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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美디어담론

[페터 바이벨] '예술 인류학'은 미디어 담론을 넘어선다

[예술 인류학은 미디어 담론을 넘어선다]  - 페터 바이벨(Peter Weibel)
- 우리와 관련된 것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것 은 우리의 테크놀로지이다
- 모든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감각적 삶을 재프로그래밍한다(미디어아는 오감을 다 만족시키는 예술이다 - 백남준)

『NJP 리더 예술인류학에의 기고』, pp.56-57 2010

그는 1966년부터 과학, 예술, 문학, 사진, 그래픽, 조형,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제적 활동을 펼쳐왔다. 1999년 미디어 기술 및 예술 연구교육 기관 ZKM(독일 칼스루에)의 관장으로 취임했다.

1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백남준은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의 미디어 이론과 매우 가깝다. 백남준의 예술 인류학의 핵심에는 매클루언의 두 가지 유명한 ‘탐구’와 연관돼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우리와 관련된 것 중에서 가장 인간적인것 은 우리의 테크놀로지이다”라는 문장이다. 그래서 백남준은 유명한 <로봇 K-456>(1965)을 만들었다.

그는 <베르사유 연못>(1992)으로 물과 파도 같은 자연 현상을 전자기 파동과 연관시켰고, 텅빈 TV 세트에 촛불을 넣어 놓은 <부처>(1989)로 다소간 ‘자연적인’ 촛불을 인공적인 전등과 연관시켰다. 백남준은 자연, 테크놀로지, 인간의 관계를 계속 재사유, 재프레임화, 재맥락화했다. 백남준의 관계성과 접속성의 기초는 테크놀로지에 의해 변화한 인간의 자연적 감각 조직에 있었는데, 그는 여기서도 매클루언의 또 다른 유명한 ‘탐구’—“모든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감각적 삶을 재프로그래밍한다”—을 따랐다.

인간의 자연적인 감각적 삶의 질서는 테크놀로지에 의해 계속 변화해 왔다. 특히 가까움의 감각(촉각)과 먼 거리의 감각(시각)의 조화가 완전히 어그러졌다. 우리의 테크놀로지는 거리의 감각을 증진하고 강화하는 각종 기계와 미디어에 기반하고 있다. 본래 ‘텔레tele’라는 말은 ‘멀다’라는 뜻이다. 그렇게 우리는 텔레비전, 텔레폰, 텔레팩스를 가지게 되었다

이들은 각각 시각, 소리, 글쓰기가 먼 거리로 연장된 것이다. 우리의 테크놀로지는 언제나 텔레-테크놀로지다. 그것은 우리의 감각적 삶을 재프로그래밍하고, 그리하여 환경 속에서 우리의 행동을 바꾸어 놓는다.

백남준의 인류학은 테크놀로지를 문화로 정의하고 문화를 테크놀로지로 정의했다. 인간은 자연적 진화의 산물인 동시에 문화적, 기술적 진화의 산물이다. 이는 내가 1993년에 ‘컨텍스트 아트’라고 불렀던 프레임워크—같은 제목의 전시와 책도 나왔다—또는 1998년 니콜라 부리오가 ‘관계적 미학’이라고 불렀던 것을 다소 넘어선다. 백남준의 미학은 자연, 테크놀로지, 인간의 관계에 의해 정의되는 진정한 예술인류학이었다.

2. 예술 인류학의 개념은 테크놀로지와 그것이 자연 및 인간과 맺는 관계를 다루는 까닭에 매체 특정적일 수 없다. 예술 인류학은 미디어 담론을 넘어선다. 그것은 글쓰기라는 최초의 매체(최초의 저장매체이자 테크놀로지적 전달 매체)부터 시작해서 모든 표현 형태 및 표현수단을 미디어로 이해한다. 예술 인류학은 매체를 보편적으로 정의한다.

그에 따르면 모든 것이 매체이며, 심지어 당신의 몸, 당신의 손, 당신의 두뇌조차도 일종의 매체다. 당신의 자연적 기관은 당신이 세계와 만나는 첫 번째 인터페이스다. 테크놀로지는 인공적인 환경을 창조하고, 그와 상호작용하기 위해 인공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한다. 이런 점에서, 예술인류학은 포스트-미디엄의 조건에 속한다.

3. 예술인류학은 인류-테크놀로지학이고, 미디어-인류학이고, 보편적 미디어의 인류학이다. 이런 의미에서, 예술인류학은 기존에 확립된 인문학에 도전한다. 19세기 전까지 예술은 회화, 조각, 건축을 창조할 능력과 기예가 있는 전문가의 생산으로 간주됐다. 그런 예술품은 세속의 또는 종교적인 귀족이 의뢰해서 대저택과 교회에 전시하는 물건이었다.

반면 현대 예술은 남의 의뢰를 받지 않는 개인의 표현, 자기 내면의 표현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예술인류학은 현대 예술의 내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예술 작품이 테크놀로지, 자연, 인간의 관계를 설계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자기표현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인류학의 연구방식은 그보다 과학적이고 혁신적이다. 그것은 전통적 인간성 개념에 의문을 제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