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근전시행사소개

[남화연] '마음의 흐름'전, 아트선재 5월 2일까지

[남화연(Hwayeon Nam): 《마음의 흐름(𝙈𝙞𝙣𝙙 𝙎𝙩𝙧𝙚𝙖𝙢)》개최] 아트선재센터 2-3층, 2020년 5월 2일까지, 불완전한 기록매개로 다른 시대, 다른 두 인물이 그려내는 안무적 궤도 기획: 김해주(아트선재센터부관장) 후원:ISU 그룹,문화체육관광부,서울특별시,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연계 퍼포먼스>: '에헤라 노아라' (퍼포머: 정지혜) [남화연(베니스비엔날레 2015년 국제관에, 2019년 국가관에 2번 초대 받은 작가)

'에헤라 노아라' (퍼포머: 정지혜)

위 정지혜 무용수(performer) 그녀는 관객을 위해서 몸짓을 하면서 품의 동작을 다 영어로 설명한다. 벽 화면에 우리말로 번역을 붙이다. 그녀의 춤을 보면서 내가 이제까지 본 춤은 다 가짜임을 알게 되다.

이 춤이 최승희가 1930년대 일제 식민지 시대에 우리나라 및 세계 여러 나라의 춤을 보고 가장 한국적은 안무로 처음 만들어 무대화한 것이라고 최승희의 천재성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피카소, 장 콕토 등이 왜 최승희 파리 공연을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동이족이 "가무에 능하다" 옛 문헌의 이 짧은 기록이 거짓말이 아니다. 춤은 예술의 예술이라고 하죠.

남화연 I '사물보다 큰' 스틸 이미지 4채널 영상 25분 47초 2019-2020

맞은편에 설치된 4채널의 영상 작업 <사물보다 큰>(2020)은 교차하는 북해의 풍경과 함께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가 그린 바다에 대한 이야기,일본의 친구가 적어 보낸 바다 일지와 더불어 최승희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다룬다. 전시장 2층에 설치된 작업들은 모두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으로 구성된다. 매우 시적인 수작이다.

남화연 I '습작' 유토 철사 나무 설치작품 2020

로댕의<키스>(1882)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춤으로 알려져 있는 <습작>(1935)은 조소를 전공한 작가가 춤에서 조각적인 형태를 찾고자 두 퍼포머를 통해 다시금 풀이한퍼포먼스 영상과 점토로 형상화한 작업<습작>(2020)으로 나타난다.

한국전통 춤을 다 긁어모아 최승희의 천재적 상상력으로 안무한 춤이다. '춤의 무대화, 춤의 세계화, 춤의 예술화' 뭐 그런 말이 떠오른다. 뒤에 보이는 것이 최승희가 처음 시도한 한국 춤 식민지시대 공연 포스터다. 우리에게는 춤에 있어서는 그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탁월한 DNA가 있는 것 같다. BTS가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춤사위에서 가운데 손가락 하나가 우주를 돌릴 것 같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한국 샤만의 힘을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백남준이 샤먼을 그렇게 신뢰한 이유일 수도 있다. 최승희 전까지 우리의 전통춤은 그냥 기생들이나 추는 천한 몸짓으로까지 여겨지고 비하되기도 했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최승희가 안무한 춤은 아르헨티나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탱고보다 훨씬 월등하게 우월해 보인다. 백남준 유목시대 '무게 없는 춤'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했지만. 사실 그림은 정말 옮기기가 너무 힘들고 무겁다. 춤은 그냥 몸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 경이로운 예술을 선보일 수 있는 시간예술의 극치다.

'에헤라 노아라' (퍼포머: 정지혜)

춤이란 손발 사지를 총동원하고 거기에 머리 지성 율동 리듬 등, 온 몸으로 시공간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선의 극한 꼭지점, 그 유연한 아름다움 흘러넘치는 생명력을 어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춤을 모든 예술의 예술로, 무소유 예술로, 무념 무상의 예술로, 무게 없는 예술로 궁극적인 예술의 최고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인가? -안무 최승희

남화연은 안무적접근을 통해 신체 안으로 시간이 관통할 때 발생하는 영향에 주목하고 이를 가시적 형태로 구현하는 방식을 고민해왔다. 하나의 노래나 신문에서 건진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얼개를 만들어가는 생각의 전개 방식이나 주어진 공간에서시간과 움직임을 고려하여 작업의 배치와 동선,영상과 퍼포먼스,사운드를 구성하는 남화연의 작업 방식은 마치 안무의 과정을 연상하게 한다.

남화연 칠석의 밤

작가는 지난 2012년부터 무용가 최승희(1911-1969)에 주목하고, 이를 둘러싼 불완전한 아카이브를 수집하여 작업의 기반으로 삼아왔다. 최승희는 일제 식민기에 태어나 열여섯에 일본으로 건너가 현대무용가 이시이 바쿠를 사사하고 승무의 대가 한성준에게 전통무용을 배웠다. 일본을 비롯하여 미국, 프랑스, 스위스 등지에서 수많은 공연을 하며 명성을 얻은 그의 춤과 행보는 당시 조선과 일본,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구 사이에 선 예술가의 주체성에 대한 고민과 시대적 갈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국의 전통무용과 동양무용을 고루 익히고 근대한국무용의 근간을 만든 이로 평가 받는 반면,일각에서는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고 해방 후 남편인 안막과 함께 월북하여 활동한 경위로 복합적이고 문제적인 인물로 남아있으며 남겨진 기록도 많지 않다. 남화연은 ‘역사의 시간이 관통하는 신체’라는 측면에서 최승희의 삶에 흥미를 갖고,2012년 페스티벌 봄에서 최승희를 중심으로 한 극장 퍼포먼스 <이태리의 정원>을 선보였다.

이어2014년에는 아르코예술자료원에서 본 전시와 같은 제목이기도 한 <마음의 흐름>을 전시하였고,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영상 <반도의 무희>와 설치로 구현된 <이태리의 정원>을 소개한 바 있다.

'남화연 '도큐멘타' 2020

이번 전시는 다년에 걸친 최승희 연구와 작가의 방식으로 풀어온 ‘아카이브’의 여정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영상 작업 6점을 비롯한 다양한 설치, 아카이브 자료, 퍼포먼스 등으로 구성된다. 전시는 작가가 모아온 최승희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는 동시에 자료 속 정지된 이미지 사이에 부재하는 시간과 움직임에 개입하여 이를 다양한 작업으로 제시하고,그 작업 과정의 아카이브를 함께 엮는다.전시의 제목과 개별 작품의 제목은 대부분 최승희의 기존 안무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2014년,작가는 최승희의 동명의 안무였던 <마음의 흐름>에 대해 남아 있는 사진 2장과 당시 공연에 대한 평론가의 짧은 글을 참고하여 무용의 동선을 상상한 6점의 드로잉과 사운드, 포스터로 구성된 작업을 만든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마음의 흐름>(2020)은 기존과 달리 조명을 이용한 빛과 사운드를 포함하는 설치로그 규모와 형태를 바꾸어 전시장 2층에 놓이는데,조명은 마치 춤을 추듯,파도가 일렁이듯 위치를 뒤바꾸어 바닥 설치물을 비추며 움직임을 표현한다.

'에헤라 노아라' (퍼포머: 정지혜)

이어 3층 전시장에서는 작가가 실제 수집한 아카이브 자료를 둘러볼 수 있으며 동시에 ‘아카이브’ 행위를 남화연의 관점으로 풀어낸다양한 작업들을 만나볼 수 있다. 3층 입구에는 최승희의 독무로 선보인 최초의 모던 댄스 <세레나데>(1927)에 대한 몇 장의 사진 자료들과 기록을 접하고 남아있는 사진 속 포즈와 포즈 사이를 엮은 영상 작업 <세레나데>(2020)가 놓여있다.

영상 작업 <칠석의 밤:아카이브>(2020)의 제목은 동아시아 지역에 널리 퍼져 있는 칠월 칠석의 설화를 기반으로 한 작업이자 일본군을 위한 위문공연으로 선보였다는 이유로 친일논란을 불러 일으킨 최승희의 공연 <칠석의 밤>(1941)에서 가져왔다.영상은 작가가 <에헤라노아라>와 <세레나데>의 작업 과정을 복기하며 남긴 메모와 드로잉,퍼포먼스기록들로 구성된다.

'에헤라 노아라' (퍼포머: 정지혜)

<에헤라 노아라>(2020)는 라이브 퍼포먼스로 공연되어 자료이면서 동시에 움직이는 기록으로 제시된다. 본래 <에헤라 노아라>는 남자처럼 갓을 쓰고, 도포를 입고 춤을 추는 해학적인 작품으로,최승희가 일본에서 처음 춘 조선 무용이자일본 무용계에서 각광받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이를 재구성한 퍼포먼스가 펼쳐지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추후 아트선재센터 웹사이트와 SNS 채널을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

<풍랑을 뚫고>(2019)는 최승희가 월북 후 1958년 만든 무용 교본인 『조선민족기본무용』이 재일교포 사회로 전해진 뒤 일본에서 전승되고 있는 조선 춤의 기반이 된 배경을 토대로 한다.작가는 영상에서 재일동포 무용교사인 이경희를 인터뷰하고,그녀의 춤 장면을 영상에 포함하여 최승희의 작품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궤적을 좇는다. 

한편, 전시를 기획한 김해주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두 사람이 그림자 모양으로 서로 어우러지고, 또 떨어지며 떨어졌다가는 다시 어우러지는 그림과 같은 ‘듀엣’이다”라는 최승희의 안무<마음의 흐름>에 대한 기록 중 한 구절을 언급하며“<마음의 흐름>에 대한 이 오래전 기록은 전시를 통한 남화연, 최승희 두 사람의 만남과 공명의 시간에도 적용된다. 서로 마주했다가 다시 거리를 두는 이 안무처럼, 서로 다른 두 사람, 다른 시간대와 그 역사, 실제와 픽션 사이에서 출현한 것들이 두 층으로 나뉘어진 전시장 사이에서 궤도를 그리는 장면을 목격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참가 때 기자들 앞에서

[작가소개] 남화연(1979년 생)은 서울에서 거주하고 활동한다. 최근 덴마크 쿤스트할오르후스에서의 개인전 «Abdominal Routes»(2019)를 포함하여 개인전 «임진가와»(시청각, 2017), «시간의 기술»(아르코미술관, 2015)을 진행한 바 있다. 남화연은 2019년 제 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 작가로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과 함께 참여했다. 그룹전 «역사를 몸으로 쓰다»(국립현대미술관, 2017), «유명한 무명»(국제갤러리, 2016),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베니스비엔날레, 2015), «Nouvelle Vague-Memorial Park»(팔레드도쿄, 2013) 등이 있으며, «궤도연구»(국립현대미술관, 2018) 등의 퍼포먼스를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