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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론미술사

[김인겸] 조각가, 무한의 통로에 도전하는 작가의 작업 의식

열려진 형식의 명상적 접근 -장석원 전남대 교수, 미술평론가

묵시적 공간(空間)이 주는 쾌감(지극히 당돌하게도 김인겸의 조각은 조각으로서의 일반적 룰을 벗어난 모양을 보인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비()조각적인 것인가 하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철저히 조각적이다. 이를테면 조각가로서 활동해오는 동안 다져진 조각개념이 아무지게 드러나 보인다. 이 점이 김인겸 조각의 매력이자 볼거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김인겸이 거부한다고 생각되는 일반적 물이란 습성 적으로 젖어있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는 데서 오는 쾌감을 지칭하며, 작가 자신이 이 부분에서 남모를 재미를 느끼고 있지 않나 여겨지는 것이다. 그는 도무지 자기 자신의 작업이 어떻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작품 명제에서 읽히는 것처럼 묵시적인 전달 그대로 만족하고 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때의 묵시적 분위기는 소리 없는 침묵 상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은근하고 신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한 것이다. 즉 그의 작품은 남들이 알아차리기 어려운 딴전을 걸어오고 있다. 아마도 이 점이 작가 자신의 조각개념에 중요하게 적용되는 문제인 것 같고, 또 이 궁금증 때문에 그의 조각은 오래도록 묵시적 쾌감을 즐기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

김인경 조각의 매력은 비조각적으로 생각하기 쉬운 요소를 쉽게 조각적인 것으로 바꾸는 솜씨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것에 사물과 사물 간의 틈새라든지, 건축공간에서 어쩌다 발견되는 꺽쇠, 그리고 전동 한옥에서 쓰이는 골조구조 방법 - 구멍을 뚫고 끼우는 식의 방법론이 천연덕스럽게 들여다보이게끔 만든다. 작업의 프로세스가 가식 없이 작업의 살()이 되고 만다. 여기에 무언가 현대미술의 굉장한 논리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이렇게 전혀 비조각적으로 여겨지는 요소를 극히 조각적인 것으로 바꾸어 다루는 천연스러운 솜씨 속에서 조각의 새로운 면모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현대조각의 새로움이 늘 그래 왔듯이, 새로운 조각의 위상이란 예기치 않은 곳에서 세워지곤 한다. 사소해 보이는 사물의 틈새나 사물끼리의 맞물림과 끼움 등의 사실이 사건화되는 현장으로서의 조각, 이것도 새로운 조각의 면모를 밝히는 특이한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료 조각가 김정명이 그의 조각을 두고 '틈의 아름다움'이라고 단언했듯이 이것은 사소한 발견을 궁극적 발견으로 바꾸는 예술의 여유 예술가의 기능이 아닌가 한다. 사물 자체보다는 그것들사이의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틈의 발견이 곧 예술적인 것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중략]

김인겸 조각 / 김인겸 작가는 그 동안 최소의 작위와 최소한의 조형으로 작품의 정신성을 가시의 영역으로 바꾸어 놓는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작품을 해왔다.

그의 작품명  ‘Space-Less’에서도 볼 수 있듯이 김인겸 작업의 키워드는 ‘공간’이다. 작가가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공간은 지각의 대상으로서 인식되는 물리적 공간(Space)인 동시에 사유와 명상이 만들어내는 관념으로서의 공간(Less)으로 두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서로 합일되는 경지(Space-Less)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시각적으로 입체와 평면의 경계에 놓여 있는 듯한 조형적 특성을 지닌 이 번 전시의 새로운 작품을 ‘Image Sculpture’라 명한다. ‘Image Sculpture’는 물리적 실체의 유무로 구분되는 조각과 이미지의 경계에 위치하며, 물성을 통해 존재가 증명되는 조각이 그 물성을 최소화하는 과정을 통해 보다 정신적인 영역으로 영입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한 물성을 가진 육중한 존재감에 대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번 신작들은 마치 공중에 매달아 놓은 듯 전시장 바닥에 가볍게 놓여 있는가 하면, 먹물로 제작된 Sculpture Drawing과 이를 연상시키는 스키니한 조각들이 함께 전시된다. 미니멀적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들의 공간은 아득한 깊이를 가지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것, 여백, 빈 공간, 무가치의 가치 등 해법이 불투명한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여 규정 지울 수 없는 미궁들 속에서 영혼성을 감지하게 하고자 한다. 바닥에 내려앉은 조각의 얇은 Shadow가 공간을 넘어 벽면을 딛고 오르듯 가볍게 달려있는 조각들은 견고한 물리적 실체로서 구체적인 형태로 지각되는 것을 넘어, 보는 이의 감각과 사유 속에서 부유하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관념적인 형태로 다가온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감지할 수 있는 것을 통해 감지할 수 없는 것, 그리고 이 둘 간의 허물어진 경계와 합일을 통한 조형의 영혼성을 추구하며, 무한의 통로에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 의식에 한층 더 접근해 있다.​

김인겸(1945.11.18.-2018.12.13.)은 홍익대 미대 조소과 및 동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고, 88년 이래 국 내외에서 십여 차례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특히, 그는1995년에 최초로 한국관이 설립된 베니스 비엔날레 100주년에 한국 대표작가로 초대되어 ‘21세기 환경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한 작가의 시대정신과 새로운 공간창조를 제시한 ‘Project21-Natural Net’를 출품하여 자연과 현대문명의 소통, 건축과 관람자가 일체 되는 독자적인 공간해석으로 국제적 호응을 얻었다.

또한, 1997년 파리 퐁피두센터 스튜디오에서의 작품발표 및 2001년 파리 Odeon 5에서의 개인전 등 외 국제무대에서 한국현대미술의 위상을 높인 그의 업적들이 평가되어 1997년에는 가나미술상, 2004년에는 김세중 조각상을 수상했다. 

1996년 한국작가로는 최초로 프랑스의 세계적인 미술관 퐁피두 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활동했던 작가는 2004년 귀국하기까지 파리와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FIAC(프랑스), MESSE BASEL(스위스), ART CHICAGO(미국) 등 주요 국제 전시에 참여하여 한국 현대 조각의 면모를 세계무대에 알리는데 일조하였다.

김인겸 조각가 표갤러리 사진 저작권 출처: 표 갤러리

 

KIM In-kyum | Pyogallery

KIM In-kyum  김인겸 ​ ​ 김인겸 작가는 그 동안 최소의 작위와 최소한의 조형으로 작품의 정신성을 가시의 영역으로 바꾸어 놓는 빈 공간(Emptiness) 시리즈 작품을 해왔다. 그의 작품명  ‘Space-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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