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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중요전시행사

[천경자화백] "뛰어난 글, 굴곡진 삶 예술로 승화"

천경자는 격동의 한국 근대기를 치열하게 살면서 여류화가로서는 드물게 자신의 역경과 한을 예술로 승화시킨 작가다 - 최광진.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 중 한 명인 천경자화백 1924년 11월 11일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동경여자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평생을 채색화 작업에 몰두했다. 그가 남긴 강렬한 눈빛의 여인상은 굴곡진 삶을 살아온 작가의 분신이다. 천 화백은 글솜씨 또한 남달랐고,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스케치화도 여럿 남겼다. -이영란 기자

<오마이뉴스 천경자 화백 기사> bit.ly/2iXoaj

 

자기애를 예술로 바꾼 여신 같은 화가

'천경자-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 전 갤러리현대에서 4월 2일까지

www.ohmynews.com

"지구에서 하염없이 짓밟혀 온 콩알만도 못한 존재의 의식 때문에 스스로 내가 가엾어진 것이다. 그렇다. 사막의 여왕이 되자. 오직 모래와 태양과 바람, 죽음의 세계뿐인 곳에서 아무도 탐내지 않을 고독한 사막의 여왕이 되자." -천경자

수필집 14권 내다 <여인 素描>, <유성이 가는 곳>, <언덕 위의 洋屋>, <천경자 남태평양에 가다>, <아프리카 기행화문집>, <恨>, <자서전 내 슬픔 전설의 49페이지>, <자유로운 여자>, <쫑쫑>, <꽃과 색채와 바람>, <사랑이 깊으면 외로움도 깊어라>, <탱고가 흐르는 황혼>, <천경자 화집>, <꽃과 영혼의 화가 천경자(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천경자 초혼 153*125cm 1965년

죽음과 영혼의 문제는 그녀에게 종교를 떠나서 평생 삶의 전체를 짓누른 화두였다. 초혼을 고향 고흥의 바다를 배경으로 그린 작품이다. 환상적인 색채로 넘실거리는 바다밑에는 거대한상어가 무시무시한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하고 있고, 화면 왼쪽에는 사라지는 꼬리를 따라 혼령을 부르는 무당의 얼굴과 팔 동작이 검푸른 바다를 위감고 있다. 청색, 녹색, 적색, 황색, 보라색 등 오색찬란한 색면이 음산한 영혼의 기운을 발상하고. 노란깃발이 있는 배 안에는 하얀 화관을 쓴 사람들이 죽은 사람의 한을 위로하고 있다 - 미술평론가 최광진

"천경자의 여인상들은 항상 머리에 화려한 꽃을 달고 있는데, 이것은 어린 시절 고향에서 머리에 꽃을 꽂고 다니는 미친 여인들에서 착상한 것이다. 미쳤다는 것은 자신의 욕망이 타인에 의해 억압되어 이성적 통제기능이 상실된 것이며, 상대를 굴복시키지 않고 스스로를 자학하고 고통을 감내하다 생긴 착하고 슬픈 질병이다. 교활하고 타인에게 폭력적인 사람은 결코 미치지 않는다. 미쳤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현실과 환상의 간극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슬픈 행복인가. 천경자는 이처럼 환상이 현실이 된 미친 여자들에게서 묘한 아름다움을 느끼고 이를 작품의 주제로 삼았다" -미술평론가 최광진 '환상 속의 자아상(p.165)' 중에서 

아래 책 저자 최광진 閒啞 崔光振(1962~)은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현대미술 비평에 있어서 자율성과 재현의 문제」로 1호 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호암미술관(현 삼성미술관 리움)의 큐레이터로 근무하며 《천경자 전》(1995), 《청전 이상범 전》(1997), 《소정 변관식 전》(1999) 등 한국 대가들의 전시회를 연이어 기획했다. 한때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을 지냈고, 2004년부터 理美知연구소를 통해 기호학, 포스트모더니즘, 동서비교미학, 한국미학, 창작론 등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시대정신과 예술의 길을 모색하는 강좌를 해오고 있다. 2015년에는 서울시 예술연구서적 발간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한국의 미학-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를 펴냈고, 그 밖의 저서로 『부드러운 욕망』, 『현대미술의 전략』 등이 있다

최광진 저 천경자 평전 <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

일각에서는 천경자의 작품을 샤갈이나 고갱, 루소, 혹은 프리다 칼로 같은 서양 작가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화풍을 적당히 섭렵한 작가로 치부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학적으로 샤갈의 환상적인 화풍이나 고갱과 루소의 원시주의적 작품에는 삶에서 비롯된 자신의 실존적 불안과 고독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또 프리다 칼로의 작품에는 불행한 자신의 실존적 고통이 절절하게 반영되어 있지만, 그것을 초월하고자 하는 환상과 낭만이 부재한다. 이들과 달리 천경자는 자신의 고통스런 실존과 환상적인 낭만을 공존시켜 생명 내부의 갈등을 해소시킨 실존적 낭만주의자이며, 이것은 한국인 특유의 한과 신명의 미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 에필로그(p.184)

천경자, 1972년 정글 속에서 (베트남)

<책의 순서> 1부 정한의 뿌리: 고향의 봄 | 사춘기의 방황 | 꿈에 부푼 일본 유학 | 빗나간 사랑 | 여동생의 죽음 | 뱀으로 승화된 한恨 | 부산 갈매기 2부 행복의 그림자: 장밋빛 서울 | 보랏빛 환상: 채색화의 신경지 | 회색빛 우울 3부 꿈과 낭만을 찾아서: 뉴욕에서 사모아로 | 타히티, 고갱의 발자취 | 파리, 화려한 고독 | 이탈리아, 보티첼리에 취해 | 베트남, 전쟁터의 시정 | 아프리카, 사막의 여왕이 되어 | 인도, 신비와 침묵의 땅 | 중남미, 탱고를 찾아서 4부 문학기행: 폭풍의 언덕 | 헤밍웨이의 집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 모뉴먼트 밸리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5부 환상 속의 자아상: 비련의 여주인공 | 길례 언니 | 우주 소녀 | 프리다 칼로와 천경자 6부 에필로그: 자신의 한을 승화시킨 실존적 낭만주의자

70년대 해외여행 스케치

하나, 천경자의 전설 같은 생애와 예술세계, 50여 점의 대표작

80년대 해외여행 스케치

불행한 결혼생활로 인한 두 남자와의 갈등과 여동생의 죽음, 집안의 몰락으로 처절한 가난을 감내했던 천경자. 이 책은 불행한 시대 속에서 역경과 고통을 겪으면서도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친 화가 천경자의 삶과 예술세계를 다루고 있다. 50여 점의 주요 작품과 풍부한 자료사진, 흥미 있는 일화와 절절한 사연들을 읽다 보면 독자들은 그림의 탄생배경을 저절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또 천경자의 감동적인 예술혼과 미의식을 접하고 나면 오늘날 삭막한 사회 속에서 희미해져 가는 자신의 꿈을 자각하고, 현실의 고난과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둘, 프리다 칼로 못지않은 한국의 화가, 천경자의 한의 미학

80년대 해외여행 스케치

천경자는 생전에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작가였지만, 그녀의 인기는 오직 국내에만 한정되어 있었다. 저자는 삶의 역경을 치열한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천경자의 감동적인 예술세계가 알려진다면,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 이상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천경자 <알라만다의 그늘2> 1985년. 위에 나오는 노란 꽃이 '알라만다'

이 책은 천경자의 인생노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슬픔과 한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지, 또 그러한 천경자 특유의 작품세계가 샤갈이나 고갱, 루소, 혹은 프리다 칼로 같은 예술가들과 어떤 면에서 유사하고 차이 나는지를 미학적으로 다루었다. 그럼으로써 《미인도》에 묻힌 천경자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고, 서양 작가들과 다른 천경자의 한의 미학을 설파한다. 최근 『한국의 미학-서양, 중국, 일본과의 다름을 논하다』로 주목받은 저자는 천경자를 자신의 실존과 낭만을 공존시켜 생명 내부의 갈등을 해소한 ‘실존적 낭만주의자’로 규정하고, 이는 굿이나 판소리에서 나타나는 한국인 특유의 한과 신명의 미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술평론가 최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