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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중요전시행사

[이수경전] "깨진 도자기 꿰매어 세계인 홀리다"

[이수경전] 도자기의 세계화, 아! 바로 이거야! (2009 현대미술국제교류전) 
주제: 더블린, 리스본, 홍콩에서 개최된 '소유냐 존재냐?' 귀국연합전 "조우:더블린, 리스본, 홍콩 그리고 서울" 기간: 2009년 1월 31일까지 전시연장 장소: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문화센터 02)3789-5603 www.kfcenter.or.kr 중앙일보1층에서 

▲ '번역된 도자기' I 도자기파편 *에폭시 24K금 120×52×10cm 2007.  작품 앞에 환히 웃는 작가이수경 

뒤에 사진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러브콜을 받는 정연두(1969~)작품이다.   
*에폭시(epoxy): 물과 날씨 변화에 잘 견디고, 빨리 굳는 플라스틱·주형·코팅 등에 사용되는 강력한 접착제  

이번 전은 국제교류전으로 홍콩의 루이 춘퀑과 윌슨 시에, 아일랜드의 앤서니 허히,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훌리오 두아르떼 그리고 한국작가 석철주, 정연두, 신기운, 황혜선, 김택상, 박지훈, 등 국내외 작가가 여럿 참가했다.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이다. 

이 작품을 보는 순간 '와우! 바로 이거야' 나는 작품에 홀리고 넋이 나갔다. 

한국의 도자기를 현대적 조형으로 세계화하는 또 비상구(exit)라고 할까. 
<KBS의 문화지대>에서 처음 보고 정말 많이 놀랐다. 

그런데 이번 전에 그의 작품이 전시장 중앙에 턱하니 위엄 있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니 

나는 이번 전에 초대를 받고 이수경작품이 나오는지 모르고 갔다. 
게다가 이 작가를 만난다는 것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고전적 소재를 이렇게 현대적 감각과 세련된 조형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니 정말 놀랍다 
그 속에 포용과 품어 안음과 뒤죽박죽 얽히고설킨 가운데 느끼는 인간적 훈훈함과 
모성적 감쌈 아니 얼싸안음과 활화산 같은 에너지와 생명력도 느껴진다. 

작가는 도자기의 파편 속으로 온몸을 던지고 있다 
아니 맹렬하게 그 날카로운 파편들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다. 
이를 작가의 독특한 감성과 상상력, 직관과 지성으로 
재구성하고 재창조한다. 그래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빚어낸다. 

그의 전공은 도자기가 아니라 회화다. 

작가는 우주보다 더 큰 생명의 탯줄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고 
그 탯줄에는 어떤 거대한 모신(母神)이 숨어 있는 것 같다. 

나는 그의 작품에 홀리고 또한 그 작가에게 반했다. 

▲ 인터뷰하는 작가의 모습. 뒤에 보이는 작품은 포르투갈 사진작가 두아르떼의 '자연스럽게하다' 연작 

작가가 인터뷰하는 모습이 단아하다 
답변이 매우 성실하게 꼼꼼히 해 주는 것 같다. 오직 대화에만 열중하면서 

인터뷰에서 알았지만 도자기는 작가본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도예가들이 가마터에서 도자기를 굽다보면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아 
여지없이 깨버리는데 경우가 허다한데 바로 그때 나오는 파편으로 작품을 만든다. 

왜 그동안 이렇게 단순해 보이는 아이디어를 내지도 못하고 시도하지 못한 것인가.
 

이번 전의 서문을 쓴 최은주 덕수궁관장은 다음과 같이 멋진 해석을 내렸다 

"이런 행위는 실패나 오류로부터의 재탄생을 의미하고 
시련과 역경을 딛고 더욱 성숙해지는 아름다운 삶에 대한 메타포이다"
. 

▲ '번역된 도자기(2007)' 같은 작품이라도 작품의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고 자리를 조그만 틀어도 다르게 보이는 묘미가 있다 

현대예술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이 다 버린 것은 주워서 새로운 오브제를 만드는 것 아닌가 
쓸데없는 것은 쓸데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가 

이 작품이 깨어지고 버려진 것은 다시 줍는데서 시작한다. 
뒤샹의 정신도 그런 것과 통하는 것 같다 
변기라는 기성품오브제를 자신의 머릿속에 그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구체적 전시회장에 내놓았다. 

그러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어떤 개념과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서로 떼래야 뗄 수 없는 긴밀한 유기성과 연결성, 온몸의 뒤엉키고 뒤섞임 그리고   
융합과 상생, 조화와 균형, 결합과 포옹 등이 여기에 다 내포되어 있다. 

뽀얀 살빛과 청색의 황홀함은 그 어느 색채도 압도한다. 
이런 입체적 설치미술에 무엇을 더 추가할 것이 있겠는가
 

 '번역된 도자기(2007)' 

작가는 이천 가마터에서 얻어온 도자기 파편을 퍼즐게임처럼 맞추는 것인가. 

도자기는 마치 진화하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그렇게 
줄기세포가 분열하고 증식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생명과 에너지를 얻는 것 같다. 

피투성이로 상처가 많을 터인데 다시 피가 흐르는 살덩이로 바꾼다는 것 
그렇다 사실 예술이나 죽은 것을 다시 살려내는 여성의 일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용운의 시처럼 

[...] 저리고 쓰린 슬픔은 힘이 되고 열이 되어서, 
어린 양과 같은 적은 목숨을 살아 움직이게 합니다. 
님이 주시는 한숨과 눈물은 아름다운 생의 예술입니다
. 
- 생의 예술 중에서- 

이 도자기는 바로 그런 것인가? 

이 작품은 어디에서 봐도 아름답다. 전천후 사발팔당이 미인(Total beauty)이다. 

 '번역된 도자기(2007)' 임태규(1976~)의 '아름다운 비행(Fly Away Home)' 한지에 수묵채색 2008. 
임태규의 작품을 배경으로 보니 도자기가 더욱 고결하고 우아하고 생동감 있게 보인다. 

한국미의 원형이 되고 한국미술의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백자는 
김환기화백이 즐겨 사용하기는 했지만 주로 '회화'를 통해서였다 

하지만 이수경작가는 이를 도자기를 통해서 
3차원으로 물화시킴으로써 더욱 힘이 넘쳐 난다. 

이 설치작품은 마치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순백의 청룡이라고 할까. 뒤에 보이는 임태규작품과도 어울린다. 

임태규작가에 대한 최 관장의 서문은 간략하지만 재미있다. 

"그는 한국인의 일상과 상상력을 재기발랄하게 드러내는 
새로운 스타일의 형상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놀 것과 탈것을 집착하는 유아적 취미와 이성과의 성적 교감까지도 
거리낌 없이 그려내는 신세대감각의 작가다" 

▲ '묘기여인' 100×100cm 장지에 경면주사. 이 그림은 한국의 전통무가 '바라데기' 설화를 차용한 것이다. 
한국무당의 원조설화에 도자기가 나오는 것을 보면 이는 한국미술의 모신(母神)인가 보다. KF문화센터제공 

나는 이번 전에 이수경작품이 나오는지 모르고 갔다 
부적을 그릴 때 쓰는 안료인 경면주사로 도자기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작품에는 주술적 의미가 담겨 있다. 
도자기가 있어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아니 선녀가 된다. 

'묘기여인'은 한국의 전통무가인 '바리데기설화'에서 온 것이다. 

무속에서의 바리공주는 설화라기보다는 해원굿의 사설에서 많이 쓰이는데 
바리공주설화는 우리의 고유서사무가인지 불교이야기인지 구별하기 힘들다고 한다. 

바리공주가 사천서역국에서 불로장생약을 구해오는데 이 나라가 불교언어이다. 
서방정토 불교의 발상지 인도설화에 따르면 왕이 있었는데 혼례를 1년 미루어야 한다.

항아리와 나르는 새

 
그런 예언을 무시하고 결혼하여 아들을 낳지 못한다. 
딸만 내리 일곱을 낳자 마지막 딸을 버리고 그가 바리공주이고 한 노부부에 의해 양육된다. 

왕이 죽을병이 들어 점을 쳐보니 저승의 생명수로만 구할 수 있다고 하여 
여성공주가 부모를 위해 저승의 갈 것을 거부했으나 
바리공주가 자청하여 저승으로 가겠다고 한다 

바리공주가 저승에 가 저승의 수문장이 바리공주가 일곱 해를 살고 
일곱 아들을 낳아야 약을 주겠다고 하였다. 
드디어 그 조건을 다 채우고 이승으로 내려와 왕과 왕비의 상여와 마주쳐 
그 명약으로 살려낸다. 

자신을 비우고 남을 채우는 마음을 찬양하는 것인데 칠(7)이라는 숫자가 
계속 나오는 점이 재미있다. 

바리공주의 남편인 저승의 수문장은 장승이 되었고 
일곱 아들은 북두칠성 칠원성군이 되었고 
바리공주는 왕에게 청하여 한국무당의 조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바리공주는 바로 한국의 종교예술가의 조상신이 아닌가. 
그리고 여기서 7은 북두칠성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일곱이 행운의 숫자라는 것은 동서양이 같은 것 같다. 

작가는 바로 한국무당의 원조이야기를 통해서 
작가로서의 주술적 치유법을 예술을 통해서 이룩하려는 모양이다. 

▲ 윌슨 시에(Wilson Shieh 홍콩) I '여왕' 백색비단에 먹과 과슈 90×75cm 2007. KF문화센터제공 

이번 전에서 외국작가 중 가장 관심이 간다. 위의 이수경작품과 연관시킬 수도 있을 것 같다. 
다만 하나는 무속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왕가이야기다. 
그러나 둘 다 여성을 행복하게 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인다. 
이 작품의 여왕은 왕가의 권위를 드러내고 있으면서도 은밀하고 모호한 그리고 
아슬아슬한 성적 판타지도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 기존의 작품과 차별된다. 

▲ 홍수연 I '회색 Grey 2 & Grey 5 ' 200×140cm 캔버스에 혼합매체 

이것은 홍수연의 작품으로 이 역시 이수경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한국적 선율과 율동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마음을 담고 있다. 

매우 세련된 감각의 작가로 작가의 마음의 흐름을 여러 레이어(layer)를 통해서 신비한 마력을 풍기고 있다. 
고요하지만 격정적인 두 요소가 잘 융합되어 보여진다. 

▲ 홍수연 I '회색 Grey 2 & Grey 5 ' 200×140cm 캔버스에 혼합매체. 위의 작품을 다른 방향에서 찍다. 

홍수연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더욱 우아하고 고상하고 품격이 넘치고 숭고하고 장엄하기까지 한 아름다움이 넘친다. 

거기서 우러나오는 정감 어린 기운과 에너지가 현대적 정신을 담고 있는 추상화와 결합하여 
놀라운 위력을 발휘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런 힘의 원류가 
바로 조선자기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고결한 단순미와도 상통한다는 점이다. 

이런 작품이 주는 경이로움은 바로 단아한 아름다움과 극도의 화려함이 서로 거부감 없이 
잘 받아들여진다는 데 묘미가 있다. 

▲ '번역된 도자기(2006)' 2×54×47cm 2007 ⓒ Yee Soo-kyung. 웅비하는 용과 같은 민족의 기상이 느껴진다.

파격의 미를 두고 말할 때 이런 적이 없다. 
얽히고설킨 융합의 미학으로도 전혀 손색이 없다. 
이런 조형적 미를 연출할 수 있는 작가의 안목과 견해가 탁월하다. 

▲ 이 작품은 작가가 이탈리아 도예가들에게 시조시인 김상옥의 '백자부(1946)'라는 시와 도자기 관련 사진과 자료를 건넸는데 이를 보고 감동하여 빚은 도자기다. 작가는 이를 보고 도자기작업에 뛰어들게 된다. 

작가와 인터뷰하다가 안 사실이지만 
이런 작품의 아이디어가 한국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뜻밖에서 2001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회 알비솔라 도자기비엔날레'에서 얻은 것이다. 

작가는 2001년 그 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그는 이탈리아 도공들에게 백자에 대한 자료와 사진 그리고 김상옥의 시조 '백자부'도 전해졌다 
그들은 이를 보고 감동하여 위에서 보는 것 같은 백자를 빚었다고 한다. 
여기서  김상옥의 시조 백자부의 마지막 연을 여기에 옮겨본다. 

[...] 불속에 구워내도 얼음 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속에 잃은 그날은 이리도 순박하도다(1946) 
- 김상옥시조집 '草笛(풀피리)' 중에서 

그리고 작가는 이 과정을 비디오에 담아 한국에 돌아오게 된다 

이탈리아 도공들이 만은 작품은 정말 뜻밖이다, 
그 도자기에는 우리의 풍속화, 화조화, 산수화 춘화까지도 새겨져 있다. 

동서양문화가 만나 빅뱅이 일어난 것이다. 문화의 천지개벽이다. 

하긴 이탈리아 문화인류학자가 한때 한국의 여류시인 황진이의 시를 연구하여 
박사학위까지 받았다고 들었는데 이번에는 한국 백자를 만드는 것을 보니 
두 나라는 반도국이라 뭔가 통하는 것 같다. 

▲ '번역된 도자기(2006)' ⓒ Yee Soo-kyung 

세계저명작가와 이곳 도공(도자명장 혹은 자기공예예술가)들이 
지역(local) 과 세계(global) 그리고 현대와 고전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하여 
새로운 도자기예술의 진수를 창출하기 위해서 생긴 비엔날레다. 

그때의 나온 기사를 보니까 '알비솔라도자기 비에날레'를 
<행복한 세계화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대신하고 있다. 

사실 세계화는 약육강식의 착취구조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문화에서는 세계화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정말 상생과 공존의 세계화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알비솔라 도자기비엔날레(Biennial of Ceramics in Contemporary Art Albisola Italy)'는 
2001년 7월 21일부터 8월 31일까지 열렸는데 그 당시에 참가한 전세계 작가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 알비솔라(Albisola) 도자기점

Anna Laura Alaez (Spain) El Anatsui (Ghana) Bertozzi & Dal Monte Casoni (Italy) Bili Bidjocka (Cameroon) Loris Cecchini (Italy) Nina Childress (France) Nicola Costantino (Argentina) Uros Djuric (Serbia) Sohela Farokhi (Iran) Daniel Firman (France) Rainer Ganahl (Austria) Kristian Hornsleth (Denmark) Elke Krystufek (Austria) Lou Laurin Lam(Sweden) Soo Kyung Yee (Korea)Gianni Motti (Switzerland) Luca Pancrazzi (Italy) Perino & Vele (Italy) Alessandro Pessoli (Italy) Jane Simpson (England) Momoyo Torimitsu (Japan) Costa Vece (Switzerland) Luca Vitone (Italy) Sislej Xhafa (Cosovo) Yuan Shun (China) 

▲ 'Translated Vases 2007' Metamorphoses: Trajectoires coreennes ⓒ Yee Soo-kyung 
파리루이비통전
 

'2008년 파리루이비통 에스파스전시장'에서 전시된 작품이다. 
정말 비행선이 우주를 순회하는 것 같다. 
이런 것은 자기덩어리가 아니라 
인류의 비전과 희망을 담고 하늘에 떠다니는 꿈 덩어리 같다. 

파리에서 전시할 때 
"프랑스 현지의 나이 드신 관객분들은 눈물을 보이며 
이 작품에서 큰 위로를 받았다"
고 전한다. 

모든 것을 감싸 안은 도자기에서 포용하는 관용(똘레랑스)의 힘을 느낀 모양이다. 

사실 유럽인들도 20세기 내내 전쟁으로 세월을 보낸 셈이다. 
그들에게는 전쟁의 트라우마가 있고 
그래서 이런 도자기가 그들에게는 어머니의 품처럼 
위로와 치유가 될지 모른다. 

조선의 막사발이 언제 어디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일본무사들의 마음을 안심시키고 위로했다는 원리와 비슷해 보인다. 

이숙경의 작품을 다른 각도에서 찍은 것 
그의 작품이 매력적인 것은 여러 각도에 따라서 다른 작품이 된다. 
한 작품이 동시에 여러 작품이 되는 것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 광주 비엔날레에 전시된 '번역된 도자기' 2006 ⓒ Yee Soo-kyung 

작가가 번역한 도자기 삼매경에 빠지는 일은 
정말 그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황홀한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꿈의 나라 이상향 우리의 몸과 마음과 영혼과 존재를 감싸안아주는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런 알에서 새로운 생명이 잉태하고 태곳적 세상의 첫 아침이 열리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황홀하고 더 아름답고 더 신비하고 더 경이로운 것이 있을까 
이런 생명의 보고, 잉태의 산실, 예술의 원형을 확인시키는 것이 있을까.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 

▲ 작가와 내가 인터뷰하는 모습이 사진에 잡혔다. KF문화센터제공 

▲ 이번 전에 참가한 국내외 작가들. KF문화센터제공 

나는 이숙경에 작품에 육신과 정신과 혼과 얼과 넋을 다 빼앗겼다. 
그리고 작가를 직접 만나게 되어 이보다 더 행복할 수가 없다. 

작가소개 이수경 YEE Sookyung 
1987 서울대미대 회화과 졸업 1989 동대학 대학원석사졸업 
2007년 '스페인 아르코아트페어'에서 배병우의 소나무시리즈가 4만2천 유로에 이어 
이수경은 도자기조각으로 2번째로 높은 가격인 3만8천 유로에 낙찰 되어 유명해졌다. 
개인전 
2008 '한국의 발자취와 그 변신' 루이비통 전시장(파리) '파라다이스 호르몬' 몽인아트센터(서울) 
2008 2007 '땅, 바람과 불(Earth, Wind & Fire)' 일민미술관(서울) 
2006 '불꽃(Flame)' 원엔제이(One and J)갤러리(서울) 
1992 첫 개인전 '자신과의 결혼(Wedding with Myself)' 
단체전 
2008 '몸과 마음=인격' 물파공간 서울 '소유나 존재냐' 더블린 아일랜드 홍콩 '작품의 재구성' 경기도미술관 
2007 '가능한, 불가능한' 아트파크갤러리 서울 상하이 '이아트프로젝트' 상하이 제4회 세계도자기비엔날레 이천 
2006 에치코-츠마리아트 트리엔날레(일본) 광주비엔날레(광주) 부산비엔날레(부산) 

▲ 가운데 제일 키큰 작가가 정연두이다. 요즘 가장 잘 나가는 작가다. 오른쪽 2번째 이수경작가와 오른쪽 4번째 덕수궁미술관 최은주관장 두 분은 서울대미대 동기란다. KF문화센터제공

그의 작품이 주는 위력은 대단하다. 
생명이 잉태하는 근원지인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는 것 같다. 
한국인의 DNA에 잠재하고 있는 도자기에 대한 애착과 열정을 들끓게 한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적 감각으로 이미지로 변신시켰기 때문에 정말 속도 확 풀리고 시원해진다. 

바로 이거야 도자기의 현대화와 세계화의 위한 도약이자 도전이고 웅비하는 기상인 셈이다. 
이런 것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했던가 
물론 앞으로 더 많은 진화와 실험이 필요하겠지만... 

▲ '번역된 도자기(2006)' ⓒ Yee Soo-kyung 

이런 미학의 근거는 굳이 현대철학의 정신을 인용한다면 데리다의 해체정신과도 통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인터뷰에서 작가는 
온몸으로 해야 하는 도자기작업을 하면서 페인팅에서 얻을 수 없는 
큰 수확을 거두었다고 한다. 

메를로퐁티의 '몸철학'에도 관심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도자기의 몸뿐만 아니라 인간의 몸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것 같다. 
그래서 예술이란 머리가 아니라 온몸으로 하는 작업임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근대철학사를 꿰뚫고 내려온 정신의 절대화를 근본적으로 반대한 메를로퐁티는 인간이 유기적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정보를 주고받게 하는 것은 바로 거대한 몸으로 봤다. 그는 타자론적인 몸철학을 말하고 있는데 이는 '나'라는 존재는 철저하게 타인에게서 출발되며 '타인'이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확인할 때 내가 인지된다는 생각이다. 따라서 나를 회귀할 수 있는 길은 또 다른 누군가와의 접촉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예컨대 피아노 연주를 잘 하는 사람은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는 형태를 몸속에 구조화해야... (나도 몰라!!!) 

▲ '번역된 도자기(2007)' ⓒ Yee Soo-kyung 

인간과 사물은 깨질 때 
알에서 깨어날 때 뭔가 새로운 것이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이수경의 작업은 이런 점을 확실하게 증명해 준다. 

어떤 틀에서 벗어나야 그것을 깨고 
또 새로운 틀을 만들어나가면서 진화하는 것이다 
그런 틈바구니 속에서 예술은 다시 태어나고 
어떤 독창적이고 진일보한 미의 세계를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 'Translated Vases' 2007 Metamorphoses: Trajectoires coreennes 파리루이비통전 ⓒ Yee Soo-kyung 

작년 12월에 프랑스파리 샹제리제 101번지에 있는 루이비통 복합문화공간(Espace Cuturel Loius Vuitton)에서 
한국현대작가 10인전이 열렸다. 김 범, 서도호, 함 진, 김혜련, 이형구, 전준호, 정수진, 오용석, 플라잉시티 등과 함께 이수경도 참여했다. 주제는 '한국인이 살아온 발자취 그 놀라운 변신(Metamorphoses: Trajectoires coreennes)'이다. 한국이 삼성과 LG만의 경제신흥국가만이 아니라 문화국임을 프랑스가 인정한 전시회다. 

고전적 도자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세계인들에게 소개해온 이수경은 파리展을 앞두고 모 일간자와 인터뷰에서 "한국미술을 알리는 자랑스러운 자리인 만큼 우리문화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 '번역된 도자기(2006)' ⓒ Yee Soo-kyung 


▲ '번역된 도자기(2006)' ⓒ Yee Soo-kyung 2007년 벨그라데 출품작 

전혀 색다른 방식으로 꿰맨 이불처럼 상처와 아픔과 그리움과 서러움까지 금(crack)이 간 부분을 금(gold)으로 메꾸어 새로운 미학을 창출하였다. 

▲ 파라다이스 호르몬 Paradise Hormone. 임시 성소 Temporal Temple. 지고지순한 동상 The very Best Statue 
ⓒ Yee Soo-kyung 

번역된 도자기뿐만 아니라 이 작가는 강력한 주술적 에너지를 발휘하는 무당의 조상과 같은 역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의 그림은 종교의 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 종교의 다양한 양식과 분위기가 
골고루 담겨 있다. 이렇게 
작가는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함께 틀을 깨는 도전적인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 Translated Vases 2007 Metamorphoses: Trajectoires coreennes ⓒ Yee Soo-kyung 파리루이비통전 

한국현대작가전 커미셔너인 에르베 밀라에로프(Herve Milaeloff)는 1988년과 2008년이 한국의 이미지변신을 언급하고 하고 있다 전자는 경제국가를 또 하나는 문화국가를 말하는 것 같다. 그의 말은 대충 이렇다. 아래 원문. 

1988년 한국의 민주화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은 세계무대에 데뷔한 점을 소개하면서 20년이 지난 2008년에는 한국도 문화국가이미지(브랜드)를 가지게 되었다. 기적적 경제발전과 IT기술로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서 벗어나 문화적 창조분야에서도 역동적 힘을 발휘하고 독특한 세계를 전개하고 있다. 예술영역에서도 놀라운 변신을 꾀하는 가운데 그 얼굴을 내밀고 의견을 개진하고 수렴하게 되었다. 

이수경 작품은 하이드로한 조각으로 금이 가는 부분은 금으로 용접하는 혁신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 

▲ '번역된 도자기(2007)' ⓒ Yee Soo-kyung 

En 1988, les Jeux olympiques de Séoul et l'élection d'un président au suffrage universel, transforment radicalement le visage de la Corée. Vingt ans plus tard, en 2008 : miracle économique, révolution technologique, laboratoire cybernétique, le pays du matin calme est connecté, ouvert sur le monde. Il se métamorphose et les artistes en sont l'incarnation. La création contemporaine coréenne s'inscrit aujourd'hui dans une dynamique culturelle forte, élaborant des champs d'investigation singuliers. Ces territoires artistiques se rassemblent, se confrontent, s'interrogent. 

▲ '번역된 도자기(Translated vase)' ceramic fragment 24K gold leaf, epoxy 53×42×60cm 2007 
ⓒ Yee Soo-kyung 


Thème de la déchirure qui se retrouve dans l’oeuvre de Sookyung Yee(née en 1963, à Séoul), Translated Vases (2007). Des morceaux de porcelaine brisés sont de nouveau soudés avec de l’or pour former des sculptures hybrides, loin de la surface lisse et sans défaut généralement associée aux oeuvres en porcelaine 

참고기사
 
http://www.design.co.kr/section/news_detail.html?info_id=42243&category=000000000001&pageno=1.


새로운 전시소개 코너
갤러리현대강남 새해 첫전시 - '화가와 달항아리展' 1월15일(목)~2월10일(화)

▲ 권대섭 I 달항아리
ⓒ 갤러리현대
도형태 갤러리현대대표는 모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수화는 평화와 풍요를 상징하는 달항아리와 이를 들고 있는 여인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시름을 잊고자 했다"고 말했다. 유홍준교수의 <달항아리특강> 1월15일과 2월1일 오후2시에 있다. 

도자기는 한국미술의 아이콘이다. 한국인의 멋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한국인의 미적 정체성은 여기서 나온다. 그런 면에서 요즘 같은 경제한파 속이 이런 전시는 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참여작가로는 평면입체에서 도상봉, 김환기, 고영훈, 구본창, 강익중, 김덕용, 정광호뿐만 아니라 도예에서 한익환, 박부원, 박영숙, 권대섭, 신철, 강민수, 김은경, 양구, 강신봉 등이 참가하는 대규모 전시다. 이수경작품이 빠져 아쉽다. 

그 곳에서 도자기가 들려주는 맑은 소리(靑潭)로 지친 심신을 달래보면 좋은 것이다. 입장무료 3호선압구정동역 2번출구에서 청담동쪽으로 나와서 도산사거리쪽으로 가다가 LG패션에서 좌회전하면 보인다. 전화 02)519-0800 /유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