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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김민정전] Hill Art Foundation, 6월 24일까지

뉴욕 힐 아트 파운데이션에서, 2020년 3월 4일-6월 24일 김민정의 개인전이 뉴욕 첼시에 있는 힐 아트 파운데이션(Hill Art Foundation)에서 3월 4일부터 6월 24일까지 개최된다.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작가는 한국의 수채화와 서예의 전통을 서구의 미니멀리즘과 추상의 개념과 결합한 아름다운 작품으로 해외 주요 기관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재 그의 또 다른 개인전이 독일 랑겐 파운데이션에서도 열리는 중이다.

© Hill Art Foundation, Photo by Matthew Herrmann

자신의 이름인 ‘Minjung Kim’을 전시 타이틀로 제시한 만큼, 전시에는 작가의 창작 여정을 대표하는 연작 37점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서 아시아 소사이어티 미술관의 디렉터인 탄분후이(Boon Hui Tan)가 전시의 큐레토리얼 어드바이저로 참여했다. 탄분후이는 작가가 한지와 종이, 불의 상호작용으로 만드는 실험을 극찬한다.

"김민정의 예술적 실천은 동아시아 문인들의 전통을 증류하거나 흡수함으로써 동시대 추상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 작가의 실천은 먹, 물, 종이, 접착제, 불 등 매우 제한된 재료들을 사용하여 다채로운 색조, 형태, 질감, 그리고 감정적 고조를 지닌 비범한 범위의 작업을 창조한다. (…) 제한된 재료를 단계별로 결합해 놀라운 범위의 시각적 형태와 음영을 만드는 김민정의 실천은 거의 프랙탈처럼 보인다."

김민정의 추상적인 콜라주 작업은 특별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완성된다. 작가는 뽕나무의 속껍질로 만든 한지에 불을 붙여 그 가장자리를 태우거나 향으로 미세한 구멍을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지 조각을 화면에 조화롭게 배치하거나 수 천개의 한지 조각을 층층이 겹치면서 질서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과정은 수련이나 명상과도 같아서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며, 이때 작가의 호흡과 몸짓의 리듬마저 작품 완성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김민정의 작품에서 불이 지닌 파괴적 측면은 창조적인 에너지의 원천이 된다. 한지는 이 태움의 과정을 통해 다시 자연의 일부로 회귀하며, 이러한 순환 과정은 김민정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작가는 테이트미술관의 큐레이터 이숙경과의 인터뷰에서 “태우기는 선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불을 다루면서 자연의 힘뿐만 아니라 또 다른 절제의 감각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은 일종의 반복, 대나무의 마디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정지와 죽음을 내포하는 반복을 시각화하는 좋은 방법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작가는 한지와 불 이외에도 동양 회화의 출발점인 먹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9살부터 서예와 수채화를 공부한 작가에게 먹은 한지처럼 매우 익숙한 재료이다. 먹의 농담을 섬세하게 조절하며 완성한 <Mountain> 연작은 전통 산수화 풍경을 동시대 추상회화의 맥락과 영역으로 확장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김민정은 <Phasing> 연작에서 한지와 먹 그리고 불의 세계를 한 화면으로 불러온다. 작가는 먹을 머금은 붓으로 한지에 흔적을 남긴다. 일필휘지하듯 힘찬 붓질, 빗방울처럼 한지에 스민 먹 방울, 작가의 몸짓을 상상해볼 수 있는 먹의 파편이 눈길을 끈다. 작가는 먹이 떨어진 자리에 얇은 한지를 덧대고 그 윤곽을 그리고, 이를 다시 향으로 그을려 구멍을 내며 한지의 화면을 비워낸다.

‘채움과 비움’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 에너지 넘치는 동시에 시적인 화면은 관객에게 ‘균형’의 본질을 성찰하도록 안내한다. 태운 것과 남은 것, 검정 먹과 한지의 여백이 만드는 서정적인 여운이 화면에 감돈다.

김민정은 자신의 작품을 “선(禪)과 도(道)의 시각화”라고 설명한다. “나는 늘 평행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한다. 이것을 동양 전통 철학에 따라 음(陰)과 양(陽)이라 부를 수도 있고, 혹은 반대되는 어떤 것들 사이의 균형이라고 쉽게 말할 수도 있다.” 갤러리현대는 2020년 가을, 김민정의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작가에 대하여> 1962년 광주 출생. 어린 시절부터 서예와 수채화를 공부했으며, 홍익대 회화과 학부와 동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학교(Brera Academy of Fine Art)로 유학을 떠났다. 유럽에서 미술을 공부하며 콘스탄틴 브랑쿠시, 브라이스 마든, 칼 안드레와 같은 미술가들에 깊은 영감을 받았다.

지난 20여 년간 이탈리아, 스위스, 중국, 영국,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2년 로마 마르코 현대미술관, 2017년 싱가포르 에르메스 파운데이션, 2018년 화이트큐브 등 유수의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2015년 OCI미술관 개인전 <결(Traces)>, 2017년 갤러리현대 개인전 <Paper, Ink and Fire: After the Process>, 2018년 광주시립미술관 해외유명작가초대전 <비움과 채움> 등을 열며 한국에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 중 카보토 궁에서 열린 부대전시 <빛, 그림자, 깊이>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고,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도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 토리노의 폰다치오네 팔라초 브리케라시오(Fondazione Palazzo Bricherasio)와 덴마크 코펜하겐의 스비닌겐 미술관(The Museum Sbygningen), 브리티시 박물관(The British Museum) 등을 포함한 중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현재 프랑스와 미국을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다. www.minjung-kim.com

힐 아트 파운데이션에 대하여: 2019년 뉴욕 첼시에 문을 연 힐 아트 파운데이션은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공공 예술 기관으로, 미국의 저명한 컬렉터이자 자선사업가인 J. 톰리슨 힐과 재니 힐 부부에 의해 의해 설립됐다. 개관 이후, 크리스토퍼 울(Christopher Wool), 찰스 레이(Charles Ray) 등 동시대 미술의 거장과 재단의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https://hillartfoundati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