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근전시행사소개

[도윤희] 베를린 10년, 화폭에 내면 풍경 옮기다

 

베를린 10년, 회화 통해 자신과 세상과도 화해
도윤희 <베를린(Berlin)> 개인전, 갤러리현대에서 2022년 2월 27일까지

오마이뉴스 관련기사 http://omn.kr/1x64w

 

3년 작업에 구멍 뚫린 캔버스... 화가가 깨달은 것

[리뷰] 도윤희 개인전 '베를린', 갤러리현대에서 27일까지

www.ohmynews.com

'도윤희(都允熙)' 작가 개인전 '베를린(Berlin)'이 갤러리현대(종로구 삼청동 14)에서 2월 27일까지 열린다. 최근 6년간 제작된 40여 점이 소개된다. 그녀는 40년 동안 시적인 회화작업을 해왔다. 2007년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아트바젤' 설립자이자 이름난 화상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세운 스위스 '갤러리 바이엘러(Galerie Beyeler)'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작가는 2012년 베를린에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10년간 작업해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은연중 강렬한 감정적 주관성을 특징으로 하는 독일의 '신표현주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사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미술은 회화보다는 개념미술 쪽으로 갔다. 그런데 독일은 유난히 회화를 파고들었다. 그래서 '신라이프치히' 화풍이 일어났고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20세기 회화의 거장 '바젤리츠, 리히터, 키퍼, 임멘도르프, 펭크, 폴케' 등이 다 독일 출신이다.

그런데 도윤희 작가는 왜 베를린으로 갔을까? 그녀는 자신이 고여있는 것 같아 한 곳에 못 있겠다고 생각했단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뉴욕, 파리, 아프리카사막과 티베트 오지도 가봤지만, 베를린만 한 곳이 없었다고. 누구도 간섭 안 하고 부담 안 주고, 편하게 해 주고 마음을 알아주는 도시, 여기 와 자의식이 강해졌는지 내면의 감정이 폭발하는 화풍을 보인다.

베를린에 대해 작가는 '잉여 없는 도시', 과한 것도 모자란 것도 없는 과잉친절, 불필요한 간섭이 없단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의 도시라고 할까. 또 내 생각에 여기엔 뉴욕 센트럴 파크처럼 도시 한 복판에 대규모 숲 공원인 '티어가르텐(Tiergarten)'가 있어 좋았으리라.

 

A walk through the big Tiergarten

The large Tiergarten is the second largest green oasis in Berlin and the third largest inner-city park in Germany.

www.welcome-to-berlin.com

그녀가 처음 이주했을 때 작업실 임대료가 저렴했고, 지금 많이 올랐지만 이사 가지 않는 한 월세를 올릴 수 없는 게 독일식 세입자 보호법이다. 하긴 독일은 세계에서 문화예산을 가장 많이 쓴 나라 아닌가. 그러니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여기 모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또 "베를린은 그냥 베를린"이라고 말한다. 런던, 파리처럼 관광지 아니고 그냥 먹고 마시고 즐기는 노마드 도시란다. 2017년 '카셀도쿠멘타' 취재 갔다가 잠시 머문 이곳은 내게도 춤과 축제의 도시였다. 작가의 베를린 작업에 리듬감이 넘치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 입에서 "베를린은 물가는 엄청 싸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독일 정부는 서민이 기본 생계에서 부담을 줄이려 빵값·우유값 등에는 정부 보조금이 나온다고. 하긴 독일은 서민뿐만 아니라, 대학생에게 등록금이 당연히 없고 '알바' 때문에 공부 못 할까 봐 매달 120만 원씩 생활비 주는 나라다. 우리에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게 여기선 그냥 일상적일 뿐이다.

여기 자료를 보니 베를린 시내버스, 한쪽 면에 붙은 문구도 흥미롭다. "이 세상에 지각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시민들에게 심적 억압을 덜어주려는 발상이다. 또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니까!" 적혀있다고, 당신이 난민이든 동성애자든 우리는 전혀 차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다. 도윤희 작가의 말대도 이곳은 사람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도시 같다.

예술, 감각의 총집합체

그럼 이제부터 작가의 작품세계로 들어가 보자. '질 들뢰즈(G. Deleuze)'는 "예술은 감각적 집합체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오감이 다 동원되는 예술 그녀도 동의하리라. 작가는 내면에 이는 모든 감각을 '기호화'하려 한다. 거기에 은유를 더하면 추상화가 된다고 말한다.

회화작가로서 색은 그녀에게 유령처럼 매혹적인 것이다. 게다가 현대회화에서 빠지면 안 되는 '사운드'도 놓치지 않는다. 이에 관해 물으니, 음표와 음표가 부딪칠 때 소리가 나듯, 작품에서 색과 색이 충돌할 때 나는 소리가 그림에서 중요한 요소란다. 위에서 보듯 빛과 소리와 촉감이 뒤엉켜 물감 덩어리가 색채의 발열로 화산처럼 지진을 일으키는 것 같다.

작가는 베를린 이후 '쓴다'는 문학적 감수성을 버리고 '그린다'는 시각예술의 본질로만 돌아섰다. 그 결과 이번 작품에는 제목 없이 '무제'다. 회화는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역인데 어설피 제목을 붙인다면 언어에 갇힌단다. 회화의 본질에 충실하겠다는 의연함을 보이다.

동시에 선과 색과 물감 등의 맞부딪치는 효과를 선호한다고 할까. 이를테면 표면은 얇아지고, 층은 두꺼워지고, 물감은 둔탁해지고, 선은 민첩해지고 명암은 뚜렷해지고, 색은 강렬해지고, 기운은 은밀해진다. 그런 상반되는 요소가 상호충돌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낸다.

숨겨진 내면의 세계 발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작가 내면에 담긴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일상의 겪는 예상치 못하는 사연과 상처가 클수록 오히려 더 화려한 색채와 신묘한 분위기를 낸다. 작가는 여기에 와서 자유로운 영혼을 되찾았는지. 거친 붓질이 폭포수처럼 작열한다. 갑자기 "화가의 몸은 캔버스 앞에서 신성한 춤을 춘다"라는 시인 '폴 발레리' 말이 떠오른다.

작품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레이어 층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아름다움에는 즐거움이 따르지만, 거기에 공포감이 더해지고 그게 오히려 안도감으로 전환한다면서 더 큰 환희(delight)를 맛보게 된다고 보는 이가 있다. 그가 바로 18세기 아일랜드의 저술가 '에드먼트 버크(E. Burke)'다. 그는 이걸 '숭고미'라는 불렸는데 그녀도 그런 효과를 원한 것 같다.

작가는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미를 찾아내는 일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색채, 밤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세계의 이면을 그린다"고 말한다. 가감한 파격과 도전의 자세로 작가의 내밀한 심층의 세계를 독자적 스타일로 화폭에 옮겨놓았다.

'저녁의 나라', 멜랑콜리 즐기다

'보들레르'는 멜랑콜리를 현대시의 주제로 삼았는데 작가도 그랬나. 어려서도 우울함에 익숙했단다. 그런 그녀가 저녁(Abent)의 나라 독일에 갔고, 베를린 겨울은 2~3시에도 깜깜해진다니 어쨌을까. 하루 작업 후 '트램'을 타고 귀가 중, 창에 드리운 사람들 얼굴에 무거운 표정이 오히려 그녀 마음을 편하게 했단다. 그녀는 우울도 아름답게 보는 천생 예술가인가보다.

위를 보니 죽음의 강박 속 삶의 환희를 그려낸 표현주의 원조 뭉크 풍의 진보랏빛 색조가 연상된다. 거기에 생의 충동(에로스)과 죽음의 충동(타나토스)이 동시에 공존한다. 예술은 원래 순간의 덧없음(空)에서 영원한 아름다움(色)을 끌어내는 것이 아닌가. 불교에서는 '공즉시색(空卽是色)', '색즉시공(色卽是空)'이라고 했던가.

3년간 그린 위 작품에는 아예 캔버스에 구멍이 나 있다. 얼마나 문지르고 매만졌으면 지문이 다 없어졌겠나. 캔버스 앞에서 자신과 치열한 전쟁을 치르듯 손과 붓, 유리병, 망치질도 마다하지 않았단다. 원초적 수단인 손을 활용해 캔버스의 물성과 작가의 육체성을 결합하는 와중에 부지불식간에 자신과 세상과도 화해하게 되는 체험도 겪었단다.

'무제(Untitled)' 캔버스에 유채, 30×200cm. 작품을 설명하는 도윤희 작가

[작가소개] 1961년 서울 태생, 한국풍경화의 거장 '도상봉' 화백의 손녀. 성신여대 서양화과 학사·석사 마쳤다. 1992년부터 2년간 시카고 '일리노이대'에서 강의했다. 85년 이후, 갤러리바이엘러(바젤), 갤러리현대, 아르테미시아갤러리(시카고)에서 개인전 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아트선재, 세계은행(워싱턴), 필립 모리스(뉴욕)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덧붙이는 글 | https://www.galleryhyundai.com/story/view/20000000189

갤러리 현대 인스타그램 @galleryhyundai 페이스북 @galleryhyundai 트위터 @GalleryHyundai1 카카오톡 채널 http://pf.kakao.com/_xbzFjK 유튜브 www.youtube.com/channel/UCZnvz-IcYgBk2dpej8D8vOA

도윤희 작가 베를린 10년 도시의 색채를 재해석하다.

도윤희 작가 베를린 10년 베를린 도시의 생태적 분위기가 난다

베를린: [1] 지나간 과거와 흥미로운 현재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도시다. - 기자 토비아스(Tobias Asmuth) 47세

[2] 그동안 분단과 통일 경험 격동의 시기를거쳤으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가진 도시 좋은 이웃과 안부를 나누며 저녁이면 정다운 친구들과 소소한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 엔스(Jens Jensen) 베를린 예술대 교수 77세

[3] 베를린을 서로 도우며 걱정하는 코끼리떼와 비숫하다. 어디가 되었든 그냥 단순한 거리를 걸으며 혹은 사람들을 들러보는 것만으로 좋은 것이다 - 헬레나(Helena) 학생 18살

[4] 베를린은 관광보다는 그냥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면 좋다. 오래되고 낡고 못생긴 건물 모던한 것을 함께 어우러진 것인 베를린을 만든다.여기서 우리는 음악가 걸인 독특한 스타일의 사람과 무심하고쿨한 사람 등 모두를 만날 수 있다 베를린 여름 공기는 겨울보다 훤씬 편안하고 활기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