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갤러리] 2021년 8월 24일부터 양혜규 신작 황홀망恍惚網 최초 공개 일정 및 장소: 2021년 8월 24일~9월 12일과 2021년 9월 15일부터(국제갤러리 K1에서 이어진다) 국제갤러리 리졸리 스튜디오
황홀망 연작을 다름아닌 서울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된 데는 그간의 연구과정을 함께 한 이들을 특별히 기리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양혜규 작가는 “한국민속극박물관의 심하용, 이재선 법사, 이영희 법사, 강노심 법사, 샤머니즘 박물관의 양종승 박사, 태안문화원의 정지수 사무국장, 우란문화재단의 장윤주 학예사 등이 설위설경의 의미 및 의의의 이해를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 작업은 지금까지 무속연구에 정진했던 많은 학자와 연구기관의 활동에 힘입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히고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아래사진> 양혜규(b.1971) <낙하하는 해오름 – 황홀망恍惚網 #11> Descending Sunrise – Mesmerizing Mesh #11 2021 Hanji (traditional Korean paper), graph paper on alu-dibond, framed 122 x 82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양혜규 스튜디오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는 오는 8월 24일부터 K1에서 양혜규 작가의 신작 황홀망恍惚網(이하 황홀망)을 최초로 선보인다. 지난 2020년부터 연구 및 제작에 착수한 황홀망 연작은 한지를 콜라주한 12점의 신작으로, 삼청동의 풍경을 면한 창이 있는 K1 전시장에서 9월 12일까지 보여진다. 이후 9월 15일부터는 국제갤러리의 새로운 한옥 공간인 리졸리 스튜디오(Rizzoli Studio) 내 뷰잉룸으로 자리를 옮겨 6점 정도 추가적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결국 아무도 하지 않은 말(짓)을 하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다] <장파 충전 넋전(영어번역을 보자 Wave-Powered Soul-Sheet Mesmerizing Mesh)> '넋전'이라는 단어는 처음이다. 국제 갤러리 양혜규의 황홀망 전시 해설을 보면 대부분이 금시초문이다. 이렇게 우리는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과 정보에서 완전 까막눈이다. 전문용어로 처음 보는 것이 태반이다. 공부거리가 정말 많다. 작가는 역할 중 하나는 우리에게 공부거리는 주는 것도 하나인 모양이다.
‘까수기’라고도 불리는 설위설경設位設經은 종이를 접어 오린 후 다시 펼쳐 만드는 여러 가지 종이 무구巫具 혹은 이런 종이 무구를 만드는 무속 전통을 지칭한다. 특히 충남 태안반도를 중심으로 한 앉은 굿에서 의식을 준비하는 법사는 설위설경으로 굿청을 장식하고 경문을 외운다. 설위설경을 제작하는 행위를 종이를 ‘까순다’, ‘바순다’ 혹은 ‘설경을 뜬다’ 등으로 표현하는데, 오늘날 한지로 무구를 만드는 전통은 충청도뿐만 아니라 제주도의 ‘기메’ 등 다양한 지역에서 여러 호칭으로 두루 이어지고 있다.
주로 물리적인 공간을 다루어 온 작가는 설위설경을 통해 종이라는 미미한 물질에 정신을 불어넣는 영靈적인 행위에 바탕을 둔 종이 무구 전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어 무속에서는 한을 풀거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한지로 넋전을 만들어 영혼을 불어넣고 의식을 치른다. 작가는 물질과 정신이 서로 공명하는 관계를 상정하는 종이 무구 전통에 주목한다.
종이 표면을 뚫어 숨쉬게 하거나, 접혀진 겹을 통해 한지 특유의 (반)투명성을 강화하고, 칼로 문양이나 형상을 떠내는 등의 방법론을 연구하고 심화하고자 한다. 정신적인 의례와 공예적인 전통에 기인한 문양 및 장식을 통해 추상적인 겹과 층을 매개하고 직조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작가가 블라인드, 짚풀공예, 방울 등의 재료의 가공을 통해 해왔던 일이다. 이러한 공간 조형은 궁극적으로는 물질과 의식이 공명하는 관계성을 상정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황홀망은 크게 신용양호자 연작에 등장한 방안지와 한지를 함께 사용한 작품군과 한지로만 구성된 작품군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한지로만 구성된 작품의 경우,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진陣’과 ‘철망鐵網’ 등을 활용한 추상적인 문양의 배치에 역점을 둔 작품군 그리고 망자의 영혼을 상징하는 ‘넋전’이 서사적 형상을 구성하는 작품군 등으로 다시 세분화할 수 있다. 문양이나 장식이 자주 등장하는 공예적인 전통에 꾸준히 주목해온 작가는 황홀망에서 평평한 종이를 단순한 재현적 재료 이상, 즉 삶을 서사하는 정신적 물질로 상정한다.
설위설경을 원형으로 한 이러한 방법론은 멕시코의 papel picado, 필리핀의 pabalat, 중국의 전지剪紙공예, 일본의 키리가미, 인도의 sanjhi, 유대 전통문서 장식 ketubot, mizrahs, 슬라브족의 wycinanki 등에서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한지를 재료로 이용한 설위설경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문화권의 종이 공예 전통이 담보하는 정신적 토대는 각기 다른 미학적 양상에도 불구하고, 인류문화사적으로 공히 물질에 영혼, 정신, 삶의 방식을 투영하고 있다. 황홀망 연작은 이렇듯 상이한 전통을 포괄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한다.
그동안 양혜규 작가는 꾸준히 평면 작업을 제작해왔다. 래커 회화 연작(1994~), 편지 봉투 내부에 인쇄된 보안 무늬, 사포 등을 콜라주한 신용양호자 연작(2010~), 벽지 작업(2011~), 향신료와 야채를 재료로 한 판화 작업(2012~), 그리고 종이접기를 활용한 다양한 작업 등이 있다. 평면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관심은 평면성과 입체공간이 서로 교차하고 중첩하는 방식으로 발현되어 왔다. 특히 작가는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 오행비행에서 5점의 현수막 끝단을 설위설경으로 장식한 바 있고, 그 이후에 이 가능성을 발견하며 여러 연구와 답사 과정을 거쳐 황홀망 연작에 이르렀다. 작가는 이번에 첫 선을 보이는 신작을 통해 이제까지의 여정을 고하고 스스로 미래를 점쳐보고자 한다.
황홀망 연작을 다름아닌 서울에서 최초로 선보이게 된 데는 그간의 연구과정을 함께 한 이들을 특별히 기리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양혜규 작가는 “한국민속극박물관의 심하용, 이재선 법사, 이영희 법사, 강노심 법사, 샤머니즘 박물관의 양종승 박사, 태안문화원의 정지수 사무국장, 우란문화재단의 장윤주 학예사 등이 설위설경의 의미 및 의의의 이해를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며 “이번 작업은 지금까지 무속연구에 정진했던 많은 학자와 연구기관의 활동에 힘입었음을 이 자리를 빌려 밝히고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1082964391
짚풀공예와 방울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물질과 의식의 관계를 탐구해온 작가는 물질과 의식을 연결하는 까수기(paper for calling and networking 한지를 여러 번 접고 오려내 만드는데, 굿을 하는 도중 망자의 영혼이나 신령을 부르는 등 이승과 저승 간에 다리를 놓는 역할)의 의미에 주목했다. 그는 한국민속극박물관과 샤머니즘박물관, 태안문화원 등에서 무속 전문가들을 만나 까수기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뒤 이를 현대미술작품으로 재구성. 양 작가는 “종이 공예를 통해 영혼과 정신, 삶의 방식 등을 표현하는 풍습은 동아시아뿐 아니라 멕시코와 인도 등에도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며 “하찮은 종이에 정신을 불어넣으면 삶을 상징하는 물질이 된다는 데 흥미를 느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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