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신과 수퍼플렉스,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본전시 참여 / 2024년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포리너스 에브리웨어(Foreigners Everywhere)》 / 전시 기간: 2024년 4월 20일(토)–11월 24일(일) / 프리오프닝: 2024년 4월 17일(수)–19일(금) /전시 장소: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Giardini), 아르세날레(Arsenale) 전시장 일대
<이미지제공 국제갤러리>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과 덴마크 출신 3인조 작가그룹 수퍼플렉스(SUPERFLEX)가 올해 초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본전시 참여소식을 알린 데 이어, 행사 프리뷰 개막일인 4월 17일(현지 시간) 이들의 출품작이 최초 공개되었다. '외국인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의미의 주제 《포리너스 에브리웨어(Stranieri Ovunque - Foreigners Everywhere)》에 걸맞게 오랜 기간 다양한 지역과 문화권을 오가며 활동해온 김윤신과 수퍼플렉스의 대표 작업들이 자르디니 공원 내 전시장에서 전 세계 미술관계자들과 애호가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아르헨티나와 한국을 오가며 영원한 이방인을 자처하는 김윤신은 올해 본전시에서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 연작에 속하는 4점의 나무 조각과 4점의 돌 조각을 선보인다. 197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탄생한 출품작 중 나무 조각 4점은 소나무 혹은 호두나무와 같은 원목을 사용한 반면 나머지 돌 조각 4점은 오닉스(onyx)와 재스퍼(jasper)와 같은 준보석을 재료로 한다. 원목과 준보석을 조각하는 과정이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재료의 속살과 표면의 시각적인 대조와 조화가 이번 출품작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강인한 동시에 예리한 작가적 접근이 돋보이는 본 조각 작업들은 낯선 땅과 마주한 '이방인'이 새로운 소재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를 개발해온 과정을 선명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주제와도 완벽하게 만난다
김윤신은 올해 베니스 본전시 참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감을 밝혔다. "하마터면 놓칠 뻔한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잊지 않고 계속해서 찾아준 예술감독 아드리아노 페드로사(Adriano Pedrosa)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1974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이후로 오로지 작업에만 매진해왔는데, 무려 50년이 지나 이런 크고 중요한 전시에 초대되리라곤 미처 상상도 하지 못했다. 2024년이 내게 큰 행운이 깃든 해인 만큼, 앞으로 더 좋은 작품으로 세상에 응답하고자 한다."
지난 60여 년 동안 나무와 돌 등의 자연 재료가 지닌 본래의 속성을 온전히 강조해온 김윤신은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조각 작품을 '합이합일 분이분일(合二合一 分二分一)'이라는 제목으로 일관되게 칭하고 있는데, 이러한 철학은 '서로 다른 둘이 만나 상호작용을 통해 하나가 되며, 그 합이 다시 둘로 나뉘어 각각 또 다른 하나가 된다'라는 뜻을 지닌다. 조각의 재료와 작가가 하나가 되며 합(合)을 이루고, 그러한 합치의 과정이 재료의 단면을 쪼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가는 여러 분(分)의 단계들로 이루어지며, 그 결과물로서 비로소 또 하나의 진정한 분(分), 즉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김윤신의 작품세계를 지탱해온 철학이다. 이러한 제목은 재료에 자신의 정신을 더하고 공간을 나누어 가며 온전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는 작가의 조각 과정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가소개: 김윤신
1935년 함경남도 원산에서 태어난 김윤신은 나무 및 석재 조각, 석판화, 회화를 아우르며 고유의 예술세계를 일구어 온 한국의 1세대 여성 조각가이다. 1959년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5년 뒤인 196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 조각과 석판화를 수학했다. 이후 1969년 귀국한 김윤신은 아르헨티나로 이주하기 전까지 10여 년 동안 여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1974년에는 한국여류조각가회의 설립을 주도하기도 했다. 1984년 작가는 새로운 재료를 만나 작품세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열망을 따라 아르헨티나로 이주하였는데, 그곳에서 만난 단단한 나무는 김윤신이 작품 안에 건축적 구조와 응집된 힘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다. 이어 1988년부터 1991년까지는 멕시코, 2001년부터 2002년까지는 브라질에서 머물며 오닉스와 준보석 등 새로운 재료에 대한 탐구를 지속했다. 2008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김윤신미술관(Museo Kim Yun Shin)을 개관했으며, 부에노스아이레스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18년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에 김윤신의 상설전시관이 설립되기도 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국제갤러리(서울, 2024),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서울, 2023), 흰물결아트센터(서울, 2022, 2015), 갤러리 반디트라소(서울, 2022), E2Art 갤러리(로스앤젤레스, 2022),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부에노스 아이레스, 2022, 2021, 2018), 주폴란드 한국문화원(바르샤바, 2019), 주스페인 한국문화원(마드리드, 2019), 필라르 문화센터(부에노스 아이레스, 2017), 카빌도(코르도바, 2016), 한원미술관(서울, 2015), 멘도사 시립현대미술관(멘도사, 2015), 마리아 엘레나 크라베츠 갤러리(코르도바, 2010), 로페즈 클라로 미술관(아술, 2009) 등이 있다. 또한 박수근미술관(양구, 2024), 안상철미술관(양주, 2018), 주워싱턴 한국문화원(워싱턴 DC, 2012),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부에노스 아이레스, 2011), 로사리오 국제조각 심포지움(2007), 남미 한민족작가 문화예술 교류전(상파울로, 2006), 한국 스페인 조각 심포지움(이천, 2003), 베이징 국제조각 심포지움(베이징, 2002), 제7회 로사리오 국제조각 심포지움(로사리오, 2001), 제3회 부에노스 아이레스 국제조각 심포지움(부에노스 아이레스, 2000), 한인미술인협회(부에노스 아이레스, 1998), 칸델라리아 미술관(부에노스 아이레스, 1995), ’95 한국여성작가축제(서울, 1995),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멕시코시티, 1992, 1991) 등의 국내외 단체전 및 행사에 참여한 바 있다. 2024년에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본 전시에 처음으로 초청받아 참가한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서울시립미술관, 한원미술관,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립현대미술관, 로페즈 클라로 미술관, 멕시코 국립현대미술관, 경기도 광주 스페인조각공원, 베이징 국제조각공원, 로사리오 중앙우체국, 한국토지주택공사, 아산사회복지재단, 서울아산병원, 익산 중앙체육공원 등이 있다. 현재 김윤신은 한국과 아르헨티나를 오가며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저자권 이윤숙
김윤신 작가는 올해 초 국제갤러리 및 리만머핀 갤러리와 공동 소속 계약을 체결하며 60여 년 예술 인생 처음으로 주요한 상업 갤러리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오는 4월 28일까지 1970년대부터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의 철학에 기반한 목조각 연작과 함께 꾸준히 지속해온 회화 작업 등 총 51점의 작품들이 국제갤러리 서울점 K1과 K2 공간에서 선보인다.
[국제갤러리] 수퍼플렉스는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2002)를 재해석한 작업을 비엔날레 본전시에 소개한다.
수퍼플렉스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 설치전경
2024
그래픽 디자인: Rasmus Koch
후원: Danish Arts Foundati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SUPERFLEX
한편 1993년 결성된 이래 민주주의, 기후, 도시, 난민 등의 범세계적 주제를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다뤄온 수퍼플렉스는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2002)를 재해석한 작업을 비엔날레 본전시에 소개한다. 지난 2002년 수퍼플렉스는 난민을 상대로 배타적 태도를 취하던 코펜하겐 정부를 비판하고 난민 이슈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이방인들이여, 제발 우리를 덴마크인과 홀로 남겨두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코펜하겐 도심 곳곳에 부착했다. 정치 포스터가 보통 주변환경에 묻혀 본연의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는 한계에 착안, 공공장소 표지판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주황색 배경과 그와 대비를 이루는 검은색 텍스트로 디자인한 이 작업은 외국인, 이민자, 난민, 디아스포라 등의 주제에 대해 경종을 울려왔다. 실제 포스터 형태의 작업은 2002년 이후로 덴마크 내에서만 10만 장 이상 배부되었으며, 2018 광주비엔날레를 포함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활발히 전시된 바 있다.
본 작업에 대해 수퍼플렉스 소속의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Bjørnstjerne Christiansen)은 다음과 같이 첨언한다. "'외국인(foreigner)'이란 어떤 존재인가? '우리(us)'라는 개념은 어떻게 성립되는가? 지난 20년 간 유럽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우리'와 '그들(them)'이라는 개념을 이용하여 배제적 태도를 정당화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해당 작업이 현재를 사는 이들과 연관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응용해 의미를 부여해왔으며, 이는 본 작업이 더 이상 수퍼플렉스가 길거리에 포스터를 부착하는 행위에 국한되지 않음을 뜻한다. 타인들에 의해 사용되고 변화될 가능성을 보유한 일종의 집단적 메시지로 변모한 것이다."
수퍼플렉스는 이번 본전시에서 〈Foreigners, Please Don’t Leave Us Alone With The Danes!〉를 두 가지 형태로 전시한다. 먼저, 초기 포스터와 동일한 포스터를 바닥에 쌓아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포스터가 담고 있는 메시지의 노출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가는 총 3만 장의 포스터를 인쇄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여 년간 수많은 이들이 공적/사적인 공간에서 해당 포스터를 어떻게 사용해왔는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이미지를 취합한 영상이 전시된다. 한편 수퍼플렉스는 베니스비엔날레 전시기간 동안 2002년 실시했던 포스터 캠페인을 덴마크 도심에서 다시 재개하며, 이와 동시에 덴마크 국립 미술관에서도 해당 작업을 선보여 관람객들의 참여를 도모할 계획이다. 포스터 그래픽 디자인은 라스무스 코쉬(Rasmus Koch)가 맡았으며, 프로젝트 후원은 덴마크예술재단(Danish Arts Foundation)이 진행한다. 한편 수퍼플렉스는 오는 6월 4일 국제갤러리 서울점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있으며, 이는 2019년에 열린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의 전시 이후 서울점에서의 첫 개인전이다
수퍼플렉스 작가 프로필 이미지
사진: Daniel Stjerne
작가소개: 수퍼플렉스
수퍼플렉스는 1993년에 야콥 펭거(Jakob Fenger),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Bjørnstjerne Christiansen), 라스무스 로젠그렌 닐슨(Rasmus Rosengren Nielsen)이 설립한 3인조 컬렉티브 그룹이다. 이들은 자본의 불균형, 이주 문제, 저작권 문제, 소유의 문제 등을 주제로 삼아 일관되게 세상의 불합리함에 의문을 품고 그 근원을 파헤친 작품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다. 수퍼플렉스는 본인들의 작업을 ‘도구(tools)’라 명명하는데 이러한 명칭이 시사하듯 사람들로 하여금 작업을 매개로 범세계적 담론에 대해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해 왔다. 이들이 예술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바로 ‘컬렉티브의 힘’이다.
수퍼플렉스는 ICA 샌디에고(샌디에고, 2024), 사우스 플로리다 현대 미술관(템파, 2023), 르 비콜로르(파리, 2022), 쿤스트하우스 그라츠(그라츠, 2021), 투르쿠 미술관(투르쿠, 2020), 테이트 모던(런던, 2017), 후멕스 현대미술재단(멕시코 시티, 2013), 사우스 런던 갤러리(런던, 2009), 쿤스트할레 바젤(바젤, 2005)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샤르자 비엔날레(2017, 2013), 광주 비엔날레(2018, 2002), 상파울루 비엔날레(2006) 등 다수의 비엔날레 및 단체전에 초대되었다. 주요 작품 소장처로는 덴마크 아르켄 현대미술관과 미국 워싱턴 D.C. 허쉬혼 미술관,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 뉴욕 현대 미술관(MoMA), 마이애미 페레즈 아트 뮤지엄 등이 있다. 또한 수퍼플렉스는 2019년 한국과 덴마크 수교 60주년을 기념하여 파주 도라산 전망대에 '집단'의 잠재력과 ‘협업’의 중요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3인용 모듈식 그네 작품 〈하나 둘 셋 스윙!(One Two Three Swing!)〉을 선보였는데, 해당 작품은 2023년 통일부에 영구 기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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