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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국제갤러리] 부산, 칸디다 회퍼 사진전

[국제갤러리 부산] 회퍼 개인전 《Candida Höfer》 개최 2020년 9월 18일(금)-11월 8일(일) 까지 “공간과 시간은 포착될 수 있다. 그것이 사진의 능력이다. 하지만 촬영 전에 그 공간을 체험해야만 한다.” 국제갤러리는 오는 9월 18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점에서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국제갤러리 부산 개인전 개최를 맞이해 독일 쾰른에서 전해온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의 영상 메세지를 소개한다. 최근 전세계가 맞닥뜨린 상황들로 많은 변화가 생긴 만큼 작가에게도 이번 전시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한다. 영상에는 특별히 부산 관객들에게 보내는 감사 인사와 출품작에 대한 작가의 코멘트가 담겨있다.

국제갤러리 칸디다 회퍼 개인전 《Candida Höfer》 전시기간: 2020년 9월 18일(금) – 11월 8일(일)
전시장소: 국제갤러리 부산 전시문의: press@kujegallery.com vimeo.com/460003202

이번 전시는 2018년에 열린 《Spaces of Enlightenment》에 이은 국제갤러리에서의 다섯 번째 개인전으로, 부산 관객들과는 처음 만나는 자리다. 오랜 시간 회퍼는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도서관, 극장, 혹은 박물관 같은 문화적 공공장소들의 내부 공간을 유의미한 시선으로 담아내는데 주력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작과 신작들이 나란히 공개될 예정이라, 사진 속 대상들의 시각적 면모와 더불어 공간 존재의 역사적인 깊이를 함께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위> 칸디다 회퍼(b. 1944) <La Salle Labrouste - La Bibliothèque de l'INHA Paris II 2017> C-print 180 x 208.7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Candida Höfer/VG Bild-Kunst, Bonn 

이번 전시작들은 1980년대부터 2017년에 이르기까지 평생 동안 지속해온 폭넓은 작업들을 통해 다양한 장소성을 묘사한다.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시대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 중 중요한 하나는 시간 혹은 시간의 흐름이다. 회퍼는 특정 한순간을 포착하는 사진을 통해 공간의 역사와 시간의 흐름에 의한 미세한 변화들에 주목하는 등 고유한 시선을 담아낸다.

세 폭 제단화 양식인 <Muzei sovremennogo iskusstva “Garaj” Moskwa VI, VII & VIII 2017>은 1968년 소련의 모더니즘 건축 양식을 차용한 레스토랑 브레메나 고다(Vremena Goda)의 낡은 건축물 안에 새로 지은 모스크바의 개러지 현대미술관(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내부 전경을 담고 있다. 낡은 벽돌과 정갈한 신축 계단은 묘한 구조적, 정서적 대조를 이룰 뿐 아니라 건물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함께 드러낸다. 모스크바에서 촬영한 또 다른 작품 <Dom Melnikova Moskwa VIII 2017>에서는 러시아의 구성주의 건축가 콘스탄틴 멜니코프(Konstantin Melnikov)가 설계한 멜니코프 하우스(Melnikov House)가 등장한다. 1927년부터 1929년에 걸쳐 완성한 후 멜니코프 자신이 평생 살았던 이 독창적인 건축물은 현재까지도 아방가르드 걸작으로 그 의의를 인정받고 있다. 2017년에 회퍼가 촬영한 내부는 1920년대에 멈춰버린 듯 본래 형태로 보존되었지만, 유리창 밖으로 현시대를 엿볼 수 있는 관객은 과거와 현재의 확연한 공존을 발견하게 된다.

한편 작가는 역사 즉 시간의 흐름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보존하는 문화적 기관들의 면면과 가치를 포착하기도 한다. <La Salle Labrouste - La Bibliothèque de l'INHA Paris II 2017>에서는 약 7년 동안 재건축 과정을 거쳐 현재 모습으로 완성된 프랑스 국립 미술사 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Art History) 도서관 열람실의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작품인 <Elbphilharmonie Hamburg Jacques Herzog und Pierre de Meuron Kabinett Basel XI 2016>에는 함부르크 엘브 필하모니(Elbphilharmonie Hamburg) 콘서트 홀의 축척 모형의 모습이 담겨있다. 해당 모형은 유명 건축설계사무소 헤르조그와 드 뫼롱의 작품을 보존하기 위해 설립된 재단인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 카비넷(Jacques Herzog und Pierre de Meuron Kabinett)에서 보관 중이다. 작가는 엘브 필하모니의 실제 내부를 촬영했으며, 본 작품들은 2018년 국제갤러리 개인전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공간의 모형을 원형으로 담아냄으로써 역사적 공간이 아닌 현대 건축물에 접근하는 작가의 다각적인 시선 또한 주목할 만하다.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 Candida Höfer/VG Bild-Kunst, Bonn

지난 수십 년 간, 세계 유수의 기관들의 초청으로 다양한 시간의 레이어가 직조한 공간의 풍부한 역사를 담는 방식도 회퍼에게는 매우 주효한 작업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미술관(State Hermitage Museum)과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Musée du Louvre)과의 협업 하에 탄생한 작품들 또한 만날 수 있다. <Bolshoi Teatr Moskwa III 2017>은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협력 하에 모스크바의 명소인 볼쇼이 극장(Bolshoi Teatr)의 화려한 색감과 장식에 주목하고, 또 다른 작품 <Musée du Louvre Paris III 2005>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나란히 배열된 의자들 사이로, 작지만 불세출의 명작인 <모나리자>가 시선을 끄는 보기 드문 순간을 포착한다. 특히 두 기관은 각각 2015년과 2006년에 작가의 개인전이 실제 개최되었던 곳이기에, 공간 자체의 상징적인 역사에 작가의 시간과 경험이 더해진 작품들은 한층 더 풍부한 컨텍스트로 거듭난다.

칸디다 회퍼는 특유의 정교한 구도와 완성도 갖춘 기술 및 기교로 현대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는 작가다. 그는 사진에 담고자 하는 대상들을 정확하고 균형 있게 포착해낸다. 그는 장소에 본래 존재하는 인공 조명과 자연광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인위적인 조명 장비나 보정도 가미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 회퍼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자신이 카메라로 담아낼 장소를 관찰하고 세팅한다. 제한된 시간 내에 장소를 포착해야 하는 작품의 특성상, 작가는 다양한 구도와 그에 따른 조광을 사전에 철저하고 세밀하게 계산한다. 촬영이 끝난 후, 최종 결과물은 수많은 인화와 선정 작업을 거쳐 선발된다. 이렇게 하나의 이미지로 완성된 회퍼의 작품에서는 대체적으로 인간의 형상이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각적으로만 부재할 뿐, 그 자체로 인간의 업적과 활동을 증명하는 사진 속 전경들은 자연스레 보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상기하게 한다.

지난 20여 년 동안 칸디다 회퍼는 특히 삼각대와 대형 포맷으로 대변되는 결과물인 거대한 프린트 작품으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초기 작업 중 상당수는 소형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되었는데, 작가는 최근 다시 이러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핸드헬드로 촬영한 작품들을 선보임으로써 기존의 대형 사진들과는 다른, 보다 자유롭게 공간에 접근하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가 드러나는 작품을 감상하는 이례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설명한다: “<Ethnographisches Museum Lissabon I 1989>와 최신작인 두 작품 <Folds 2016>, <Tables 2016>은 모두 핸드헬드 카메라로 작업하였고, 이들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한 축을 형성한다. 복잡한 사진술을 접하기 전까지 핸드헬드 카메라는 내게 주된 도구였다. 지금도 핸드헬드 카메라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들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작업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사진이 찍히는 방식에만 적용될 뿐 이를 완성된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대형 이미지와 다를 바 없는 세심한 작업을 요한다.”

이번 국제갤러리 전시는 회퍼의 초기작과 신작을 통해 작품이 표현하는 특정 공간에서의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그 작업 세계 내에서의 흐름까지 함께 포착할 수 있는 자리다. 사회적 역할과 역사적 맥락 등이 두루 조화를 이룬 다채로운 초상으로서의 공간, 그리고 그 이면의 도저한 시간은 특정 공간이 만들어진 시기 및 시대를 넘어 과거 역사의 레이어가 어떻게 공간의 특징을 구성하고 마침내 현대에 존재하고 있는지,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를 피력한다. 작가에게 사진은 이러한 시공간을 둘러싼 추상적인 동시에 구체적인 존재성을 몸소 경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매체다.

[작가소개] 칸디다 회퍼는 1944년 독일 에베르스발데에서 태어나 1972년부터 1983년까지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욜레 욘(Ole John)에게 영화를, 베른트 베허(Bernd Becher), 힐라 베허(Hilla Becher) 부부 밑에서는 사진을 수학하였다. 그는 스위스 바젤의 현대미술관(Kunsthalle Basel)과 베른 현대미술관(Berne Kunsthalle),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멕시코 푸에블라의 암파로 박물관(Museo Amparo) 등 세계 유수의 기관들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브레겐츠 현대미술관(Kunsthaus Bregenz),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Museum Ludwig),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Guggenheim Museum)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회퍼는 2002년 제11회 카셀 도큐멘타에 참여하였으며 2003년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마틴 키펜베르거(Martin Kippenberger)와 공동으로 독일관을 대표한 바 있다.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사진공로상(Outstanding Contribution to Photography)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재차 인정받았다. 작가는 현재 독일 쾰른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