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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세 이야기 중 하나: 바리데기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주제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이 쓴 <파친코>의 한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들은 삶을 박탈당한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김현진 총감독이 이번 작업을 진행 중에 이 책을 우연히 읽다가 그 제목을 작가의 허락을 받아 차용한 것이다.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등 세 작가가 한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다.

제인 진 카이젠 작품

<총정리> "무슨 시련 와도 우리는 신경 안 써. 우리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갈 뿐이다" [1] 남성이 근대화 역사를 기록했다면 여성은 근대화 역사를 살아낸 것이다. 기록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그런 역사를 여성적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 되고 있고 결국 그것이 문자적 기록보다는 시각적 우위라는 관점에서 더 확장되고 포용적이고 포괄적인 글로벌 한 보편주의의 조형언어의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그런 목소리가 크지는 않지만, 그 울림과 영향력이 확대되는 급이 있는 세계적 발언과 예술적 방안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그런 여성적 역사의 통찰은 더욱더 견고하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근대화 역사의 해석에 있어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국가관 초대 작가와 베니스비엔나레관계자와 대화시간

[2] 여기에서 등장하는 인물을 바로 최승희 그리고 당대의 최고 아티스트이자 엔터테이너였던 국극의 배우들과 우리 설화의 하이라이트인 <바리설화>를 통해서 그 무한대의 스토리텔링을 열어주는 상상력을 확장시키고 놀라운 판타지를 창출함으로써 인류에게 새로운 광명과 번영과 발전의 길을 열 것이다. 그런 미래에 대한 희망과 지혜를 모아 지난 100년사의 새로운 장을 펼쳐보일 수 있는 길잡이의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이번에 베니스에서 펼쳐질 지도 모른다.

[3] 사실 한국에서 젠더나 퀴어가 거론되기는 하지만 사실은 이것도 결국 서구의 이론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여성사는 그런 이론이 아니라 그런 삶을 산 것이고 그래서 더 역동적이고 대안적인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남성적 언어와 서구적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성적 관점의 역사를 써내는 돌파구가 열릴 수도 있다. 이런 다각도적인 관점에 근대화의 역사를 볼 때만이 인류는 소통할 수 있고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정은영 작가 작품

[4] 정은영 작가의 거의 사라진 국극을 다시 복원하여 여기서 아주 중요한 발견을 하는 것은 이것이 사라진 것이 결국 60년대 군사정부의 위협을 받은 것은 거기에 지금도 언급하기 어려운 주제인 젠더와 퀴어의 중요한 요소가 거기에 숨어 있다는 것을 재발견한다면 큰 공로로 남을 것이다. 남성의 의해서 쓰인 역사가 여성을 지워버렸다고 해도 결국은 그 역사를 살아낸 자들 여성이기에 기록과 상관없이 여성의 생명력은 다시 돌아오고야 만다. 결국 이런 여성사의 소외와 멸시와 무시당함은 예술에서만은 그 본래의 위력이 복원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5] 김현진 감독의 말대로 우리가 한국적인 것을 베니스에 가서 기회적으로 약용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화라는 서구의 발명품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면서 그럼에도 그것을 뛰어넘는 인류공동의 지식생산으로 한 과정으로 삶과 죽음을 매개하는 신 즉 신명의 신, 소통의 신과 접하는 경험 즉 미적인 신접을 통해서 신통의 세계의 발판을 만들어 거기에서 인류가 하나로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면 된다.

정은영 작가의 작품

[6] 거기다 그동안 소외된 젠더 담론과 퀴어 관점이 균형감 있게 뒤섞여야 한다. 그래야 보다 진화된 인류의 바람직한 번영과 발전을 위한 촉매자가 될 것이다. 또한 그런 것을 통해서 인류의 미래를 제시하는 상상력을 발동할 것이다.

[7] 근대화 식민 분단 냉정 디아스포라 등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거론하면서 시각예술은 사회학자나 역사학자와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게 될 것 같다. 결국 미술은 경계를 없애는 것이다. 그런 특징과 미덕을 통해서 근대화의 아픈 과정과 갇혀버린 사고와 삶의 고통과 불안을 차원 높은 축제와 풍요로움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것이 바로 베니스비엔날레의 한국과의 핵심적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바리공주 설화> 한국인을 구원하는 복음과 같은 최고의 스토리텔링이다. 이번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한 작가의 주제다. 프랑스에 소설(nouvelles)이라는 말의 어원이 흥미롭다. 소설이란 좋은 소식(bonnes nouvelles)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이야기(설화)를 통해서 구원받고 싶기 때문이리라.

제인 진 카이젠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 

<바리공주 설화>는 관북지방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상의 인물로, 흔히 무당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발리공주(鉢里公主) 혹은 사희공주(捨姬公主)라고 하여 바리때를 지니며 베푸는 공주를 뜻하였다. 해원 굿의 원형으로 오구굿의 한마당에서 나오는데 남자가 아닌 확실시 되는 여신이다. <바리데기>라고도 한다

<전승> 바리공주 설화는 무속의 오구굿 또는 해원굿의 일부를 구성하는 서사무가(敍事巫歌)로 구전되어 왔다. 무당이 굿을 하기 전이나 하는 중간에 등장하는 사설(辭說)에 이 설화가 포함되어 있다. 무당은 바리공주 서사무가를 진오기굿의 말미거리에서 장고를 세우고 방울을 흔들며 서너 시간에 걸쳐 구송한다. 전국 모든 무당이 바리공주를 조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바리공주 무가가 전해져 오지 않는 곳에서는 미륵을 조상이라 하기도 한다.

바리공주 설화도 다른 서사무가와 마찬가지로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느 부분이 한국 민족 고유의 서사무가인지, 불교의 이야기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한 예로 바리공주는 불로장생약이 있는 저승에 가기 위해 서천서역국을 가는데, ‘서천서역국’은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를 부르는 말이다.

왕의 이름은 지역에 따라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전남지역에서는 오구시왕이다. 오구는 원한맺힌 귀신이라는 뜻이며 시왕은 불교의 열명의 판관이다. 사람이 죽으면 시왕에게 판결을 받아 어디로 갈것인지 결정이 된다. 이러한 점을 보아도 한국 서사무가에 드리워진 불교의 영향을 알 수 있다.

<줄거리> 설화에 따르면, 옛 한국의 어느 왕이 있었는데 (어비대왕 혹은 오구대왕이라고 한다) 혼례를 일년 미루어야 아들을 낳고, 길하다는 예언을 무시하고 결혼한 탓에 아들을 낳지 못하였다. 딸만 계속 낳다가 마침내 일곱째도 딸로 태어나 버렸다. 바리공주가 태어나자 왕이 공주를 버려, 바리공주는 한 노부부에 의해 구해져 양육되었다. 후에 왕과 왕비가 죽을 병이 들어 점을 쳐 보니 저승의 생명수로만 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여섯 공주 모두가 부모를 위해 저승에 가길 거부했는데 바리공주가 이를 알게 되어, 바리공주는 자신을 버린 부모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저승에 가겠다고 하였다.

바리공주가 저승에 가 약이 있는 곳까지 갔는데, 저승의 수문장이 바리공주와 일곱 해를 살고 일곱 아들을 낳아야 약을 주겠다고 하였다. 바리공주가 그 조건을 채운 뒤 수문장과 일곱 아들과 함께 약을 갖고 이승에 돌아오는데, 궁에서 나오는 왕과 왕비의 상여와 마주쳐, 가져온 영약으로 되살렸다. 왕이 바리공주에게 물어 바리공주의 남편이 된 저승의 수문장은 장승이, 일곱 아들은 칠원성군이 되었고 바리공주는 이러한 연유로 왕에게 자청하여 한국 무당의 조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