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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자-사상가

[보들레르] 가을의 노래(Chant d'automne)

가을의 노래 - 샤를 보들레르 / 초조하고 불안한 가을의 상념 속에 닥쳐올 겨울의 음울함과 불길한 예감을 내다보며 인생의 늦가을 낙조의 한 순간에 따뜻한 사랑의 정감을 애원하는 시

Ⅰ.
머잖아 우리는 차가운 어둠 속에 잠기리니,
잘 가라, 너도 나도 짧았던 우리 여름철의 눈부신 햇빛이여!
나는 벌써 들노라, 처량한 소리 높이 울리며
안마당 돌바닥에 떨어지는 나무소리를.

분노와 증오, 떨림과 두려움, 힘겹고 강요된 고역,
이 모든 겨울이 이제 내 존재 속으로 되돌아오니,
나의 심장, 극지의 지옥 비추는 태양처럼,
한낱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으리라.

나는 듣는다, 몸을 떨며 장작개비 떨어지는 소리를,
교수대 세우는 소리도 이토록 더 육중하지는 않으리.
내 정신은 지칠 줄 모르는 육중한 소리가 나는 망치에
허물어지는 저 탑과 같구나

나는 몸이 뒤흔들린다. 이 단조로운 울림 소리에, 
어디선가 급히 관에 못질 하는 소리를 듣는 듯하다.
누구를 위함인가? ㅡ 아 어제는 여름, 이제는 가을이 왔구나!
저 신비로운 소리는 출발처럼 울린다.

Ⅱ.
나는 사랑하노라, 갸름한 당신 눈에 비치는 푸르스름한 빛을.
정다운 미인이여, 하지만 오늘 내게는 모든 것이 슬프고,
아무 것도, 당신의 사랑도 규방도, 난로도
바다 위에 반짝이는 태양만은 못하다.

그렇지만 사랑해 다오, 다정한 사람이여! 어머니가 되어 다오,
내 비록 은혜를 모르고, 심술궂은 놈이라도.
애인이라도 좋고 누이라도 좋고, 해맑은 가을볕이건
저무는 햇볕이건 그 덧없는 다사로움이 되어 다오.

인생은 덧 없고 허기진 무덤만 기다리나니,
아! 당신의 무릎 위에 내 이마를 올려놓고,
따가운 흰 여름을 그리워하며,
만추의 따스한 노란 햇살을 맛보게 하여 다오!

<1863년 보들레르>

<가을은 남성의 계절 보들레르도 예외가 아니었나. 그의 시 '가을의 노래 ' 마리 브뤼노에게 보내는 연가, 애초롭기까지 하다.  그는 초가을 나이인 45세에 죽었다>

만추의 어느 날 저녁, 38세의 나이에 이미 초로가 된 시인은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있다. 이 때 문득 그의 옆집 마당에는 겨울 난로에 쓸 장작을 부리는 소리가 난다. 이 소리는 시인의 가슴 속에 여러 가지의 감회와 연상을 불러일으킨다. 뜰에 장작을 내리는 소리는 시인에게 닥쳐올 겨울의 분노와 전율과 고된 일을 생각하게 할 뿐 아니라 쿵쿵 떨어지는 이 소리는 사형대가 세워지는 소리, 성탑이 무너지는 소리로, 다시 관 뚜껑에 못 박는 소리로 커간다. 그러므로 이 시는 가을의 노래이나 다가오는 겨울과 그로 인해 연상되는 죽음의 개념을 암시하는 시이다.

이 시는 <악의 꽃> 재판(1861)에 수록되어 있는데, ‘처녀와 같은 순진성`을 지닌 여배우 마리 브뤼노에게 바쳐진 작품이라고 한다. 초조하고 불안한 가을의 상념을 노래한 시이고 1부는 닥쳐올 겨울의 음울함과 음향이 갖는 불길한 예감을 보여주고 2부에는 인생의 늦가을에 따뜻한 사랑의 정을 애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악의 꽃>에는 3명의 중요한 여인이 등장한다. 혼혈 여성인 잔느 뒤발, 보들레르가 플라토닉한 사랑을 바친 사바티에 부인, 그리고 여배우 마리 브뤼노이다. 마리 브뤼노는 예명을 마리 도브랑이라고 했다. 1854년에 보들레르가 만났을 때는 무명이었느나 뒷날 환상극 주역을 맡고부터 유명한 여배우가 되었다. 고뇌에 빠져 죽음의 공포에 떨던 보들레르는 “나의 수호 천사, 뮤즈, 마돈나가 되어 주오”라고 애절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그녀는 보들레르의 친구인 시인 방빌의 품에 안기게 되어 사랑은 슬프게 끝난다.

남성의 욕망과 여성의 주이상스(쾌락) 보들레르는 욕망보다는 주이상스(쾌락)를 추구하다. 그런 면에서 여성이 되려고 했다. 뒤샹과 백남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모던주의 시대를 열었다. 주이상스에서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려고 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상승만큼 심연도 깊었다. 그는 이런 유명한 말을 남겼다 죽음을 제외하고 모든 것은 허무다. 죽음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그는 조응과 교감의 엑스터시를 추구했다. 그는 맑스와 동시대 사람으로 시를 통해 화폐의 숭배에 저항하였다. 그는 그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니면서 직업없이 도시를 이러 저리 헤매는 보헤미안 좋게 말해 요즘 말로 표현하면 자유로운 프리랜서의 창시자였다.

Chant d'automne - Charles Baudelaire

<I> Bientôt nous plongerons dans les froides ténèbres ;
Adieu, vive clarté de nos étés trop courts !
J'entends déjà tomber avec des chocs funèbres
Le bois retentissant sur le pavé des cours.

Tout l'hiver va rentrer dans mon être : colère,
Haine, frissons, horreur, labeur dur et forcé,
Et, comme le soleil dans son enfer polaire,
Mon coeur ne sera plus qu'un bloc rouge et glacé.

J'écoute en frémissant chaque bûche qui tombe ;
L'échafaud qu'on bâtit n'a pas d'écho plus sourd.
Mon esprit est pareil à la tour qui succombe
Sous les coups du bélier infatigable et lourd.

Il me semble, bercé par ce choc monotone,
Qu'on cloue en grande hâte un cercueil quelque part.
Pour qui ? - C'était hier l'été ; voici l'automne !
Ce bruit mystérieux sonne comme un départ.

<II> J'aime de vos longs yeux la lumière verdâtre,
Douce beauté, mais tout aujourd'hui m'est amer,
Et rien, ni votre amour, ni le boudoir, ni l'âtre,
Ne me vaut le soleil rayonnant sur la mer.

Et pourtant aimez-moi, tendre coeur ! soyez mère,
Même pour un ingrat, même pour un méchant ;
Amante ou soeur, soyez la douceur éphémère
D'un glorieux automne ou d'un soleil couchant.

Courte tâche ! La tombe attend ; elle est avide !
Ah ! laissez-moi, mon front posé sur vos genoux,
Goûter, en regrettant l'été blanc et torride,
De l'arrière-saison le rayon jaune et doux !

이런 번역도 있다

머지않아 우린 차디찬 어둠 속에 잠기리니,

잘 가거라, 너무 짧았던 우리 여름날의 찬란한 빛이여!

내겐 벌써 들리네, 음산한 충격과 함께

안마당 바닥 위로 떨어지며 울리는 소리가

 

분노, 미움, 전율, 공포, 그리고 강요된 힘든 노력

이 모든 겨울이 내 존재 안에 들어오려 하네,

그러면 내 심장은 극지의 지옥 속에 뜬 태양처럼

벌겋게 얼어붙은 덩어리에 지나지 않겠지.

 

난 몸을 부르르 떨며 장작 하나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듣네,

교수대 세우는 소리 그보다 더 육중하게 들리진 않으리라.

내 정신 이 단조로운 충격 소리에 흔들리며

어디선가 누가 관에 서둘러 못질하는 소리 듣는 듯.

 

누굴 위해서? - 어제만 해도 여름이 있는데, 벌써 가을이!

저 신비스러운 소리는 어떤 출발신호처럼 울리네.

내 정신 집요하고 육중한 파성추에

허물어져 가는 탑과 같아라

2

난 사랑해요. 당신의 갸름한 눈에 감도는 초록빛을

다정한 미녀, 하지만 오늘은 모든 것이 씁쓰레하네.

그대의 사랑방이나 규방이나 난로 그 무엇도 모두

내겐 바다 위에 빛나는 태양만 못하오.

 

그래도 날 사랑해주오. 정다운 님이여! 내 엄마 되어주오

은혜를 모르고 짓궂은 사람이라 해도

애인이거나 누님이거나, 영광스러운 가을의

아니면 지는 태양의 순간적 감미로움 되어주오

 

덧없는 인생, 무덤이 기다리는구나, 허기져 입 벌린 무덤이!

! 제발 잠시나마 내 이마 그대 무릎 위에 묻고

작열하던 뜨거운 여름 그리워하면서,

만추의 따사로운 누런 햇빛 맛보게 해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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