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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랩소디

[백남준] 날 보면 나를, 부처를 보면 부처를 죽여라

<백남준은 여기서 무소유주의자로 살라고 권고한다. 백남준을 만나면 백남준을 죽여라 부처를 보면 부처를 죽여라 백남준 그래서 베니스 에서 부처의 목을 치다> 백남준, '살불살조(殺佛殺組)'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백남준 아트센터 전시할 때 찍은 사진으로 목이 잘린 부처의 몸뚱이가 전시장 바닥에 뒹굴고 있다 잘린 부처의 두상을 전시장 천장에 걸다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한 작품 중 또 빼놓을 수 없는 건 바로 '살불살조(殺佛殺祖)'다. 이 제목은 부처라는 관념에 집착하지 않을 때 깨달음이 온다는 뜻으로 우상파괴자인 백남준의 면모를 또한 잘 보여준다. 서양미술계 한복판인 베니스에서 동양의 불교사상의 진수를 설치미술로 유감없이 알린 셈이다.

백남준이 그동안 부처를 가지고 많은 작업을 했지만 이 작품은 야만적으로 보일 정도로 파격이라 사람들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조수를 시켜 큼지막한 부처상의 목을 베어 나무에 걸었고 몸체는 바닥에 그대로 뉘었다. 제목이 '살불살조'인 것은 선불교의 자기포기교리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뜻이 된다.

이를 더 확대 해석하면 백남준의 스승인 존 케이지를 만나면 존 케이지를 죽이고, 마르크스를 만나면 마르크스스를 죽이고, 백남준 자신을 만나면 자신도 죽이라는 메시지다.

백남준이 불교신자는 아니었지만, 다음 문장을 보면 그가 붓다가 말하는 무소유 등에 담긴 의미를 얼마나 심도 있게 깨닫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어떻게 75% 만족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50% 만족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30% 만족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09% 만족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00% 만족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우리는 어떻게 - 1000% 만족할 수 있는지 배워야 한다."

인생의 핵심은 가난하게 사는 데 있다. 무소유주자까지는 아니지만 삶의 진실은 거기에 있다. 백남준의 생각이다. 아니 나의 생각이기도 하다. 시게코 여사는 2007년 1주기를 맞아 백남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남편은 스스로 가난하고 외로운 삶을 택했습니다. 평생 돈을 싫어했죠. 예술은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고 늘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