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용 Bodyscape 베니스 팔라초 카보토(Palazzo Caboto)에서 갤러리 현대 주관으로 전시] 오프닝 리셉션: 4월 20일, 수요일, 오후 4시-6시,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의 개인전 《Bodyscape》가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인 팔라초 카보토(Palazzo Caboto)에서 열린다.
《Bodyscape》는 작가가 최근 주력하는 동명의 회화 연작에 집중한 전시다. 베니스의 개인전에서 작가는 1976년 처음 발표한 이래 무수한 회화적 실험으로 변신해온 <Bodyscape>의 가장 현재의 모습에 집중한다.
베니스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신작 20여 점과 <Bodyscape> 연작의 독창적 방법론을 확인할 수 있는 제작 과정 영상, 그동안 작가가 펼친 퍼포먼스 아카이브 영상도 함께 공개될 예정이다.
<Bodyscape> 연작은 신체, 장소, 관계에 대한 이건용만의 독창적 미학과 사유의 정수가 담겼다. 이 연작은 작가가 신체를 제한한 상황에서 간단한 선 긋기 동작을 수행하며 화면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회화의 가장 기초적인 언어인 선 긋기를 신체의 지각과 존재의 확인이라는 철학적 사유로 확장한 <Bodyscape> 연작은 제작 과정의 엄격
<신체드로잉 76-3>의 기록사진, 1970년대 <Bodyscape 76-3-2022>, 2022, Acrylic on canvas, 130.3×162.2cm
한 통제와 우연성의 개입이 충돌과 조화를 동시에 이루며,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회화적 색감과 표현으로 진화해 왔다. 이건용은 <Bodyscape> 연작이 ‘상호 작용’의 현상임을 강조한다.
“나의 화면 속의 선은 밖에서 들어간 것이지 내부에 서 이루어진 것이거나 구성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내가 평면상에 선을 긋거나 임의의 흔적을 만드는 행위는 사용된 매체인 연필 · 물감 · 기타 신체 행위가 어떤 상태로 화면 속으로 들어감으로써 그어지거나 섞이거나 흘러내리거나 함으로 써, 화면과 이것들의 상호간에 작용한 만큼 드러나는 현상으로서 발견될 것이다.”
이건용은 1976년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회 ST전》에서 총 아홉 가지의 <Bodyscape> 연작 중에서 일곱 가지를 ‘그리기의 방법(The Method of Drawing)’이라는 타이틀로 발표했다.
이후, 1970년대 작가는 나무판과 펜, 연필 등 단순한 재료를 택해 몸의 움직임과 그 흔적을 화면에 명료하게 기록했다. 회화적 표현보다는 ‘선 드로잉’에 가까운 엄격하고 절제된 시각화에 중점을 두고, 스스로 측정기가 된 듯 제한된 신체의 조건과 작업의 내적 논리가 지닌 투명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반복적인 행위들의 나열이 곧 하나의 논리적인 사건임을 증명하듯 사진으로 제작 과정을 기록했다. 1980년대 들어, 작가는 다양한 색상의 아크릴 물감과 붓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서 생동감 넘치는 회화적 표현을 본격적으로 시도한다.
1990년대 <Bodyscape> 연작은 삶과 문화, 역사에 대한 작가적 인식과 해석을 주제로 삼은 <인간항> 연작과 긴밀하게 결합한다. 한 화면에 <Bodyscape>의 방법론과 민족 및 문화사적 기호들이 중첩되면서 총체적인 회화로 진화한다.
2000년대 <Bodyscape> 연작의 화면은 사회적 이슈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울’이 된다. 지하철의 여성, 대구지하철 참사가 일어난 장소 등의 사진을 캔버스에 프린트하고 그 위에 <Bodyscape>의 방법론을 펼쳐, 예술가의 신체-장소가 당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는가의 문제의식을 심화한다.
2010년대 들어, <Bodyscape> 연작에서 작가는 신체를 제약하는 방식과 화면의 크기를 변주하여 변형된 형태의 <Bodyscape> 시리즈를 완성한다.
<Bodyscape 76-1-2022>, 2022, Acrylic on canvas, 171×227.3cm
《Bodyscape》전에는 아홉 가지의 연작 중에서 1, 2, 3번의 방법론으로 완성된 작품을 전시한다. 팔라초 카보토 전시장 1층에는 화면의 뒤에서 손이 닿는 영역만큼 상단에서 하단으로 자연스럽게 선이 그어지고 색색의 물감이 화면 위에서 결합해 흘러내리는 <Bodyscape 76-1> 연작과 화면을 보지 않고 등지고 서서 사방으로 선을 그으며 작가의 신체 부분만을 여백으로 남기는 <Bodyscape 76-2>가 전시된다.
전시장 2층에서는 화면 옆에 서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남긴 둥근 선의 조합이 ‘하트’를 연상시키는 <Bodyscape 76-3> 연작과 <Bodyscape 76-1>의 변주된 작업으로 붓이나 붓을 연결한 막대를 캔버스 뒤에서 앞으로 강하게 흔적을 남기는 <Bodyscape 76-1-변형>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세 연작은 작가 신체의 한계 혹은 신체의 가용 범위가 ‘그리기’의 전제 조건이자 필연적인 논리가 되는 이건용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이건용은 키, 양팔과 다리의 길이 등에 따라 신체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제한하고, 손이 닿는 만큼, 몸이 움직일 수 있는 만큼 이동하며 마치 수행하듯 천천히 선을 화면에 남기며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작가는 이 과정을 “신체가 평면을 지각해 나아가는 과정”이라 설명한다. 2021년 갤러리현대 전시에 이어 베니스에서 열리는 《Bodyscape》전을 통해, 선을 그리는 독특한 리듬, 점을 찍는 에너지와 열정적 움직임, 자연스러운 색의 만남과 뒤섞임, 신체의 가용 범위에 따른 캔버스 크기의 다양한 변주 등 이건용의 흥미로운 회화적 실험이 현재 진행형임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Bodyscape 76-1-Variation-2022>, 2022, Acrylic on canvas, 130.3×162.2cm Bodyscape 76-2-2022 2022, Acrylic on canvas, 162.2×130.3cm
작가는 1974년부터 〈Bodyscape〉 연작과 <신체드로잉 76-2>의 기록사진, 1976퍼포먼스를 스토리보드의 형식으로 시각화했다.
<Bodyscape> 연작에 관하여
1976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Bodyscape> 연작은 세계 미술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전복의 회화’다. <Bodyscape> 연작은 전통적 의미의 회화 제작에 따르는 인식 관계를 혁명적으로 전복한다.
그는 화면을 눈으로 마주하고 머리의 생각(개념과 아이디어)을 손으로 옮겨 그리는 전통적인 회화 방법론을 과감하게 폐기하며, 미술가로서 ‘그리는’ 행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성찰한다. 이건용에게 ‘그린다’는 행위는 ‘신체의 표현’을 재설정하는 작업이었다. 이 연작을 통해 비로소 “신체는 지각자요 표현자”가 된다.
<Bodyscape> 연작은 작품의 발표 시기와 내용과 형식, 방법론의 변주, 국영문 표기 방식 등에 따라 ‘현신(現身)’, ‘The Method of Drawing(드로잉의 방법)’, ‘Bodyscape(바디스케이프)’, ‘신체 드로잉’, ‘신체의 사유(身體의 思惟)’, ‘신체의 풍경’ 등의 시적이고 철학적이며 명시적인 제목으로 명명되었다.
작품 제목에는 연작을 처음 공개한 연도인 ‘76’과 방법론을 구분 짓는 아홉 개의 번호, 제작연도가 따라붙는다. 1976년 이건용은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제5회 ST전》에서 총 아홉 가지의 방법론 중 일곱 가지의 ‘그리기의 방법(The Method of Drawing)’을 발표했다. 이 작품을 위해 그는 화면의 뒤에서(76-1), 화면을 등지고(76-2), 화면을 옆에 놓고(76-3) 선을 그었다.
또한 손목과 팔꿈치를 부목으로 고정하고 이를 하나둘 풀면서(76-4), 다리 사이에 화면을 놓거나(76-5), 화면을 코 앞에 둔 채 양팔을 활짝 벌리고(76-6), 어깨를 축으로 삼고 반원의 선을 침착하게 화면에 남겼다.(76-7) 이밖에 온몸을 축으로 거대한 반원을 만들거나(76-8), 두 팔과 다리를 위아래로 점프하듯 격렬하게 몸부림치며 날개 형상의 선을 드러냈다.(76-9)
이건용 작가와 S.T 그룹에서 조직해 함께 활동하며 그의 작업 세계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한 평론가 김복영은 이건용의 <Bodyscape> 연작이 회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분석한다.
“화가 이건용은 회화의 유구한 역사의 관행을 깨고 캔버스를 자신의 배후에 두고 그리거나, 손목과 팔꿈치를 각목으로 고정하는 등 신체적 조건을 달리해서 그 자신만의 독자적 행위에 의해 회화를 제작해 왔다. 이렇게 한 지도 어언 반세기의 세월을 여과하고 있다.
그의 시도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회화사가 용인해온 관념적 형상이나 추상, 나아가서는 감각적 환영(sensuous illusion)에 기반한 회화를 배격하고 세계를 있는 그대로 직필(直筆)하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묻고 이 물음에 답하려는 데 있었다.
[중략] 장소와 신체의 만남이나 일치를 시도한 건 그 자신만의 독자적 창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새로운 아이디어는 실재하는 세계를 왜곡함이 없이 세계와 우리 사이에 놓여있는 간극을 걷어내어 하나가 될 수 있는 회화의 새 지평을 여는 데 있었다.”
(김복영, 미술평론가 <이건용 회화에서 장소의 논리와 신체주체론> 중에서) 작가에 관하여
이건용은 1942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태어났다. 목사였던 아버지의 서재에 있던 만 여 권의 장서를 읽으며 문학, 종교, 철학, 인문학에 일찍이 관심을 가졌다.
배재고등학교에 재학하던 시절 듣게 된 논리학 수업을 통해 현대철학을 접했다. 이를 통해 실존주의, 현상학, 언어분석철학에 눈떴고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현상학에 많은 부분을 공감했다.
비트겐슈타인의 초기 저서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에 실린 문장인 “세계는 일어나는 모든 것으로 이루어져 있고”, “세계는 사실들의 총체이지, 사물들의 총체가 아니다.”에 대해 골몰하며 논리와 언어학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
이건용은 1960년대 말부터 작가로서 한국 미술계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며, 당대의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흐름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 후 1969년 S.T(Space and Time 조형학회)를 조직해 현대미술에 관한 글을 번역해 토론하고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A.G(한국아방가르드 협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전위적 미술 활동을 전개했다. 작가는 ‘논리’라는 자신만의 방법론을 통해 한국의 혼란한 정치·사회적 상황에 예술적 해석과 소통을 시도하는 한편, ‘미술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했다.
1970년대 중반 <이벤트-로지컬>이라는 주제와 제목으로 발표한 논리적이며 개념적인 일련의 퍼포먼스, 1980년대 나무나 돌 등 자연 재료에 개입해 사물의 본래 속성을 미세하게 변주한 설치ꠓ조각, 1990년대 개인적 문화적 역사적 서사를 배경으로 한 연극적 퍼포먼스 보인다.
한 화면에 구상과 추상적 요소를 결합한 포스트모던적 대형 회화 작품, 개인적 일상 오브제를 통해 현대인의 삶을 은유한 설치미술, 2000년대 이후 변신의 변신을 거듭한 <Bodyscape> 연작까지, 그의 아방가르드 정신은 매체에 국한 되지 않고 시대와 호흡하며 지속되고 있다.
이건용은 페이스 홍콩(2022), 갤러리현대(2016, 2021), 페이스 베이징(2018), 리안갤러리 대구(2019), 부산시립미술관(2019), 4A아시아현대미술센터(2018), 리안갤러리 서울(2017), 국립현대미술관(2014) 등 국내외 주요 미술 기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몸 짓 말》 (경기도미술관, 안산, 2021),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국립근대미술관, 도쿄, 일본; 싱가포르국립미술관, 싱가포르, 2019), 《저항과 도전의 이단아들》 (대구미술관, 대구, 2018), 2016년 부산비엔날레 (부산시립미술관),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1973년 파리 비엔날레 등 다수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삼성미술관 리움 등 국내 기관과 미국 라초프스키컬렉션, 영국 런던 테이트 등 해외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팔라초 카보토] 이탈리아 베니스 출신의 탐험가 지오바니 카보토(Giovanni Caboto)가 아들 세바스티아노 카보토(Sebastiano Caboto)와 함께 재정적인 이유로 베니스를 떠나기 전인 1480년대 후반까지 거주한 생가다. 지오바니 카보토는 헨리 7세(1457-1509)의 지원으로 아시아 대륙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났으며 현 캐나다 뉴펀들랜드(Newfoundland)를 1497년도에 발견하였다.
가리발디(Garibaldi)가에 위치한 사다리꼴 형태의 건물은 1400년도에 지어졌으며, 베니스 시민들은 이 집이 그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다고 한다.
갤러리현대는 ‘행운의 믿음’을 간직한 유서 깊은 팔라초 카보토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전시 프로젝트를 지속해 오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 개최 기간 중 2017년 이승택의 개인전, 2019년 이강소의 개인전 등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Exhibition Hall Information 화–일, 오전 10–오후 6시, 매주 월요일 휴무Palazzo Caboto, 1645 Via Giuseppe Garibaldi, 30122, Venice, Italy 갤러리현대
1970년 4월 4일, 인사동에 ‘현대화랑’으로 첫발을 내디딘 갤러리현대는 고서화 위주의 화랑가에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파격적 행보이며 미술계 흐름을 선도해 왔다.
이제는 ‘국민화가’로 평가받는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갤러리현대를 통해 세상에 빛을 보았고, 김환기, 유영국,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정상화, 이우환 등 추상 미술의 거장과 함께 전시를 개최하며 단색화 열풍이 일기 오래전부터 추상미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
1980년대 이후 국제 미술계의 흐름에 발맞춰 호앙 미로, 마르크 샤갈, 장 미셸 바스키아, 크리스토 부부 등 해외 거장의 미술관급 전시를 열며 미술계 안팎의 화제를 모았고, 1987년부터 한국 갤러리 최초로 해외 아트페어인 시카고 아트페어에 참가하여 한국 미술을 해외 무대에 소개하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 백남준의 퍼포먼스와 비디오아트를 비롯해, 곽인식, 이승택, 박현기, 이강소, 이건용 등 한국의 실험미술을 주도한 작가들의 작품도 갤러리현대에서 많은 관객과 만났다.
이 밖에 김민정, 문경원, 전준호, 이슬기, 양정욱, 김성윤, 이강승, 김아영 등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중견 및 신진 작가를 지속해서 발굴 및 소개하고 있다.
각각 1973년과 1988년 창간된 미술전문지 『화랑』과 『현대미술』은 한국의 동시대 아트씬을 생생하게 기록한 자료로 남아 있다. 서울 삼청로에 갤러리현대와 현대화랑이라는 두 전시장 이외에, 뉴욕 트라이베카 지역에 한국 미술을 알리는 플랫폼인 쇼룸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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