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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美디어담론

[정준모] 미술관 정책, 국가첨단전략되어야

국가전략산업으로서의 미술관 글/ 정준모(큐레이터, 문화정책)

시작하면서: 최근 들어 예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확산되고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대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 특히 미술품을 비롯한 시각예술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경제성장과 사회적 민주화를 이룩한 이후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고무적 현상에도 불구하고 일부 문화와 예술 특히 미술품에 대한 왜곡된 시선으로 인해 미술품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경제개발을 전제로 많은 가치를 유보해놓고‘잘 살아보자’고 매진한 결과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압축 성장을 이루었다. 하지만 그 동안 간과했던 인문학, 기초과학과 함께 문화와 예술 특히 미술은‘단순하게 수익성 높은 상품’또는‘고급 장식품’처럼 인식되고 소비되면서 문화와 예술 전반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보다는‘단순한 고급 소비재’로 인식되는 심한 사회적 왜곡현상으로 나타났다.

미술의 본질은 사회적 이념들이 정서적으로 표출된 극히 사적인 것인 동시에 그 시대와 사회를 표상하는 문화이자 역사이다. 유사 이래 인류가 경제적 효용성으로만 따지자면 실용적 가치와는 거리가 먼 문학과 음악, 미술을 지금까지 보듬어 안고 온 것은 과학평론가 주일우의 지적처럼 지금까지 인간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었을 게다. 그리고 이렇게 시간을 견디어 내고 오늘에 이른‘사물’들을 우리는 ‘문화유산’이라 부른다.

인간이 ‘살기’위해서는 빵이 필요하지만 ‘존재’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빵 즉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이 필요하며 이들이 갖는 실용적 존재가치이다. 우리가 숭례문 화재 사건 때 집 한 채 타는 것 이상의 분노와 연민을 가지고 자괴감에 빠져들었던 것은 그것이 갖는 문화적 상징성, 민족의 자존심 때문이었고 현실적 경제적 가치이상의 가치를 존중하는 ‘빵’만으로 살수 없는 인간의 속성 때문이었다.

공공재로서의 미술품: 빵과 함께 인간의 존재의 의미를 새기는 예술은 거개가 시간이 지나면 무형의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미술은 시간예술이 갖는 유형적 속성으로 인해 유일하게 시간이 흘러도 원형그대로 우리와 함께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미술품은 문화적 재화인 동시에 경제적 재화로서의 속성을 동시에 지니는 유일한 예술장르이다. 그런데 이런 운명적 속성 때문에 미술품본래의 가치가 교환가치와 투자가치라는 세속적 가치에 치여 때로는 욕망의,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근본과 원칙이 무시되고 속물주의(snobocracy)외 배금주의(mammonosm)가 만연한 ‘저렴한 사회’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미술을 보는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1990년 문화부가 생기고, 90년대 중반부터 문화를 ‘문화라는 아이템 산업’정도로 치부하는 바람에 이런 왜곡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통한 정의의 실현을 위해서도 문화 예술 특히 미술에 대한 시각을 교정 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경제활동과 관련한 사회적 질서를 다루는 경제학은 인간의 모든 행동과 사고를 실용이라는 측면에서 계량화하고자 한다. 이들의 시각에서 문화예술 특히 미술품을 정의하면 미술품은 ‘공공의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경제학에서 경제 재화 혹은 서비스를 크게‘사유재’(private goods)와‘공공재’(public goods)로 나눈다. 공공재의 특징은 크게‘비경합성’과‘비배타성’을 기본으로 한다.‘비경합성’(non-rivalry)이란 소비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한 사람이 소비할 수 있는 양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재화와 서비스를 말한다. 미술품을 한 사람이 보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동시에 같이 보아도 그 가치가 전혀 손상되지 않는 것과 같이 말이다. 이는 마치 여러 사람이 일광욕을 할 때 사람이 많다고 해서 모두에게 내리쬐는 태양의 양은 줄어들지 않는 것과 같다. 여기에 비배타성(non-exclusive)이란 재화의 서비스에 대해 특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소비를 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마치 일광욕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햇볕을 쪼이지 못하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말이다.

공공의 영역에 미술작품, 폭 넓게는 예술작품이 포함되어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문화란 미술이란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남에게도 행복을 주는”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로서의 풍성한 문화적 환경 특히 미술환경은 국민개개인에게 철학과 미감을 소유한 자존심 강한 국민을 만들고, 이렇게 개개인이 소유한 각양각색의 문화적, 예술적 감수성은 다양한 매력적인 세계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 구체적인 근거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후대에 물려 줄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국가와 민족 그리고 인류의 집단적인 편익요건을 충족시킨다. 특히 역사를 통해 확립되어야 하는 국가적 가치를 세우기위해서도 미술의 의미와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국가로서 도약하기위해서는 부의 증가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한다.

나. 시각예술품 즉 그림이나 조각은 “우리 문화”라는 인식 때문에 국민통합과 민족과 인류라는 공동체 의식의 근간을 이룬다. 그런 점에서 미술품을 비롯한 문화적 재화는 국민 통합과 지역이나 계층 간의 거리를 메우는 매우 정치적인 의미까지 지닌다.

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 출신 예술가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자랑스러워하는 한편 중요한 인류의 문화유산이 내 나라가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인해 긍지를 느낀다. 마치 우리가 백남준의 존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나 일본인들이 자신이 직접 고흐의 <해바라기>나 <가셰 박사의 초상>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은연중 자부심을 갖는 것과 같다.

라. 예술은 그 지역은 물론 지역외의 소비자들을 모으는데 기여한다. 스페인이나 프랑스가 관광수입이 막대한 이유는 관광객들이 단순하게 미술관이나 공연 입장권을 사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관광객들은 그 지역에서 식사와 숙박을 위해 지출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역상점에서 기념품이나 물건을 구입한다는 점에서 지역경제에 기여한다.

마. 일반적으로 예술작품을 더 잘 이해하고 향유하려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 욕구가 발생하며, 이에 의해 교육이 이루어진다. 교육 소비는 사회적 편익을 발생시키는 대표적인 예로 미술품의 공공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바. 사람들은 예술 또는 문화소비에 참여함으로써 감수성이 증대되는 것은 물론 자부심과 인간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된다. 또 주변의 예술적 성취를 통해 인류는 보통이상의 존재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이러한 광범위하고 궁극적인 예술의 사회치유 기능은 개인을 넘어서는 외부 편익이다.

사. 창조적인 예술가가 예술 양식의 혁신적인 실험을 통해 변화를 이룩하게 되면 다른 예술가들의 모방으로 이어지고 이는 새로운 예술분야나 기법으로 인정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산업 현장에서 기술적 혁신은 특허제도에 따라 보호를 받지만, 새로운 예술 양식은 무한대로 열려져있다. 따라서 예술가들은 몰론 사회도 그런 변화된 인식과 가치에 대해 수용할 의사만 있다면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혁신적인 예술작품의 형식이나 기법을 차용할 수 있는 데 이것 또한 사회적 외부 편익이다.

아. 그리고 시각예술 즉 미술의 변화가 일반화되면서 독특하고 새로운 가치와 미감 또한 일반화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상품과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고 이는 새로운 수요를 유발함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생산을 유발시키는 외부편익으로 나타난다.

이렇듯 문화예술 특히 미술 분야의 공공성은 이미 경제학에서 조차 공공재로 다루는 것이 일반화되어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문화예술 특히 미술품의 경우 ‘공공의 것’이 아니라 ‘공공의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미술품의 ‘교환가치’와 ‘투자가치’에만 집중해서 본 결과이다. 하지만 이런 미술품의 속성은 부분일 뿐 전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부분을 전체로 인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미술품은 거리의 벤치와 같이 공공재이다. 누군가가 앉아있다면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미술품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여기서 거리의 벤치는 공공장소에 놓여있는 까닭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를 하지만 아직 같은 공공재인 미술품은 그런 영역에 들어와 있지 못하다. 우리정부나 자치단체는 여전히 경제가 발전하면 당연히 문화예술도 발전한다는 생각을‘철학’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문화 복지를 제한당하고 있는 셈이다.

미술품은 인류 그리고 국가와 민족, 국민의 것: 우리가 사유재산으로 치부하는 미술품의 최종 종착지는 공공기관인 미술관이다. 물론 테오필 토레 (Theophile Thore)와 같은 진보적 계몽주의자들은 미술관을 “미술품의 공동묘지”라고 비판했지만 이는 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인 미술품의 수집과 보존에 주력해야하는 미술관이 지니는 숙명 같은 것이다. 특히 미술관은 부르크하르트 (Jacob Burckhardt)가 지적했듯이, 이른바 현대의‘변화의 가속화’경향은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고자 하는 욕구를 극대화함으로서 오늘날 미술관 건립은 더더욱 활발해졌다. 여기에 미래의 문화유산인 오늘의 미술까지 포함하면서 결국 모든 미술품의 최종 종착지는 미술관이 되었다. 따라서 미술관은 역사속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물론 오늘을 사는 인류공동체가 향유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미술관은 오늘을 읽고 내일을 써나가는 역사의 보관소이다.

사실 우리가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는 미술품의 경우 결국 그것이 대한민국 영토 안에 있는 한‘우리’의 것이다. 미술품은 그 특성상 비록 개인이 소장하고 있을 지라도 우리는 그것을 우리의 것이라고 인식한다. 신윤복의 미인도가 간송미술관이 수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의 문화재이고 대한민국의 자산이지 그것을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석굴암이나 다보탑, 석가탑이 불국사의 소유라고 또는 조계종단의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과 같이 말이다. 설혹 법적으로 그것이 불국사 재산이라 할 지 라도 임의로 처분하거나 없앨 수 있을 까. 불가능 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의 소유물인 동시에 인류의 문화유산인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소장한 개인이나 미술관의 경우 사실은 일시 점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도 미술품을 제대로 보존· 보관하기위해서 천문학적인 경비를 감당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자랑해 마지않는 추사의 세한도(歲寒圖, 1844년, 종이에 수묵, 23x69.2cm)의 오늘까지 흘러온 궤적을 살펴보면 미술품이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추사가 유배생활을 하던 제주도에 찾아 온 자신의 제자 역관 이상적(李尙迪, 1804~1865)에게 그려주었던 작품이다. 이후 이상적의 제자 매은 김병선(梅隱 金秉善)과 그의 아들 소매 김준학(小梅 金準學)의 손을 거쳐 하정 민영휘(荷汀 閔泳徽,1852~1935)와 그의 아들 민규식(閔奎植, 1888~?)의 수장품이 되었다가 이후 어찌된 일인지 베이징의 골동상으로 흘러가 일제 강점기 경성대학교 교수이자 추사의 연구자인 후지즈카 치카시(藤塚隣, 1879~19 48)의 눈에 뜨여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후 서예가 소전 손재형(素筌 孫在馨,1903~1981)의 노력으로 고국으로 되 돌아왔고 이근태의 손을 거쳐 손세기(孫世基)의 수장목록에 들어 현재는 아들 손창근이 수장하고 있다.

현 소장가인 손창근은 개인소장품인 세한도를 각종 국공사립박물관에 기획전이나 특별전에 출품하여 국민들에게 안복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다 2010년 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탁함으로서 결국 국민들의 품에 안겨주었다. 그는 세한도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를 비롯해서 겸재의 북원회수도첩등 문화재를 다수 소장한 대 수장가로 몇 년 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미술사 연구기금으로 1억 원을 쾌척한 바 있으며 그의 선친은 약 2천점의 미술품을 서강대학교에 기증 현 서강대학교 박물관의 모태가 되었다.

이렇게 미술품의 최종 종착지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개인 소장가들의 경우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시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미술품은 결국 공공의 것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미술품의 최종목적지가 미술관은 아니다. 적어도 시대를 대변하고 당대를 반영하는 충분한 가치를 지닌 미술품이라야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다. 이렇게 미술관이 어떤 미술품을 소장하느냐는 오늘날 우리의 삶을 어떻게 규정하느냐는 문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 동시에 미래의 미술문화를 결정짓는 척도가 된다.

오늘날 한국미술이 노정하고 있는 문제점인 관객과의‘소통’이라는 화두가‘재미’라는 것으로 오도되는 현상도 실은 공적인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과도하게 민간의 미술시장에 의존하는 시스템 그리고 우리의 척박한 미술관 문화에서 비롯된다. 공적인‘담론’이 아닌 사적인‘농담’은 세상을 천박하게 만들 뿐이다. 우리 미술관들은 이런 현실을 충분하고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실천할 여력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미술관이라는 공공의 영역 대부분을 지탱하는 민간미술관의 경우 거개가 개인의 노력과 희생을 전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더 이상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이다. 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설립 운영하고 있는 국공립미술관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이런 현상이 만연하게 된 것은 미술관이 제대로 가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런 점에서 한국의 미술관들의 분발이 그리고 정부의 개입과 투자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때 보다도 공공의 지원 특히 국가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미술품의 최종 목적지인 미술관들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작품 소장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미술은 커다란 잠재능력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취미와 기회에 봉사하는‘재미’를 추구하는 미술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좀 더 지속된다면 한국미술문화의 발전은 고사하고 우리는 변변하게 후대에 물려줄 제대로 된 문화유산 하나 제대로 갖지 못 한 선조로 남을 공산이 크다. 미래의 한국사에서 우리시대가 가장 비 문화적이었던 시대로 기록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이런 때문에 미술품을 민간이나 시장에만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미술관을 지원하고 육성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미술품의 최종 종착지이자 우리시대의 삶의 궤적이자 미래의 역사를 보관하는 미술관은 문화의 기본 인프라이다. 하지만 미술관에 대한 지원과 육성은 투자규모가 매우 커서 민간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감당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미술문화의 공공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미술관 문화의 현주소 : 이렇게 민간에게 미루어 놓은 한국의 미술관 정책은 “문화가 밥 먹여주느냐?”는 생각이 팽배했던 1970년대의 산물이다. 그 후 한국사회는 수많이 발전했고 먹고 살만해 졌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생각과 태도는 여전하며 책임 있는 정책당국자들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관료들이 그렇게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앞 다투어 벤치마킹하기 여념 없는 선진 외국의 제도 중 미술관정책과 제도는 왜 거들 떠 보지도 않는지?

『2011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2010년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등록미술관 수는 국립 1개소, 공립 34개소, 사립 105개소, 대학미술관 5개소 등 총 145개소에 이른다.- 2011년 비공식적이지만 12개의 미술관이 추가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공식적인 기록에 근거해서 글을 진행하고자 한다.- 이중 민간미술관은 대학미술관 포함 하여 110개로 전체 미술관의 3/4에 달한다. 이렇게 우리 미술문화의 본산이라 할 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을 철저하게 민간에 맡겨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공공재인 미술품에 대한 기본적인 책무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방기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미국을 비롯한 여타 국가들의 경우도 민간미술관의 비중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의 경우 중앙과 지방정부가 세제혜택을 통한 기부금제도 활성화 등 각종 지원책을 통해 민간부문의 미술관들이 나름대로 특색을 가지고 공공성을 바탕으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통해 문화의 종 다양성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배워야 할 것이다.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인 미술품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측면에서 들여다보면 더욱 처절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공사립미술관 144개소 중 매년 일정이상의 작품을 수집하는 미술관은 결코 10개소를 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사정으로 인해 상설전시 기능을 갖춘 미술관은 불과 20여개소를 넘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는 자체 기획 전시보다 대관전시에 치중하는 미술관(?)의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들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민간미술관 즉 사립미술관의 운영과 작품수집등 기본적인 활동을 설립자나 운영자의 몫으로 치부하면서 그 책임을 모면 하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앙 또는 지방정부가 운영주체인 국공립미술관의 경우는 어떤가. 이 또한 민간미술관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미술관 대부분은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전시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인격과 교양을 갖춘 품격 있는 대한민국 국민을 양성하기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미술관문화의 정착과 발전을 통한 공공성을 제고해 나가야 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실 대한민국 미술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립미술관들의 경우 거개가 ‘자력갱생’형 미술관이다. 대부분의 미술관들이 설립자명의의 대지와 건물 그리고 소장품들로 구성되어있다. 결국 그들은 사유재산을 미술관이라는 형식을 빌어 사회에 환원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세상에 내놓은 재산 즉 미술관의 운영과 관리에 계속해서 사재를 투입해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많은 미술관들은 개관 후 제대로 기능하기보다는 현상유지에 급급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연전에는 급기야 사립미술관의 운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미술품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 중앙 또는 지방정부는 설립자들이 중 장기적 운영계획이나 미술관을 지속 가능할 기본자산 없이 개관 한 때문이라고 책임을 미룰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술관 등록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신의 지역, 자신의 재임 시에 등록미술관 숫자의 증가 또는 목표의 초과달성이 마치 스스로의 업적인양 잘못 인식하고 이를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곰곰 반성해 볼 일이다. 또 이런 측면을 등록 시 설립자와 얼마나 진지하게 의논하고 검토해서 등록을 받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등록미술관이 중앙 또는 지방정부로부터 받는 지원이란 사실 매우 미미하다. 일단 가장 큰 혜택이라고 할 재산세 유예 조치이다. 하지만 이 또한 유예라는 점에서 만약 미술관을 폐관할 시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면 결국 미술관은 폐관과 함께 세금으로 국가에 내 주어야 할 판이다. 또 미술관의 경우 전기세가 교육용으로 분류되어 일반 전기료보다 5%가 저렴하다. 전기료가 10만원이라면 5천원이 감면되어 9만 5천원을 내는 셈 이다. 재산세 유예와 전기세 감면의 경우도 미술관 부대시설은 해당되지 않고 직접시설에만 한한다. 여기에 30여개소의 미술관에 전문 인력 즉 학예사의 인건비를 매월 보조해 주는 정도이며 로또기금에서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획전시를 위해 일정부분 지원해주는 것이 거의 다 이다. 그리고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24조에 의하면 중앙 또는 지방정부는 등록된 미술관 박물관의 설립 또는 운영에 관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 지원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등록된 소장품들도 항온항습 등 기본적인 수장시설을 갖추지 못한 창고와 다름없는 곳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등록 미술관의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 할 것이 아니라 이제 ‘양보다 질’을 추구할 때이다. 현재 사립미술관들이 정부를 대신해서 맡아온 미술관문화에 대해 보편적 문화 복지를 국민들에게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가 나서야 한다. 비영리 공공성을 기본으로 공공재를 다루는 미술관을 지원 육성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정부의 명백한 책임이다. 향후 미술관들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지원하는 일 특히 콘텐츠의 보강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의 문화적 자산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러하지만 당장 ‘볼 것’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시급하다. 후대에 물려줄 가치가 있는 최소한의 품격을 갖춘 미술품으로 말이다.

문화선진국 미술관들, 어떻게 오늘에 이르렀나? :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국격(國格)을 논하기 시작했다. 이는 아마도 경제성장에 걸 맞는 국가의 브랜드를 창출하여 문화적 체모를 갖추려는 것으로 늦었지만 경제와 문화의 균형발전을 꾀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15년 동안 시민사회의 줄기찬 요구가 받아들여져 추진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건립사업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러갈 때 극장 건물이나 시설보다 어떤 영화를 하느냐가 선택의 기준이 되듯이 미술관의 외형도 중요하지만 내용 즉 콘텐츠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많은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미술관을 보유한 영국, 독일, 미국, 프랑스의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들 문화선진국의 미술관들은 거개가 민간영역에 속한다. 이는 정부가 세금으로 직접 지원할 경우 발생 할 문화의 획일화, 특정 정치집단의 도구화를 우려한 때문이다. 여기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팔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때문이기도 하다.

가. 미국

미국은 유럽에 비해 짧은 역사를 지닌 탓에 유럽에 대해 문화적인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고 그 결과 현대미술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루어 뉴욕을 새로운 미술문화의 중심으로 키워냈다. 이런 미국의 미술관 발전의 원동력은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미술관을 확실하게 민간에게 맡겨 둔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전적으로 민간에 의존한 것은 아니다.

1917년부터 시행되어온 미국의 기부금 세제지원제도는 미국의 가장 중요한 예술지원정책으로 “기부가 비영리단체를 통한 공공복지를 위해 쓰일 경우 세금을 대신한다.”는 원칙에 의거 기부를 하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로 세금으로 납부할 돈을 직접 미술관 등에 기부하게 함으로서 오늘의 미국미술관을 완성시키는 동력이 되었다. 물론 이런 제도로 인해 경기가 급락하면 따라서 미술관의 기부금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재무성은 개인이나 법인이 기부금을 얼마를 낼지 가늠 할 수 없어 세수를 예상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개인이 미술관에 기부할 경우 소득의 30~50% 한도 내에서 기부가 가능하며 5년간 이월하여 공제를 해 주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소득자의 경우 약 35%의 세금을 감면받는 셈이다. 물론 연방세율이 변경되기 전인 1917년부터 1986년까지 세금감면효과는 평균 70%에 달했다. 법인의 경우 총 소득의 10%내에서 기부가 가능하며, 5년간 이월공제가 가능한데 1990년대 초부터는 미술품 기부를 활성화하기위해 분할기부제도(Fractional Gifts of Arts)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기부자가 미술품을 일정비율로 나누어 기부함으로서 총 작품가중 기부한 비율만큼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법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작품가가 상승하면 공제혜택이 커지는 장점이 있다. 미국의 미술관들은 개인이나 법인이 설립하고 이사회를 구성해서 이들이 관장을 선임하는 방식으로 민간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비영리공공법인의 형태로 가장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하는 소장품 취득의 경우 연간 80%를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기부를 통해 ‘착한 부자’들이 사회적으로 기여할 기회를 미술관이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나. 영국

영국의 미술관 · 박물관은 거의 모두가 반관반민형태의 비정부공공기관(NDPB, Non- Departmental Public Body)의 형태로 운영된다. 민간이 주도하지만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민관이 공동으로 설립과 관리 운영을 하는 셈이다. 영국은 1851년 열린 런던 대 박람회 이후 중앙과 지방정부가 미술관· 박물관을 지원하기 시작 19세기말 관광산업의 중추로서의 미술관 기능에 착안 집중적으로 마케팅을 펼쳐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멋진 영국”(Cool Britannia)의 대표적인 문화상품, 창의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영국은 1931년 박물관 도서관 문서고위원회(MLA, The Museums, Libraries and Archives Council)을 설립하여 미술관사업을 총괄하도록 하였으며 1977년에는 영국사랍박물관 협회(AIM, The Association of Independent Museums) 가 창립되어 미술관 박물관 정책을 수립시행하며 1988년부터 미술관·박물관 등록과 인증 평가를 실시해왔으며 2004년부터 인증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인증제도는 중앙및 지방정부는 물론 기부자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간 프로그램 교차, 전시교환, 순회전시 등이 수월해졌고 결과적으로 미술관들은 경비를 절감하는 방편이 되었다.

미술관 박물관은 정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는 대신 상업적인 영리활동을 제한받으며 미술관 관련 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진다. 또한 정부가 이사들을 선임하지만 미술관 운영에 대해서는 이사회가 정부로부터 독립적,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소장품을 관리하고 보존하며 공익을 위해 활용해야하는 의무를 수행해야하는 법적인 책임이 있다. 그리고 관장의 경우 이사회가 선출하여 정부의 승인을 얻어 취임하는 데 고용형태는 계약직이며 일반 미술관 직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영국 미술관들의 재원 조달방식은 정부는 일정부분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미술관이 자체 조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수익이 발생할 경우 미술관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며 기부금 모집과 수익사업도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영국의 경우 개인이 미술관에 기부할 경우 한도 없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는 최고소득층의 경우 약 60%의 세금감면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해서 영국도 ‘착한 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법인의 경우도 한도 없이 손금산입이 가능한데 이 경우 약 20~26%의 세금감면효과를 누릴 수 있다. 대부분 소득의 일정부분이상을 기부하는 경우 손금산입을 해 주지 않는 데 반해 영국은 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1990년 경제가 급강하 한 영국은 기부금이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기프트 에이드 (Gift Aid)제도를 도입 운영 하고 있다. 이 경우 개인이 일정범위의 금액을 현금으로 기부할 경우 기부금액의 20~ 25%의 금액을 더해 추가로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로 불경기에도 지속적인 기부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또한 영국은 2000년 전화나 문자메시지, 인터넷 등을 통해 신용카드로 기부하는 제도를 도입되었고 또 지분과 증권의 기부(Gift of shares & security)에 대해서도 조세감면을 해 주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다. 독일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 육성을 사회보장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는 독일은 연방제 국가로서 16개의 지방자치단체에 문화예술에 관한 전권을 부여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문화를 포괄적으로 관장하는 부처를 두지 않고, 내무부, 교육부, 과학부 등 연방정부 전체 내에서 사안별로 지원하고 있으며 우리의 문화예술위원회 격인 쿨투어라트(Kulturrat)가 주도하고 있다. 이는 나치시대의 국가에 의한 문화통제의 폐해를 경험한 독일의 선택이었다. 따라서 독일은 지방정부와 연방정부가 각각 부담하는 문화예산 비율이 일정부분을 넘지 않는다.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은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 하는 프로젝트에 한정되며, 대부분 예산부담은 주정부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몫이다. 연방정부의 주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문화예산 지원은 3% 이내라는 통계가 있다. 최근 유럽통합이후 주도적으로 유럽연합을 이끌고 있는 독일은 “지원이 아닌 미래에 대한 지속적 투자”라는 개념으로 최근 연방 정부 차원의 문화예술 지원예산은 10% 이상의 가파른 증가세를 보여 왔으며 독일의 문화예산은 전체예산의 1.29%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의 경제위기를 넘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Konjunkturpaket)이 실시되면 문화 예술에 대한 간접지원 예산도 상당할 것이다. 이런 통 큰 재정적 지원으로 베를린 문화 명소의 하나인 ‘박물관 섬(museuminsel)’에 대한 대대적인 보수와 증축사업을 통해 미술관·박물관을 대거 확충하는 데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연방정부가 지원 201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독일은 문화예술분야는 공공지원에 의해 유지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전통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기업이나 민간에 의한 문화예술지원은 미국이나 영국 등에 비해서 그리 활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공적지출이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민간지원의 중요성이 인식되고 있으며 민간지원협의기관도 설립되는 등 민간부문의 비율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독일의 기부금 관련 세제혜택을 보면 기부 받는 단체가 공익, 종교단체인 경우 소득합계의 5%까지와 매출액과 임금 합계 중 0.2% 중에서 선택하여 소득공제를 해 주고 있다. 과학, 자선, 국가가 인정하는 문화목적 등 을 가지는 단체에 기부한 경우 소득금액의 10%까지와 매출과 임금합계 0.2%중 납세자가 선택하여 소득공제를 해주며 이월공제가 가능하다.

라. 프랑스

문화예술행정의 경우 지난 600여 년 동안 철저하게 중앙집권적 입장을 취하고 있던 프랑스는 관료주의와 타성으로 인해 미술관의 효율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문화예술 중심국가라는 자존심에 상처가 나자 과감하게 정책을 전환 민간부문으로 눈을 돌렸다. 프랑스는 1980년대 까지 만해도 문화예술재원의 99%를 공공부문에서 조달했지만 이후 미술관·박물관의 법인화를 추진하였고 2003년부터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메세나 법을 시행하면서 프랑스의 옛 영광을 찾고자 여념이 없다.

프랑스는1972년 프랑스 문화부에 박물관 국을 두어 (DMF, Direction des Musées de France) 전국의 미술관 박물관 고문서보관서, 도서관을 관장했다. 하지만 1997년부터 정부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자율권이 강화된 국가관할서비스(SCN, Service a Competence Nationale)가 도입되거나 법인 형태의 자율성을 지닌 공공기관(EP, Establissement Public)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공공기관으로서의 미술관은 법률상 법인격을 지니며 역할과 권한이 법률에 명시되어있고 재정운영의 정부의 감독을 받지만 자율적으로 독자적인 예산집행이 가능하다. 공공기관으로서의 미술관으로 루브르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운영위원회를 두고 있다. 운영위원장은 문화부가 추천하고 정부가 임명하는 관장이 겸임하며 운영위는 3인의 정부 측 인사, 1인의 국립박물관 연합대표, 7인의 국립미술관 관련 전문가, 3인의 학예원 대표, 3인의 직원대표로 구성된다. 하지만 정부 측 인사 3인으로 인해 자율성 침해요소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도 한다.

이와 함께 2002년부터 미술관 공인제도를 도입 시행하여 커다란 정책적 전환을 시도한다. 그리고 미술관으로 공인받으면 소장품 구입과 운영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과 세제상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소장품의 공개와 소유권 이전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정부의 통제를 받는 시스템으로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은 없다. 특히 2003년 ‘메세나와 재단 그리고 협회에 관한 법률’(La loi française relative au mécénat, aux associations et aux fondations)이 시행되면서 15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아드미칼(ADMICAL; 프랑스기업메세나협의회)이 발족했고 이를 통해 문화예술을 위한 기부금이 급증하였다. 프랑스에서는 법안 통과 후 2002년 3억4000유로(약 5100억 원)였던 기업의 문화예술기부금이 2008년 약 10억 유로(약 1조 5000억 원)로 약 3배 증가했다.

이 법률에 의하면 프랑스에선 개인이 공익단체나 종교단체에 기부할 경우 기부금액의 66%까지 세액을 공제해주며 과세소득의 20%를 넘을 수 없다. 또 특정자선단체에 대한 기부는 510유로까지는 75%의 세액공제를 그리고 그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과세소득의 20~66%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법인 즉 기업의 경우 문화예술에 지원한 금액에 대해 매출액의 0.5% 한도 내에서 60%를 세액 공제해 준다. 가히 파격적인 세금감면제도이다.

이와 함께 프랑스 메세나 법은 기업이 미술품을 구입 국가기관에 기증하거나 국공립미술관이 구입하는 미술품 비용을 지원하면 해당 금액의 90%를 세액을 공제받는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문화예술 기부금에 대해 손금산입에 더해 기부금의 10%를 추가로 세액공제해주는 한편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에 대한 지방세를 현행 세율 0.2%를 0.1%로 인하 감면,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훈련비에 대해 중소기업 20%, 대기업 10%의 지출금 세액공제, 문화접대비 손금산입 한도 확대 등의 혜택을 담고 있다.

이 제도가 실질적인 힘을 발휘한 예는 2007년 니콜라 푸생의 ‘이집트로의 비상’(La Fuite en Égypte au voyageur couché, 1657~58)을 각계의 기부금으로 구입한 것이다. 그간 소장했던 개인소장가가 경매에 내 놓으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외로 팔려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루브르가 나서 기업들에게 작품구입을 위한 모금을 요청했고 이에 생명보험사 AXA, 석유화학회사 토탈 등 20여 개 기업이 참여 1,700만유로의 기금을 모아 작품을 구입하여 이 작품을 처음 전시했던 리옹미술관(Musee des Beaux-Arts de Lyon)에 남게 되었다.


민 · 관의 영역, 미술관

인간이 만든 제도 중 그 어떤 것도 완벽한 것은 없다. 다만 우리는 여러 가지 제도와 정책중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가를 판단하고 선택할 뿐이다. 문화예술 정책 특히 미술관 관련 정책은 더더욱 그렇다. 완벽한 것도 최고의 것도 아닌 최선의 것을 선택하여야 한다. 그리고 선택의 기준을 굳이 정한다면 우리의 실정과 풍토에 가장 잘 맞는 것이라야 한다. 게다가 문화 예술 특히 미술이라는 분야의 독특한 생산과 소비구조 그리고 그 가치에 주목하여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인류에게 있어서 미술문화의 전성기는 르네상스시대였다. 당시 성공한 상인계급들은 아낌없이 미술에 돈을 쏟아 부었다. 이는 우아하고 고상한 인문주의에 대한 재발견이 중요한 배경이 되기도 하겠지만 흑사병의 공포에서 벗어나 신의 구원을 얻고자하는 사회적 심리에서, 때로는 상인들의 새로운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가 미술을 필요로 했으며 그 수요는 고도의 예술적 가치를 지닌 미술품의 생산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미래의 문화적 유산인 미술품은 그 수요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문화 특히 미술문화의 중심에는 생산자이건 소비자이건 개인의 기호와 취미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적인 영역이 모여 집단을 이루며 그 집단 속에서도 개별적인 가치를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런 경향성들이 모이고 이어져 문화가 된다는 점에서 공적인 시스템보다는 사적인 시스템 즉 민간의 자율성이 보다 긍정적인 힘을 발휘하는 구조를 지닌다. 이런 조건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 조건이 다르다면 제 아무리 성공한 정책이나 그 결과도 다르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가 약 600여 년간 지켜온 중앙집권적 문화예술체제를 전환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프랑스는 파리를 제외한 지방을 7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지방문화부(DRAC, Direction Regionale des Affaires Culturelles)를 두고 문화의 지방차치를 실현함으로서 문화적 균형발전을 꾀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중앙에서 배정된 문화관련 예산을 집행하는 권한을 지녔다. 이런 프랑스의 문화정책의 변화는 아비뇽 국제공연페스티벌의 창설과 국립만화연구소를 설립했고 디종에 현대미술센터로 신진작가발굴에 중점을 둔 르 콩소시움(Le Consortium)을 설립하여 프랑스 미술의 자존심을 지켜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특히 눈에 뜨이는 것은 지방문화부 산하의 현대미술지방기금(FRAC, Fonds Regional d’Art Contemporain)의 존재다. 이 기금은 당대의 프랑스 작가들을 비롯해서 프랑스에서 활종하는 외국작가의 작품을 수집, 과학적 보존, 관리, 보관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렇게 모아져 수장하고 있는 작품들은 몇 십 년 후 미래의 프랑스의 미술관 박물관이나 새로 개관할 미술관에 전시된다. 이로서 결국 프랑스의 미술관 박물관은 미래의 대가들 작품을 미리 구입해 둠으로서 다음 세대 미술관에 전시될 작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입소장하게 되는 셈이다. 이와 함께 무명의 작가라 할지라도 가능성이 발견되면 작품을 구입해 주기 때문에 젊은 작가들이 마음 놓고 작업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분권화 정책과 함께 파리를 중심으로 한 미테랑 대통령이 추진한 ‘르 그랑(Le Grand)' 이라는 중앙집권적 프로젝트도 매우 흥미롭다. 지방은 자율과 분권화를 가속화하면서 중앙은 중앙대로 퐁피두센터를 비롯해서 루브르 피라미드, 라 빌레트 과학관 등 문화예술관련 시설을 확대한 것이다. 그는 1986년 좌우동거정부를 구성 운용했던 것처럼 문화예술도 중앙과 지방의 역할과 가능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분배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프랑스는 이와 함께 미술관·박물관의 법인화를 통해 민영화와 지방분관건설로 이어갔다. 그 결과 2012년 루브르 박물관 분관이 프랑스 북부 도시에 랭스(Lens)에 개관을 앞두고 있다. 약 1,400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퐁피두센터의 경우 이미 2010년 메츠 분관(Centre Pompidou -Metz)을 개관했다.

이렇게 프랑스가 문화의 직접적인 효과와 함께 간접적 효과 즉 산업유발효과와 고용창출효과 그리고 지역사회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매우 유익하다는 판단에 의해서였다.

이렇게 공공의 영역과 민간의 영역이 적절하게 교차하는 미술관·박물관의 성공적인 형태는 경제적학적인 입장이나 행정학의 범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미술과 예술의 창의적인 면과 독자성, 개인의 자유와 기호, 취미라는 인간 개별 실존의 지극히 내밀한 국면까지를 포함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따라서 미술문화의 선 순환구조를 위한 시스템이 우선되어야 한다. 양질의 미술관이 작동하여 시민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수준 높은 작품들을 수장하게 되면 좋은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미술 생산 활동이 일어나고 이런 양질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대중들의 심미안과 감각을 배양함으로서 품격 높은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미술관 문화의 획기적인 발전과 국가 전략사업으로서의 미술관 시스템도 민관이 하나가 되되 역할은 분담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시스템은 경제가 어려워 질 경우 직접적으로 미술관 박물관의 수입이 격감할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독일의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영악한 지방재정형편과 아직 원숙하게 뿌리내리지 못한 지방자치제도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다. 영국의 경우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부의 재정지원도 줄어드는 단점은 있지만 최소한의 미술관 운영경비를 정부가 보장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프랑스의 중앙이 재정을 부담하고 지방의 책임아래 지출하는 서로 보완적 관계도 매우 의미 있다. 이와 함께 우리의 아직도 인색한 기부문화로 인해 중앙정부의 일정한 역할과 재정 부담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비정부공공기관(NDPB, Non- Departmental Public Body)의 형태는 매우 바람직 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보다 프랑스처럼 획기적인 세제지원제도가 도입된다면 우리가 매우 짧은 기간 내에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보다 더 빨리 미술관·박물관 시대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국격에 맞는 세계적인 미술문화산업 육성을 위한 제언

지금까지 미술품의 의미와 가치, 우리나라의 미술관의 현황과 그리고 문화선진 국가들의 제도를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문화선진국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방편으로 다음과 같은 제안을 내 놓는다.

가. 미술관, 국가 전략사업으로 지정 육성

미술문화가 발전하면 일단 유 무형적 가치가 실현되는데 하나는 문화적 자산 그리고 가치로서의 효과이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미술품이 갖는 정치 사회적, 문화적 가치와 그 구성원들에게 주는 심정적 가치는 매우 크다. 특히 미술관은 그 중심에 있다. 두 번째는 실용적이며 실질적인 가치로 미술문화가 발전하면 사람들의 미적 감각과 태도도 변화한다. 따라서 기능도 중요하지만 모양 즉 디자인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래서 생필품을 비롯한 모든 제품들도 미적가치를 추구하면서 새롭고 멋진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워 수요를 창출하여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것 이상으로 제품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린다.

그간 우리 정부는 하드웨어 또는 장치산업위주로 국가전략사업을 구성해왔고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문화산업이자 서비스산업인 동시에 관광산업의 근간인 문화 특히 미술문화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지정 육성한다면 실용적인 부문은 물론 감성적인 면과 문화적인 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부상하고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 수장하고 세계적인 작가들을 발굴 전시하는 미술관을 설립 운영하는 경우 100년 뒤를 상상해보면 미술문화산업의 근간으로서의 미술관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당시 무명이었던 고흐가 오늘날의 명성을 얻는데 걸린 시간이 250년이 채 되지 않으며,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 개관한지 80여년이 지난 지금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이 제안의 타당성을 충분하고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이야기 하는 미술문화산업이란 단세포적으로 미술품을 사고파는 그리고 그 차익을 얻는 일차적인 수준의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성과와 예술적 성취 그리고 그것들을 연계하여 창출해내는 유 무형의 산업적 이익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그 중심에는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미술문화는 단기적인 투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산업발전을 위해 기본적인 인프라 즉 사회간접자본(SOC; Social Overhead Capital)이 필요하듯 미술문화도 인프라가 우선되어야 한다. 시각문화 즉 미술문화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공간인 미술관은 그런 점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인프라이다. 사실 지금까지 세계 어느 국가도 미술관, 박물관을 그리고 미술문화산업을 국가전략사업으로 지정하여 육성한 예는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기회인 동시에 핵심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시기이자 성공을 확신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나. 미술관 전담기구를 통한 체계적 지속적 정책유지

국가전략사업으로서의 미술문화산업을 육성하기위해서는 이를 총괄하고 주도해 나갈 기구가 필요하다. 이에 우리는 ‘미술관 박물관 고문서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설치 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우리의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업무는 각각 분리되어있다. 과거 문화부 문화정책국에서 관장하던 박물관 업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예술국에서 관장하던 미술관 관련 업무는 국립현대미술관, 그리고 도서관 관련 업무는 문화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이 담당하며 대통령직속기구로 대통령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를 별도로 두어 도서관관련 정책들을 펴고 있다. 이는 원칙이 무시된 행정 편의주의 또는 부처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다.

미술관과 박물관은 같은 부모에게 태어난 형제와 같다. 또 역사적인 문헌자료를 포함한 문서보관소 역할을 하는 도서관은 물론 과학관, 천문대 등도 박물관과 한 핏줄이다. 그런 점에서 미술관과 박물관, 여기에 국립과학관은 과학기술부가, 국립천문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부설 천문우주과학연구소가 관장하고 있어 이산가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의 박물관관련 정책과 업무는 부처 간 ‘나눠먹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하루빨리 우리도 ‘미술관·박물관·고문서도서관위원회’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설치하여 정책의 일원화와 일관성을 유지함으로서 나라의 위상에 걸 맞는 문화적 시스템을 완비해하는 동시에 미술관산업의 주동력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30C 한국의 모습을 우리 스스로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 미술관 인증 제도를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

국공립미술관은 물론 사립미술관들의 지원을 위해서는 인증미술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 인증미술관 제도란 일정기간 미술관 박물관 활동을 평가하여 등급을 부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매년 미술관의 지배구조 및 미술관 경영, 소장품, 전시, 사회교육, 시설운영, 인력관리, 홍보, 정보화, 회계 등등의 항목에 따라 평가를 ‘미술관·박물관·고문서도서관위원회’가 주관하여 실시한다. 그리고 이렇게 평가된 자료는 다음 회계연도 미술관의 직간접지원의 척도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간 우리미술 및 문화전반에 걸친 지원제도는 소액 다건 지원과 편파지원, 면피지원, 끼리끼리 지원이 주를 이루었다. 따라서 평가결과를 기반으로 인증서를 부여하고 인증등급에 따라 집중지원과 차등지원을 함으로서 미술관의 질적 성장을 담보해내자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열심히 활동한 미술관과 그렇지 못한 미술관에 동등한 지원을 해야 한다면 이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공적자금, 즉 세금이 투입되기 위해서는 국민일반의 이해와 협조가 전제되어야 할 터인데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미술관까지 지원한다면 그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 질 것이다. 또한 재원의 집중지원을 통해 미술관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내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경우 이미 40여 년 전부터 미술관 박물관 인증 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인증 기관은 우수성, 책임, 높은 전문성, 지속적인 제도개선이라는 틀을 통해 전국적으로 인증 받게 되는데 현재(2011년 6월) 미국의 17,500개의 미술관 박물관 중 4.5%가 인증을 받았다. 하지만 이 숫자는 규모로 보면 미국 내 전체미술관 박물관의 25~30%를 의미하며 예산도 이와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듯 인증미술관 제도를 도입 미술관 회계가 분명하게 공개된다면 지원방안도 다양하게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미술관 지원 특히 사립미술관의 경우 걸림돌로 작용한 것은 미술관 등록을 공익을 위한 사회기여라는 생각보다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의식이 강한 일부 설립자들의 과도한 생각과 공적자금이 투입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인 회계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탓도 크다. 물론 사립미술관을 사유물로 인식하는 정부당국의 이해부족이 가장 큰 이유이긴 하지만.

따라서 인증제를 도입하고 평가를 거쳐 일정등급이상의 미술관들에게는 매년 소장품의 과학적 보존관리와 연구를 위해 일정금액을 지원하고 기획전시와 상설전시도 분명하게 지원하여 수준 높은 전시를 통해 교육적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미술관 성격에 맞는 소장품 구입예산을 별도로 국고 또는 지방에서 지원해 주어 양질의 실험적인 미술품들이 미술문화를 선도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학예원, 레지스트라, 컨서베이터 등 미술관 전문 인력(Museum Professional) 풀을 구성해서 필요한 미술관에 파견근무를 시키는 방법, 지역별로 규모 있는 수장고를 건립하여 해당지역의 중소규모의 미 소장품을 합동으로 보존 관리하는 등 다양하게 구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보다 실질적인 방법 중 하나는 운영비인 경상 경비를 지원해주는 방법 그리고 일정기간 일정등급의 인증미술관으로서 자격을 유지한 경우 그 기간 유예된 재산세를 면세해주는 방안 등을 도입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또한 현행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 박물관자료 또는 미술관자료로 지출하는 기부금 즉 미술품을 사서 기증하는 경우에 한 해 개인소득의 50% 범위 내에서 기부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특례기부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진흥기금의 경우 전액공제대상이라는 점에서 일정 등급이상의 인증미술관 기부 시 전액공제해 주는 방안을 도입하는 등의 제도를 통해 세금이 아닌 '착한 부자'들의 기부에 의해 국공사립미술관들이 기부금으로 운영경비까지 충당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술문화산업 발전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기부금을 제공할 시 인증미술관들은 인증시설이라는 점 하나만으로도 타 미술관보다 우호적인 입장에서 기부금을 모금할 수 있을 것이다. 미술관의 선택과 집중을 통한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인증제도 도입은 필수적이다.

라. 미술관 설립 및 기부에 따른 파격적인 지원

이제 우리도 ‘성장에서 성숙으로’ 국가 운영목표를 수정해 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그리고 성숙을 위해서 미술문화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이 되어야 한다. 그간 우리는 하드웨어 또는 장치산업위주로 국가전략사업을 구성해왔다. 하지만 소프트한 미술관 산업을 통해 실용과 감성 그리고 문화를 취하는 것이야 말로 가장 창의적인 동시에 미래 산업의 가치이다. 특히 우리가 수출드라이브정책으로 우리경제가 급 성장 했던 것처럼 이에 상응하는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미술문화산업이란 단지 미술품을 사고파는 그리고 그 차익을 얻는 일차적인 수준의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성과와 예술적 성취 그리고 문화적 포만감과 그것들을 연계하여 창출해내는 유 무형의 산업적 이익까지 포함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행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을 프랑스 수준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현행 문화예술에 대한 기부금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이는 동반성장, 상생협력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미술관과 문화예술기관 그리고 복지재단 등 공익기관에 내는 기부금에 대해 세제혜택 즉 기부금에 대한 개인의 소득공제 또는 법인의 손비인정 폭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우리 세법상 기부금은 법정, 특례, 지정, 비지정 기부금으로 구분하여 손금산입에 차등을 두고 있다. 현행 세법상 우리나라의 경우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기부할 경우 당해 사업연도 소득금액에서 이월 결손금을 차감한 금액의 50%내에서 손금 산입되지만 등록된 사립미술관에 기부할 경우 지정기부금으로 분류되어 법인의 경우 소득금액의 10% 범위 내에서 손비로 인정하며 개인은 연간 소득금액의 20%까지, 2012년부터는 30%로 소득공제범위를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기부금의 범위와 대상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손금산입제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세제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프랑스 메세나법의 세액공제 즉 개인 과세소득 년 20% 한도로 5년간 이월, 법인은 매출액 년 0.5% 한도에 5년간 이월하면서 공제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세액공제율의 경우 프랑스가 개인 66%, 법인 60%로 우리나라 실정에는 다소 높은 것으로 판단되어 50%를 기본으로 하여 여기에 사안별로 증감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다.

한편 국공립미술관의 경우 기부금의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기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 경우 기부를 받기위해서는 정부 또는 지자체의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부를 받아야 함으로 실질적인 기부가 이루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설혹 국공립미술관의 경우 법인화가 이루어 진다해도 작품을 소장하거나 운영이나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기부받기란 쉽지 않아 미술관 문화발전에 걸림돌이 될 것 보인다. 이는 사립미술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행 법령에는 미술관이 법적으로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지만 모집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기부를 유도하거나 유물이나 미술품의 기증을 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획기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제도가 요구된다. 미술관을 설립 운영하는 기업의 문화재단 등 비영리법인은 공익법인에 준한다. 따라서 재단의 수익금 중 고유목적사업 준비금을 수익사업소득과 이자소득처럼 손금산입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문화재 또는 미술관 자료에 대한 상속세의 유예와 상위등급의 인증미술관 자격을 획득할 경우 면세, 등록 미술관 출연재산에 대한 상속세, 증여세의 면세와 재산세 유예를 일정 기간 경과 후 면세, 미술관 관련 비품이나 시설재 수입 시 부가세 면세 및 박물관 소장품으로 수입하는 표본이나 참고자료에 대한 특별소비세 면제 등 세제측면에서 다양한 검토와 지원방안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세금을 미술품이나 문화재로 받아 해당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관리 전환하는 방안도 필요할 것이다. 이 경우 미술관의 콘텐츠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중요미술품의 훼손이나 멸실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긴요한 일이며 개인 소장품을 국민의 것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재도 미술품이나 문화재를 상속할 시 2인 이상의 전문가가 감정한 가액의 평균액을 기준으로상속세를 부과하는 것처럼 국세나 지방세를 미술품으로 물납을 할 경우 전문가들의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거나 국세청장이 구성하는 위촉한 7인 이내의 감정평가심의회에서 감정가를 기준으로 하는 방안도 고려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의 문화유산을 생산하는 작가들을 육성하기위해서도 미술관 지원 육성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긴요한 사항이다. 특히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이 높아 현재 시장으로부터 지원받지 못하는 작가들의 간단없는 작업을 위해서도 국 공사립미술관의 작품수집과 기획 전시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한국작가들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외국의 주요 미술관 전시 시 작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도 필요할 것이다.

결국 미술관은 작가를 키우고 미술문화와 시장을 튼튼히 할 뿐 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미술품은 공공재이며 이런 까닭에 국가와 사회가 그 육성 지원 보존의 책임을 져야하며 이를 위해서 미술품의 최종소비처이자 국민일반이 문화적 복지를 향유하기 위한 시설이자 문화적 자산이며 미래의, 인류의 문화유산인 미술품을 소장 관리하는 국공사립미술관을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금전적 기부나 작품 기부에 전폭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하고 사회와 착한 부자들이 미술관에 좋은 작품을 기증하고 운영경비를 기부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함으로서 국가전략사업으로서의 한국의 미술문화산업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최근 600년간 지탱해온 프랑스가 문화 정책을 과감하게 혁신적으로 바꾸어 관주도에서 민간으로 방향을 전환한 사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