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미술계 이슈와 전시] 이번 미술계 결산참여자: 미술평론가 1) 김성호, 2) 김영호, 3) 박영택, 4) 윤진섭, 5) 이선영, 6) 조은정, 7) 하계훈, 8) 김달진 서울아트가이드 편집인 // 8인의 설문 응답을 통해 2023년의 가장 주목받은 이슈와 전시를 기획전•개인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2023 미술계 이슈]
[5표] # 국립현대미술관장 교체•학예실장 공석, 지자체 행정직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 중도 사임 후 석 달 만에 김성희 관장이 취임했지만 학예연구실장은 계속 공석 상태이다. 대전시립, 수원시립, 강원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은 일반직 공무원으로 변경되었고 대구미술관은 임용 취소로 인한 소송으로 이어져 여전히 공석 상태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현재 고위공무원 가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여 임명을 통해 행정권을 보장하고 임용제로의 전환에 대한 제안이 있다. 도판1. 김성희 관장,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4표] # 박서보예술상 폐지와 타계: 지난해 3월 제주에서 박서보미술관 기공식이 열렸고, 광주비엔날레재단이 100만 달러를 기부 받아 제정한 박서보예술상이 1회 시상식 이후 폐지되어 잔여 기부금이 반환되었다. 박서보 화백은 한국미술의 국제화와 단색화를 통한 국제적인 작가로 부상하였고, 10월 14일 92세로 타계하였다. 『권태를 모르는 위대한 노동자, 박서보의 삶과 예술』(박승숙 저, 2019, 인물과사상)이 출간되었고, 서보미술문화재단(대표자 박승조)과 박서보재단(前기지재단, 이사장 박승호), 박서보장학재단(이사장 배순훈)이 있다. 도판2. 박서보 화백, 출처: 박서보재단
[3표] #미술진흥법제정과 후속조치 :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되는 재판매보상청구권, 일명 추급권을 포함하여 여러가지 미술 진흥 법적 근거의 바탕이 될 미술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주축으로 추진되어 왔으며, 미술진흥법 내용 및 시행준비에 관한 설명회 및 의견수렴 간담회를 개최하였다. 미술창작과 전시기획, 미술평론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진흥법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도판3. 미술진흥법 제정에 따른 후속조치 간담회 출처: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2표] #대구미술관 소장품 위작판명 : 대구미술관이 2017년 구입한 김진만의 <매화>가 전문 감정에서 2회 모두 위작 판정을 받았다. 대구시는 위작 구매 경위•작품수집심의위원회 운영 적정성을 조사하여, 소장품 전체에 대한 수집 결정•가격 선정 적정 여부를 살피고 위작은 계약금 회수절차를 밟는다. 해당 위작은 2021년부터 의혹이 있었으나 바로 감정에 착수하지 않은 점도 지적 되었다. 진위 문제는 늘어날 추세라 전문 판단을 할 수 있는 권위 기관과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한예종 석박사 학위 과정 설치 논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석•박사과정을 설치하려는 이유는 교수 채용에 학위를 요구하는 국내 교육기관의 입장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한예종은 기관 설립 의도에 맞게 자유로운 영혼의, 세계 무대에서 활동할 우수한 예술가를 육성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받아들여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2024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편성을 종합하면, 문화 예술 예산은 올해 2조 2,704억 원으로 436억 원(1.9%)으로 줄었다. 미술진흥 기반 구축을 위한 예산이 작년 356억 원에서 441억 원으로 늘어난 것은 미술진흥법의 제정과 맥락을 같이하는 반가운 일이나, 여전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 외에도 백남준기념관 폐관 번복,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종료,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 연임, 임옥상 작가 성추행 혐의 1심 유죄, 약탈문화재 취득시효 인정과 국외소재문화재 반환 등이 꼽혔다.
전시는 주제, 사조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획 단체전과 개인전 두 유형으로 다득표, 전시시작일 순으로 정리하였다.
2023년 주목받은 <기획전>
[4표] 한국의 실험미술 1960-70년대: 2023.5.26-7.1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이데올로기의 날선 대립과 독재 정권의 산업화 정책 그리고 민주화의 염원이 맞물린 1960-70년대 활동했던 청년작가들의 전위적 실험미술을 소개하는 전시다. 퍼포먼스, 개념미술, 설치미술의 유형으로 서구적 아방가르드의 한국적 실천을 도모했던 당시 실험미술은 국전의 고루한 아카데미즘과 기득권에 대항하면서 한국 미술의 지평을 새로 쓰고자 했다. 서울 전시 이후 9월부터 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LA 해머미술관에서 순회 전시한다.
[3표] 다시 보다 한국근대미술전 2023.4.6-8.27 소마미술관
외국 문화 유입으로 한국에 서양 화단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1920년대부터 문화적 대변환의 계기가 된 1988년 서울올림픽에 이르기까지 한국 근현대 미술이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 주요작가별 특징과 시대별 변천사를 한자리에 모았다. 주요작가 25인의 작품 160여 점을 통해 잘 알려진 대표작뿐만 아니라 작가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숨은 수작과 작가의 생각과 필치를 가깝게 느낄 수 있는 드로잉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다.
[2표] 인사이드 아웃: 한국사진사, 1929~1982 2022.12.21~2023.4.16 뮤지엄한미 삼청 / 삼청관 신축 개관전으로 1929년에 열린 정해창의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부터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석조전 서관에서 원로작가 초대전의 일환으로 열렸던 《임응식 회고전》에 이르는 한국사진사의 주요 연보를 재구성했다. 임응식의 한국사진사 관련 아카이브와 그의 사진 작업 전모에 이르는 자료체를 2013, 18년 두 차례에 걸쳐 수집하여 한국 사진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보완했다.
조선의백자 군자지향 / 2023.2.28~5.28 리움미술관 / 국가지정문화재 59점 (국보18점, 보물 41점) 중 절반이 넘는 31점(국보 10점, 보물 21점)과 일본에 소재한 수준급 백자 34점을 포함하여 총 185점을 선보였다. 방대한 조선백자를 총괄하여 소개하는 동시에 그 안에 투영된 조선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품격과 자기수양의 의지, 굳셈과 바름 등 조선의 이상적 인간상 ‘군자(君子)’의 덕목이 투영된 백자를 새롭게 조명했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2023.6.2~10.9 국립중앙박물관 / 서양미술사의 주요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의 주도 아래 전문적 해석으로 영국 내셔널갤러리와 공동주최한 완성도 높은 전시였다. 르네상스, 종교개혁, 그랜드 투어,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 등 15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유럽의 변화하는 시대상에 대한 설명을 더해, 미술의 관심이 ‘종교와 신’에 집중되던 시대에서 ‘사람과 일상’에 대한 주제로 확장되어가는 과정을 거장의 시선을 따라 조명했다.
한국의 기하학적 추상미술 / 2023.11.16~5.19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기하학적 추상은 국내에서 1920-30년대 근대기에 등장해 1960-70년대에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한국 대표 추상미술가 47인의 작품 150여 점을 통해 기하학적 추상미술이 건축과 디자인 등 연관 분야와 접점을 형성하고, 당대 한국 사회의 변화와 연동되면서 한국 미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2023년 주목받은 <개인전>
[5표]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2023.7.15~10.22 아트선재센터 : 1970년대 후반부터 한국 근대성에 대해 탐구하며 이를 확장하고 세계사적 보편성의 관점에서 동시대적 삶의 조건과 의미에 대해서 성찰해 온 연구조사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단면을 개성적으로 담아온 그는 9월 전남 신안 암태도 소작쟁의를 시각예술로 기록한 작품을 설치 후 11월에 문화비축기지에도 이를 이어서 선보였다.
[3표] 마우리치오 카텔란: WE / 2023.1.31~7.16 리움미술관
다양한 매체와 도전적인 주제로 미술계에 논쟁과 이슈를 만들어낸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로 개념이 해체된 현대미술의 모호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관심과 열광을 이끌어내었다는 점에서 모순과 역설의 미술계 현실을 반영한 전시회이다.
김범: 바위가 되는 법 / 2023.7.27~12.3 리움미술관
김범은 다양한 매체를 가로질러 ‘보이는 것’과 ‘실체’ 간의 간극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인지적 간격에 대한 탐구는 초기작에서 주로 미술의 전통 매체인 회화를 중심으로 펼쳐지는데, 30년간 전개된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회화, 조각, 설치, 영상 등 70여 점을 선보인다.
김구림 2023.8.25-2.1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950년대부터 다양한 매체, 장르, 주제를 넘나들며 예술의 최전선에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 실험미술의 선구자 김구림의 미술사적 성과를 재확인하고, 비디오아트, 설치, 판화, 퍼포먼스, 회화 등 미술의 범주에서뿐만 아니라 무용, 연극, 영화,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그의 세계를 230여 점의 작품으로 선보였다.
가장 진지한 고백: 장욱진 회고전: 2023.9.14~2.12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그간 축적된 장욱진 연구와 전시를 되짚어 보며, 1920년대부터 1990년까지 60여 년간 꾸준하게 펼쳐 온 미술 활동을 총망라하여 270여 점을 한 자리에서 조망한다. 시기별 대표작을 엄선하여 화가 장욱진이 진정으로 추구한 예술의 본질과 한국적 조형미의 구축이 한국미술사 안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2표]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좀비: 2023.1.26~4.16 부산시립미술관 / 일본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알려진 무라카미 다카시의 전모를 보여준 회고전으로 팝적인 귀여움과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그로테스크한 ‘좀비미학’을 뒤섞어 현대인의 불안과 기괴한 심리 그리고 덧없음을 토로한 전시회였다. 미공개 초기작부터 회화, 대형조각, 설치 영상, 최근작까지 160여 점을 선보였다.
김윤신: 더하고 나누며, 하나 / 2023.2.28~5.7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물체와의 대결, 에너지, 나무라는 물성과 자연에 대한 경의, 돌의 질감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며 조각가는 형태를 만드는 이가 아니라 우주의 질서를 드러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전시였다. 목조각• 석판화 등 70여 점을 통해 자연과 우주에 대한 철학적 사고를 반영한 순수 조각에 매진한 김윤신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여 새롭게 평가 받았다.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From City to Coast / 2023.4.20~8.20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공동기획하여 에드워드 호퍼의 전 생애에 걸친 회화, 드로잉, 판화 등 160여 점과 산본(Sanborn)아카이브 자료 110여 점을 선보였다. 파리, 뉴욕, 뉴잉글랜드, 케이프코드 등 작가의 삶의 궤적을 따라 구성되어, 도시의 일상에서 자연으로 회귀를 거듭하며 작품의 지평을 넓혀간 65년에 이르는 화업을 돌아볼 수 있었다.
김환기: 한 점 하늘 / 2023.5.18~9.10 호암미술관: 1930년대 후반 김환기는 한국의 전통과 자연에 눈을 뜨기 시작한다. 김용준, 이태준, 최순우 등과 교류하며 전통미술에 대한 식견과 사랑을 키웠고, 자연과 전통의 현대적 표현을 목표로 평생을 추상에 매진했다. 달항아리를 그리고 별을 바라보며 고국과 친구를 그리워하던 그에게, ‘하늘’은 예술의 큰 원천인 동시에 자연과 삶, 세상을 함축한다.
성능경의 망친 예술 행각 / 2023.8.23~10.8 갤러리현대: 자신의 작품을 ‘망친 예술’, 예술적 퍼포먼스를 ‘행각’으로 명명함으로써 삶과 예술의 경계에서 펼쳐 온 그의 비주류 예술 활동을 ‘별 볼 일 없으나 유의미한 무엇’으로 규정했다.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해설되는 <신문 읽기>(1976)가 외국인 100명과 함께한 퍼포먼스로 변주되고 기록 사진, 신문과 낙서, 소품과 함께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김기라: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순간들 / 2023.9.9~10.11 헬로우뮤지움 /오브제, 설치미술, 영상, 퍼포먼스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벌이는 김기라는 한 곳에 안착하는 대신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마드 형 작가이다. 삼라만상이 다 그의 소재이며, 의식에 떠오르는 추상적 이미지 또한 중요한 테마다. 매일 수행하듯이 그린 드로잉 60여 점을 통해 예술을 대하는 진지한 그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한만영: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문 / 2023.10.17~3.3 아라리오갤러리 천안 ; 한만영은 서양 고전 명화를 인용하는 전략을 통해 현대 회화가 처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시도를 보여준 선구자다. 초기에는 서구 명화, 후기에는 조선시대 산수화를 오늘의 현실과 병치시켜 시공을 초월한 관계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나무상자, 시계의 태엽, 불상, 거울 등등을 화면에 도입, 실제와 이미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추적한 과정을 보여준다. ◆ 달진닷컴 > 칼럼 > 연구소기록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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