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교합은 우주의 질서에 참여하는 거룩한 퍼포먼스다. 동양에서 말하는 음양의 조화를 완성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기에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지금과 같은 자본의 신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이것이 많이 왜곡되고 상업화되어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 큰 요소로 작용한다.
멕시코 노벨문학상 수상자 시인 옥타비오 파스(1914~1998년 위 사진) 이런 점을 이렇게 통렬하게 풍자하는 시를 쓰다. 그는 자신은 살아 있으나 가면을 쓴 죽음과 같다고 비유하며 그의 유명한 시집 ‘태양의 돌’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 수천 년 전에 생의 도둑에게 빼앗겼던 / 우리들의 재산을 되찾으려는 듯이 / 둘은 옷을 벗고 키스했다 / 뒤엉킨 두 알몸은 /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하다 / 아무도 접근할 수 없다 / 둘은 원점으로 돌아 간다(292-298행)
[…] 사랑하는 것은 투쟁하는 것 / 둘이 키스하면 세계가 변한다 / 욕망이 육화(肉化)하고, 사랑이 육화하고 / 노예의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돋아난다 / 세상은 진실로 가득 차고, 비로소 만져지며 / 포도주는 포도주, 물은 물, 빵은 빵 맛이 난다 / 사랑은 투쟁, 그것은 문을 여는 것 / 얼굴 없는 주인 밑의 무기수가 되어 / 이름표 하나 달고 사는 / 유령 같은 삶을 때려치우고 생을 바꾼다 / 둘이 마주 보고 서로 통하면 / 사랑한다는 이름이라는 옷을 벗는다(365-377행) - ‘태양의 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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