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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자-사상가

[서경덕] 기 철학자: 우주와 인생 알려면 '사물' 연구해야

[1] 화담 서경덕의 기는 우주를 포함하고도 남는 무한량(無限量)한 것이며, 가득 차 있어 빈틈이 없으며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영원한 존재이다. 또한 스스로의 힘에 의해서 만물을 생성할 수 있으므로, 그것 이외에 어떤 원인(原因)이나 그 무엇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기()는 모였다가 흩어지는 운동은 하지만 기 그 자체는 소멸하지 않는다. 기가 한데로 모이면 하나의 물건이 이루어지고, 흩어지면 물건이 소멸한다. 이는 물이 얼면 얼음이 되고, 얼음이 녹으면 다시 물로 환원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2] 서경덕은 태허(크게 비어있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는 노자의 무(무위자연) 사상과 불교의 적멸(열반과 해탈)사상을 다 비판한 것이다. 태허는 비어있으면서 비어있지 않다.” 아무것도 없는 듯하지만, 우주는 보이지 않는 기로 충만하고 있다. 그것은 공간적으로 무한하고 시간적으로 영원하다. 미세하고 균질적으로 분포되어 있어 고요한 기는 본체()’의 상태이고, 그것이 내적 필연과 상황의 영향에 따라 때로 응집하고 때로 분산되는 것은 그 작용()’의 상태이다. 그런 점에서 허는 결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진공이나 허무가 아니라고 말한다.

[3] 서경덕(1489-1546)은 우주만물의 근원은 기()에서 온다고 봤다. 18세 때 <대학>을 읽다가 격물치지(格物致知 사물에 대한 지식)’에 이르러 학문의 방법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때의 감격을 그는 "우리가 학문하는 데 있어 먼저 격물을 묻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격물치지’. 우주와 인생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사물을 연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격물, 즉 사물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면 참 진리에 이룬다. 이것이 서경덕의 학문하는 방법이었다

[4] 서경덕의 철학은 조화만을 강조하는 입장도 투쟁만을 강조하는 입장도 반대한다. 원효의 화쟁사상과 상통하는 얘기이다. 그의 철학은 정통 성리학과 대치된다. 비주류다. 성리학은 이()와 기()를 가지고 세계와 자연과 인간을 설명하는 철학이다. 이 둘 중에서 성리학은 이치를 말하는 이를 더 중시한다. 이는 귀한 것이고 기는 천한 것이다. 서경덕은 이런 구분을 부정한다.

[5] 서경덕, <이기설>에서 이는 기에 포함된 것에 불과하다. 이를 앞세우게 되면 태허와 기를 분리하는 도교와 마찬가지로 만물의 생성과 운동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는 얘기이다. 서경덕은 이를 폐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의 독자성은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그것은 기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어디까지나 기가 중심인 것이다. <서경덕> 민족대백과사전에서

<서경덕과 황진이의 연애담은 서동요만큼 흥미롭다>

마음이 어린 후이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만중 운산(萬重雲山)에 어느 님 오리마는
지는 잎 부는 바람에 행여 그인가 하노라 - 화담 서경덕

내 언제 무신(無信)하여 님을 언제 속였관데
월침 삼경(月沈三更)에 올 뜻이 전혀 없네
추풍(秋風)에 지는 잎 소리야 낸들 어이 하리오 - 황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