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삼성문화재단:이사장 김황식)에서 갈라 포라스-김(1984년생)의 개인전 《국보》를 10월31일(화)~내년 3월 31일(일)까지 M1 2층에서 열린다 // 고대의 유물이 현대의 체계와 만나는 지점을 탐구하는 갈라 포라스-김 《국보》 : [유물과 제도의 다층적 관계를 다뤄온 작가의 프로젝트 전시]
(1) 연구 조사를 바탕으로 유물에 의미를 더하는 역사적 맥락과 문화예술 기관의 작동방식을 다룬 드로잉, 설치 작품 전시 (2) 문화유산의 분류, 유물의 보존, 작품 연출방식을 조명하여 작품에 의미를 부여하는 주체로서 미술관을 바라보게 함 (3) 남북한 국보를 그린 <국보 530>, 해외 반출 유물을 담은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 37점>, 유물의 연출방식을 다룬 <청자 동채 표형 연화문 주자의 연출된 그림자> 신작 3점 소개 (4) 작품의 소재인 리움미술관 소장 국보 10점과 함께 전시하여 유물을 현대적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작품에 의미 부여
[본문] 전시는 남북한의 국보, 일제 강점기에 반출된 문화유산, 고미술품의 전시 방식을 다룬 작품을 통해 국가, 미술관 등의 제도가 유물을 평가하고 관리하는 방식과 식민과 분단의 역사가 우리 문화유산에 부여한 맥락을 살펴본다. 특히 이번 전시는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공존하면서 서로의 관계성을 끊임없이 재정의하는 장을 만드는 리움미술관의 특성에 맞는 작가의 신작 3점을 리움미술관 소장 국보 10점과 함께 선보인다.
콜롬비아-한국계 작가 갈라 포라스-김은 기억, 역사, 문화 정체성에 관한 관심을 바탕으로 박물관으로 대표되는 미술 기관과 관련 법령을 비롯한 제도권이 유물과 맺는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소장품의 분류, 등재 체계, 유물 보존의 전제, 작품 연출방식을 통해 미술관의 종합적인 구조를 바라보도록 한다.
<국보 530점>은 남한의 국보와 북한의 국보 유적을 한데 모아 나란히 배치하여 그린 그림이다. 등재 순서대로 남북한의 국보를 나열한 작품은 역사 흐름에 따라 서로 다른 주체들이 유물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드러낸다. 남한과 북한으로 분단되기 이전 조선이라는 나라의 문화유산이 해방 이후 둘로 나누어지고, 서로 다른 체계 속에서 분류 및 관리되어 온 역사가 작품 안에서 다시 나란히 합쳐지며 역사적, 사회적 흐름 속에서 변화해 온 국보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국보 530점> 2023, 종이에 색연필, 플래쉬 물감, 패널 4개, 각 181x300cm. 작가, 커먼웰스 앤 카운슬 제공
작품과 더불어 리움미술관 소장품인 군선도, 금관 및 부속금구, 감지금은니 대방광불화엄경,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아미타여래삼존도, 청동은입사 보상당초봉황문 합, 청동은입사 운룡문 향완 등이 함께 전시된다. 다양한 방식으로 전시된 국보들은 리움미술관에서 유물을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고 전시하는지를 드러낸다.
특히 군선도와 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권 44-50은 보관함에 담긴 채로 전시되는데, 이는 최근 전시되어 휴식기간이 필요한 유물(군선도)과 입수 당시의 상태대로 보관 중인 유물(백지묵서 대방광불화엄경 권 44-50)의 상태를 반영한 전시 방식을 보여준다. 기존의 관람객들이 볼 수 없었던 미술관 안 유물들의 보존 및 보관의 과정을 보여주며 미술관이 유물을 둘러싸고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게 한다.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 37점>은 해외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유물 37점을 그린 그림이다. 작품은 일제 강점기 혹은 그 이전 다양한 경로로 한국을 떠나 해외 여러 곳에 소장품으로 남겨진 유물을 한데 모아 놓는다.
<일제 강점기에 해외로 반출된 한국 유물 37점> 2023, 종이에 색연필, 플래쉬 물감, 152.4x152.4 cm.디트로이트의 개인 소장가 소장. 작가, 커먼웰스 앤 카운슬 제공
이 작품은 특히 리움미술관 소장품의 근간을 마련한 고 이병철 창업 회장이 문화유산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고려 불화 <아미타여래삼존도>와 함께 전시된다. 나란히 놓인 두 작품은 식민통치를 받은 국가들이 공통의 과제로 마주하고 있는 문화유산 반출의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문화유산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바라보는 관점과 민족 고유의 유산으로 바라보는 관점 등 유물을 둘러싼 다양한 시선이 갖는 사회문화적 시사점을 생각하게 한다.
《갈라 포라스-킴: 국보》 리움미술관 전시 전경, 2023. 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양이언
<청자 동채 표형 연화문 주자의 연출된 그림자>, 2023, 그림자, 가변크기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양이언
<청자 동채 표형 연화문 주자의 연출된 그림자>는 리움미술관이 고미술품 중 도자기를 전시하는 방식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작품은 리움미술관의 대표적인 국보 소장품인 <청자 동채 표형 연화문 주자> 주변에 드리우는 여러 그림자를 표현한다. 관람객들이 유물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품 연출 방식을 재현하는 작품은 어두운 분위기 속 좌대 위에 조명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놓여있다. 작품은 유물을 둘러싼 미술관의 작품 연출 방식에 초점을 맞추며 미술관의 전시 방식이 관람객의 유물 해석 과정에 끼치는 영향을 드러낸다.
<청자 동채 표형 연화문 주자의 연출된 그림자>, 2023, 그림자, 가변크기리움미술관 제공, 사진: 양이언
전시를 기획한 이진아 리움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는 문화유산, 미술관, 전시에 대해 종합적이고 비판적으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며 “국가와 미술관이 문화유산과 맺는 관계는 무엇을 유물로 지정하며 어떻게 관리할지, 어떤 것을 전시하고 연출할지 등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지는데, 때로는 그 선택이 유물보다 주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갈라 포라스-김 작가와 전시 기획자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10월 31일(화) 14시 리움미술관 강당에서 진행한다. 또한 내년 1월 10일(수)에는 문화유산을 둘러싼 쟁점을 중심으로 문화유산학 연구자, 문화인류학자와 함께 문화유산 개념과 수용 과정의 변화, 북한의 문화유산에 관한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 세미나 프로그램이 개최될 예정이다.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고미술 상설전이 진행되고 있는 M1 2층에서 열리며, 별도의 입장료 없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작가소개 갈라 포라스-김(b.1984)은 콜롬비아-한국계 작가로 로스엔젤레스와 런던을 오가며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억, 역사, 문화 정체성 등에 관한 관심을 토대로 박물관과 미술관 등으로 대표되는 예술 기관과 문화유산 관련 법령을 비롯한 제도권이 유물과 맺는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전개해왔다.
주요 전시로는 《Entre lapsos de historias》 (국립멕시코대학 현대미술관, 2023), 《Gala Porras-Kim: The weight of a patina of time》(UCLA 파울러 뮤지엄, 2023), 《Precipitation for an Arid Landscape》(아만트 재단, 2022), 《Open House: Gala Porras-Kim》(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 2019) 등의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제34회 상파울로 비엔날레(2021), 제 13회 광주비엔날레(2021), 휘트니 비엔날레(2019),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2017), 해머뮤지엄(2016) 등 유수 단체전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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