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3월 19일 강서경 개인전 《마치 MARCH》 개최 / 전시기간: 2024년 3월 19일(화)~4월 28일(일) /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K3 // [강서경] 시간을 공간에 실과 전통 창살과 뜨개질 그리고 악보 미학을 베이스로 한 설치미술로 형상화. 여백이 많아 사람들 마음에 틈을 내고 여유를 준다. 그래서 막힌 세상에 작은 물고 터준다. 살다 보면 부딪치는 생활의 아픈 구석을 어루만져 준다. <수정 중>
국제갤러리는 3월 19일부터 4월 28일까지 강서경의 개인전 《마치 MARCH》를 개최한다. 그동안 강서경은 오늘날의 현대사회에서 각 개인이 굳건히 딛고 설 수 있는, 나아가 뿌리내릴 수 있는 땅의 규격을 자신만의 그리드로 표현하며 그 범주를 조금씩 확장해왔다. 국제갤러리와의 첫 전시에서 그는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에, 마치 행군하듯 힘껏 발걸음을 내딛으며 다시 한번 자신의 토양을 단단히 다져보고자 한다. 특히 K3 공간에서 힘차게 봄의 도래를 선언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시간성’에 대한 고찰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대부분 신작 조각 및 회화군으로 구성되는 본 전시는 강서경의 주요 개념 ‘정(井)’ 및 ‘모라(Mora)’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가의 시각적 문법을 관통하는 사각 그리드의 논리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창안한 유량악보인 ‘정간보(井間譜)’의 기호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바둑판처럼 생긴 정간보 안에서 ‘우물 정(井)’자 모양의 각 칸은 음의 길이와 높이를 나타낸다. 작가는 음이 연주되는 방식을 서술하는 이 사각의 틀을 개념적으로 번안해 회화의 확장의 무대로 삼는다. 마치 땅속 깊이 파고든 우물과 같이, 강서경은 각 ‘정’의 터전 위에서 다양한 시간의 층위를 쌓아 올리며 자신의 회화가 서술하는 시공간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그동안 다양한 형태의 ‘정’이 강서경의 여러 회화 및 조각의 물리적 틀로서 기능해왔고, 올봄 K3에서는 이를 물들인 비단으로 구축하여 무한한 시공간이 담긴 회화의 터전으로서 그 여정을 이어간다.
언어학에서 ‘모라’는 음절 한 마디보다 짧은 단위를 칭한다. 자신의 회화를 시간을 담는 틀로 활용하는 강서경에게 ‘모라’는 회화, 즉 서사가 축적될 수 있는 시간의 시각화된 단위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모라 — 누하〉 연작은 시간성을 그리고자 하는 작가의 열망을 어쩌면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군이라 할 수 있다. 본래 강서경은 캔버스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그림을 그린다. 수평으로 눕힌 캔버스 위로 쌓아 올리는 물감은 캔버스의 네 옆면으로 흘러내리게 마련이고 각기 다른 물감이 흘러내린 흔적을 통해 시간의 층위를 직관적으로 목격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도출되는 캔버스의 옆면은 일찍이 강서경 회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는데, 누하동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이번 〈모라 — 누하〉 연작은 오랜 시간 캔버스의 면면을 따라 흘러내려 밑으로 떨어지는 물감을 모아 종이에 비단의 층위를 덧대어 완성한 작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캔버스의 물리적인 표면 너머로 이어지는 물감의 여정을 포착해 보여주고, 따라서 이 작업은 그간 걸어온 시간에 대한 초상이자 개인의 일상 속 시간이 축적해 나가는 역사성에 대한 시적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아워스 — 일〉 연작 안에서 강서경의 〈모라〉 회화는 둥근 나무 프레임 안에 담긴다. 실을 꼬아 수놓은 나무 프레임은 생(生)에 대한 작가의 예찬이자 여성의 노동의 시간에 대한 기록이다. 더 나아가 나무 프레임의 둥근 형태는 그 모양으로서 직접적으로 시간의 순환을 상징하는데, 그러한 나무 프레임이 감싸고 있는 반투명한 비단은 새벽과 석양의 하늘빛을 닮도록 은은하게 염색되어 있다. 이러한 하늘의 풍경 옆으로는 염색된 울을 통해 표현된 낮과 밤의 풍경들이 K3의 벽면을 장식한다.
한편 K3의 천장과 바닥에는 작가의 새로운 조각군이 소개된다. 브론즈를 구부리고 표면을 두드려 제작한 신작 〈산 — 아워스〉는 공중에서 낮게 매달려 관람객을 맞이하는가 하면, 나무 좌대 위에 선 둥근 형태의 작업은 벽면의 다른 회화를 작품 내부의 공간으로 함께 담아낸다. 꽃잎을 닮은 곡선 고리를 두른 〈산 — 꽃〉은 돌고 도는 시간의 순환을 상기시키며 봄의 풍경에 방점을 찍는다. 작가가 그려낸 새로운 계절의 산수 안에서 움직임에 따라 시시각각 모양과 방향이 변화하는 작품 사이를 거닐며,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마주할 각자의 용기를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난 강서경은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회화적 언어를 확장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자신의 신체 및 개인사에서 추출한 서사적 요소들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전통적 개념과 방법론을 재해석해 자신만의 조형 논리로 직조해 내는데, 특히 '진정한 풍경'을 바라보는 방법에 대한 현대적 표현방식을 실험하며 현 사회 풍경 속 개인의 자리를 고찰한다. 이렇듯 전통이라는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점으로 소환해 구축해낸 새로운 시공간 속에서 각 작품군은 서로 유기적으로 헤쳐모이며 오늘날 개인이 뿌리내릴 수 있는 역사적 축으로서의 공간적 서사를 제공한다.
강서경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이후 영국 왕립 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였으며 현재는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리움미술관, 서울, 2023), 《사각 생각 삼각》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Black Mat Oriole》(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 2018), 《발 과 달》(시청각, 서울, 2015), 《치효치효鴟鴞鴟鴞》(갤러리팩토리, 서울, 2013), 《GRANDMOTHER TOWER》(오래된집, 서울, 2013) 등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베니스 비엔날레(2019), 상하이 비엔날레(2018), 리버풀 비엔날레(2018), 광주비엔날레(2018, 2016),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16), 《Groupe Mobile》(빌라바실리프, 파리, 2016) 등의 전시에 참여하였다. 2018년에는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발로아즈 예술상(Baloise Art Prize)’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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