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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가 플러스라는 '사랑의 윤리학', 예술로 승화
김상표 작가 10번째 개인전 '사랑의 윤리학' 종로구 삼청동 '한벽원미술관'에서 9월 1일까지
한벽원미술관 입구 김상표 작가 전시 플래카드 장애인들 휠체어 타고 시위 장면(작가는 이걸 사랑의 윤리학으로 본다)을 그린 작품 5개 중 하나.
김상표 작가의 개인전 '사랑의 윤리학'이 2020년 9월 1일까지 '월전미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벽원미술관(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다. 전 경상국립대 경영학 교수였던 김상표 작가는 제도권 안의 삶을 참지 못하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고민했고, 이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직장도 뒤로하다 물 흐르듯 자신도 모르게 화가가 되었다.
그는 대학교수가 되기 전부터 80년대 학부에서 경영학을 하면서 다양한 인문학과 통섭했고 인간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갈증이 심했다. 기존개념을 벗어나 완전히 자신을 해방해 미지 세계 속으로 자신을 내몰았다. 상상력과 감각들이 살아난 다른 삶을 추구했다.
2000년대부터 화가가 되었으니 그의 그림이 날 것 일 수밖에 미술평론가 김종길은 "그의 회화는 날것이어서 새롭다. 무엇이라고 확정 지을 수 없어서 새롭다. 새로워서 뜨겁다" 이번 전시는 10번째다. 부제가 '몸, 에로스, 타자' 사랑의 윤리학이라는 주제로 삼았다. 우리 시대 사랑의 의미와 그 속에 담긴 본질이 뭘까를 고민하고 탐색하다.
사랑의 사회적 확장
서구에서 사랑은 죽음이라는 말과 관련이 깊다. 라틴어에서 사랑은 죽음을 이겨내는 죽임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사랑은 자아의 죽음 함께 찾아오는 환희하는 말도 있다. 이런 주제를 탐구하다 보니 프로이트, 니체, 베르그송은 물론 낭시, 랑시에르, 바디우, 레비나스 등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책을 열심히 읽게 된다고 최근엔 정신분석학 사전도 공부 중이란다.
김상표 I 운명교학곡-카산드라 베델 캔버스에 유채 162.2×130.3cm 2020. 작가 부부초상화
"하나, 둘, 무한대라는 숫자개념은 사랑의 절차에서 고유한 것이다"라고 설파한 '알랭 바디우'의 사랑론은 김 작가의 말 같다. 그가 보기에 사랑은 하나에서 시작해 둘이 되고, 마침내 무한대가 된다. 다시 말해 개인적 사랑이나 사회적 사랑이나 다 둘이 아니고 하나로 본다. 다 혁명적 사건으로 사랑을 둘에서 다수를 향한 넓은 화엄의 바다로 보고 있다.
내가 너이고, 네가 나이기에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호 주체적 사랑'이라고 할까? 사회적 연대에 이어지는 타자에 대한 사랑과 과거 현대 미래를 통시적으로 보고 생사를 넘나드는 시대를 뛰어넘는 인류 보편적 사랑을 말하고 있다.
프랑스 혁명의 3대 표어인,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평등' 그러나 이것의 결실은 우애가 넘치는 '형재애'라는 생각이 다르지 않다. 이번 대표작인 위 첫 사진에는 보는 주인공은 연대하는 신체장애인의 시위 장면으로 원래 5점 연작이다. 이번 전시장 중심에 걸렸다.
여기서 가족과 부부의 사랑도 빠질 수 없다. 작가의 열렬한 지원자인 화가 아내인 김명주 여사와 작가의 자화상과 나란히 5점 소개된다. 그뿐 아니라 여기에 육체적이고 관능적 사랑의 초상화도 포함된다. 아래 '에로스(2)' 바로 그렇다. 원시적 에너지 넘치는 격정적인 사랑도 실감 나게 와 닿는다. 캔버스에 유채 193.9×390.9cm 2020
김상표 I '사랑예찬(에로스)' 우리 캔버스에 유채 162.2×390.9cm 2021. 3작품 중 하나
아래 작품은 멕시코 노벨문학상 수상자 시인 '옥타비오 파스' '태양의 돌'을 연상시킨다.
[…] 수천 년 전에 생의 도둑에게 빼앗겼던 / 우리들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듯이 / 둘은 옷을 벗고 키스했다 / 뒤엉킨 두 알몸은 /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하다 /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 / 둘은 원점으로 돌아간다. 사랑하는 것은 투쟁하는 것 / 둘이 키스하면 세계가 변한다 / 포도주는 포도주, 물은 물, 빵은 빵 맛이 난다 […] 아래 생략
알랭 바디우 같은 사랑의 철학자는 한가한 사랑론을 펼치지 않는다. 예리한 사회비판에서 누구 못지않다. 예를 들면 신화화된 서구식 '민주주의의 기만성'을 폭로 등등, 그런 비판이 결국 개인적 혹은 사회적 사랑의 통로를 많이 왜곡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작가의 정신적 아버지 장일순
이 작가를 이해하는 데 뺄 수 없는 스승이 있다. 무위당 장일순(1928~94) 선생 그는 알다시피 생명 운동가이다. 그는 70년대 그의 고향인 원주를 중심으로 '지학순' 주교와 한국 민주화의 성지로 만들었고, 김지하의 스승이었다. 이후 그는 그걸 실천하기 위해 국내 최대 소비자 중심 생협인 한살림 가게를 열기도 했다.
김상표 I '혁명가의 초상 무위당' 162.2×130.3cm 2019. 무위당 시리즈 중 하나
그의 핵심은 생명 사상이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불가(佛家)에서 이야기하듯, 풀도 돌도 다. 부처라 하고, 성서도 일체 존재에 하느님이 함께 계신다고 하는데 이게 다 '생명사상'과 통한다" 불행히도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혁신이라고 생각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텅하기 힘든 이야기다
이런 시대에 무위당은 역설적으로 가장 중요한 '내어줌'을 말한다. 즉 하심(下心), "바닥을 기라"고 한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무한경쟁 시대 여기선 인류의 답이 안 나온다는 소리다. 바로 무위당에게서 배운 노자의 역설이다.
그런데 김상표 작가는 이런 선생을 그가 쓴 <노자이야기> 통해 큰 깨달음을 얻는다. 무위 사상을 접했고 경영학자는 그는 거기서 기막힌 역설의 경영학을 끄집어냈다. 마이너스가 플러스가 되는 그의 그림은 지우는 게 그리는 것 이런 역설이 그의 작품 기법이 된다.
이런 노자의 역설적 경영학은 역으로 요즘 마트 광고에도 애용된다 이건 어찌 보면 신자유주의 시대의 역설이다. 경영학 교수 출신의 김 작가는 이를 예술에도 적용시킨다.
기존방식 깨는 난장(아나키즘) 방식
기마 만족의 초능력으로 회화의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듯하게 분위기다 2020년 11월 01일 모모 미술관 전시 때 풍경
그는 경영학, 철학, 예술 세 분야를 단계적으로 통과했다. 그에게 인생은 20년간 못 그린 그림을 그리듯이 그렇게 그린다. 어느 해는 200점이 이상 그렸다고, 어깨가 나갈 정도로. 기존의 질서를 저항하는 무위의 춤 같은 유쾌한 그림이다. 이런 그림은 아나키즘 풍, 정도도 없고 기교도 없는 그저 온몸을 던져 무아지경에 빠지는 방식이다.
김상표만의 독창적 회화 스타일은 뭔가? 그의 그림은 분출하는 방식이다. 그의 회화는 80년대부터 고민한 세계관, 역사관, 우주관을 회화로 푼다. 예술을 통해 구원받는 자라고 할까? 그는 테크닉이 아니라 몸을 던져 그리는 수행성 회화, 무한대 물음 속 극한을 달린다. "붓을 칼처럼 휘두르며 발작적으로 그리는 자신을 스스로 발견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런 회화를 하다 보니 그의 작품은 몸의 리듬감이 극대화되는 하나의 추상음악이 된다. 아니 춤, 아니 칼춤, 관념이 아닌 살아있음의 춤이다.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그래서 그의 작품을 '즉흥 환상곡' 같다고 했다. 그림과 그림 아닌 것의 경계가 없다.
그의 회화를 계산이 없고, 사전 스케치가 없다. 그냥 몸 가는 대로 그린다. 직관의 세계이다. '사무엘 베케트'의 말에서 아무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방식으로 실패하는 것, 이 말은 결국 실패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지 않고 내가 진정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라는 메시지로 들린다. 작가는 그래야 진정한 삶의 주인공 살는 것이 된다.
이런 실험이 없고 전위가 없는 미술은 그저 고전이거나 낡은 미학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눈에 익은 뻔한 미술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상표 회화는 날것이어서 새롭다.
김상표 I '전쟁과 사랑' 유채 193.9×651.5cm 2022
<철학> 경영학을 전공하면서 동시대 철학에 관심은 많은 그는 20세기 최고의 사상가로 불리는 2명의 철학자 화이트헤드와 들뢰즈 철학에 심취했고, 이들은 현대철학을 해체하는 사람들이다. 존재보다는 생성의 지식보다는 감성, 초월성보다는 내재성을 중시한 작가의 창작 태도에서도 영향을 준다
박영택 미술평론가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몸을 던져 화폭에 그동안 고민과 갈등 감정과 지성을 그대로 찍어내는 듯한 그리기에 가까워 보인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화폭에 던져, 온몸을 휘둘러 흔적을 남긴다. 평했다.
그의 자화상을 보면 정체성 찾아가기인데 들뢰즈의 '기관이 없는 신체'를 염두에 둔 것인가. 영토화된 얼굴에서 벗어나 얼굴을 그리고 있다. 그는 해체된 인간의 얼굴 위에 무수한 새로운 생명이 피어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초상 중 가장 그다운 '미륵 자화상' 이번에도 소개되다. 운주사의 뭉개진 미륵불을 연상시킨다. 우주 만물과 원만하게 상통하여 장애가 없는 그런 융합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모든 이치가 골고루 통하여 막힘이 없는 원융사상, 대승불교적 관점 말이다
김상표 작가와 그의 공동 저서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2020>
작가(KIM SANG PYO 1964~)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면 그는 전남 영암 출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 및 대학원(경영학박사) 졸업했다. 저서로는 '경영은 관념의 모험이다(생각나눔)',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경영철학(솔과학)', '얼굴성:회화의 진리를 묻다(솔과학)' 등이 있다.
"경영학을 공부하면서 학문에 대한 정체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항상 자아 찾기에 목말랐다"라면서 "내 안에 살아있는 야생의 모습, 내면에서 자아가 상충할 때마다 우발적으로 사건을 터지는데 바로 그걸 그림으로 표현인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나만의 고유한 세계를 가지고 예술 하는 철학자로 혁명적 삶 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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