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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갤러리현대] 이슬기, 선사시대 상상력으로 현대미술 풀다, 8월4일까지

<선사시대 인류학적 상상력으로 현대미술의 화두를 삼삼하게 풀다>
<
파리국립미술대학 스승의 충고, "너 한국을 잘 알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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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힌 곳에 구멍을 뚫는, 소리조차 시각화하는 작가

서울 갤러리현대에서 2018년 '다마스스(DAMASESE)' 이후 이슬기(1962년 생) 작가는, 6년 만에 2번째 전시를 열었다. 그녀의 단순해 보이는 설치작품은 고정된 의미를 벗어난 참신한 재치를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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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전] 삼삼2024.6.27~8.4 갤러리현대 신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14) // 갤러리현대는 이슬기 작가의 개인전 삼삼627일부터 84일까지 개최한다. 2018다마스스(DAMASESE)이후 6년 만에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두 번째 개인전이다. 삼삼은 이슬기 작가가 한국에 몇 개월 동안 체류하며 고안해낸 현판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꾸준히 해온 이불프로젝트 : U의 새로운 이불 작품들, 대규모 설치 작업을 재편성한 느린 물, 갤러리현대 전 층을 가로지르는 모시 단청벽화 작업 안에 설치된 쿤다리, K, 바가텔30여 점을 선보인다. '삼삼하다'는 표현에서 착안한 전시 타이틀 삼삼은 이슬기 작품 세계를 집약하는 키워드이다. “외형이 그럴듯하다”, “눈앞에 보이는 듯 또렷하다등 다양한 의미로 변주되어 사용되는 형용사 '삼삼하다'처럼, 이슬기의 작품은 대상이나 오브제가 지시하는 보편적이고 고정된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생명이 있는 물체처럼 다채로운 의미와 감각을 지니며, 나아가 인류 문화의 과거부터 현재를 모두 응시한다.

이슬기는 1992년 프랑스 생활을 시작으로, 세계 여러나라의 민속적 요소와 일상적 사물, 언어를 기하학적 패턴, 선명한 색채로 표현한 조각과 설치 작품을 통해 독창적인 시선과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 세계를 구축해 왔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면서도 특유의 조형성과 색채가 돋보이는 그의 작업들은 자연과 인류의 기원, 다양한 문화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작가는 한국의 단청과 문살, 통영의 누비이불, 멕시코의 지방 전통 바구니 조합 등 세계 각지의 장인들과 협업을 통해 전통이라는 틀 속에서 시대와 장인의 손길에 변화하는 전통과 언어, 문화를 소환한다. 여기에 공예의 조형 언어와 더불어 이슬기만의 시선과 해석이 더해져 고정된 의미와 맥락을 입체화 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작품이 탄생한다. 이번 삼삼전에서도 일상적인 오브제나 대상, 언어가 지시하는 의미의 구체성에서 벗어나 언어와 기호 사이의 원초적인 움직임에 초점을 둔 작품을 통해 관람자를 사로잡는다.

이슬기는 이번 전시의 주요한 키워드로 구멍을 강조한다. 작가는 가상의 구멍을 통해 전시장에 노을 빛이 스며드는 장면을 상상하며 전시를 구성했다. 작가가 말하는 구멍은 다양한 형태와 의미를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문이 만드는 밖과 안을 연결하는 큰 구멍부터 나무 문살의 격자 모양에서 자연스레 형성되는 작은 구멍, 전시장 벽면에 직조된 모시 단청 사이사이 등을 의미한다. 전시장 곳곳의 벽면에 도색 된 살구색 또한 노을 빛을 화이트 큐브로 전달하는 구멍 역할을 한다. 나아가 이 구멍은 안과 밖의 이분법을 지우고 한쪽 방향으로 흐르는 보편적 인식과 감각의 관습을 뒤집어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작가의 예술적 시도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신작인 현판프로젝트는 도안화된 의성어나 의태어를 나무 널빤지 위에 새겨 단어의 의미와 외형의 연결고리를 해학적으로 형상화한 작업이다. 작가는 사람만큼 거대한 덕수궁 대한문 현판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나무를 재료로 선택하고 태초의 단어가 무엇일지를 탐구하게 되었다. 이슬기 작가는 현판프로젝트를 통해 2019년부터 탐구해 온 이라는 주제를 확장해 나간다. 문은 들어가는 곳’, ‘나가는 곳’, 그리고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라는 세 가지 공간을 암시함으로써 각기 다른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을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는 같은 작품이라도 관람객의 위치나 시선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이는 '라쇼몽(羅生門, Rashomon) 현상'과 같이 동일한 사건이라도 입장에 따라 본질을 다르게 인식하는 현상과 유사하다. 이처럼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각기 다른 시각에서의 해석이 어떻게 사물의 본질을 다르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한국어의 의성어는 매우 그래픽적이다. ‘쿵쿵’, ‘쾅쾅’, ‘꿍꿍등의 단어는 모두 삼삼한장면을 생성한다."라고 설명한다. 작가가 현판에 새긴 단어는 특정한 의미가 없는 의성어로, 과거 중요한 이름이 새겨졌던 현판과는 대조적이다.

모시 단청은 전시장의 세 개 층을 가로지르는 벽화로, ‘긋기단청이라는 전통 기법을 사용해 단청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되었다. 이 벽화는 마치 직물의 직조 방식을 연상시키는 가로와 세로선이 조화롭게 짜인 작품으로, 전시장을 둘러보며 감상하다 보면 지하, 1, 2층에 놓인 작업들이 하나의 완전한 작품으로 연결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전시장 지하와 1층 사이의 공간에 설치된 작업인 느린 물또한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고대 로마의 빌라 디 리비아(Villa de Livia)’의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문살과 단청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한국의 전통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작품의 부유하는 격자 무늬는 전시장 바닥에 수많은 구멍이 담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문살 하나하나에 입혀진 다채로운 색상은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을 거닐며 여러 각도로 감상하도록 유도한다. 이 작품은 세련되고 아름다운 기하학적 문양을 통해 물의 움직임과 일렁이며 반사되는 빛을 표현한 것으로, 관람객들에게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마치 수면 아래에 있는 듯한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장 곳곳에는 선사 시대 및 신석기 시대 유물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성 신체의 표현을 모티프로 한 쿤다리연작을 만나볼 수 있다. '쿤다리'굽은 다리를 빠르게 발음한 데서 착안한 제목으로, 거미와 개구리를 원초적인 모양으로 해석한 뒤 자립시킨 작품이다. 쿤다리연작은 인류의 여러 민속과 토착 문화에서 나타나는 여성성에 대한 새로운 조형적 언어로 접근한 작업이다. 고대 여성의 신체를 형상화한 토착 조형물의 원형을 모티브로 하여 기호와 도형 그리고 도식을 통해 재해석했다. 동서양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해 온 여성의 신체나 생식기를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구체적인 묘사와 형상이 기하학적이며 단순한 형태로 변형되고, 작가의 특유의 유머러스한 비틀기가 가미되었다.

이슬기의 삼삼전은 세상에서 모든 것이 하나의 의미나 분류로 규정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모든 것을 수치화 하고 편의에 의해 쉽게 구분하여 단정짓는 현대 사회에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작품이자 커다란 구멍으로서 우리의 굳어 있는 인식과 감각을 활기차게 깨워줄 것이다.

작가에 대하여

이슬기(1972년 서울 출생)는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DNSAP E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 de Paris, Paris)를 졸업하였으며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슬기 작가는 갤러리 주스 앙트르프리즈, 파리 (2022, 2017), 맨데스우드 DM 갤러리, 브뤼셀 (2022), 인천아트플랫폼, 인천(2021), 라크리에 아트센터, (2019), 갤러리현대, 서울(2024, 2018)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과 SBS가 주관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0’ 최종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12회 부산 비엔날레, 부산(2020), 10회 광주 비엔날레, 광주(2014), 3회 파리 라트리엔날레, 파리(2012), 1회 보르도 비엔날레, 보르도(2009) 등에 참여하였다. 또한 대안공간루프, 서울(202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2017), 장식미술박물관, 파리(2015), 쿤스트할레빈, (2007), 팔레드도쿄, 파리(2001) 등의 기관에서 개최된 그룹전에 초대되었다. 주요 소장처로는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멜버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프랑스지역자치단체현대미술컬렉션 프락(FRAC), 프랑스 등이 있다. 다가오는 9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제17회 리옹 비엔날레에 초대됨은 물론, 2025년에는 영국 버밍엄에 위치한 이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