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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수원시립] 개관 5주년 전《내 나니 여자라》

수원시립미술관은 개관 5주년 기념전《내 나니 여자라,》를 9월 8일(화)부터 11월 29일(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한다.수원시립미술관은 2015년 10월 8일 개관한 이래 수원의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오늘을 위한 의미로 재해석 해왔다. 또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정월 나혜석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와 더불어 여성주의 작가와 작품에 대한 연구 및 수집 기능을 강화했다.

이미래

수원시립미술관 개관 5주년 기념전《내 나니 여자라,》개최 [1]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을 매개로 미술관의 올해 기관 의제인 ‘여성’에 대한 동시대적 정서를 고찰 [2] 13인(팀) 작가들의 회화, 설치 미디어 등 총 48점 작품 소개 [3] 강애란, 나혜석, 슬기와 민, 오화진, 윤석남, 이미래, 이순종, 이슬기, 이은새, 임민욱, 장혜홍, 제인 진 카이젠 & 거스톤 손딘 퀑, 조혜진) ]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9월 8일(화)부터 개막 [4]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온라인을 통한 전시 콘텐츠 공개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내 나니 여자라,》는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의 어머니이자 사도세자의 비(妃)였던 혜경궁 홍씨(惠慶宮 洪氏, 1735-1815)의 자전적 회고록인 『한중록』을 매개로, 올해 미술관의 기관의제인‘여성’에 대한 동시대적이고 다양한 정서를 들여다본다. 전시 제목 《내 나니 여자라,》는 『한중록』에서 발췌한 구절이다. 『한중록』에 따르면 혜경궁 홍씨가 나기 전 태몽이 흑룡(黑龍)이라 당연히 사내아이일 줄 알았다고 한다. 그 기대에 반했기 때문에‘태어나 보니 여자더라’하는 회한 섞인 대목은 여성들이 처한 불합리와 불평등을 상징한다. 여기에 문장부호 반점(,)은 고정된 여성성에 대한 전복을 통해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려는 의미를 함축한다.

13인(팀) 작가가 선보이는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총 48점의 작품은 숨겨지고, 흩어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성이라는 존재와 정체성 그리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1부 : 내 나니 여자라:1부 ‘내 나니 여자라,’는 권력과 역사 속에서 그림자, 혹은 약자로 인식되어 온 여성 존재 자체를 재조명한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원류 윤석남(b.1939~)은 목조각 작품 <빛의 파종-999>(1998)과 <우리는 모계가족>(2018)에서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가치로 여겨지는 부계의 전통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 존재들에게 개별성을 부여한다. 장혜홍(b.1961~)의 <黑-black project 2020>은 혜경궁 홍씨의 탄생 285주년을 상징하는 총 285개의 패널로 구성된 작품이다. 명주 위에 검은색을 수천 번의 붓질하며 거대한 역사의 흐름을 쌓아올린다. 오화진(b.1970~)은 설치와 회화 작품으로 구성된 <‘음’의 군대>(2020)와 <대(代)에 답하다>(2020)에서 여성을 통한 생(生)의 순환을 은유한다. 이은새(b.1987~)는 <밤의 괴물들>(2018~2020) 연작을 통해 고정된 여성상을 전복시키며 익명성, 수동성으로 소비되는 여성의 대상화를 경계한다.

2부 : 피를 울어 이리 기록하나:2부 ‘피를 울어 이리 기록하나,’에서는 여성들의 표현과 표출, 기록을 다룬다. 남성들이 구축한 역사에서 여성의 언어와 경험은 대체로 공유되거나 전수되지 못했다. 2부는 공유와 공감을 매개하는 여성적 표출에 대해 살펴본다.

최슬기(b.1977~), 최성민(b.1971~)으로 구성된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슬기와 민은 196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에서 출간된 『한중록』 열세 판본을 동시에 읽는 작업 <1961-2020>(2020)을 선보인다. 『한중록』원문에서 여섯 문장을 발췌한 후, 이 문장을 열세 권의 책에서 찾아 여섯 ‘페이지로’로 이어 붙였다. 이를 통해 해석이 쌓여 공공의 기억이 되는 과정을 탐색한다. 강애란(b.1960~)은 스스로 빛을 내는 책으로 구성된 <현경왕후의 빛나는 날>(2020)를 통해 흐릿한 역사의 기록을 뚜렷하고 생생하게 되살린다. 나혜석(1896~1948)은 수원 출신의 국내 첫 여성 서양화가다. 변화의 욕구가 휘몰아치는 격변기에 태어난 그녀는 화자이자 문학가, 여성해방론자로서 활동하며 독보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였다. 그녀가 남긴 삽화를 통해 여자이기보다 먼저 사람이고자 했던 의지를 살펴본다. 이슬기(b.1972~)는 통영의 누비 장인과 협업해 선보인 누비이불 작품 <이불 프로젝트 U>(2018~2020)를 선보인다. 속담과 단어가 지닌 의미를 꿈과 현실의 경계를 상징하는 이불에 단순한 문양과 경쾌한 색상의 문양으로 새겨 넣었다. 조혜진(b.1980~)은 버려진 자개장을 소재로 부모님의 휴대폰에 찾은 격언이나 화려한 꽃문양 이미지를 자개 조각들로 일일이 덧붙여 완성한 <한겹>(2020)을 통해 매일을 성실히 살아내는 이들의 기억을 보듬는다.

3부 : 나 아니면 또 누가:3부 ‘나 아니면 또 누가,’에서는 여성의 사회, 정치 참여를 둘러싼 시각을 살펴보고, 이로부터 촉발되는 여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와 함께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분법을 뛰어 넘어 연대와 가능성을 모색한다.

임민욱

임민욱(b.1968~)은 삶의 근원적 허무함에 대한 성찰로 이끄는 영상작업 <봉긋한 시간>(2019~2020)과 설치작업 <솔기>(2019~2020)를 선보인다. 작가는 삶과 죽음이라는 그 자명한 이치를 탐지하며 무한성과 유한성을 동시에 기록한다. 이순종(b.1953~)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신작들은 얇은 비단 위에 침(針)을 촘촘히 꽂은 작품이다. 진영논리의 구조와 이로부터 발생하는 폭력들에 찌르고 상처를 내며 자연스러운 순환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미래(b.1988~)의 <히스테리, 엘레강스, 카타르시스: 섬들>(2020)에서는 마치 살점과 몸체가 구분되지 않은 것 같은 생명체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이 원초적인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설치 작품은 관람객의 감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여 더욱 즉각적인 관계 맺기를 가능하게 한다.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b.1980~, 덴마크)과 거스톤 손딘 퀑(Guston Sondin-Kung, b.1982~, 미국)이 공동 제작한 <여자, 고아, 그리고 호랑이>(2010)는 사회 구조 아래 침묵하도록 강요받은 여성들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지촌 매춘부, 한국전쟁 이후 해외로 입양된 여성들의 진술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를 통해 개인의 트라우마와 역사의 간극을 들춘다.

이번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여성의 존재와 역사를 동시대 미술로 살펴보고 연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미술관 관계자는 밝혔다. 전시 관람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에 따라 9월 8일(화)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