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근전시행사소개

[갤러리현대] '임충섭', 동서의 수평-수직을 한 '획(劃)'으로 잇다

1941년 생, 임충섭 뉴욕 50년, 동양의 대자연인 나, 서양의 대문명에 대항하는 한 획을 긋다. 그런 내가 자상스럽다. 물과 같이 부드러운 달의 문화가 이를 테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정감 어린 '수평 문화'가 동야이라면  불과 같이 뜨거운 서양의 해의 문화, 이를 테면 고층건물이 높이 솟은 콘크리트 정글 같은 '수직의 문화'가 서양문화다. 그 대척점에서 난 그 사잇길을 열다. 평생 동서를 연결하려고 했던 백남준과도 통한다.

임충섭전이 열리는 갤러리 현대

"고단했지만 백남준 선생(비디오 아티스트)과 이웃하면서 위로도 받고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도 판때기에 숯으로 그림을 그리던 어린 시절, 미군이 버리고 간 페인트 조각을 녹여 쓰던 대학 때보다는 낫죠." // 힘든 삶을 긍정하는 낙천주의자인 그에게 행운도 따라왔다. 작품을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15년 전 헐값에 나와 구입한 작업실 부동산 가격도 치솟았다. 작가는 "행복은 자기가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관련 기사

 

뉴욕 '콘크리트 정글' 사이에서 길어낸 한국적 정서

[리뷰]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서 임충섭 개인전 '획(劃)', 오는 1월 21일까지

www.ohmynews.com

목화실, 분청사기, 전통 농기구, 한자(漢字), 정자 등 한국적 정서가 담겨 있다. 서양 미술의 틀을 깨는 이방인의 작품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워싱턴 허시혼 미술관의 문이 열렸다. 국립현대미술관도 2012년 그의 50여 년 화업을 정리하는 회고전을 개최했다" - 매일경제

임충섭 우리 시대 위대한 사상가이자 철학자, 그리고 문명비평가 그는 글 대신 그림으로 그의 사유 체계를 시각화하다. <뉴욕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브제(object found in NY)>로 앙상블라주 작업을 하다.

예술은 내 마음을 파는 것이기에 성취가 아니고 도취다.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 임충섭 / 매순간 모든 것에 도취하라 - 보들레르(Baudelaire, pour une vie d'ivresse) 도취의 순간은 인간이 진정 시간의 주인이 되고 또 시간의 구속에서 해방되어 절대 초월의 정점(definitive moment)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과의 전쟁에서 승리자가 되는 것이다.

신석기 유물(국립중앙박물관)과 임충섭 현대 작가의 오브제 작품이 너무 닮았다. 현대미술일수록 선사시대와 닮아있다는 것은 역설이다.

[임충섭 '획(劃'》 2023.12.14~2024.1.21 갤러리현대
서구의 '수직선'을 극복하는 동양의 '수평선'의 미학, 이 둘을 기막히게 다리를 놓는 '획(劃)'을 그리다

사잇&nbsp; 잿빛 도심 속 아기 새들의 비행

언뜻 이러한 작품은 아주 소박하고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것들의 전반적인 형태나 다층적 표면을 구축하는 데 들어간 노동력은 엄청나며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 또한 매우 깊다 - 토마스 미켈리, 미국 미술평론가

[] 임충섭 전이 열리는 갤러리현대

"우리의 조형 미학은 획으로의 출발입니다. 그을 '획(劃)'자입니다. 물론 단색적 미니멀의 조형 양태로의 말을 쓸 수 있겠지만, 그 오랜 동양의 서예 동양화의 그 '획'은 우리의 중요한 미학적 근원입니다"-임충섭

임충섭 / "나는 뉴욕(1973년 처음 뉴욕 도착)이라는 <콘크리트 정글>에서 이에 방영하기 위해 반항하기 위해 존재하는 자연물이었다. 나는 문명과 자연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려고 했다" - 임충섭. 미국에서 50년 살면서 그 문명 특히 도시 문명의 상징인 뉴욕을 정신적으로 호령하는 한국의 호랑이 같은 작가. 그의 사상적 통찰력은 10년 전에 만났을 때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깊고 넓어졌다. 참 반가운 일이다. 그때도 노장에 대해 이야기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그의 작품의 주제는 주로 문명사적 성찰이다.

<자유형 캔버스 작품 〈수직선상의 동양 문자〉와 〈하얀 한글〉은 부족 마을의 입구를 지키는 토템처럼 관객을 맞이한다. 미니멀하고 모던한 색상과 조형적인 특징을 띄는 두 작품에는 동양의 한자 언어와 한글의 초성이 담겨있다. 〈수직선상의 동양 문자〉에는 서구의 수직성, 수직구조(빌딩)를 상징하는 선들 사이로 한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어 동서양의 미학이 어우러지는 이색적인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갤러리현대는 임충섭의 개인전 '획(劃)'을 오는 12월 14일부터 2024년 1월 21일까지 연다. 2017년 《단색적 사고》와 2021년 '드로우잉, 사잇'에 이어 2년 만에 갤러리현대가 기획한 세 번째 개인전이다. '획(劃)' 전은 1973년 뉴욕으로 이주한 뒤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2023년까지 약 40여 년의 작업을 살피는 자리이다. 서양의 현대 미술과 동양의 서예 예술의 조형성 사이를 다각도로 실험하며 한국 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임충섭의 미적 성취를 조명하며, 자유형 캔버스와 드로잉, 발견된 오브제, 고부조, 아상블라주, 영상과 결합된 키네틱 설치 등 40여 점의 작품을 대거 소개한다.

[]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 2000, Acrylic, oil, crayon, rice paper, U.V.L.S. gel on shaped canvas, 264×156.5×6cm

임충섭은 지난 40여 년 동안 드로잉, 자유형 캔버스, 발견된 오브제, 아상블라주, 키네틱 설치, 사진, 영상, 음향 등 방대한 작업 방식을 통해 한국(동양)과 미국(서양), 자연(시골)과 문명(도시), 과거와 현재, 여백과 채움, 평면과 입체, 추상과 구상 등 양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이렇듯 다양한 형식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에게 농촌의 자연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향수는 작품 세계 전반에 걸쳐 주요한 핵심으로 작동한다.

[] 임충섭, 무제 - 날개, 1985, Acrylic, oil, U.V.L.S. gel on canvas, 59×71.5×3.8cm

수직적인 빌딩이 가득한 문명 도시 뉴욕에서의 삶과 어린 시절의 들판이 수평으로 펼쳐진 자연의 기억 사이에서 작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그 둘을 잇는 ‘사잇’ 존재로 인식하며, 이 ‘사잇’ 개념을 창작의 원동력이자 시각적 모티프로 삼는다. ‘사잇’은 임충섭의 작품세계를 함축하는 단어로, 두 장소나 대상 간의 거리나 공간을 의미하는 ‘사이’와 그것을 연결하는 ‘잇다’를 결합한 단어이다. 동양화의 여백이 미니멀 아트와 연결되듯이, ‘사잇’ 존재로서 그는 자신의 작품이 양자의 양쪽을 동시에 이해하는, 그 사이 ‘관계’를 맺게 하는 ‘촉매제’이자 ‘시각적 해학’을 펼친 조형 행위의 결과임을 강조한다. 임충섭은 재료 선택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작가는 "모든 사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말에 큰 영감을 받아 길거리에서 주워 온 나뭇가지나 흙, 산업 물품을 작품의 재료로 사용한다. 이를 통해 자연 또는 인간과 문명, 개인의 기억과 현재 사이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정서와 감각의 여정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전시의 제목 《획(劃)》은 한지에 그어지는 서예의 획과 더불어 동양 철학의 ‘기’, 나아가 작가가 화면에 오일, 아크릴릭과 같은 서양미술의 재료나 일상의 기억과 개별적 역사가 담긴 오브제를 얹는 행위 전반을 포괄하며, 임충섭만의 조형 미학의 핵심이자 근원까지 폭넓게 지시한다.

[] 흙, 2000-2023, Mixed media with soil, 가변설치

1층 전시장에 설치된 자유형 캔버스 작품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와 〈하얀 한글〉은 부족 마을의 입구를 지키는 토템처럼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니멀하고 모던한 색상과 조형적인 특징을 띄는 두 작품에는 동양의 한자 언어와 한글의 초성이 담겨있다. 〈수직선 상의 동양 문자〉에는 서구의 수직성, 수직구조(빌딩)를 상징하는 선 사이로 한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어 동서양의 미학이 어우러지는 이색적 화면을 감상할 수 있다. 하얀 여백들 사이에 한글의 자음과 모음이 미니멀한 형태로 그려진 〈하얀 한글〉은 동양의 여백과 한글이 가진 조형성이 작가 특유의 해학적이고 미니멀한 화면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반대편에는 피라미드를 연상하는 유적지를 옮겨 놓은 듯한 구조물들과 그 위로 소복하게 쌓여 있는 흙들, 수직적으로 쌓아 올려진 사각의 흙덩이들이 눈길을 끈다. 전시장을 유적지로 전환하는 이 〈흙〉 작업에서 작가는 일부 구조물에 자연과 동양을 상징하는 곡선을 부여하여 서구 건축의 직선적 양식을 파괴함과 동시에 두 양자 사이의 조화를 이뤄낸다.

또한, 콘크리트와 플라스틱이 일부 사용된 구조물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의 생명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흙을 나란히 두며 자연과 문명 사이를 조화롭게 구성한다. ‘흙’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의 생명의 근원이자 대자연의 산물이다. 임충섭에게 흙은 어린 시절의 자연과 어머니로 연결되는 매개체로 작용하며 자연, 어린 시절, 어머니에 대한 향수를 암시한다. 나아가, 어린 시절 맞이한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깨달은 생명의 유한성과 자연의 순환, 인간의 한계에 대한 통찰이 작품에 잔잔하게 스며 있다.

키네틱 작품도 선보여

[위] 키네틱 작품 길쌈, 1999-2023, Mixed media with Korean cotton threads, 가변설치]

2층 층고가 높은 전시장에서는 자연과 문명의 조화로운 만남을 건축적인 접근으로 시각화하는 키네틱 설치작업 〈길쌈〉을 만날 수 있다. 전통적인 베틀을 닮은 구조물이 벽면에 기대어 있고, 바닥에서 올라오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실과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서로 마주 보며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는 씨실과 날실이 한 올씩 엮여 직물을 만드는 전통적인 베틀의 구조와 유사하다. 작품 바닥에 펼쳐지는 영상에는 하와이의 밝은 달이 떠 있고, 작가의 작업실 근처에 있는 허드슨강물이 흐른다. 전시장의 바닥과 벽, 천장을 모두 작품을 구현하는 공간으로 삼는 〈길쌈〉은 자연의 소재와 재료를 이용하여 모던한 건축적 배치와 조형미를 통해 보는 관객을 압도한다. 자연과 여백을 통해 진리를 찾아가는 동양 철학적 접근과 서구 미술사적 관점에서의 개념미술, 설치미술을 한 작품에 오롯이 차용한다. 즉, 임충섭은 문명과 자연, 그리고 동양과 서양 간의 공존을 위한 중간자, ‘사잇’ 존재 역할을 수행한다.

[] 무제 - , 2020, Acrylic, oil, U.V.L.S. gel on canvas, 62×61×4.5cm

2층의 천장이 낮은 전시장에는 동양 전통의 직조 문화가 작가의 재료적 실험과 함께 드러나는 평면 작업 〈무제-날개〉, 건축적인 구조와 세심한 짜임새가 돋보이는 조각 작업 〈무제〉, 〈무제-1000와트〉가 동양적인 정서와 현대미술의 조형미의 매끄러운 조화를 보여준다. 작가 특유의 미색이 돋보이는 19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의 조형적, 매체적 실험을 평면으로 담은 작품들이 놓인다.

대부분 〈무제〉로 명명되는 그의 작품 중 일부인 〈무제-괄호〉, 〈무제-시읃〉, 〈구성-흰〉에서는 기호, 언어, 조형과 색채가 가지는 지시 대상과 시각적 유사성을 지닌 화면의 형상 사이로 관람객을 초대하여, 보이는 작품과 제목의 지시 대상 사이에서 마음껏 상상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오브제들은 약 20년간 작가가 뉴욕의 길거리를 산책하며 발견한 오브제(found object)들이다.

모든 사물에 기억과 역사가 있다고 믿는 작가는 발견된 오브제들을 채색하고 조각한 뒤 새롭게 나열하여 새로운 오브제의 서사를 만든다. 동양 회화의 이론과 실기를 정리한 개자원화보, 파란 하늘에서 영감을 받아 채색된 자전거 안장, 뉴욕의 오래된 건물에서 발견된 쇳덩이, 길거리에 떨어진 녹이 슨 철 고리, 끊어진 운동화 끈, 잡지가 콜라주 된 발견된 낙엽 등 수많은 사물이 모여, 새로운 역사가 된다.

[] 하얀 한글 2020

지하 전시장에서는 임충섭의 시그니처로 알려진 고부조와 오브제 아상블라주 작업이 소개된다.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오가며 회화로도 조각으로도 분류하기 어려운 임충섭 특유의 탈범주적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들이다. 그의 부조 작업은 살아있는 박제된 동물이나 식물의 일부를 형상화한 듯이 특유의 조형성이 돋보인다. 제목 ‘무제’와 함께 붙은 지시 대상들은 작품이 가진 형상과 연결되며 관객을 그 사이의 상상적 자리로 안내한다. 〈무제-열. 중. 셛〉은 군대 시절 제식 훈련에서 작가가 가장 편하다고 느꼈던 ‘열중쉬어’ 자세의 형상을 소재와 질감이 다른 투명한 물질들로 조합하며 탄생했다.

[] 화석–풍경@다이얼로그 시리즈 (Object Found)

임충섭의 작품은 대부분 오랜 시간 쌓이고 풍화된 그의 기억에서부터 시작되는데, 낮은 선반에 올려진 듯 나란히 전시된 아상블라주 연작 〈화석–풍경@다이얼로그〉에서 그 면모를 살필 수 있다. 뉴욕 거리를 걸으며 발견한 나뭇가지와 새의 깃털, 나무젓가락, 의류에 쓰이는 털, 공업용 못과 지퍼, 자, 방충망, 두루마리 휴지 등 성질과 쓰임새가 다양한 재료를 한 화면에 배치하거나 중첩한다.

​임충섭 '화석-풍경 다이얼로그' 시리즈, 이 작품은 뉴욕 거리를 걷다가 오랜 기억이 담긴 사물(Object Found in New York City) 예를 들면 새의 깃털, 나무젓가락, 공업용 못과 지퍼, 자, 방충망, 휴지 등등) 이런 버려진 것을 마치 무대장치처럼 구성해 만든 작품이다. 작가 내면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모든 물건은 그 나름의 기억을 담고 있다고 본 작가는 그 시간과 기억을 수집한 입체적 콜라주인 아상불라주(assemblage)(assemblage) 계열의 작품이 되다.

[] 임충섭 '1000와트'

물질적, 개념적 이질성을 가진 정체불명의 다양한 오브제가 마치 연극의 무대를 꾸미듯 작은 박스 같은 공간 내로 배치되며 임충섭 작가 내면에 가라앉아 있던 기억이 화면 안에 구성된다.

표면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오브제들의 공존과 조화를 도모하고 평면, 입체, 설치 등의 장르를 넘나드는 면모는 ‘사잇’의 다리 역할을 하는 임충섭의 작품세계 전반에서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부조들 사이로 잔잔한 푸른빛을 띠며 문명과 자연 사이 다리로서의 의무와 인식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사잇-잿빛 도심 속 아기새의 첫 비행〉, 다른 재료, 질감, 색감, 기법 등의 중첩으로 평면이지만 입체감을 살린 〈물.새.〉와 같은 평면 회화도 작품들 간의 다리 역할을 실행한다.

[] 임충섭 저 이영란 기자 

 

뉴욕 체류 50년의 임충섭 작가 "현대미술은 마음을 보는 것"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뉴욕에서 활동하는 작가 임충섭(b.1941~)에게 올해는 미국으로 이주한지 꼭 50년이 되는 해다. 또  브룩클린미술관 미술학교를 거쳐 뉴욕의 아트스튜던트리그를

newspim.com

임충섭의 개인전 《획(劃)》은 늘 어느 한쪽을 택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한국(동양)과 미국(서양), 자연(시골)과 문명(도시), 과거와 현재 등 양자 사이에 놓인 화면을 선사하며, 우리를 익숙한 듯 낯선 그 중간 사이의 세계로 초대한다. 그 사이의 세계는 우리에게 신감각과 인식을 선물해 줄 것이다. 

"임충섭(82세) 뉴욕 50년 경험을 승화시킨 세계] 모든 사물에 기억과 역사가 있다 / 임충섭은 어린 시절 진천 읍내를 '수평적으로' 가로지르는 맑디맑은 백사천에서 뛰놀던 기억에, '수직적인' 고층 빌딩이 늘어선 메가시티 뉴욕에서의 삶을 오버랩시키며 스스로를 그 둘을 잇는 '사잇' 존재로 자리매김한다. 이 '사잇' 개념은 임충섭의 창조적 원동력이자 시각적 모티프로 자리 잡으며, 그의 작품세계를 함축하는 단어다'

사잇 - 잿빛 도심 속 아기 새들의 비행'

이렇듯 임충섭은 문명과 자연, 동양과 서양 간의 공존을 위한 중간자인 '사잇'존재의 역할을 독특한 설치미술을 통해 드러낸다 / 바닥에서 올라오고 천장에서 내려오는 실과나무로 만들어진 구조물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씨실과 날실이 서로 엮이며 직물이 되는 베틀 구조를 상징한다 / 임충섭이 '획(劃)'이라는 타이틀 아래 선보인 작품은 물성이 강한 듯하면서도 미묘한 정신성을 내뿜는다. 그 물성은 조형적 언어로서의 물성이라기보다는 존재의 본질로 이끄는 물성이다. 따라서 무심한 듯 덤덤하고 미니멀한 그의 작업은 서구 현대 미술의 세련된 조형성과 다른 동양의 그윽한 정신세계를 보여준다. - 이영란기자" 

[작가에 관하여] 임충섭은 1941년 충북 진천 출생으로 1964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1993년 뉴욕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하였다. 그는 갤러리현대(2023, 2021, 2017); 신갤러리(2022); 코리아소사이어티갤러리(2015); 우민아트센터(2014); 국립현대미술관(2012); 학고재(2010); 창아트(2009); 아시안아메리칸아트센터(2006); 국제갤러리(2006, 1999, 1995); 사비나리갤러리(2005); 로댕갤러리(2000); 샌드라게링갤러리(1997, 1992, 1989); 플러싱 문화예술협의회(1994); 뉴버거미술관(1993); 도로시골딘갤러리(1993); 갤러리원(1986); O.K.해리스갤러리(1980)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의 작품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허시혼미술관과 조각정원, 국립현대미술관, 리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선재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타베르나 시각예술센터, 시드니대학교 파워미술연구소, 일신문화재단, 아시안아메리칸아트센터, 환기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작가 탐구] 자료 및 인터뷰 진천 출신 나는 풍경화된 작가

임충섭에 대하여 / 나는 성취보다 도취가 좋다 / 자연(순수한 고향)과 문명(인위적 가공)의 혼란 / 자연환경파괴에 불만이 많고 말 많은 나무 / 나는 내 마음을 파는 작가 / 음수사원 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 시원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 자연의 뇌가 나에게 속삭인다 / 나의 색은 무채색, 향토색, 단색적 색채 / 문명과 자연의 다리 역할 / 옛 선생의 프레임에서 완전히 해방된 내가 자랑스럽다 / 수직적 콘크리트 정글에서 반항하기 혹은 반응하기로서 동양의 수평적 자연과 영합의 세계로 나아가다 / 정서적 혼란 흔들림이 오히려 예술의 샘 되다. 어머니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 고궁 하늘을 향해서 말을 거는 것 같아 <아래> 관련 뉴스

문명과 자연, 동·서양… 어색함 벗고 ‘절묘한 조화’

베틀처럼 보이는 구조물이 벽면에 기대어 있다. 바닥에서 올라오고 천장에서 내려온, 실과나무로 이루어진 조형물은 서로 마주 보며 반대 방향으로 회전한다. 이는 씨실과 날실을 한 올씩 엮어 직물을 만들어내는 전통 베틀의 구조와 닮아있다. 작품 아래로 펼쳐지는 영상 속에는 www.segye.com  

 

세계일보

세상을 보는 눈, 글로벌 미디어 - 세계일보 -

www.segye.com

단색적 사고 / 토마스 미켈리, 미술평론가, 임충섭에 대해 

[아래 영문] "그의 작품 내용은 역시 철학, 학문, 관찰, 통찰, 유머, 기발함 등 다양한 층위를 포섭하고 있다(The interior life of his work incorporates strata of philosophy, scholarship, observation, and insight, as well as humor and whimsy)"

갤러리현대의 임충섭 개인전 《단색적 사고》는 30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임충섭의 작업을 살펴보는 전시이다. 임충섭의 작업은 차근차근 단계별로 전개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그의 이차원 및 삼차원적 미술적 탐구(최근에 시간이라는 사차원적 요소로 옮겨가 비디오설치 작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1980년대에서 현재로 급진적인 도약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에 관객들은 임충섭의 축적된 경험과 예술적 치열함이 응결된 결과물을 보게 된다.

80년대의 작품들은 동일한 크기, 수평적이고 직선적인 구성 그리고 흙색을 주된 색조로 사용하고 있다는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유사점은 끝난다. 각각의 작품을 살펴 보면 단단하고 밀도 높게 구축된 표면의 격렬함이 차분한 띠들과 맞닥뜨리는데, 이러한 갈등은 이후 변형된 단색작품로 나타나며, 면사로 이루어진 선, 회화적 표면을 얕은 부조로 변환시키는 도려낸 형태 또는 변형되거나 콜라주한 한지 위에 칠해진 다수의 물감층 등 다양한 작업을 볼 수 있다.

새로운 작업에서는 비본질적인 것이 제거된다. 표면을 가로질러 나타나던 이런저런 형태들이 사라지고 대신 웅장한 크기의 변형된 캔버스가 출현한다. 호전적이었던 색채는 차츰 차분한 단색조로 바뀌었다. 표면은 텅 비워지거나 실제사물로 인해 활성화되는데, 이는 <백야>에서의 여러 수직평행선들 또는 <무제-회회>에서의 타원형 둘레를 구획화하는 금속판들에 의해 잘 예시된다. 금속판과 같은 물리적 사물들은 거대한 변형된 캔버스들의 연속적 가장자리를 따라 각각 다른 위치에서 개별적으로 개입하는데, 그 결과 필획들은 비가시적인 에너지의 맥박으로 승화되어 표면 전체에 걸쳐 지그재그로 놓여진 글자를 연결한다.

언뜻 이러한 작품은 아주 소박하고 단순하게 보이지만, 그것들의 전반적인 형태나 다층적 표면을 구축하는 데 들어간 노동력은 엄청나며 각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 또한 매우 깊다. 세 개의 타원형 캔버스로 이루어진 <채식주의자>를 예로 들자면, 각각의 캔버스의 좁은 끝부분들은 짙은 녹색 그리고 그 사이의 빈 공간은 좀 더 옅은 녹색으로 칠해져 있다. 콩 또는 가지를 연상시키는 듯 보이지만 캔버스의 색과 형태는 채소 그 자체나 건강식 또는 생태적으로 이로운 식단으로서의 채식주의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마음 챙김의 한 방식으로서, 죽음이 아니라 생명에 의해 유지되는 삶에 대한 명상으로서 고기 섭취를 삼가는 승려를 지시하는 것이다.

임충섭의 단색작품이 농도를 달리하는 단색의 여러 물감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의 작품의 내용 역시 철학, 학문, 관찰, 통찰, 유머, 기발함 등 다양한 층위를 포섭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또한 여러 대조적 요소를 한 데 담고 있기도 하다. 매체에 대한 임충섭의 초기 고민이 이제 침착한 표면이라는 결과물로 이어졌다고 할 때, 그의 최근 작품에서 목격되는 다양한 특징들 — 거대한 크기, 아치형으로 굽어지며 관람자의 공간으로 침투하는 표면, 도려내어 함몰된 면(面), 다다이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엉뚱한 수식(修飾)들처럼 투명한 플라스틱관, 부드럽게 칠해진 쇠장도리의 머리 등등의 다양한 부착물들 — 은 세계의 상황에 대한 불안과 권력에 대한 애매모호한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임충섭의 작업에서 감지되는 동요(動搖)는 그 순수성의 와해와 끊임없이 달라지는 형태와 더불어 그의 작업을 수용과 공격이 공존하는 불확실한 영역에, 즉 역사적 사실을 불안정한 평화로 애써 가리고 있는 위기상황에 위치시킨다.

[원문] Choong Sup Lim 임충섭 : Monochromatic Thinking

Aug 12, 2021 / Thomas Micchelli / Art critic // Monochromatic Thinking is an exhibition at Gallery Hyundai spanning more than three decades of Choong Sup Lim’s art. It is not, however, a step-by-step progression. Instead, his explorations in two and three dimensions (a journey that has lately brought him, with his video installations, into the fourth dimension of time) leap from the 1980s to the present — a telescoping of his accumulated experience and a summation of his rigorous artistry.

The works of the ‘80s are uniform in size and executed in a horizontal, rectilinear format, with earth tones as the principle hue. But that is where the similarities end. Each is a storm of crusty, densely built-up surfaces countered by swathes of tranquility, with hints of the shaped monochromes that will emerge as the culmination of this struggle: a wending line formed by a cotton thread; a gouged-out shape that turns the painting surface into a bas-relief; and multiple layers of paint laid against shaped and collaged sheets of rice paper.

In the new work, the extraneous has been purged. The jagged forms heaving across the surface are gone, transformed into imposingly large shaped canvases. The contentious colors are resolved into serene monochrome. The surface is reduced to emptiness or activated by actual objects — the vertically parallel multiple threads in White Night or the metal clips demarcating the oval perimeter of Untitled – Return & Return. Physical interventions such as the metal clips, appearing at discrete junctions along the continuous edge of these enormous, shaped canvases, sublimate the brushstroke into pulses of invisible energy, tracing zigzag characters across the surface.

The simplicity of these works is belied by the intensity of the labor that went into creating their overall shapes and multilayered surfaces, and by the density of meaning that each one carries. Vegetarian, for instance, is a set of three lozenge-shaped canvases that are painted dark green at their narrow ends and a paler green in the empty field in between. Though evocative of a bean or eggplant, the color and shape of the canvases refer not to vegetables per se or to vegetarianism as a healthful or ecologically beneficial diet, but to Buddhist monks who refrain from eating meat as an exercise in mindfulness, a meditation on life sustained by life, not by death.

Just as Lim’s monochromes are composed of multiple layers of paint, often in varying colors, the interior life of his work incorporates strata of philosophy, scholarship, observation, and insight, as well as humor and whimsy. It is also rife with contradiction. If Lim’s early struggles with his medium have been reconciled into an unruffled surface, the diverse features of his recent works — the enormity of scale, the arched surfaces bending into the viewer’s space, the cutout recessed planes, and the variety of attached objects, including such incongruous, Dadaist flourishes as clear plastic tubing and the softly painted heads of steel claw hammers — display an anxiety with the state of the world and an ambiguous relationship to power. The restlessness of Lim’s art, with its subverted purity and ever-shifting forms, places it in an uncertain terrain of acceptance and aggression, an enfolding of historical knowledge with the urgency of an uneasy peace. //

[보충] <2022년 부산비엔날레 해설문 아래 작품(Scape@Fossil 1-8)은 일종의 레디메이드 아트인 found object(뉴욕 허드슨 강 주변 길거리에서 우연히 주운 하찮은 물건을 아상블라주 방식으로 만든 작품) 시리즈.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향토색, 흙내 나는 한국의 농기구 같고, 깊은 땅에서 꺼낸 유물 같다>

Scape@Fossil 1-8

임충섭은 충북 진천에서 태어나 1970년대 초 뉴욕으로 이주한 이후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적 실험을 통해 자연의 수평과 문명의 수직을 연결하는 ‘사잇’ 존재로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유년 시절 여읜 어머니를 향한 원천적인 그리움과 한국 전쟁이 남긴 강렬한 기억은 작가의 예술관에 큰 영향을 주었다. 돌과 실, 흙과 나무 같은 일상의 재료를 기반으로 고향의 삶과 자연의 형상을 구성하고 이후 도시에서 경험한 인간 문명의 역사와 잠재의식을 고루 성찰하여 작업을 구축한다.

'무명 실 한 가닥, 그리고 천 편의 강'은 무명 실이 연결된 베틀의 형태 주변으로 강물이 영사되는 키네틱 설치 작품이다. 여백이 있는 한국 전통 마당과 같은 수평 공간에 실의 진동이 형성되어 고요한 장소에 떨림을 만든다. 'Scape@Fossil 1-8', '화석 풍경-대화' 연작은 작가가 뉴욕 허드슨강 주변을 매일 산책하면서 발견한 사물들을 모은 하나의 기록이자 함축된 시이다. 사물의 아상블라주를 작업의 주요 문법으로 삼은 작가는 이질적 사물들이 함께 있음으로써 발생하는 충돌을 통해 학습화된 개념과 규칙을 무화하며 새로운 사고를 촉발시킨다.

'변형된 캔버스' 연작의 '떠돌이', '땅. 맞이 I'는 일견 단색 추상의 조각으로 보이지만 미묘한 곡선과 세부 구성으로 다양한 독해의 여지를 갖는다. 캔버스를 기와집, 농기구, 얼굴 등을 닮은 형태로 과감하게 변형하고 자연을 닮은 색으로 칠한 것이다. 그의 작업은 자연과 문명, 주체와 대상, 동양과 서구의 이분법을 벗어나 그 사이의 본질적인 공존을 위한 소통과 관계의 형성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