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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중요전시행사

[노다 히로지(野田裕示)전 "회화 이전의 회화를 그리다"

[野田裕示 NODA, Hiroji)전 [인터뷰] "회화와 조각을 한 화폭에 담다" 
진아트센터에서 2010.10.09-10.30까지. 100호크기 50여점 주로 1998-1999년 미공개작품 

진아트갤러리 전시안내문 

일본의 중견작가 노다 히로지(野田裕示 1952~)의 회화전이 종로구 통의동 진아트센터에서 10월 30일까지 열린다. 회화에 본질에 충성하면서도 회화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조용한 움직임 속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그의 색채의 고품격에다 치열한 작가정신이 덧입혀져 더욱 빛난다. 그런 면에서 그는 한국의 신성희작가를 연상시킨다. 

일본화단에서는 그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입체와 평면의 새로운 전개를 펼친다. 즉 2차원 평면에 그치는 것보다는 그 생동감이 표출되는 3차원 입체도 같이 느끼게 한다. 선의 강력함과 함께 경쾌한 움직임이 있어 매력적이다. 작위적 방식은 가능한 억제하고 형태가 가지는 유기적인 운동감을 살리면서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흐름을 중시한다. 얼핏 보면 비슷한 것 같아도 작가 나름대로 창의적 방식으로 늘 새롭게 끊임없이 작업을 시도한다" 

작가 노다 히로지와 동시통역사 

[노다 히로지(NODA Hiroji) 약력]  1952년 일본 와카야마 현 출생  
1976년 다마미술대학 유화과 졸업 1984년 '제4회 하라아뉴아루' 하라 미술관(도쿄)  
1994년 '모더니즘의 계보' 다카시 마야(도쿄), 우메다 현대 미술관(오사카)  
1996-1997년 '2인전 오카모토 아츠시 생+노다 히로비' 아이치 현 미술관 외  
1999년 '현대일본회화의 전망' 도쿄스테이션갤러리(도쿄)  
2001년 문부과학대신신인상(예술분야) 수상 2003년부터 지금까지 다마미술대학 회화과 교수 
*이우환선생이 바로 이 일본 다마미술대학교수역임. 

20세기후반기 서양미술사조 
60년대: 옵아트, 키네틱 아트, 팝아트, 극사실주의, 미니멀리즘, 개념미술 70년대: 대지미술, 행위예술 
80년대: 신표현주의, 자유구상, 트랜스 아방가르드(포스트-모더니즘) 비디오아트와 컴퓨터그래픽아트
 

작가 노다 히로지 인터뷰하는 장면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61'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새 같은 것들이 창공을 날고 있고 그 부드러움 율동의 극치를 이룬다. 색채는 더없이 감미롭고 물체는 그지없이 자유분방하고 모양은 단순하지만 유연하고 관객에게 주는 상상의 여지는 넓고 깊다. 이런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 그늘이 사라지면서 활력을 찾아준다. 이런 작품을 미술기호학으로 풀어보면 어떤 해석이 나올까 궁금하다. 

그는 고향에서 20살 이전에 이미 공모전에 장려상 입선 등 미술에 두각을 보인다. 그가 35년간 이렇게 미술만 할 수 있는 것도 그가 체질적으로 미술을 좋아하는 성향이 아닐까싶다. 그의 표정에서는 미술이 주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가 화가라는 점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11'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작가와의 일문일답> 
- 선생님이 해 오신 작품세계의 배경이 있다면 뭔가요? 
"저는 고등학교시절부터 그림을 그렸고요. 어려서부터도 사실적인 그림보다는 회화의 근원을 찾아가는 추상적인 세계를 선호했어요. 그래서 평면회화를 그리기는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보다 넓은 세계가 없을까 질문했어요. 그리고 회화의 근원이 무엇이며, 그림에서 무엇이 있어야 하고 또 무엇이 없어야 하는지 물었지요. 예술세계란 결국 대답이 없지만 제가 생각하는 세계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대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연작' 아크릴물감 1998 

- 선생님 그림의 특징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아까도 말한 대로 저는 평면회화가 평평한 곳에서 그려져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울퉁불퉁하게 그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화폭에 그림을 겹쳐 그리는 방식으로 변했고 그래서 회화에서 두께감과 질감을 중시하게 되었다" 

- 이번 서울에서 첫 전시에 대해서 어떤 의미를 두시는지요? 
"이번에 진화랑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일본에서는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1998-1999년에 제작된 백호크기의 50점 연작입니다. 자연적인 대상이나 구체적인 것을 그리지는 않지만 그림에 저의 당시의 기분과 기억, 여러 심리상태 등을 그림에 담았고 그런 전반적인 점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려고 이번에 '50점'이라는 숫자를 맞추게 되었다. 제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좋아하신 돌아가신 고 유위진 진화랑회장님에 대한 고마움도 같이 담긴 것이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38'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 선생님의 기법 중에서 특이한 것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캔버스위에 캔버스를 붙이고 거기에 칼집을 내는 방식에 제 주요기법입니다. 이런 시도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평면과 입체 두 요소를 함께 담아 새로운 회화의 장을 창조하고 싶어서 그렇게 시도한 것이죠. 

- 선생님은 앞으로 어떤 경향의 작품을 하고 싶은지요? 
"제가 앞으로 어떤 성향을 띨 것인지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내년 <일본국립신미술관>에서 대형전시가 열리는데 그때 보신다면 더 좋을 것 같네요. 앞에서 언급한대로 아직 궁극적 답을 제대로 찾지 못했지만 '회화란 무엇인가?'는 제가 35년 그림을 그리면서 항상 던지는 질문입니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670' 아크릴물감 162*112cm 1996 

- 회화가 사진의 발명으로 위기도 있었는데 선생님 회화는 그걸 훨씬 뛰어넘는 회화인 것 같은데요? 
"회화와 사진을 일맥상통하지만 궁극적으로 같을 수는 없다고 봐요. 화가가 사진가가 되기도 하고 반대일 수도 있는데 그걸 양립하는 경우는 드물죠. 세대 간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제가 보기엔 서로 근간이 다른 것 같아요. 다만 누가 이기고 지고가 아니라 상생적 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 그림 속에 삼각형이나 사각형 등의 형태가 뭘 의미하는지요?
 
"하나하나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할 수는 없고요. 다만 그런 형태 속에는 제가 가장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들과 절대 버릴 수 없는 것들이 들어 있어요. 이런 것은 늘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한 과정이자 경험이라고 봐요".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연작'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 선생님 작품은 그 테두리가 독창적이고 독특하게 보이는 데 그 이유가 있나요? 
"저는 앞면과 뒷면을 연결한 것은 앞면은 보이지만 뒷면은 안보이잖아요. 그러나 그것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것을 의식한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렇게 연관을 시켜서 생각한 것이죠" 

- 선생님 작품에는 입체감이 많이 나는데요?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제 그림을 캔버스에 캔버스를 중첩시키는 방식이에요. 그러다보면 숨겨진 부분이 보이지 않게 되잖아요. 그래서 그중 일부분을 칼로 도려내어 살짝 보이게 하는 방법을 즐겨 사용합니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12'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35년 화력 그의 그림에는 별로 변화가 없어 보인다. 이번에 전시되는 것은 1998년-1999년 작품으로 처음 공개한 작품이라고 한다. 우선 추상화는 형태와 색채 중에서 색채로 표현하는 장르가 아닌가. 사실 추상화는 사진 때문에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은 사진에도 추상이 있지만 아직도 회화처럼 추상을 그리지는 못한다. 현대미술은 추상에서 시작한다고 과언이 아닌데 이 작가의 미술에 대한 관점을 이와 비슷한 것 같다. 

그는 형태를 그릴 때 머리에 어떤 개념을 두고 그리기보다는 그림을 그리다가 형태가 모양을 갖추고 나중에 보면 사람들이 어떤 모양을 닮은 것 같다고 듣는다고 말한다. 추상은 내적 자율성에 근간을 두기에 작가도 그런 것에 대해서 분명하게 말하기 힘든 점이 있을 것이다. 다만 색채로 자신의 미적 세계를 표현하기에 작가에게 의미가 클 것이다. 그의 파스텔 톤은 차분하고 우아하게 품격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불필요한 색채는 뺐다고 할 수 있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10'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이런 그림을 그릴 때의 마음의 상태를 관객이 알기란 쉽지 않지만 십자형은 종교적으로 성애적으로 정치적으로 여러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의 추상화가 전기 유럽식 추상화처럼 정신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것인지 후기 미국식 추상화처럼 육체적인 것을 강조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아마도 그런 정신적 요소와 육체적 요소를 함께 담고 있는 것 같다. 

[추상주의] 자연의 대상을 떠나 순수한 조형요소인 색채와 형태, 선과 점과 면 등만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비구상 예술이며, 표현주의의 강한 터치, 야수주의의 색채, 입체주의에서 나타난 사물의 파편화, 절대주의의 순수하고 지적인 화면 등의 영향으로 생긴 새로운 조형세계다. 1차 대전 이후 유럽의 추상주의가 음악성과 정신성을 강조했다면,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추상주의는 초현실주의적 영향인지 몸과 육체 그리고 무의식세계를 강조한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076-1123'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그가 대학을 다녔을 70년대 일본에서는 모노하(物)를 비롯하여 개념미술 미니멀리즘 대지미술이 크게 유행하였다. 그런 영향인지 그 역시 물성에 충실한 작가가 아닌가 싶다. 세련된 색채에 농축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현대적 감각과 예리한 시각이 돋보인다. 그의 작품에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바로 회화적 요소인 그리는 것과 입체적 요소인 붙이는 것이 한 화면에서 같이 이루어지는 점이다. 

[1970년대 미술] 한국에서는 70년대 '단색화(모노크롬)'가 대유행이었다, 화면을 보다 '단일한 표면과 단일한 색채'로써 표현한다. 한편 근대화라는 전환기적 시대 상황과 유신으로 인한 억압적인 정치·사회적 상황에 대하여 정치·사회 발언적 태도를 은폐하고 묵시하는 작품경향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본에서는 70년대 '모노파(物派)'가 중요한 미술경향이었다. 모노는 일본어로 '물(物)'이라는 뜻으로 물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뜻이다. 즉, 나무·돌·점토·철판·종이 등의 소재를 있는 그대로 등장시켜 그걸 예술언어로 바꾼다. 모노파는 일본의 정체성을 보여주어 주목을 받았는데 이우환선생에 의해 이뤄진 점은 아이러니다. 

서구에서는 70년대 미니멀리즘과 개념미술이 중요한 미술흐름이었다. 서구의 미니멀리즘은 합리적, 분석적, 체계적이며, 엄격한 조형의 논리에 근거한 미술형태였던 반면, 한국의 경우 접근방식이 직관적, 선험적, 정신적인 면이 강조되어, 그 정신세계는 우리 고유의 자연회귀라는 동양의 자연관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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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095'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그의 작품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친밀감을 준다. 관능적인 유기적 형상도 보인다.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하게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화면에 두꺼운 물성을 통해 작품에 두께를 주고 시공간적 포용하는 질감을 준다. 유래가 없는 독창적 시스템을 구가한다. 전체적으로 시적 감정이 미적 감수성으로 전환되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탄력 있고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준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60'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그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구상에 대해서는 죄악감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까지의 회화에 대한 의문을 통해 시대정신에 맞는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는 새로운 회화를 하려했음이 틀림없다. 추상의 난해함을 완화하려고 한 것인지 그는 보다 유쾌하고 단백하고 자유분방한 화풍을 보인다. 둥실둥실 부유하는 구름을 연상시키는 아취 넘치는 손길 같은 묘한 감흥을 느낄 수 있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93' 아크릴물감 162*112cm 1999 

1970년대 시작한 그의 작품들은 30년이 지나서 어떻게 변천한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그림을 그린 지 30여년이 다 되었다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닌데 역사도 30년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추상세계를 우리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회화의 원형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일종의 미지세계를 향해 떠나는 우주여행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주선과 우주비행선이 연상되는 것은 어찌 설명할까.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15'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작가는 나에게 자신을 작품을 보면서 일본적 것을 느낄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사실 그의 그림에서 일본적인 것을 느낀다고 말할 수 없다. 내가 일본미술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무하기도 하고 그러나 일본과 한국은 서구미술에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고 다만 일본이 먼저 받아들였고 우리는 일본에서 수입해도 쓰다가 나중에 직접 수입해 쓴 편인데 그의 회화는 서국적인 것에 일본적인 혼합된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여기서 보면 그의 미학은 문지르기다. <그리기>와 <붙이기> 그리고 <문지르기>가 이 작가의 기법의 3요소이다. 그리고 서양의 플러스 미학과 동양의 마이너스 미학이 합쳐지면서 제로점에 갔다가 다시 여백의 미학이 합쳐져서 마치 정반합처럼 전혀 새로운 회화세계를 창출한다. 그의 독창성은 바로 이런 점에서 올 것이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170' 아크릴물감 162*112cm 1999 

작품이 3등분으로 분할되면서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일구어나간다. 색채의 조화는 물론이고 형태의 균형도 한몫을 차지한다. 테두리선의 밖으로 나가 앞뒤를 연결시켜 놓은 것도 앞에서 인터뷰에서 읽어 알 수 있다.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를 이 작가가 고민한 것 같다. 사실 아무리 추상화라 하더라도 인물이나 사물의 모습이 어딘가에 숨어 있다. 다만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319' 아크릴물감 162*112cm 2000 

이 작품은 정말 토끼처럼 보이다. 뭘 그린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주변에 사물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역시 세 부분으로 분할하역 화면을 구성하고 있고 회화의 본질과 특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그는 답이 없는 질문을 매일 던지면서 고민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연작'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이렇게 다양한 형태와 색채가 나오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궁금하다. 색채언어와 사유언어가 뒤죽박죽이 된 듯하다. 인간의 상상의 세계가 가시적으로 시각화될 때의 긴장감과 그것을 풀어낼 수 때의 유쾌함이 동시에 느껴지면서 작가가 생각하는 미에 대한 인식과 세계는 어떤 것인지 더욱 궁금해지고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056' 아크릴물감 162*112cm 1997 

여기서는 공간을 둘로 나누고 속도감 넘치는 사물이 보이고 삽과 물고기 같은 것들이 화면을 스쳐지나간다. 그 밖에도 나무, 식물, 딱정벌레, 포도, 새 등 그림 속에 찾아낼 수 있는 물체가 많이 보인다. 이런 것들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회화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색의 공간을 열어준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1099' 아크릴물감 162*112cm 1998 

이 작가는 회화의 진화를 믿고 있다. 보이지 않게 뭔가 변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는 벌꿀을 연상된다. 벌집에 꿀을 만들어 애벌레를 만들어 하나의 작은 방에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그런 자연의 원리가 창작에서도 그래도 적용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물에 대환 관찰과 관조의 정신도 엿볼 수 있다. 그의 색채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합된 중성적 요소가 보인다.  

노다 히로지 I '작품(work)연작' 아크릴물감 1998-1999 

이런 작품 속에 작가의 삶의 체취와 우수, 여러 흔적과 자취를 찾아내기는 힘들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본다면 아주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 눈빛을 통해서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읽어내듯이 이런 형태와 색채를 통해서 작가의 세계를 탐색할 수도 있다. 그는 이를 통해서 회화의 개념과 범위를 확장하려고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의 한 평론가는 그의 작품에 대해서 '회화라는 육체를 해부하는 외과의사'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태초의 회화' 혹은 '회화 이전의 회화' 즉 회화의 원형이 무엇일까를 두고 35년 이상 고민하고 탐색한다. 우리말에 그림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에서 나왔다고 하지만 이 작가는 바로 회화의 고향을 찾아서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는 그런 미의 순례자가 아닌가싶다. 비록 생전에 거기에 갈 수 없다고 해도 거기에 개의치 않고 오늘도 또 다른 회화를 찾기 위해 떠나는 자의 모습 말이다. 

노다 히로지의 한국초대전이 열리는 진아트센터 입구 

[근현대 일본미술계보] 르누아르에서게 직접 배운 우메하라 류자부로(1888~1986) 모딜리아니와 같은 활동한 레오나르 후지타(1886~1968) 최영림의 스승인 무나카타 시코(1903~1975) 권진규의 스승인 시미즈 다카시(1897~1981) 이우환에게 영향을 준 세키네 노부오(1942~ ), 인물화로 유명한 키시다 류세이(1891~1929), 추상미술의 대가 시라가 카즈오(1924~2008), 누드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1940~ ), 추상조각가 모가미 히사유키(1936~ ) 등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