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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미술사

[박진아] 헐거운 붓질로 사라지는 순간을 그리다

[포착된 순간을 그리는 헐거운 붓질 -이진숙 미술평론가] “입시미술 때부터 항상 헐겁게 그렸다” 이 ‘헐거운 붓질’은 그녀의 회화 의지에 조응인가. “나는 순간성을 그리고 싶다. 그 상태로 영원히 존속되는 것이 아니라, 연이어지다 사라지는 순간을 그리고 싶다. ‘헐거운 붓질’은 순간성을 나타내기 위한 형식이다.”

박진아 작가는 마네처럼 헐겁게 쓱쓱 그린다. 회화의 평면성을 강조하는 것인가. 그러나 그는 모든 걸 거꾸로 생각하고 그리는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리는 것이 아니고 엷게 지우면서 그리는 것 같다. 지우는 게 그리는 것보다 더 어려울 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우는 그림에 속도감이 있어 유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환상적이고 매혹적이다.

순간의 포착이 영원의 방점이 되는 어떻게 보면 말이 안 되는 그림 회화다. 그의 그림을 보면 마치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그림 속에서 배우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참으로 희한한 현상이다. 회화의 위기 뭐 그런 것에 개의치 않는다. 뉴페인팅 창조하는 열정에 빠져 있어 그런 것 생각할 틈도 없다 신경 안 쓴다 하여간 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세잔처럼 회화에는 설명할 수 없는 그 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금방 그의 그림에 말려들게 된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푹 빠지게 된다.

기법은 물론이고 화면구성과 스토리텔링에서도 흥미롭다. 우리 시대의 키워드인 유혹성이 스친다. 그러나 그 원인은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끌어당기는 감성의 유전인자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림에 대해 사유하고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여백이 많아 좋다.

끝으로 그의 그림에서 매력포인트는 예상치 않은 어떤 해프닝을 그린다는 점이다. 관객에게 그게 뭐지 궁금증을 유발시켜 눈길을 확 돌리게 한다. 다다익선, 많이 볼수록 더 좋아진다. 처음 볼 때보다 나중에 볼 때가 더 좋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마음에 동요가 오면서 나도 모르게 낯설지만 묘한 축제감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현대인이라는 시공간에서 누구나 맛보게 되는 단절감과 소외감, 고립감 그리고 외로움도 강하게 풍긴다.

아트선재가 갔다가 오래간만에 우연히 만났는데 만나 작가가 지금 작품을 중간 정리한 레조네에 준하는 도록이 나온다면 주소를 알려 달란다. 그래서 오늘 세련된 디자인의 따끈따끈한 도록(박진아 Night for Day Hezuk Press)을 받게 되었다 내가 작가인 듯 좋다. 이런 멋진 도록 발간 축하드린다고 전하고 싶다. 서울대 미대 회화과와 영국 런던 첼시 미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