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문성식 개인전 《Life 삶》 2022년 01월 21일(금)~02월 28일(월) 부산점
이번 전시는 2011년, 2019년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으로, 삶이라는 방대한 주제 안에서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풍경의 소소한 기록들을 제시한다. <이미지 국제갤러리 제공 사진: 안천호>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이 닿은 일상의 장면들, 주변 동물과 식물 등의 모습을 표현한 약 100 여 점의 유화 드로잉 신작 중심으로 구성되는 본 전시에는 2019 년부터 진행해온 대형 장미 연작 <그냥 삶>의 신작, 그리고 지난 2021년 전남 수묵 비엔날레에 선보인 <그저 그런 풍경: 땅의 모습> 연작 중 10 여 점 역시 포함된다.'정원과 가족' 2021 캔버스에 유화, 연필 26 x 16.2 c
지난 2019년 국제갤러리 서울에서의 개인전 제목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Beautiful. Strange. Dirty.)”이 직접적으로 드러냈듯이, 문성식은 일상적 풍경에서 마주하는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순간을 화폭에 포착해 영원한 기록으로 남겨둔다.
3년 전 전시의 연장 혹은 확장으로도 볼 수 있을 만큼, 본 전시는 19년도 당시 처음 공개한 작가 고유의 스크래치 기법 및 유화 드로잉 기법을 더욱 손에 익히는 등 방법적 완성도를 높여 견고히 하되, 여전히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우리의 오늘 이야기를 이어간다.
다만 어둡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복잡미묘한 세상 이면의 이야기를 가시화하는 데 흥미를 느끼기도 한 작가는 이제 더욱더 철저히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하는 순간 안팎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춘다.
작품으로 표현된 능수벚꽃, 나리꽃, 매화, 목련, 배나무, 석류나무, 모과나무 등 다양한 식물들은 작가가 현재 작업하며 지내고 있는 부산 집 그리고 김천 고향 집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화초와 나무이며, 따라서 공간 구분이없는 부산점의 전시장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대표하는 꽃과 나무들을 하나로 품으며 작지만 완결된 세계를 만든다.
일상의 파편을 담은 《Life 삶》 전시의 대다수 작품에는 연필이 주재료로 사용되었다. 대학 시절부터 연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온 문성식은 이 재료를 단순한 도구로 쓰기보다는 그 특성을 고유한 회화언어 일부로 발전시켰다.
“연필은 회화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재료로, 즉흥적이며 소박하다. 이는 과장 없고, 꾸밈이 없는 저의 성격과 닮은 것 같다. 그림은 작가의 습성과 닮아있다. 연필의 매력은 의식의 명령을손이라는 매개를 거쳐 왜곡 없이 솔직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번 신작 역시 대부분 두껍게 바른 유화 위에 연필로 그 바탕을 긁어내는 그림을 그리는 ‘유화 드로잉’으로 구성되며, 이때 작가는 연필과 유화 간의 마찰에 주목한다. 연필과 유화는 그 물성이 쉽게 섞이지 않아 표면의 저항을 만들기 마련인데, 이때 힘을 주어 긁어내는 행위로써 대변되는 작가 의지를 그 저항에 반복적으로 투여하는 일종의 수행성이 발현된다.
마티에르가 두껍게 발리는 표현법인 *임파스토 기법을 닮은 이 방식을 통해 작가는 연필과 유화 사이의저항을 이겨내고 캔버스 위에 마치 부조와 같은 형태로 ‘그리려고 하는 의지’ 즉 ‘삶’을 고착한다.
*임파스토(Impasto) 기법은 물감을 두텁게 칠해서 최대한의 질감과 입체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기법을 말한다. 16세기 르네상스 시대 티치아노(Titian)와 틴토레토(Tintoretto)가 처음 사용하였다.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포착한 일견 특별한 것 없는 풍경들, 즉 꽃이 피고 시드는 순간,계절의 순환, 번식기의 동물, 그리고 필연적으로 지게 되는 생명의 존재 등이 모여 만들어내는 삶이라는 거대서사 속에서 세상이 이러하다고 재잘거리는 작은 소리를, 작가는 귀 기울여 삼킨 후 다시 게워내어 하나하나 새겨 넣고 있다.
유화 드로잉에서는 연필만 사용할 경우의 번짐, 뭉그러짐과 같은 우연의 효과를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기에 화면의 모든 부분에 연필이 닿아야만 비로소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며 그림의섬세한 부분까지 작가의 애정으로 채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향한 문성식의 시선은 살아내고 작품으로 게워져, 보는 이로 하여금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과장 없는 순수한 태도를 가감 없이 느낄 수 있게 한다.
[작가소개] 문성식은 198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1998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수학했다. 그는 2005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시에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개인전으로 국제갤러리 《아름다움. 기묘함. 더러움.》(2019)와 《풍경의 초상》(2011), 두산갤러리 《얄궂은 세계》 (2016), 키미아트 《바람없는 풍경》(2006)이 있으며, 그 외에 아르코미술관 《그 가운데 땅: 시간이 펼쳐져 땅이 되다》(2021), 하이트컬렉션 《인 블룸》(2021)열렸다.
대구미술관 《풍경표현》(2017), 금호미술관 《B컷 드로잉》(2017), 이탈리아 몬차 지오바니 비엔날레 《Serrone》(2011), 독일 보훔미술관 《유사한 차이》(2010), 체코 프라하비엔날레 《회화의 확장》(2009), 국제갤러리 《On Painting》(2007) 등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 참여했다. 주요 소장처로는 리움 삼성미술관, 두산아트센터, 하이트컬렉션, 소마미술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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