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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美디어담론

[백남준] '탈영토제국'(메가버스)와 히킨스의 '인터미디어'

 
백남준의 탈영토제국(메가버스) 그리고 히킨스의 인터미디어(?)
한 관객이 백남준이 보여주는 황홀한 비디오 세계에 몰입하다. 온 몸으로 밀려오는 5차원 시각적 쾌감에 온몸을 떨고 있다. 테이트모던 전시장

[인터미디어 선언문(Statement on Intermedia)] 모든 미디어여 단결하라! - 딕 히긴스(Dick Higgins) 뉴욕, 1966년 8월 3일: "예술은 무엇보다 소통이다" 무엇보다 공감각(Correspondance)을 표현하는 것이다. 시와 음악, 춤과 연극, 몸과 영화, 모든 장르의 예술이 가장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서 인터미디어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InterCommunication 을 보다 통합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의 또 다른 표현이다.
 
미술은 사람들이 소통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이다. 소통 수단
자체에 대해 진지한 공격을 감행할 사람은 나로선 상상하기
힘들다. 우리의 진짜 적은 사람들을 무의미한 전쟁터에 내보내
죽게 만들던가 아니면 그들이 한낱 고역으로 축소된 버린
삶을 살도록 만드는 자들이지, 우리가 보기에도 현 상황에 가장
적합할 것 같은 다른 소통수단을 사용하는 이들이 아니다.
이런 수단들이 공격을 받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 적들을 이롭게
할 따름인 곳으로 시선을 빼앗겼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중의 교양수준이 높아지고 텔레비전과 라디오가
보급되면서 사람들의 감수성도 변했다. 이 충격이 매우 복잡했기
때문에 단순성에 대한 욕구, 예술가가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항상 사용하는 기초적인 이미지에 기반한 예술을
원하는 취향이 등장한다. 입체파 예술가들이 그랬듯 우리도
사물을 보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묻는다. 하지만 우리는 기본
이미지를 찾느라 그들에 비해 더 안달하고 더 못 참아하기
때문에 그 질문을 좀 더 총체적인 방식으로 던진다. 해프닝, 이벤트
작품, 혼합매체 영상이 충격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이상 우리는 고해(苦海)와 맞서 싸우는 것에 대해 장엄하게
이야기 해달라 부탁하지 않는다. 차라리 그 일이 직접 이루어지는
것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직접적으로 해내는 예술은
한눈 팔기를 최소화하여 이 직접성을 가능케 하는 예술이다.
사이키델릭한 수단과 취향, 통찰의 확산이 이 과정을
어떻게 가속화시킬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추측하는 것은, 그
확산은 아무것도 바꿔놓지 못 할 것이며 다만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경향을 강화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십여 년 간 예술가들은 이런 상황에 맞추기 위해 매체를
바꾸어 왔고, 그 결과 전통적인 형식의 매체는 와해되어 철저히
순수주의적인 기준점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이런 기준점들은
자의적일 뿐 아니라 비판적 도구로나 유익할 뿐이라는 생각이
마치 전 세계에 걸쳐 자연발화라도 일어난 양 등장했다. 가령,
어떤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음악이지만 동시에 시이기도 하다는
식이다. 이것은 매체 간 변증법을 강조하는 인터미디어적
접근이다. 만약 어떤 작곡가가 모든 매체와 자신의 세계 모두를
위해 작곡하지 않으면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형식적이고 심지어 추상적인 형식을 통해 접근할
때만 어쩌면 가능했을) 인터미디어가 발견되었으므로 이제
핵심 문제는 이것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형식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무엇을 위해 사용할 것인가라는 새로우면서도 좀
더 사회적인 차원까지도 포함한다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는가?
직접적인 충격을 주는 도구를 발견했다면, 이제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그것을 써야 하는가? 지금까지 어느 정도 이 문제를
조명해왔던 맥루한 등과 달리, 만약 우리가 이 세계 안에
위험천만한 힘들이 작동하고 있다고 간주한다면 마땅히 우리는
연대하여 그것에 맞서고 또 우리가 진정 아끼고 사랑하는 또는
싫어하는 것들을 작업의 새로운 소재로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은가? 가능한 모든 형식을 사용하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향후
십 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새로운 미디어와 인터미디어를
계속해서 발견해나가는 것보다 우리가 타당하고 명시적으로
아끼는 것들을 이용하는 방법을 새로이 발견하는 쪽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지금이야말로 “꼬리를 다리로 부른다고
다리가 되진 않는다”는 옛 말이 가장 들어맞는 때다. 베트남이나
노동운동의 위기에 대해 단순히 떠드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열매도 보장할 수 없다. 새로운 소통수단의 견지에서 반드시
말하고 넘어가야 할 것을 말할 수 있는 방법을 우리는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새로운 강단, 기구, 기준, 정보의
원천이 필요할 것이다. 어쩌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그 첫 단계부터
착수해야 해야 한다. 딕 히긴스 뉴욕, 1966년 8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