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와 접점을 갖는 조각 신작
양혜규는 《양혜규: 이중 영혼》의 중심축이 되는 한 쌍의 조각, 즉 조각 듀오를 새로 기획하고 제작했다.
〈소리 나는 중간 유형–이중 영혼(Sonic Intermediates–Double Soul)〉이라 명명된 이 조각은 그린랜드계 덴마크 작가인 피아 아르케Pia Arke(1958-2007)와 프랑스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덴마크 조각가 소냐 펠로브 만코바Sonja Ferlov Mancoba(1911-1984)를 참조한다.
양혜규는 이 조각을 통해 그들의 예술적 영혼을 기리고 오늘날에도 선연한 영향력을 그림으로써 두 작가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SMK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는 이 두 작가의 작품은 전시 기간 동안 상설 전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라, 선구자적 작가들과 양혜규가 작품을 통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상호 간의 담론을 형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피아 아르케와 소냐 펠로브 만코바는 각각의 방식으로 양혜규의 복합적 예술 행위 및 접근법과 공명한다. 양혜규와 마찬가지로 이 두 예술가 모두 단일문화적이거나 국가적인 틀에 갇히기를 거부했다.
그가 새로 선보이는 이 한 쌍의 작품 중 하나는 펠로브 만코바의 다리가 여러 개 달린 조각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반면, 다른 하나는 그린랜드를 향한 덴마크의 식민주의적 정책에 비판적이었던 아르케의 작품세계로부터 기인한다.
소냐 펠로브 만코바는 덴마크 왕립미술학교와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수학하고, 코브라CoBrA 그룹과 선Linien 그룹의 활동에도 관여했다.
아프리카 최초의 흑인 미술가로 알려진 어네스트 만코바Ernest Mancoba(1904-2002,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생)와 1942년 결혼한 소냐는 그러나, 그의 남편과 역시 미술가로 활동한 아들 웡가 만코바Wonga Mancoba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미술사에서 주목받은 정도에 비해 매우 늦게 고국인 덴마크에서 재조명되었다.
한편 알래스카주,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극동 등지에 사는 원주민을 의미하는 이누이트 족의 운명은 비교적 덜 알려진 식민적인 ‘근대 잔혹사’로 꼽힌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피아 아르케는 북극해와 극지방 주변 원주민의 이민, 이주, 탄압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작가로 여겨진다.
[모래 동굴 안의 곰 여인 이야기(The story of a bear-lady in the Sand cave)] think I see a tiger, but a wave of sand flows and erases it once the sand takes all my wits out of me, up emerges the tiger again on top of what has been erased. The tiger's face is drenched in sweat and covered with wet hair. His entire body is covered with salty sand.
I see myself, too. I am getting thirsty. I am getting so hot I feel dizzy. Can't tell if I am dreaming or awake. Tiger, to me, is like me, a bear. He is male, but he is also of the same gender as I am.
So it's true, my feelings about Tiger are private. At times I even feel as if Heaven and the tiger are the same. But, isn't it in fact true that Heaven is far away while the tiger is keeping me company? Actually, the tiger and Heaven both mean an onerous choice for me at times.
극지방이라는 공동체의 매우 탈국가적인 문화적 특징에 매료된 양혜규는 고국과 타국을 오가며 비타협적, 독립적 활동을 해온 피아 아르케의 행보에 경의를 표하고 그로부터 받은 격려와 교감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단서를 제공하는 복잡한 디테일과 다양한 레퍼런스 그리고 그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 조화를 이루는 이 한 쌍의 조각은 양혜규 특유의 정교한 조각적 언어를 그대로 반영한다. 〈소리 나는 중간 유형 – 이중 영혼〉은 칼스버그 재단의 후원으로 전시 개시 전에 덴마크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기로 결정했다.
《양혜규: 이중 영혼》전은 덴마크 국립미술관 내 크게 4개의 공간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웨스트홀’이라 불리는 고전적인 전시장, 미술관의 구관과 신관 사이 ‘조각거리’라 불리는 거대한 전시 공간, 90년대 중반 초기작이 자리한 비교적 아담한 소규모 전시장, 그리고 사운드, 텍스트로만 구성된 미술관 구관의 로비 공간 등이 있다.
이곳에서 블라인드, 무빙라이트, 2가지 향의 다중적 조합으로 구성된 설치작 〈치명적인 사랑〉 외에도 빨래건조대 조각 〈비非-접힐 수 없는 것들, 누드〉, 그리고 〈래커 회화〉 등의 다수의 주요작들이 전시된다.
또한 테이트 미술관에서 절반만 선보였던 쿠션작업 〈세상 방석–푹신한 X〉과 〈삶 방석–푹신한 S〉 2점 모두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다. 그리고 미술관 직원에 의해 정기적으로 ‘활성화’ 되는 신작 〈소리 나는 천상 동아줄〉도 관람객을 만난다.
전시 오프닝에 앞서 양혜규는 코펜하겐에 소재한 덴마크 왕립미술학교에서 강연을 가지며, 5월 11일에는 작가와 전시 큐레이터인 마리안느 토프의 대담이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3월 9일부터 6월 15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에는 콘서트, 워크샵, 강연 등 전시 맥락을 심도 깊게 탐구하는 연계 행사들이 이어진다.
2.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소장작품 〈열망 멜랑콜리 적색〉, 단체전 통해 공개
전시제목: 《종잡을 수 없는 침묵(Shifting the Silence)》 전시일정: 2022년 4월 7일 - 9월 5일 전시장소: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샌프란시스코, 미국
양혜규는 덴마크 국립미술관에 이어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4월 7일부터 열리는 단체전 《종잡을 수 없는 침묵Shifting the Silence》에 참가한다. 처음 레드캣 아트센터(로스앤젤레스)에서 전시된 작가의 블라인드 대표작 〈열망 멜랑콜리 적색〉(2008)이 다시 이곳에서 전시된다.
〈열망 멜랑콜리 적색〉은 당시 레드캣과 공동으로 해당 작업을 제작 의뢰한 워커아트센터(미네아폴리스)에서 열린 작가의 개인전 이후 2019년 더 바스 미술관(마이애미)에서 다시 선보인 바 있다. 이때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이 본 작업의 소장을 결정했고, 올해 이 단체전을 통해 비로소 처음 샌프란시스코의 미술 관객 및 대중에게 공개된다.
수필가이자 시인, 예술가인 에텔 아드난Etel Adnan (1925-2021, 레바논 출생)의 2020년 저서에서 제목을 차용한 《종잡을 수 없는 침묵》전은 큐레이터 주은지의 기획으로, 다수의 작가가 포함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의 올해 주요 현대미술 전시이다.
양혜규(b.1971) 〈열망 멜랑콜리 적색Yearning Melancholy Red〉 2008/2019 《비대칭적 평등》 전시전경, 레드캣 아트센터, 로스앤젤레스, 미국, 2008 사진: Scott Groller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3. 오스카 슐레머의 전설작 〈삼부작 발레〉를 재해석한 3인전 참가
전시제목: 《슐레머에게 동動하다 - 100년 만의 삼부작 발레Moved by Schlemmer 100 Years of Triadic Ballet》 전시일정: 2022년 4월 10일 - 10월 9일 전시장소: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Staatsgalerie Stuttgart, 슈투트가르트, 독일 참여작가: 울라 폰 브란덴부르크Ulla von Brandenburg, 칼린 린데나Kalin Lindena, 양혜규Haegue Yang
양혜규는 슈투트가르트에 소재한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에서 다른 2명의 현대미술가들과 함께 오스카 슐레머의 전설적 작품 〈삼부작 발레Triadic Ballet〉를 주제로 한 의미 있는 전시에 참여한다. 1922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초연한 〈삼부작 발레〉는 바우하우스 작가 슐레머의 아방가르드적 대표작으로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했다.
〈삼부작 발레〉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현해온 양혜규는 이를 재해석하는 조각 작업 〈상자에 가둔 발레〉를 2008년 처음 노르웨이의 베르겐, 독일의 본에서 선보인 후 미국, 캐나다 등에서 전시한 바 있으며, 이 작품은 특히 2015년 리움미술관에서의 개인전 후 미술관에 소장되었다.
슐레머를 기리는 이번 전시를 위해 슈투트가르트 주립 미술관과 양혜규 작가는 2019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 작품 〈손잡이〉를 전시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는 해당 작품의 유럽 첫 공개다. 미술관 자료실에는 〈상자에 가둔 발레〉, 〈손잡이〉, 〈소리 나는 의류〉 등에 대한 시청각 자료와 관련 도서들이 소개되고, 미술관에 소장된 〈삼부작 발레〉의 의상 등이 함께 전시되어 관람의 밀도를 높일 것이다.
양혜규(b.1971)〈상자에 가둔 발레Boxing Ballet〉2013/2015 《코끼리를 쏘다 象 코끼리를 생각하다》 전시전경,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5 사진: 양혜규 스튜디오 ⓒ Leeum, Samsung Museum of Art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양혜규: 손잡이》 전시전경, 뉴욕 현대미술관, 뉴욕, 미국, 2019 Commissioned for the Marron Atrium by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사진: Denis Doorl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4. 〈황홀망恍惚網〉, 유럽에서 본격 공개 예정
양혜규 작가가 지난해 새롭게 작업한 한지 콜라주 작업 〈황홀망恍惚網〉 역시 올해 종횡으로 확장된 행보를 펼쳐 보인다. 봄과 가을에 각각 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4월 29일 - 7월 30일)와 파리의 샹탈 크루젤 갤러리(10월 중순) 개인전을 통해 〈황홀망恍惚網〉이 본격적으로 유럽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여름 국제갤러리에서 열린 소규모의 쇼케이스에 이어 올봄에 문 여는 새로운 한옥 공간에서도 한층 선별된 〈황홀망恍惚網〉 작업이 관객을 만난다. 이 밖에 올해 하반기에도 양혜규의 미발표 프로젝트들이 여러 기관, 비엔날레 등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양혜규(b.1971) 〈행성계 신호진–황홀망恍惚網 #31 Planetary Chain Signal Formation–Mesmerizing Mesh #31〉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양혜규 스튜디오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작가 소개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양혜규는 현재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 작가이다. 다양한 작품과 왕성한 전시로 동시대 작가들 중 단연 돋보이는 행보를 보여온 그는 1994년 독일로 이주하여 프랑크푸르트 국립미술학교 슈테델슐레Städelschule에서 마이스터슐러 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독일의 권위 있는 미술상인 ‘볼프강 한 미술상Wolfgang Hahn Prize’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10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대한민국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미술 부문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2019년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양혜규: 손잡이》를 개최했고, 2020년에는 캐나다 온타리오 미술관AGO 《양혜규: 창발創紡, 국립현대미술관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 – O₂ & H₂O》, 필리핀 마닐라 현대미술디자인박물관MCAD 《우려의 원추》, 영국 테이트 세인트 아이브스 《이상한 끌개》 등 다수의 개인전을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였다.
최근 국내에서는 파주 철거 감시초소 GP(Guard Post)에 야외 조각 신작 〈비대칭 렌즈 위의 DMZ 철새 – 키욧 키욧 주형기舟形器 (흰배지빠귀)〉를 설치하여 발표했고, ‘2020 두바이 엑스포’의 커미션으로 〈소리 나는 천체투영관 – 방울방울 육음조六陰組〉라는 제목의 대형 야외 조각을 실현했다. 올해는 봄과 가을에 각각 유럽의 화랑, 베를린의 바바라 빈 갤러리(4월 29일 - 7월 30일), 파리의 샹탈 크루젤 갤러리(10월 중순)에서 개인전을 예정하고 있다. 덴마크 국립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양혜규: 이중 영혼》 이외에도 올해 하반기 여러 전시 프로젝트 및 비엔날레의 참가를 앞두고 있다
'최근전시행사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남준90주년] "그를 만나면, 환희가 절로 넘쳐 나" (0) | 2022.03.25 |
---|---|
[김마저(Kim Majeo)] 연희동 'PLACEMAK2' 4월9일까지 (0) | 2022.03.22 |
[아트선재센터] '미니멀리즘-맥시멀리즘-메커니즈즈즘 3~4막 (0) | 2022.03.20 |
[서영실전], 북촌 미술샘터 '갤러리단정'에서 4월10일까지 (0) | 2022.03.12 |
[갤러리현대] '사빈 모리츠(S. Moritz)' 아시아 첫 개인전 (0) | 2022.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