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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랩소디

[백남준] 김홍희저(Mr.Paik) 서문, 멋진 '굿'론

굿모닝 미스터 백(2007년6월) 김홍희전 책을 냈을 때 백남준이 서문을 써 주었다(1992년 그가 만 60). 우리가 사전 가지고 찾아보면서 읽어야. 순 우리말도 많지만 한문 투성이다. 백남준은 음 달지말라고 했지만 젊은층은 읽기 어렵다. 1930년대 서울 양반들 사용한 언어들 그대로 살아있다. 지금은 안 쓰는 말도 많다. 어려서 본 집안 굿 풍경에 대한 소감문이다. 그런데 명문이다 '이상' 시인의 글보다 낫다. 인류학적 관점에서 우리의 굿에 대한 재해석. 요약하면 굿판의 주인공은 여성, 제사의 주인공은 남성, 백남준은 당연히 여성편이다.

김홍희 여사와 백남준 TV 로댕 앞에서 독일 1986년

그증 앞 부분 일부와 맨 마지막 부분을 인용한다. "굿이란 도대체 여자들의 것이다. 무당도 여자거니와 그를 맞이하는 이쪽도 여자가 주동이다. 우리집에는 대개 음력 10월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북한풍이 '광' 문짝을 텅텅 부딪치게 하는 만추, 초동의 행사였다 오후 4시경 초저녁이 어둑어둑해지고 으시시하게 추워지기 시작하는 무렵에, 머리가 반쯤 쉰 애꾸 무당이 젊은 견습 무당 둘 쯤을 데리고 대문을 지나서 내실문으로 들어온다 [...]

1990년 보이스 추모굿 서울에서

빨리 인민 혁명이 나서 백씨 집이 망하면 좋겠고 의식이 높았던 나는 그러나 정말 망하면 어떠하나 하고 걱정이 되어 열심히 무당의 손짓만 주시하게 된다. 이 절정이 끝나면 내일 또 추운 아침 일어나서 동대문에서 종로까지 띠어가야 되겠구나 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새벽이 되어 윗목의 요강에 오줌을 눈다. 놋요강이 내 오줌으로 차차 덥게 되는 것을 느낀다. 형들이 이미 요감에 반즘 차 있었을 때에는 내 오줌이 요강을 들고 있는 손까지 올라온다. 내 오줌의 함량이 아주 불쾌해졌다. 무당은 아직도 기성을 올리고 어머니는 아직도 같이 밤새웠다. 한국식 장단 덩덩덩-덕꿍(Syncopate) 삼 박자를 꿈속에 어렴풋이 들으면서 한두 시간의 나머지 단잠을 맛본다. 나는 아침이 싫었고 지금도 싫다. 무속은 밤의 여왕 만추의 으스스한 향연이었다" 1992. 6.5 파리에서

1986년 백남준 뉴욕 전자굿판

<추신> 백남준은 왜 유명한가 중에서 - 김홍희
백남준은 예술이란 "대중을 얼떨떨하게 만드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백남준의 평생 작업을 보면 정말 우리를 얼떨떨하게 만든다(고상하게 말하면 온몸에[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전율이 오게한다. 맥루한의 말대로 신체의 확장/ 혹은 동시감각적 지각경험 / 사이키텔릭한 환상의 경지). 그래서 김홍희선생은 백남준이 유명하다고 본다. "이런 면에서 비디오아트의 생태학적 참여 혹은 맥루한식으로 말하면 매체를 통한 신체의 확장을 거론한다고 할 수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백남준의 예술은 그 새로움의 충격으로 관객을 일깨운다. 장치된 TV화면에 보이는 일그러진 명사의 모습이나 화면을 수직으로 가르지는 주사선은 그 이미지의 낯섦이 관객의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분열 반복 그리고 중복되면서 빠르게 변하는 백남준특유의 비디오영상은 그 현란한 시청각적 효과가 지각주체의 뇌세포를 자극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은 포함하는 비디오조각 혹은 설치작업이 야기하는 사이키텔릭한 환격은 동시감각적 지각경험을 유발한다. 다시 말해서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이렇게 그의 작품은 지각주체를 활성화시키는 또 하나의 주체를 되어 관객과 상호주관적 교류를 이룬다. 이런 면에서 비디오아트의 생태학적 참여 혹은 맥루한식으로 말하면 매체를 통한 신체의 확장을 거론한다고 할 수 있다" -김홍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