 되었을 때, 백남준은 이미 고인이 된 오웰과 소설에 대한 응답으로 위성 방송을 내놓았다. 1984년 새해에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 연결하는 위성 텔레비전 생방송 〈굿모닝 미스터 오웰〉은 오웰이 우려한 통제의 기술을 전 세계 2천5백만 명의 시청자들과 함께 즐거운 소통의 기술로 전환했다. 오웰의 소설 속 텔레스크린과 같은 기술 네트워크가 개인을 억압하는 전체주의적 감시망이었다면, 백남준에게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만나고 다른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었다.
1980년대 위성은 냉전의 산물이자 거대한 국가적 자본을 투입한 하이테크놀로지의 결정체로, 이러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몇몇 방송국과 나사(NASA) 정도였다. 그러나 백남준은 위성 방송 시스템을 대륙 간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할 수 있는 기술로 구상했고, 여러 협업자들과 예술로 소통하며 이를 실현했다.
오웰이 예고한 감시 사회와 백남준이 바랐던 전 지구적 연결은 모두 일상이 되었다. 전시는 현재를 연결의 기술이 정점에 이른 인공위성 시대로 진단하고 40년 전 백남준의 위성 예술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 궁극적으로 지향한 세계 평화의 가치에 다시 주목한다. 밤하늘의 별처럼 크고 작은 인공위성이 지구를 가득 덮은 지금, 우리는 폐허에서도 전쟁의 참상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위성망의 효용에 환호하기 전에 연결의 기술을 소통과 평화의 동력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다.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는 오는 3월 21일부터 8월 18일까지 굿모닝 미스터 오웰 40주년 특별전 《빅브라더 블록체인》을 개최한다. 《빅브라더 블록체인》은 아홉 명의 동시대 작가로 구성된 전시로,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이 상징하는 미래의 전망을 다룬다. 전시 제목에서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모든 정보를 독점하며 사회를 감시하는 가상의 독재자를 의미한다. 반면 ‘블록체인’은 정보를 분산 저장하여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술을 말한다. 서로 상충하는 두 단어가 맞서고 있는 전시 제목이 의미하듯, 본 전시는 중앙집권적인 정보 기술에 대항하여 대안적인 미래를 내다보고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는 현대 예술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빅브라더 블록체인》에 참여한 작가들은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 섭외했던 로리 앤더슨과 피터 가브리엘, 존 케이지, 머스 커닝햄과 같은 다채로운 예술가의 미래다. 먼저 홍민키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뉴욕과 파리를 연결했던 사회자에 주목하여 1984년과 현재의 연결고리를 만든다. 작가는 빅브라더를 상징하는 유투버 BB를 등장시켜 디지털 세계에서 은밀하게 벌어지고 있는 감시와 착취를 드러낸다. 장서영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로리 앤더슨이 공연하는 비행기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장서영의 신작 〈터뷸런스〉는 AI 자동추천 알고리듬으로 초개인화되는 미디어와 인류의 운명을 위태로운 비행에 빗대어 표현하였다. HWI(휘)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부터 40년 떨어진 미래인 2024년에 서서, 기시감을 떨쳐낼 수 없는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반추한다. 신작 〈너의 전생〉을 통해 화석연료가 고갈되고 물에 잠긴 세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세계를 재건하는 가상의 미래를 그린다. 권희수는 프로젝터 앞에 셔터스피드 조절장치를 설치하여 분해된 빛이 전시실 풍경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하고 변형하는 〈나선필름〉을 상영한다. 이 작품은 즉석에서 촬영한 영상과 여러 비디오 소스들을 편집하고 합성했던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반세기를 뛰어넘어 관통한다.
히토 슈타이얼의 〈태양의 공장〉(2015)은 모션캡쳐 스튜디오에 고용된 이들의 육체적인 노동이 가상 세계로 전환되는 이야기를 그려내며 우리의 현실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가상 세계, 즉 오늘날 데이터 기반 사회를 드러낸다.
국내에서 처음 전시되는 삼손 영의 〈제단 음악(우유부단한 신자를 위한 예배)〉(2022)은 인간의 감정과 행위를 기계에 위임하는 행위를 읽을 수 있는 모티프를 전시실 곳곳에 설치하여 기술에 대해 인간이 갖고 있는 신념과 태도에 의문을 제기한다. 조승호는 기술의 통제를 거부하고 숨으려 하지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신작 〈은신처〉를 제작하여 동시대의 기술 환경에 대한 저항을 드러낸다. 신작 〈트립 더 라이트 판타스틱〉에서 이양희는 온라인에서 청소년들을 만나 춤으로 함께 몰입하는 과정을 촬영하고 후편집한 영상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퍼포머와 관객이 이원화된 공연예술의 전형에서 벗어나, 누구나 어디서나 퍼포머이자 관객이 되는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 속 공연예술의 미래를 제시한다. 상희는 〈원룸바벨〉(2022-2023)에서 한국 청년들의 특수한 주거공간이자 거주자들의 사적인 삶이 기록된 원룸을 표면화하는 한편, 원룸을 심해에 쌓아 올린 몽환적인 공간으로 그려냄으로써 VR의 매체성을 경유하여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복잡한 역설을 그려낸다.
1984년 백남준은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통해 미디어 기술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전 세계에 보여주며 오웰이 간과했던 나머지 “절반”을 증명했다. 백남준이 〈굿모닝 미스터 오웰〉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위성으로 시공간이 압축되어 버린 새로운 인터넷 시대였다. 나아가 기술의 용도변경이 가능하다는 희망이었다. 본 전시는 백남준이 꿈꿨던 이상을 좇아 기술의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고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세상에 대해 상상해 보고자 한다.
백남준, 〈과달카날 레퀴엠〉, 1977(1979) <백남준 조수 빌 비올라 촬영>
과달카날 섬은 서남태평양 솔로몬 제도의 섬 중 하나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로 미군으로 구성된 연합군과 일본군의 전투 지역이다. 백남준은 동료 살럿 무어먼과 함께 전쟁의 흔적이 남은 과달카날 섬을 찾아가 참전 군인과 주민을 인터뷰했다. 군복을 입고 등에 총 대신 첼로를 멘 무어먼은 해변을 기어다니면서 연주하고 시체 가방에 몸을 숨긴 채 퍼포먼스를 벌였다. 무어먼의 연주는 물론 요셉 보이스가 펠트로 감싼 첼로,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의 촬영, 백남준의 실험적인 합성 기법이 어우러진 〈과달카날 레퀴엠〉에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비디오의 역할과 전쟁 없는 사회를 향한 백남준의 바람이 담겨있다. 전쟁으로 죽은 이들의 안식을 바라는 '레퀴엠'은 상흔을 치유하는 예술의 힘과 비디오 예술가의 수행을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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