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2층 '사유의 방'에서 2021년 11월 12일 개관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 http://omn.kr/1w1eq
'사유의 방' 전시를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단독방으로 전시하게 된 취지를 설명하는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 관장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을 가면, 필수코스로 봐야 하는 한국문화재의 대표 브랜드이자 최고 유물은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다. 이번에 두 반가사유상 함께 볼 수 있는 상설 전시실 '사유의 방(규모 439㎡)'이 새로 꾸며졌다. 지난 11월 12일 개관했다. 이번 전시기획은 1년 전 부임한 '민병찬' 관장의 야심작이다. 이 방을 설계한 사람은 '최욱' 건축가다.
민 관장은 "반가사유상은 생로병사와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고민의 상징과 함께, 깨달음의 경지를 향해 나아간다는 의미가 있다"며 "코로나를 극복하려는 이때 많은 국민이 여기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동으로 저렇게 부드럽고 만든 완벽한 불상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라고 덧붙였다.
단독방인 '사유의 방' 설계자 최욱 건축가는 취지설명에서 "반가사유상의 에너지와 공간이 일체화된 느낌을 주려 했고, 사람 눈높이에서 27도 정도가 가장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데 고개를 들지 않고 볼 수 있는 가장 편안한 높이라며 최적의 관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문화 대표 '아이콘'으로 재탄생
2층 전시장 입구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라는 표어가 보인다. 사유의 방으로 들어가는 작은 통로에 '장 줄리앙 푸스' 작가의 2021년 뉴미디어 작품 '순환' 등을 선보인다.
'사유의 방' 초입엔, 한국문화에 관심이 높고 한국어도 능통한 프랑스 작가 '장 줄리앙 푸스(J. J. Pous)'의 신작이 설치돼 있다.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받고 재해석한 작품이다.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구름이 바람처럼 스치는 이 영상은 태초의 천지를 연상시킨다. 진입로가 좀 긴 건 어둔 실내에서 서서히 익숙해지는 '전이공간'의 효과를 내려 한 것이란다.
이번 전시 의도는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을 나란히 놓아 감동을 극대화에 있다. 소극장 같은 방으로 들어가면 천장에 별자리가 보여 신령한 분위기가 난다. 난 이 작품을 볼 때마다 부처상이라기보다는 '한국인이 상상하는 가장 이상적 인간형'이라는 생각이 든다.
▲ (미륵보살) 반가사유상 국보 78호(왼쪽)와 반가사유상 국보 83호(왼쪽)는 반가사유상은 비슷하면서 다르다. 반가사유상은 인도 고대국가 카필라국 왕자, 싯타르다를 모델로 한 "태자사유상"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왼쪽 반가사유상(국보 77호)은 높이가 81.5cm, 무게가 37.6kg이다. 시기는 6세기 후반으로 본다. 반가사유상(국보 83호)은 높이가 90.8cm, 무게가 112.2kg이다. 시기는 7세기 전반으로 본다. 77호는 우주의 이치를 깨달은 듯한 표정이고, 83호는 신앙의 경지를 최고의 예술로 승화시킨 분위기다. 반가사유상은 미래불이라 그런지 이상세계를 추구하는 것 같다.
반가사유상은 고통받고 방황하는 민생(중생)을 사려하며 매혹시키는 부처, 전반적으로 온화하면서도 위엄으로 넘친다. 모나리자보다 더 심오하고 신성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제작과정을 보면 가로세로 철심으로 불상 뼈대를 만들고, 점토와 밀랍, 흙 등으로 외형을 가다듬고 거기에 뜨거운 열을 가한 후 밀랍을 녹이면 불상의 틀이 나온다. 여기에 청동물을 부어 굳히고 외형을 벗기면 완성된다. 입체적인 옷주름과 자연스러운 이목구비 등 얼굴의 윤각선을 생기있게 금동으로 제조했다는 건 당대 대단한 주조술이 있었다는 의미다.
'반가사유상(국보 83호)' 높이: 90.8cm 무게: 112.2kg 제작: 7세기 전반
세계문명사가 그걸 증명하듯 아무리 정치경제가 발전하고 군사력이 강해져도 그것이 문화라는 그릇에 담겨 예술로 꽃피우지 못하면 사라진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국립박물관을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고요하면서 심오한 아우라가 넘치는 이 반가사유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염화시중의 미소라고 할까! 얼굴에 세상의 광명을 발화시키는 게 진정한 미소다.
이 어려운 시대에 '모나리자'보다 더 신기한 '반가사유상' 미소를 닮아보자!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바로 반가사유상 같은 미소를 짓기 위해서다. 반가사유상은 그렇게 사는 삶의 표범을 보여준다. 그게 가능해지려면 몸과 마음을 비우고 좌뇌와 우뇌가 분열되지 않고 하나가 될 때 반가사유상 같은 은은한 미소가 나올 수가 있다.
'반가사유상(국보 77호)' 높이: 81.5cm 무게: 37.6kg 제작: 6세기 후반
1400년의 시대를 넘어 사유하고 번뇌하는 반가사유상의 깊은 세계와 호흡하면서 그 속에 담긴 우주적 깨달음과 놀라운 숭고미를 오롯이 누릴 수 있다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절로 높아질 것이다. 이제 반가사유상, 그 아름다움을 창조적으로 즐기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작품설명보다는 나만의 시선으로 관전기를 써본다면 더 좋은 감상법이 되리라.
이번 전시 포스터 '사유의 방(반가사유상)' 일부분
이번 특별전을 맞춰, 전시포스터(위), 조폐공사 기념메달 등도 마련되었다. 관객은 전시 이해를 위해 벽면에 QR코드로 정보를 받는다. 방문 시, QR리플릿으로 누리집을 내려받을 수 있다. 외국어 설명자료도 비치됐다. 국립박물관 문화재단에서는 전시실 개관을 계기로 반가사유상 온라인 문화상품도 출시됐다. 미니어처 반가사유상이 인기다. 무료입장이다.
덧붙이는 글 | 국립중앙박물관 홈 페이지 https://www.museum.go.kr/site/main/home
국립중앙박물관 https://www.youtube.com/watch?v=udWknOCpbsM
온라인 문화상품점 (museumshop.or.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왕지원 론(論)-김노암, 문화역서울 284 예술감독 -김노암
왕지원의 작품은 성(聖)과 속(俗)의 관계와 운동을 은유한다. 이 인물은 천수관음과 같은 보살이나 부처의 이미지를 모방하면서 천천히 운동을 반복한다. 종교적 표상을 재현하면서도 이웃집 아저씨나 총각을 닮은 얼굴의 어색한 결합. 사람의 얼굴은 본래 형이상학적이다. 존재론적이기에 실존의 문제와 맞닿는다. 조형적 특징뿐만 아니라 그것이 은유하는 문제들 또한 개인적 취향의 영역을 넘어서 보편적인 인간의 자기 정체성과 같은 실체의 문제 등 어렵고 골치 아픈 것들이다.
몇 년 전 해인아트프로젝트에 초대된 작가의 작품을 보고 불교 신도들이 예불을 드렸다는 일화는 왕지원 작가의 작업이 일반적인 미술사의 맥락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관객의 종교적 운동을 낳으니 말이다.
마치 현대미술이라는 그릇에 원형적인 종교성을 부여하는 행위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종교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 곧 미술의 역사였다면, 역설적으로 현대미술로 종교의 문제와 접촉한다는 점은 명상과 영적체험, 인신공양과 까르마의 문제, 종교와 예술의 경계문제 등 작가의 작업의 이해와 해석의 문제를 훨씬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왕지원의 작업은 일반적인 키네틱아트와 관련된 시각이나 문제선상에서 비껴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작업이 영성(靈性)을 다룬다고만 말하기도 어렵다. 그동안의 그가 참여했던 전시들의 기획방향이나 맥락을 보면 여전히 미술사적 맥락에 충실한 또는 세속적 정서와 관련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이 기계적 운동이 주는 쾌감과는 동떨어져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기계적 장치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면서도 인물의 표정을 보면 또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우리의 인상을 견인하기 때문이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깔끔한 조형적 특징과 섬세한 키네틱아트의 운동성과 매우 이질적인 인물의 인상을 통해 왕지원의 작업은 그의 사적인 내러티브는 물론 평균적인 사람들이 인생을 통해 감내해야할 어떤 고통(苦)이나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어떤 모순이나 딜레마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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