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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 강익중 다른 것 같이, '달이 뜬다' 12월 11일까지

강익중 달이 뜬다전시 전경, 갤러리현대, 2022 20221141211일 갤러리현대 & 갤러리현대 두가헌 
-서로 다른 문화를 한데 모아 집약하여 시공간을 초월하는 집단적 목소리 내기 <이미지 갤러리 현대 제공>

강익중 작가의 개인전 달이 뜬다114일부터 1211일까지 갤러리현대 신관과 갤러리현대 두가헌에서 동시 개최한다. 강익중은 서로 다른 문화, 언어, 환경 등을 하나로 모아 연결하면서 가까운 미래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작품으로 담아왔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모여 하나의 음절을 이루듯, 강익중의 작품 세계에서는 세계의 대립 관계에 놓인 모든 것이 모여 작은 우주를 형성한다. 강익중의 작품은 이종의 언어, 순수의 세계가 포착된 그림과 사물이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놓이며 공존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달이 뜬다는 뉴욕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활동을 펼쳐온 작가의 12년 만에 열리는 국내 갤러리 개인전으로,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을 비롯하여 주요 연작 200여 점과 12년간 세계 곳곳에서 공개한 대형 공공 프로젝트의 스케치 및 아카이브, 작가의 시가 함께 소개된다.

1층 전시장과 두가헌 갤러리의 테마는 달항아리. 강익중에게 달항아리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와 정서, 미적 가치를 품은 대상이다. 2004년 일산 호수공원에 거대한 원형 구조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작품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기울어진 형상을 보고 작가는 어린 시절 매혹된 달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한다.

상부와 하부를 합쳐 그 사이를 손으로 잇고 가마에서 하나의 몸채로 완성되는 달항아리는, 제작 방식과 형상에서 그가 평생에 걸쳐 몰두한 연결의 사상을 내포하고 있던 것이다. 이후 작가는 달항아리를 통해 남과 북’, ‘동양과 서양’, ‘인간과 자연등의 조화와 융합, 풍요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자연과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유백색의 은은한 색감과 불완전한 비례의 풍만한 곡선, 거칠고 매끄러운 표면의 촉각적 질감을 동시에 지닌 <달항아리> 연작은 고즈넉하게 세상을 비추는 밤하늘의 달을 닮았다.

새로운 연작 <달이 뜬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지러지는 달과 달에서 반사된 태양 빛에 의해 달 주변부에 나타나는 형형색색의 달 무지개를 떠올리며 완성한 작업이다.

2층 전시장은 자연이 테마인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화합을 중요시하는 강익중 작가의 생각을 확인한다. 전시장에 수평으로 나란히 걸린 30여 점의 드로잉 연작 <달이 뜬다>는 전통 산수화를 강익중의 시선에서 재해석한 신작이다.

화면의 여백과 획의 비중을 6 4로 채우는 동양화의 기본 원리를 바탕에 두고, 먹을 사용해 산과 들, 달과 폭포, 달항아리, 사람과 집, 새와 강아지 등을 함께 그려 넣고 그 바탕을 다채로운 색의 오일 파스텔로 칠했다.

경쾌한 색의 조화와 자유로운 획의 흐름이 강조된 드로잉 연작에는 즐거운 태도로 작업에 임하는 강익중의 예술가적 태도와 정서가 담겼다. 48 x 48 cm의 개별 작품이 군집을 이뤄 약 4.5m 높이로 설치된 <> 연작은 수묵산수화를 보는 듯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작가에 따르면, 산은 달처럼 우리 마음속에도 살아 있다. <> 연작은 높이가 다른 작은 나무 조각에 아크릴 물감으로 산의 곡선을 그리고 48 x 48 cm 화면에 높이를 다르게 모아 붙인 뒤 표면을 불로 태우거나 그을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듯한 산세를 형상화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패널의 사이드에 칠해진 색들은 산에서 맞는 사계절의 흐름을 시각화한다. <> 연작과 한 공간에 놓인 <우리는 한 식구>는 전시장 구석에 낡은 밥그릇 500개를 뒤집어 산처럼 쌓고, 그 사이로 DMZ 지역에서 녹취한 새 소리가 흘러나와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설치 작품이다. 작가는 마치 밥을 함께 먹듯이 일상에서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우리식구라고 칭하며, 남과 북, 가족과 민족의 의미를 환기한다.

지하 전시장은 강익중만의 언어 감각과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내가 아는 것> 연작은 작가가 일상 속에서 체득한 지혜가 담긴 짧은 문장을 한글과 영어로 적는 대표작으로, 유쾌한 웃음과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한데 모아 집약하여 시공간을 초월하는 집단적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강익중 작가의 핵심적인 연작 중 하나다.

전시장 벽면을 가득 매운 작업은 여러 개의 픽셀로 채워진 거대한 조각처럼 보이지만, 3인치의 나무패널에는 색색의 알파벳과 달항아리가 그려져 있다. “가장 좋은 냄새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나온다”, “좋은 말을 하면 입이 예뻐진다”,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보살핌과 포옹은 우리를 성장시킨다”, “좋은 아이디어는 걸으면서 나온다”, “무지개는 원래 동그랗다등의 의미를 지닌 문장이 사각 패널에 모여 군집을 이룬다.

알파벳 하나하나가 모여 단어를 만들고 뜻을 이루는 문장이 되는 이 작업은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우리가 모여 세계를 이루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 있어 핵심 요소인 연결성을 함축한다.

작가는 이 연작을 확장하여 전 세계 어린이를 참여시키는 다수의 공공 프로젝트를 선보인 바 있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테이블 위에는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가가 선보였던 전시나 공공 프로젝트의 스케치와 미공개 아카이브를 확인할 수 있다.

강익중은 만물을 하나로 연결하고 응집하고자 한다. 그가 전시장 벽면에 남긴 시처럼, 그의 작품들은 하나의 의미로 수렴되는 것을 거부하고 각기 다른 존재를 연결하고 이들의 조화를 통해 순환을 지향한다. 강익중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세계를 연결 짓는 중이다.

[작가에 관하여]

강익중은 1960년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다. 198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뉴욕으로 건너가 프랫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하고 1987년 졸업한 이후 뉴욕에서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4년 유학 첫해부터 하루 12시간의 잡역과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학교를 다녔다. 늘 시간에 쫓기던 그는 작은 캔버스 여러 개를 주머니 속에 가지고 다니며 오가는 지하철 안에서 작업하였고, 이것이 지금 널리 알려진 작가의 ‘3인치작품의 시작이었다. 작은 캔버스 안에 그의 일상이 각종 문자, 기호, 그림으로 담겼다.

이 작품들은 뉴욕 이주의 경험과 문화적 괴리감, 고향과 뉴욕의 일상적 모티브라는 강익중의 사적 역사가 담긴 패널로써 한국과 미국, 그의 유년 시절과 현재, 고향과 타향, 과거와 현재 등 시공간이 중첩된다. 동양과 서양의 풍경과 언어, 문화의 융합과 조화는 그의 작품을 이루는 핵심적인 개념이 되었다.

서로 다른 것 혹은 끊어진 것을 연결하는 개념은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국내외에서 진행해 온 수많은 대형 공공 프로젝트 작품으로 확장된다.

강익중은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백남준과멀티플/다이얼로그전을 열었고,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한국관 대표로 참가하여 특별상을 수상하였다.

1999년 파주 통일공원에서의 <10만의 꿈> 설치와 2001년 뉴욕 UN본부에서 <놀라운 세상>, 2005년 루이빌 무하마드알리센터에 <놀라운 세상(희망과 꿈)>, 20093인치 작품 6만여 점이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의 <삼라만상 : 멀티플/다이얼로그 > 등 수많은 설치 작업을 선보인 바 있다.

작가는 국내외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해외의 공공미술 작품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청사 메인홀의 벽화와 뉴욕 지하철역의 환경조형물, 뉴욕 기차역 플랫폼의 천장 설치 작품, 프린스턴공립도서관의 로비 벽화 <행복한 세상> 등이 있다.

국내에는 광화문 복원 현장의 <광화문에 뜬 달>(2007-2010), 전국 5만 어린이들의 꿈을 모아 만든 경기도미술관의 <5만의 창, 미래의 벽>(2010),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의 외관을 42,000점의 한글 작품으로 덮은 <내가 아는 것>(2010), 순천만 국가정원의 <꿈의 다리>(2013), 오두산 통일전망대 <그리운 내 고향>(2016)<아리랑>(2016), 런던 템즈강 페스티벌의 메인 작품인 <집으로 가는 길>(2016), 순천 시민 65천여 명과 함께 만든 <현충정원>(2018) 그리고 6.25전쟁 70주년 기념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광화문 아리랑>(2020) 등이 있다.

그의 작업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런던 대영박물관, 뉴욕 휘트니미술관, 로스앤젤레스현대미술관, 보스턴미술관, 루드비히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리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미술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일상에서의 발견을 그림뿐만 아니라 글로 표현하는 강익중은마음에 담긴 물이 잔잔해야 내가 보인다(2022),사루비아(2019),달항아리(2018)와 같은 시화집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또한, 강익중은 남과 북을 잇는 임진강 <꿈의 다리> 프로젝트를 완성하기를 염원하며 끊임없이 이에 대한 스터디를 이어오고 있다.

마음에 그리면 이루어지고 종이에 그리면 이루어진다. 먼저 베풀면 이루어지고 먼저 나누면 이루어진다. 부지런하면 이루어지고 때때로 여유로우면 이루어진다. 마음에 담긴 물이 잔잔하면 이루어지고 그 물에 내가 보이면 이루어진다. 무엇보다 사랑하면 이루어진다. 이름 없는 들꽃이라도스치는 바람이라도 그리고 달을 보면 이루어진다

폭풍 직전의 하늘은 연한 청록색이다. 지하철에서 나와 방향을 모를 때 맞는다고 생각하는 쪽의 반대로 가면 된다. 가장 좋은 냄새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방금 산 책받침 냄새다. 어릴 적 들은 칭찬은 오래 기억된다. 만두 속의 부추와 돼지고기 비율은 21이다.

급한 일이 있더라도 몸이 불편한 사람 앞에서 뛰면 안 된다. 밤하늘의 별들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니다무대 공포증은 나보다 더 큰 나를 보여주려 할 때 생긴다.

비행기에선 방귀 소리가 안 들린다부자들은 돈을 잘 펴가지고 다닌다. 괜찮은 아이디어는 아침 샤워 중에 나온다. 성격 급한 사람들이 항상 밥값을 먼저 낸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심리학이다. 기회는 다시 온다. 정말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