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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랩소디

[갤러리현대] <프리즈 런던>, <프리즈 마스터즈> 참여

[갤러리현대, 2019년 <프리즈 런던>와 <프리즈 마스터즈>에 동시 참여 <프리즈 런던 2019>, 한국 동시대 미술의 역사와 역동성을 주제로 부스 꾸려 <프리즈 마스터즈 2019>, 백남준의 대형 ‘TV 로봇’ 시리즈를 개인전 형식으로 선보여] II

백남준 존 케이지와 샬럿 무어먼 robot 작품 사진저작권 갤러리 현대

백남준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0월 17일부터 테이트 모던에서 열릴 백남준의 회고전 <Nam June Paik>을 축하하는 의미도 지닌다. 테이트 모던의 회고전에는 백남준의 200점이 넘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작품 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초기작인 <TV 정원(TV Garden)>(1974/2002)부터 로봇 시리즈의 첫 작품인 <로봇 K-456(Robot K-456)>(1964), 그리고 비디오 퍼포먼스와 대규모의 설치작품까지 망라한다. 또한 1980년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소통했던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 백남준의 가장 중요한 전시로 꼽히는 첫 개인전 <Exposition of Music - Electronic Television>을 부분적으로 재현된다. 테이트 모던과 샌프란시스코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전시는 테이트 모던의 수석 큐레이터 이숙경 박사가 총괄했다. 이 전시는 2020년 2월 9일까지 런던에서, 추후에는 미국(샌프란시스코), 네덜란드, 그리고 싱가포르를 순회할 예정이다.

갤러리현대는 <프리즈 런던(Frieze London)>과 <프리즈 마스터즈(Frieze Masters)>에 동시에 참여한다. 영국 런던의 리젠트 공원에서 2019년 10월 3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갤러리현대가 유일하게 두 페어에 동시에 참여한다

<프리즈 런던 2019> <프리즈 런던>의 스탠드 C15에서는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와 역동성’을 주제로 김창열, 박서보, 백남준, 정상화, 이우환, 곽덕준, 이강소, 신성희, 김민정, 이수경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곽덕준의 1967년작 <여로>, 김창열의 ‘물방울 회화’ 1979년작 <무제>, 박서보의 1976년작 <묘법 No. 1-76>, 정상화의 1977년작 <무제>, 이우환의 1975년작 <점으로부터> 등은 이제 세계 미술의 거장이 된 한국의 작가가 1960~70년대에 펼친 회화적 실험의 정수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작품은 내년 개관 50주년을 앞둔 갤러리현대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한다.

1963년 백남준 첫 전시 음악의 전시

이강소의 회화와 조각 연작은 관객이 한국 실험미술의 계보를 역추적하고, 동시에 그의 작품에 담긴 ‘풍류’의 개념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된다.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전시가 진행 중인 신성희의 <연속성의 마무리> 연작과 <누아주> 연작도 페어를 찾은 전 세계의 관객과 만난다. 파리에서 30여 년 넘게 활동한 신성희는 평생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며, 평면이면서도 입체가 되는 독보적인 작품을 제시했다. 현재 박서보와 함께 독일의 랑겐 파운데이션에서 2인전을 개최 중인 김민정의 신작도 전격 공개된다. 그는 한지를 불에 태우거나, 향으로 구멍을 뚫고, 먹의 농담을 활용해 추상적이면서도 전통적 산수화를 떠올리는 서정적인 작품으로 국제 미술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페어 전시장 중앙에 놓인 이수경의 <번역된 도자기> 연작은 한국 작가의 작품에 내재한 특징을 명징하게 드러낸다. 그것은 동양과 서양, 창조와 파괴, 전통과 현대, 성스러움과 세속적인 것, 해석과 창조 등의 이분법적 경계가 사라지는 융합의 미학이다. 한편 백남준의 1990년대 작품 <시리우스>, <베타 센타우리>, <사이버 펑크>, <데이비드 보위>는 앞서 언급한 작가들의 회화와 함께 놓여, 관객에게 백남준 작품을 둘러싼 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제공할 것이다.

<프리즈 마스터즈 2019> ‘프리즈 마스터즈’의 스탠드 B14에서는 백남준의 대형 ‘TV 로봇’ 시리즈를 개인전 형식으로 소개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갤러리현대와 백남준의 특별한 인연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은 야외 설치 작품에 이르면서 그 정점에 도달했다고 평가받는다.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의 대표작가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스키타이 왕 단군>(1993)이 대표적이다. 이후 그는 비디오 조각을 통해 새로운 사회현상을 독창적으로 해석하고 미래의 방향을 혁신적으로 제시했다.

1988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백남준의 첫 개인전에서도 ‘TV 로봇’ 시리즈가 공개됐다. 당시 전시에 출품된 〈세종대왕〉(1988), 〈선덕여왕〉(1988) 등은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의 조형적 가능성과 작가 특유의 유머를 결합한 작품이었다. 백남준은 한국의 첫 개인전을 준비하며 한국의 역사적 인물을 TV 로봇의 형식으로 제작하겠다 결심했고, 이후에는 전시가 열리는 지역의 역사적 인물들로 작품의 소재를 넓혀 나갔다. 이번 페어에는 인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역사적 인물인 찰스 다윈과 아이작 뉴턴을 주제로 다룬 입체 작품 <다윈>과 <뉴턴>을 소개한다.

백남준은 역사적 인물 이외에도 자신과 가깝게 지낸 예술가도 ‘TV 로봇’으로 형상화했다. 페어에 공개된 <존 케이지>(1990), <샬롯 무어만>(1990)은 백남준과 각별한 관계에 있던 두 인물의 숨은 이야기도 담고 있다. 가령 <존 케이지>에서 백남준은 웅장한 모습으로 형상화한 몸체 위에 존 케이지를 상징하는 피아노 부품들을 부착했고, 작품의 전면에 한자로 ‘운명적 상봉’이라는 문구를 적음으로써, 작가와 존 케이지 관계의 의미를 명시했다. 두 작업이 한국에 공개될 당시에 작가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니까 꼭 한국으로 가도록 하자’고 강하게 주장했고, 갤러리가 소장가를 오래 설득한 끝에 전시에 공개된 사연이 있다. 이번 페어에는 ‘TV 로봇’의 초기 작품인 1986년작 〈로봇 가족: 할아버지〉, 〈로봇 가족: 할머니〉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백남준이 서울에서 보낸 유년 시절의 기억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그는 한국 특유의 대가족 개념을 자신의 철학적·미학적 실험으로 해석해 냈다. 이 두 작품은 2000년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작가의 회고전에 출품되었다. ‘TV 로봇’ 시리즈 이외에도 <나의 파우스트: 예술>(1989-1991), <우주 밖으로 & 우주 안으로>(1991)와 같은 입체 작품과, 샬롯 무어만과 펼친 퍼포먼스를 기록한 피터 무어의 사진 등도 함께 전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