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희 작가 10주기 추모 세미나 <신성희, 공간을 열다>] 2019년 목요일 10월 17일 오후 5시 갤러리 현대(본관) 1층 전시실 참여 이건용(작가), 신용덕(미술평론가), 이성순(전 소마미술관 관장), 유상현(연세대 교수), 정이녹(신성희 부인 shinslab대표) 신청 15일까지: 02) 2287 3591
[신성희(Shin Sung Hy): 연속성의 마무리 Solution de Continuité] 갤러리현대에서 2019년 9월 24일부터 10월 31일까지 -회화는 그리는 게 아니라 회화는 만드는 것이다 <오마이뉴스 2010년 관련기사> http://bit.ly/bQtjw6
신성희 작가(1948년생)는 예고를 다녔다. 그는 어려서부터 회화가 뭔지를 생각했다. 또 미술가는 누구인지도 역시 고민했다. 신성희 작가는 예술 지상주의자였던 것 같다. 그는 10대 때부터 파리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980년 처음 가족과 함께 그림을 위해 회화의 신대륙을 개척하기 위해서 파리로 갔다.
그는 good wine 마셔야 good idea가 나온다. 지나가는 농담이다. 하지만 그는 맛에 예민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색의 미감에 예민한 사람이 아닌가. 멋은 맛에 나온다. 예술은 맛있는 음식에서 나온다는 소리가 있다. 그의 색에 대한 열정과 감성은 섬세하고 격이 높다.
그는 와인색 비슷한 레드를 좋아했다는데 그 레드는 밖으로 열광하는 레드 와인색이 아니라 안으로 열매 맺는 레드 와인색이다. 바로 요즘 가을색이다. 신성희는 가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화가 같다. 이번 전시 제목은 함축성이 깊다. 연속성의 마무리(Solution de Continuité) 미술평론가 이일 선생이 붙인 이름이다. 여기서 Solution 해결 지점이라고 해석하면 맞다. 마지막 제4단계 누아주를 발명한 근거가 되는 해결 지점을 발견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신성희는 그의 예술세계를 제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제1단계 마대 회화 시대다. 섬세하고 디테일한 극사실주의 시대 제2단계 1980년 파리생활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전환기를 맞는다. 마대 회화를 버리고 자르고 이어 붙이는 콜라주 방식으로 바꾸다. 색을 강조하고 우연성을 개입시키다.
이번 전시는 제3단계만을 선보인다. 그는 마지막 4단계인 누아주 창출해 내는데 그런 면에서 이 시점이 중요하다. 연속성의 마무리 좀 번역이 어색하다. 마무리(solution) 이 말은 '해결 지점'이라고 번역하면 쉽다.
회화란 과연 무엇인가? 작가는 이렇게 생각했다고 작가의 부인은 말한다. 그에게 마대는 실상이고 그림은 허상이다. 회화를 획득한다는 것은 환영을 얻는 것이다. 내 생각에 이것은 일종의 시뮬라크르다. 일종의 시각적 착시현상이 신성희는 그걸 회화로 본다.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Ceci n'est pas une pipe). 그런 착각이 바로 회화다. 회화는 그림자가 있어야 한다. 회화는 그 물성으로 스스로 설 수 있어야 한다. 종이가 스스로 서 있는 존재(être debout)가 되어야 그 정체성을 찾는다는 소리다.
위 사진 뒤에 보이는 제 3단계 작품을 하려면 온 가족이 다 둘려 붙어야 했단다. 작품에서 색을 칠한 작품을 중간에 재봉틀로 박아야 하는데 1미리도 틀리면 그림의 기운다. 그래서 그렇게 안 되려고 가족들 초긴장해야 했단다. 수직과 수평 연속성의 마무리를 위한 시도였던 것이다
그때 지금 도형태 갤러리 현대 대표가 파리에 유학을 하고 있었는데 신성희 작가 가족과 함께 신성희 작가 작품을 만드는데 잡일 등을 하며 참여했단다. 가끔 와인병을 들고 가 응원을 하기도 했다고 전한다. 이 작업은 점점 더 공감각적인 작업이 되면서 미술만 아니라 공명을 주는 음악과 소리와 오브제와 모든 식구들 퍼포먼스의 합작이었던 셈이다
"우리는 입체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평면에서 태어났다. 평면의 조직과 두께는 공간을 향해 나아 가기를 희망하였다. 희망은 가두었던 껍질을 벗고 틀의 중력을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으로 세워지기 위하여 작가의 도움이 필요하였다. 누워있는 것은 죽은 것이다. 우리들은 일으켜 세워지기 위하여 접히고 중첩되었다. 찢기고 다시 묶였다.
해체와 건설, 혼돈과 질서, 압축과 긴장, 당김과 뭉쳐 짐의 실험들은 평면에서 입체의 현실로 변화되어 우리를 바람이 오가는 공간의 문을 열어 접히고 중첩되었다. 찢기고 다시 묶였다. 해체와 건설, 혼돈과 질서, 압축과 긴장, 당김과 뭉쳐 짐의 실험들은 평면에서 입체의 현실로 변화되어 우리를 바람이 오가는 공간의 문을 열게 하였다.” -신성희
여기서 우리는 신성희의 당기고 풀고 압축과 긴장의 리듬감, 색채의 황홀함, 시각적 우아함과 세련됨 그리고 울림이 일어나는 음악적 요소 등에서 최근 첨단미술의 요소를 다분히 품고 있어 매우 앞서간 작가임을 엿볼 수 있다.
제3단계 연속성의 마무리(해결지점) 회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회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구축하는 것이고 그림을 조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봉틀로 박음질을 하는 것이다. 평명과 입체와 오브제를 동시에 추구하다 거기에 음양과 여백과 울림을 발생시킨다. 조립할 수 있는 회화로 기존 회화의 영역을 확장하다.
신성희 작가는 20세기 서양미술의 거대한 영역인 콜라주 기법에 맞먹는 누아주 기법을 발명해 세계 미술사에 기여했다.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열었다. 콜라주 기법 중 하나인 피카소의 파피에 콜레(Papier collé) 기법과 버금간다. 아니 그보다 상급이다. 새로운 회화의 해결 지점(solution) 발굴하다 그리고 마침내 제4기인 누아주 시대를 맞이한다. 이것의 시작은 제3기의 작품을 하다 보니 버려진 천조각이 수북이 쌓이고 그것이 너무 아까워 리본처럼 묶어보다가 우연찮게 누아주 페인팅이 이 세상에 잉태한 것이다
파피에 콜레 기접 후안 그리(Juan Gris) 아침 식사(Le Petit Déjeuner), Gouache, huile et crayon sur papier-peint collé sur toile, 80.9 ×59.7cm. MoMA 1914.
이 작품은 신성희 작가의 4단계 누아주(nouage) 시대 작품이다. 그는 서양미술사에서 거대한 콜라주에 맞먹는 새로운 콜라주이기도 한 그런데 가장 한국적인 엮는다는 발상을 살려 만들어 낸 누아주를 발명한 사람이다. 사물의 연대 의식 같은 엮음과 묶음이다. 그래서 서양미술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런 면에서 그가 파리가 가 성공했다.
회화(평면)이면서 조각(입체)이다. 수예(공예)이면서 설치미술이기도 하다. 가장 프랑스적이면서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프랑스적이다. 색채는 프랑스적이고 엮음이라는 발상은 한국적이다. 이 두 요소가 충돌하지 않고 잘 공존하고 있다.
[신성희 작가 소개] 1948년 안산에서 태어나, 2009년 서울에서 세상을 떠났다. 1966년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한다. 대학생 시절이던 1968년 신인예술상전 신인예술상을, 1969 년 제18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에서 특선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프랑스 현대미술 수장고(FNAC) 소장되어 있다. 파리 정착에서 예고 스승 김창열 도움이 있었다. 연극 광이었다. 잠시 미술교사도 했다. 마대 작업으로 시작했다. 마대는 그리드가 보이기에 작품에서 용이도가 높았다고 한다. 1971년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수상.
홍익대 회화과를 1년 휴학하고 드라마센터에 다니며 연극에 몰두하고, 복학 이후에도 홍익 연극반에서 연극을 즐긴다. 1971년 초현실주의 화풍의 <공심(空心)> 3부작으로 한국미술대상전에서 특별상을 받는다. 동구여상에서 미술 교사로 근무한 그는 1973년 김창열(작가의 서울예술고등학교 스승)의 초청으로 첫 파리 여행을 떠난다. 1974년 홍익대 공예과 전공의 정이녹과 결혼해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둔다. 1974년 첫 ‘마대’ 작업을 시도한다.
1970년대 한국 화단의 “단색조 화풍에 숨이 막힐 듯”했던 작가는 1979년 김창열의 도움으로 프랑스 그랑 쇼미에르 아카데미의 입학 허가서를 받는다. 마침내 1980년 32살에 가족과 함께 파리행을 택하고 2009년까지 그곳에서 활동한다.
학생 비자를 받고 낮에는 불어를 배우고 오후에는 김창열 작가의 작업을 도우며 생활을 이어간다. 이후 채색한 판지를 찢어 화면에 붙이는 ‘콜라주’ 연작(1983-92), 채색한 캔버스를 일정한 크기의 띠로 잘라내고 그것을 박음질로 이어붙인 <연속성의 마무리> 연작(1993-97), 그리고 ‘누아주’ 연작(1997-2009)을 이어지다.
프랑스 엘랑꾸르트 화랑(1983), 그랑 팔레(1981, 1980), 보두앙 르봉(1997, 2000, 2016), 갤러리 꽁베흐정스(1998), 미국 시그마 갤러리(1993), 앤드류 샤이어 갤러리(1999, 2002), 스위스 갤러리 프로아르타(2000, 2003, 2006, 2009, 2013), 일본 도쿄도 미술관(1976), INAX 갤러리(2002), 한국 환기미술관(1994), 소마미술관(2009), 단원미술관(2015) 등 국내외 주요 갤러리와 기관에서 전시를 열었다.
갤러리현대는 1988년 그의 콜라주 작업을 모아 선보인 이후, 2019년까지 총 7회의 개인전을 함께 했다. 그의 작품은 파리 유네스코 본부, 프랑스현대미술수장고(FNAC), 경기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 미 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환기미술관, 호암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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