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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전시행사소개

[PKM] 김지원, 'LEMON' 사물의 숨겨진 본질 강렬한 필체로 표현

김지원 개인전 «LEMON» Kim Jiwon: LEMON

20224 28일부터 526, 2022 | PKM & PKM+(서울시 종로구 삼청로740번지 전화) 02) 734 9467. PKM 갤러리는 428일부터 526일까지 오랜 시간 그리기라는 미적 행위에 몰입하여 독창적 작품 세계를 이룬 김지원(1961년생) 개인전 «LEMON»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가를 생각하면 떠오로는 <맨드라미> 연작을 포함하여 <레몬> <모든 형태 있는 것은 사라진다> <하염없는 물줄기> <풍경화> 50여 점의 페인팅이 갤러리 전관에 걸쳐 풍성하게 소개된다.

김지원은 작가의 분신 같은 회화에 깊이 파묻혀, 대상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숨겨진 본질을 그와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표현해왔다. 끊임없는 관찰과 실험으로 인해 작가를 둘러싼 일상과 사회는 캔버스 화면 속 또 다른 현실로 구현된다.

독특한 색채의 조합, 형상과 추상의 경계를 유희하는 형태, 거칠면서도 뿌리의 밑동으부터 유래한 표면의 질감은 작가의 조형 여정을 여실히 드러내며, 그 강렬한 에너지와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감상자를 초대한다.

«LEMON» 은 김지원이 지난 5년여 동안 창작한 다섯 종류의 회화 신작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의 서로 다른 연작을 잇는 키워드는 산탄의 이미지이다. 무기력한 시대에 레몬이라는 과일이 노란색의 상큼함과 톡 쏘는 과즙으로 신경을 건드려 무뎌진 우리 감각을 깨나게 하고 있다.

갤러리 본관에 전시되는 <맨드라미>에서는 붓과 쇠주걱으로 짓이긴 유화물감, 묽은 안료와 그 찌꺼기, 흩뿌려진 기름방울 사이로 꽃이 자라고 소멸한다.

이 연작은 작업실 뜰에 뿌린 한 줌 씨에서 솟아나 한여름 뜨거운 해를 머리에 인 채 이글거리다 후드득 시드는 맨드라미의 생사를 그려낸 작업으로, 화려함의 이면에는 독사와 같은 욕망이 잠재한다.

이 동물적인 식물이 거침없이 피어난 전시 공간에 <레몬>의 상큼함이 전시장을 떠다닌다.

대기를 소독하듯, 늘어진 신경을 건드리듯이, 맥없는 현시점에 탄산음료와 같은 각성의 술 한잔을 관객에게 불쑥 권하고 있다. <레몬> 연작은 김지원이 오랜 기간 수집하여 스튜디오 한 켠에 보관해 온 액자 틀(프레이밍) 되었다.

한편 별관의 <모든 형태 있는 것은 사라진다>레몬의 발랄함과 상반되는 지점의 연작으로, 작가가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우며 한 별 의미 없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모든 걸 태워버리는 불은 유형의 것을 사라지게 하면서도, 이를 정신과 같은 다른 무형의 것으로 소생시킨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이 연작의 화면 속 흩어지는 불씨가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형국이라면, 함께 설치된 <풍경화> 안 엉겨있는 풀과 계곡의 물길은 바람을 따라 생동한다. 작가가 작업실과 집 주변을 산책하면서 만난 정경이 화면 위 풍경화가 되었다.

실로 김지원은 풍경, 즉 바람이 이는 경치를 화면에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교 '숫타니파타' 경전의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이라는 문구처럼, 무형의 바람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고 이를 붙잡으려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결국 그가 작업을 이어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동력이 된다.

그런 관점에서 그려진 <하염없는 물줄기>에서는 쏟아지는 물방울을 통해 바람이 형상화된다. 분수가 평온한 도시 환경에 활기를 주는 기제인 것처럼, 작품 속 분수의 흩날리는 작은 물의 덩어리는 화면 너머의 건조한 전시 공간으로 흐트러지며 관람자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여지는 다섯 개의 회화 연작은 김지원이 작업할 때, 언제든지 드나들기 위해 설정한 놀이터들 중 일부이다.

다양한 주제의 놀이터 사이에서 작가는 큰 캔버스에서 작은 캔버스로, 이 연작에서 다른 연작으로 이동하는 날마다 작업을 수행하였고, 그 결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가감 없이 펼쳐지고 있다.

작가 김지원은 인하대와 프랑크푸르트 국립조형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금호미술관, 대구미술관, 하이트 컬렉션, 대안공간 풀에서의 개인전 및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아르코미술관, 국립대만미술관, 주영한국문화원의 단체전 등 국내외 정상급 미술 기관에서 다수의 전시를 가졌다.

그는 1983년과 1986년 중앙미술대상에서 특선을 차지한 바 있으며 2014년에는 제15회 이인성 미술상을 수여 받았다. 그의 작품은 삼성미술관 리움, 아트선재센터, 소마미술관, JTBC 등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현재 김지원은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으로 재직 중이다.